한니발 본격으로 파고 얼마 되지 않아 눈에 보이길래 바로 신청한 매즈 미켈슨 필모그래피 합작. 매즈 오른쪽을 전제로 합니다. 미드 하우스의 그레고리 하우스X드라마 한니발 렉터 동창 떡밥 물고 연성했습니다. 오피셜 땡큐...☆★ 하니발, 하우스한니발... 그때 막 부르다가 하울 한니발이냐는 소리도 들었던 기억이ㅋㅋㅋㅋ큐ㅠㅠㅠㅋㅋㅋ나네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딱히 수위 없이 그냥 아픈 하우스 간호해주는 발사님 나와요 :3c 약간의 키스까지는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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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고리 하우스 X 한니발 렉터 

 House M.D. X NBC Hannibal 


커다란 손이 주름진 이마를 덮는다. 뜨거운 열이 손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올라온다. 처방이 효과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 내려간 열을 확인한 한니발 렉터는 마른 수건으로 잠든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단순히 앓는다기엔 상당한 고열이었지만, 심각한 바이러스나 희귀병은 아니었다. 낮게 신음하며 뒤척이는 남자에게서 피로와 고독이 읽힌다. 그레고리 하우스. 존스 홉킨스라는 이름 아래에서 엮인 인연이 이다지도 길게 이어질 줄은 몰랐던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본 한니발 렉터는 시선을 돌렸다. 어둑한 방, 침대 옆에 놓인 나이트 스탠드의 불빛이 두 사람을 비춘다.

 "…렉터."

 잠긴 목소리의 끝이 갈라졌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짓눌린 것처럼 닫힌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힘겹게 눈을 뜬 그레고리 하우스가 손을 뻗자 서늘한 팔목이 잡혔다. 단단한 동시에 부드럽다. 힘차게 맥박 치는 손 안의 혈류가 무거운 몸 속 깊숙한 곳부터 진동시킨다. 그는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무시하며 힘을 주어 한니발 렉터를 잡아당겼다. 침대에 걸터앉은 얼굴은 미동조차 없었다. 그저 단 한 번의 동작이었을 텐데 근육이 납덩이처럼 뻣뻣해진다.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고작 한 번의 심술로 나가떨어진 스스로가 한심했다. 헛웃음이 빠져나가는 목은 타는 것만 같다. 단순 과로에 의한 증세라기엔 악질이다. 본인 증세에 대한 진단을 내리려 해도 머리가 굴러가지 않아 미간을 좁히는 게 고작이었다. 충동처럼 스쳐가는, 아니, 지금의 그레고리 하우스에게는 충동이 전부다. 예를 들면 한니발 렉터를 만지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라든가, 몇 년간 그가 보여주었던 그림자의 이유를 알고 싶다든가, 벌어진 서로의 거리를 확 좁혔을 때 보일 표정 같은 것들이 궁금했다.

 "그렉. 좀 더… 자두는 편이 나을 겁니다."

 청각에도 문제가 생긴 건지 문장이 조각조각 흩어졌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환청 같기도 했고 동굴에서 들려오는 소리 같기도 했다. 기이한 울림에 하우스는 심호흡을 했다. 내리까는 시야 속에 담긴 손목이 유독 가늘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그레고리 히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늦은 새벽에, 병동에서 쓰러진 나를… 자네가 아침까지 돌봤었잖아."

 온화한 노란색의 불빛이 옆에 놓인 유리잔에 부딪혀 은은하게 반짝였다. 이따금 그가 뱉는 한숨이 한니발 렉터의 손등을 뜨겁게 스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리하게 빛나던 두 눈동자는 어느새 병적인 흉흉함이 감돌고 있었다. 잠을 뿌리치기 위해 살짝 찌푸려진 얼굴이 말을 이었다.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점점 정신을 차릴수록 이상한 거야. 어딘가 푹신하고, 아주 조용했지…. 그래서 눈을 떠봤더니 병실이었어."

 "그리고 아무도 없었죠."

 한니발의 말대로였다. 낯선 상황에서 눈을 떴던 하우스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주 늦게까지 혼자 일과를 마친 걸로도 모자라, 인적이 드문 곳만 골라 이동하고 있었다. 그와중에 쓰러졌으니 사흘은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어도 부족했다. 하루만에 좋아질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는 내내 어떤 기척을 느꼈다고? 꿈이 아니었을는지, 뻐근한 팔다리를 휘저어 흔적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단서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옆에 놓인 의자에 희미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의자의 짓눌린 부분은 증거로 충분했다. 꿈이 아니다. 누군가 차가운 건물 바닥에 쓰러진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을까? 그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병원 근무 일정을 하나씩 다 뒤지고 남들의 알리바이를 수집했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자식인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저지른 탐정놀이였다.

 "이상한 건, 그날은… 원래 자네가 당직이 아니었다는 거야."

 "갑자기 받은 교대 요청이었으니까요."

 "응. 그랬지. 데이빗이었나? 그 놈팽이는 툭하면 여자를 끼고 나가는 게 취미여서는…."

 예상한 한 달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한니발 렉터가 나이팅게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야구 배트로 후두부를 강타당한 기분이 들 만큼 충격이었다. 과거에는 그나마 덜 괴팍하다고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당시 그레고리 하우스에게 그는 딱히 마음에 드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유야 밤이 새도록 떠들 수도 있었다.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재수없었으니까. 하지만 분명 자신은 도움을 받았고, 한밤의 나이팅게일이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동안 그 재수없는 자식의 이미지는 갱신된지 오래였다. 어딘가 맞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멀리 떨어져 사람에게 둘러싸인 그를 보면 겉도는 인상이 남았다. 좋은 사람임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때로는 자신보다 더 고독해 보였다. 날마다 한니발 렉터의 존재가 확장되어갔다. 어쩌면 처음에 다 알았다고 생각할 만큼 쉬운 인간이 아니라고 마음을 고쳐먹을 무렵, 정신 차려보니 그레고리 하우스는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자네가 한니발 렉터지? 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맞아요, 그렉. 조금 놀랐습니다. 성난 짐승 같았거든요."

 "전혀 그런 표정이 아니었어."

 처음 알게 된 계기야 어찌됐든 그들은 금세 가까워졌다. 같은 의대이면서도 그들 사이를 가르는 몇 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의 미묘한 교집합에 있었다. 대학 도서관은 학생들이 잘 찾지 않는 책들을 신관 2층 꼭대기에 모두 배치시켜놓았는데, 이용하는 학생이 많지 않아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쉬는 날이면 한니발 렉터는 그곳에 상당한 양의 책을 들고와 나가지 않았다. 그레고리 하우스 역시 사람들과 필요 이상으로 몰려다니는 것은 사양이었기에 마찬가지로 같은 곳에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하우스에게는 책을 읽거나 쉬는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 특히 전면이 유리로 이루어진 창으로부터 밀려오는 빛의 해일, 그 속에 앉아있는 한니발 렉터의 모습은 강력한 마력을 갖고 있었다. 해질 즈음이면 드넓은 하늘, 대학의 크고 작은 건물들, 곳곳에 심어진 가로수와 크게 자리한 운동장, 개미처럼 오가는 사람들이 노오란 금색에서 타오르는 빨강으로 물들었다. 어둠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태양이 침몰하는 광경은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의미없으면서도 아주 거대한 운명, 태어난 이상 끌릴 수밖에 없는 힘에 끌려가는 것만 같았다. 칵테일처럼 층이 생기는 하늘은 연한 분홍색이었다. 싱그러운 연두색에서 음울한 남색으로 번져갔다. 그러나, 오직 한니발 렉터만이 다른 세계에 있었다. 입체적으로 깎인 이목구비가 쏟아지는 색채에 따라 성자에서 악마로 변했다. 그로인해 책에 쏟아지던 정신은 해질녘이면 창가로 쏠렸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2층의 꼭대기로 자리를 옮겨 앉을 차례였다. 높은 곳은 창밖을 살피지 않아도 한 눈에 전부를 담을 수 있었다. 게다가 건너편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눈길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쩌다 들린 그의 눈을 들여다본 날은, 꼭 울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분명 마주치지 않았다 확신하면서도 그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가슴보다 깊고 낮은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당직을 서는 시간, 날짜, 병동에서 사용하는 이동 경로까지 차츰 겹치는 게 많아지자 하우스는 자연스레 한니발에 대해 알아갈 기회가 늘었다. 16살에 삼촌에게 입양 받은 일. 파리의 기숙 학교를 다닌 얘기가 오고 가며 술을 나눠 마시기까지 했다. 또 어떤 날은, 처음으로 한니발이 자신의 뒤에서 공기를 들이켰던 날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피가 머리로 몰리는 느낌은 수치보다는 당혹, 당혹보다는 좀 더 복잡한 무언가에 가까웠다. 그는 굉장한 후각의 소유자였다. 덕분에 하우스는 맥주 한 캔이라도 마시고 잠든 다음날이면 꼭 샤워를 했다. 하나, 둘 한니발 렉터에 의해 습관이 생겨났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둘이 있는 것이 당연해졌다. 툭하면 저녁을 함께 먹거나 바쁜 그를 찾아갔다. 졸업하는 날까지 둘의 관계는 불문율에 가깝게 지켜졌다.

 "…그래, 한동안 못 봤었지."

 "당신이 졸업하고 서로 바빴으니까요." 

 "……죄책감도 없는 모양이군."

 한니발 렉터가 부재하는 시기에 가장 큰 불행을 맞이했다. 그레고리 하우스는 갑자기 한 쪽 다리가 굉장히 저려온다고 느꼈다. 축 늘어진 손을 들어 단정한 셔츠 깃을 움켜쥐었다.

 "그럴 리가요. 하나뿐인 친구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점은 아주 가슴 아프게 담고 있습니다."

 "…한니발."

 "그렉…?"

 나머지 말을 목울대로 넘기며, 그레고리 하우스는 까슬한 입술을 부드럽고 얇은 그의 입술에 겹쳤다. 바짝 끌려온 몸이 자신의 아래로 쓰러지는 동안 저항 하나 없었다. 그저 아득히,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은 눈동자가 끓어오르는 충동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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