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치환하는 것이라며


종성까지 둥글고 다감하던 너를 전위하려 가난한 소양에도 사전을 끌어안고 온갖 단어를 찾다가 지독히도 다정했던 여름에 빗대어 보거나 문득 떠오르는 단어들을 너저분하게 괴는 짓 따위를 하며 낡은 밤새를 지냈지


언젠가 죽음과 우울의 간극에게 빌려준 하루치의 숨이 있어

그걸 받기 전까지는 난 죽지도 못하는데 말야


온 세상의 음절을 그러모아도 네 자취만 남았어 그게 사랑이라며 

억겁의 밤이야말로 네 반례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

뾰족한 것들만 모아봐도 산란한 빛에 여름이 보이는걸


엉망인 기억의 궤도를 따르는 걸 회고라 할 수 있을까 

널 전사할 때엔 복기하는 시간만큼 거듭 문장이 길어져

혈구까지 뾰족한 나는 혀끝에서도 둥그렇던 너를 동경이라도 한 건지


가난한 글이야 참 

가난한 마음으로 썼으니

언제나 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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