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ㄴㅓ의 하트를 보여줘...!

*제 글 봐주시는 분들 넘 감샤함다 ( ›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1학기 종강 날이 되었다. 여러모로 예상 못한 일들이 가득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인 건 나와 정재현이었다. 나는 결국 내 자신이 재현을 포기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욕심을 부려 재현의 말대로 헤어지게 된다면 나는 그 후가 두려울 것이 분명했기에 그냥 이대로의 관계에 머물며 만족하기로 타협했다. 한동안은 차고올라오는 재현에게 좀 더 유일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힘들었지만 점점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 두서없는 생각을 하며 사물함에 있는 전공 책들을 빼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톡하고 건드렸다.




"저... 여주야."

"아 안녕하세요 언니."

"응 그래, 물어볼게 있는데 잠깐 시간 있니?"

"아... 어쩌죠? 저 다음 수업이 있어서..."




뒤를 돌아보니 수진언니가 서 있었다.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어 가녀린 목을 내민 수진은 누가 봐도 예쁜 사람이었다. 그리고 학과에서 자신을 제외한 재현과 사귀는 게 아니냐는 소문의 당사자였다. 수진은 재현을 좋아하는 것을 숨기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게 내버려 두었고 나는 늘 그게 신경 쓰였다. 그래서 속 좁게도 그녀를 편하게 대하지 못할 정도로. 물론 잠깐의 여유정도는 있었지만 괜히 수진과 얘기를 했다간 재현에 대한 물음이 나올 것 같아서 피하기로 하는데 수진은 그렇게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 그럼 여기서 물어볼게, 너 혹시 재현이랑 사귀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뒤돌아볼 정도로 큰 목소리로 물어본 수진에 순간 당황하여 입이 막혔다. 하필 전공수업을 들은 후라 건물에 과 내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녀 모두 아닌 척 이곳에 주의를 기울일게 뻔했다. 아찔해지는 머리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워졌다. 실제로 나와 재현은 아무사이도 아니니까. 내가 아무 말 못하고 눈동자만 도르륵 도르륵 굴리자 수진은 입술을 깨물며 전보다는 작지만 귀를 기울이면 충분히 들릴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재현이랑 네가 같이 집에 들어가는 거 봤어. 



아, 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학교 근처에서 많은 학생들이 산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북적이던 복도는 나와 수진의 대화에 어느덧 사람이 더 몰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이 순간이 사라지길 기도했다. 학과에서 소문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러면 나 뿐만이 아닌 재현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 분명했다. 난 떨어지지 않는 입을 벌려 아니라며 그런 거 아니라며 수진에게 해명했다.




"그럼 내가 본 게 잘 못 본 거라는 거야?"

"그 정도만 해요, 누나."




싸우는 듯한 분위기에 몰린 인파를 뚫고 재현이 나타났다. 그를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애써 울컥하는 감정을 참으며 시선을 사물함으로 돌렸다. 재현은 수진을 제지하며 내 손목을 잡았다. 수진은 당황한듯 재현을 불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데리고 사람들 속을 빠져나갔다.





도영은 사람들 속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둘을 보며 앞머리를 매만졌다. 한 발짝 늦었다. 하필 선배에게 잡혀 이런저런 심부름을 하고 온 도영은 사물함 쪽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무슨 상황이지 싶어 다가가는 찰나 수군대는 목소리를 들었다. 수진언니하고 전여주 중에 누구랑 사귀는 거지? 다 듣지 않아도 그게 재현과 여주의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평소 수진은 재현을 좋아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으니까, 여주가 거슬렸던 거겠지. 여주를 도와주기 위해 사람들을 뚫으려는데 재현이 앞섰다. 그래서 눈앞에서 사라지는 둘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여주야 여기 크로플 맛있다는데 먹고 가자, 너 좋아하잖아."

"아... 그래."




수진과의 대화 이후 나를 구해준 재현에게 몹시 고마웠지만 어느 정도의 원인은 그였기에 싱숭생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럴수록 더욱 욕심이 났다. 재현과 카페에 들어서 자리를 잡고 앉자 재현이 주문하고 오겠다며 짐을 풀며 일어났다. 멍하니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는데 띠링하고 알림음이 울렸다. 제 것은 진동이니 아니겠고 테이블 위의 재현의 휴대폰이 보였다. 

켜지는 화면 위로 문자 메시지가 보였다.




'아직도 결정 못했니? 엄마는 재현이가 부족하지 않게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재현아 다시 생각해봐 한 학기 다녔으면 많이 다닌 거 아니니. 유학은 정말 너에게 도움 많이 될 거야.'

'너 이런 애 아니잖아... 우리 재현이 너무 잘해왔는데 왜 이제와서 그러는거야... 엄마 연락 좀 받아...'




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저절로 켜진 화면에 눈길이 갔다. 내용을 보니 예전에 동혁이 한 말이 생각났다. 정재현 유학 안가고 한국대 간대. 카페 알바를 할 때 만난 동혁의 말이. 재현이 한국대에 온 것은 순전히 자기 뜻이었나보다. 그는 대체 왜 유학을 가지 않고 이 곳에 와서 나와 만난 것일까. 그러고 보니 개강총회 때 재회한 재현은 나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했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 휴대폰이 소리를 내며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발신인은 엄마였다. 재현의 핸드폰인지라 받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그저 들고만 있자 재현이 지갑을 들며 돌아왔다. 그에게 전화 왔다며 휴대폰을 건네자 받아든 그는 잠시 표정을 굳히다가 이내 다시 미소를 짓고 자리를 피했다.



나와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는 재현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게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였다. 전화를 끊고 돌아온 후에도 좀처럼 표정을 피지 않는 그가 어색해서 달달한 크로플도 다 먹지 못하고 카페를 나섰다.








 또다시 익숙한 정적을 거닐며 더워진 날씨를 체감하는데 재현의 차가운 손이 내 손을 잡아 왔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겹쳐지며 가까워지듯 우리의 사이도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분홍빛 입술을 연 재현이 말했다.




"여주야,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알아?"

"...아니."

"네가 있어서도 그렇지만 나는 내가 누군지 몰랐거든, 항상 주위에선 다정한 정재현의 틀에 가두곤 했으니까."

"..."

"근데 유학까지 그들의 뜻대로 가게 되면 나는 정말 빈 껍데기가 될 것 같아서 처음으로 그 뜻을 거절했어."

"..."

"그랬더니 내가 그런 애가 아니래. 그럼 난 대체 누굴까?"




나에게 이야기를 내뱉는 재현은 말 그대로 텅 비어 보였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를 알아 왔지만 그는 당최 속을 모르겠던 사람이라 그가 내뱉는 속마음이 나는 낯설었다. 지금의 재현과 예전 재현이 변하지 않는 나와 있으면 자연스럽다며 좋아하던 그가 떠올랐다. 




"나 유학 가지 말까? 네가 나 가지 말라고 붙잡아줘, 그럼 나 안갈게."

"... 재현아..."

"너랑 있다 보니 네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아. 물론 여전히 너를 잃기 싫은 건 맞아, 나는 아직도 네 앞에서만 편해지고 온전히 나로 있는 것 같아. 다정한 정재현이 아닌 그냥 정재현."'

"..."

"김도영도 그렇겠지?"

"..."

"김도영보다 너와 가까워지려면 너와 사귀어야겠지? 근데 난 너를 잃을까 봐 무서워... 사람의 욕심은 끝이없잖아. 욕심 부리다 보면 기대만 하게 돼서 결국 서로를 좀먹을 거야... 근데 나는 네가 내 유일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

"그러니까... 나 유학 가지 말라고 해주라."




항상 다정한 미소를 띠며 어른스러워 보였던 재현은 이 순간만큼은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같았다. 그에게 거는 집안의 무게가 무겁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며 힘들어하는 건 처음 봤기에 나는 그저 재현의 손만 꽉 잡았다. 한 편으로는 그가 먼저 내가 바라왔던 것을 하자는 것에 기뻐했지만 선뜻 그 마음을 내비치지 못했다. 




"아니야, 미안해 여주야. 괜한 소리를 했어. 이만 나 가볼게, 데려다주지 못해서 미안해."

"... 괜찮아?"

"응, 내일 보자."




불안했던 감정을 정리하듯 재현은 머리를 쓸며 저 멀리 사라졌다. 나는 왜 그가 잡아달라는 말에 응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바라던 유일한 사이가 되는 건데도. 사귀게 되면 재현의 말대로 언젠간 헤어지게 될 거 같아서? 모르겠다. 우리의 관계는 너무나 복잡해서 나도 이 사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했다. 멀어지는 재현을 바라보다 나도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싱숭생숭했던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도영은 긴 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마구 헝크렸다. 눈을 떠보니 자신은 재현의 집이었고 정재현은 인상을 찌푸린 채 그를 보다 난 먼저 학교 간다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분명 재현이 여주의 집에 있던 자신을 끌고 왔을게 뻔했다. 하필 그날따라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도저히 혼자 있을 용기가 안 났다. 그래서 보통 같았으면 거절할 동아리 회식도 참여해 진탕 술을 마신 것이었다. 드문드문 기억나는 장면들과 늘어누운 자신에게 담요를 덮어주던 여주를 안은 것. 제대로 진상 짓을 한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그리고 여주에게 멋대로 예전 일을 나불거리던 입까지. 




'응... 너 봐서 괜찮아... '




으아아악-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자신이 왜 여주에게만 무르게 구는 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저 단순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위로해주었던 예전의 고마운 친구, 딱 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저 말을 내뱉는 순간 나는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이 예나 지금이나 다정한 줄 모르는 여주를 좋아하게 되었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미 결과가 뻔했다. 서로가 없으면 안되는 재현과 여주 사이를 떠올리며 도영은 다시 벌러덩 누웠다. 



힘든 사랑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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