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진성을 처음 들은 건 영화과 대학원을 준비하기 위해 읽은 영화개론서에서였다.

핍진성?! 단어도 더럽게 어렵고 단어만으로 뜻이 전혀 짐작되지 않아 헤괴하고 기괴한 단어처럼 느껴졌었지.

그 뒤에 핍진성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은 영화비평을 재미없게 쓰는 글에서 본 게 전부였다.

내 머리엔 핍진성=재미없는 단어=고루함=지식인인체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굳이 핍진성이라는 단어를 써야한다면 

<눈이 부시게>에 쓰고 싶다. 시간을 돌린다는 말도 안되는 플롯에 핍진성을 불어넣은 건

아주 사소하고도 흔한 일상의 풍경과 김혜자 가족과 친구들, 사랑하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훅 다가오는

그 생생한 감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지만 아주 깊은 저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오는 처연한

삶의 슬픔 말이다. 

꿈이 있었지만 꿈을 실현시킬 용기도 의지도 없었던 청춘과

꿈을 실현시킬 시간도 없이 죽음과 망각에 친숙해져야하는 노인의  데칼코마니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바로 그 환멸나도록 깊은 고통의 감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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