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스파게티를 먹어보고 싶다.
스파게티에 여러 가지를 곁들여 먹고 싶다.
화려한 식탁보에 품위 있게 먹어보고 싶다.
이젠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젠 뭐든지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모든 것들이 나의 손안에 들어왔건만,
왜 난 화려하게 옷을 입고 식탁에서
나 홀로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걸까.
내 옆에 사랑하던 이들은 사라진 것일까.
이젠 모두가 날 향해 웃던 미소가 바꿔버렸고,
이젠 모두가 날 향해 말하던 말이 차가워졌고,
이젠 모두가 날 향해 건넨 배려가 두려워졌다.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너랑 낡은 집에서, 몽상하던 시기로.
같이 찬 빵을 나누어도 웃고 떠들든 시기로.
서로 보며 웃고 슬프고 행복했던 그 시기로
우리의 몽상의 시간으로.
그때로 돌아갈 수가 있을까.
지금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내 행동을 만회할 수 있을까.
오늘도 내일도 나의 식탁은 차갑기만 하며,
내일도 나의 침대는 혈육으로 물들어 있네.
그날엔 죽은, 사랑하는 너만을 볼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다면, 내 굳은 무릎을 네게 꿇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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