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떡밥을 조각조각 쓰고 있습니다 근데 너무 조각이라 이럴 바에는 그냥 떡밥을 짤로 만들어서 블로그화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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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 쇼케이스 연습하는 건데 어째서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훈과 금방 친해진 건 지훈이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러운데 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어려움을 단번에 이해해주고 또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을 해서 그런지 단단한 지훈에 지성도 쉽게 마음을 열었다 (아니 사실 지성의 문이 닫혀 있는 일은 거이 없다) 그래서 장난치는 게 익숙해 지는 건데 그게 문제인가보다.


 지훈이 먹던 물을 내버려 두고 또 새로운 물을 뜯자 장난칠 거리가 생긴 지성이 아니 저기에 니 물 있는데 왜 또 새 거 꺼냈냐, 웃으면서 말하니 지훈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을 건데? 하면서 장난치고, 주위기 시끄러워 몇 번 귓속말을 했다가 (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가 어깨를 깨문 것까지, 지훈과의 장난은 즐거웠다.


 그걸 멀리서 진영이 보고 있었나 본데 뭔가 의아함이 생겼는지 물었다.


 “형은 다른 동생들 장난 잘 받아 주면서 다니엘 형 장난은 잘 안받아 주는 것 같아”
 
 진영의 말에 언제 와 있었던 건지 옆에 있던 다니엘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


 “애정이다. 애정”
 
 다니엘의 말에 지성이 허 어이 없이 다니엘을 쳐다보고 진영에게 대꾸했다.


 “얘도 나 별로 안 받아줘”
 “에이 안 받아 준다니 섭하게, 형이 날 안 받아주지.”
 
 다니엘의 말에 지성은 조금 속이 쓰렸다. 안 받아 주는 게 아니라 못 받아 주는 거였다. 그에게 너무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그리고 MMO특성상 서로 먹금(먹이금지)하면서 놀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지 다니엘의 장난이 갈수록 조금 심해진다 싶은 것 도 있었다. 


 “아니 뭐 받아 줄만한 걸 해야지 날 윤지누나라고 부르면 내가 뭐라고 반응해야 하냐.”


 하고 진영을 보며 애가 적당선이라는 걸 몰라. 하면서 시선을 돌린 사이, 고사이를 못 참아 자신의 팔로 느껴지는 축축한 손가락.


 “아 좀! 하지말라고 하지말라고!”
 
 하고 허허허 웃는 그 얼굴에 속이 터졌다.


 그런 지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니엘은 다니엘대로 속이 쓰린건 마찬가지였다. MMO에서는 자신이 제일 막내라 별수 없이 지성의 옆자리를 많이 내어줬지만 그래도 몇 명 없으니까 같이 붙어있는 시간도 많았고, 형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었는데 그룹활동을 시작하니 이상하게 거리가 생겼다. 물론 자신도 친해진 새로운 친구들이 너무 좋았고, 워너원 활동도 너무 즐거웠고 뭐 다 좋았는데 (스케쥴이 많지만) 방을 같이 쓰는데도 불구하고 지성을 보는 날은 많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서 잠만 자고 화장실도 밖에 있는 탓에 샤워하고 거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본인이나 그 형이나 사람들을 좋아하니 둘만 있는 상황이 일어 날리 없고, 하.
 그러니까, 좀 더 관심 받고 싶은거다. 어린애 같다고 또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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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눈 마주쳤다. 지성은 홀리듯이 그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상품을 받으러 가야 하는 탓에 그대로 뒷걸음질 했다. 주간아이돌 촬영은 아주 부끄럽고 즐거웠다. 살아남으려고 과다하게 입을 턴(?) 탓에 해야 할게 많았는데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상품을 탈 수 있게 되어서 옆의 멤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다 자연스럽게 다니엘과도 눈이 마주쳐 하이파이브를 하러 가는데 잡혔다. 마치 지금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는데 그와 중에 끝까지 하이파이브를 하겠다고 다니엘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결국은 못했지만.
 결국은, 못했다. 


 걸그룹 춤을 추면서 형돈이 형이 뭔가 신기하게 (오 저걸 알아? 하는 느낌) 쳐다봐서 왜 맞잖아 하니 다니엘이 맞다, 맞다.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는 데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생각해보면 저녀석의 저게 문제다. 본인 외에 남에게 한없이 다정하다는 거 말이지.
 맞다고 해준 덕분에 신나게 췄지만.
 

 형과는 계속 거리가 생기는 것 같다고 다니엘은 느꼈다. 본인 입으로 꺼낸 적도 없고 꺼내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과 형과는 약간 거리감이 있었다. 할 수 있는 말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그냥 자신은 그저 언제나 형이 해 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 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럼에도 자꾸 시선은 가서, SNL에서도 형이 언제 둘,셋, 을 외치는지 ‘먹어’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자꾸 형을 쳐다본 게 방송에 그대로 나가서 또 혼자 픽픽 웃었다. 물론 다들 저기 어디가 웃긴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6
 아니 애초에 윤지성이 왜 그 자리에 그렇게 혼자 바다를 보며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웃을 때는 한없이 유쾌한 사람인 것 마냥 보이는 외관이 무표정일 때는 곧 어딘가 떠날 사람처럼 처연해서 다니엘은 그가 혼자 있는 꼴을 보지 못했다. 꼭 자신을 버리고 가 버릴 것 같아서 엄마를 잃어버릴까 봐 눈치 보는 어린아이처럼 그랬다. 


 “뭐하는데”
 “바다 봐”
 “형 니는 내 한테만 그렇게 차게 말하더라”
 “허? 너도 처음에는 다 저렇게 잘 해줬어”
 “지금은?”
 “편해서 그런거지.”


 지성은 그런 말로 스스로의 행동을 포장하고 그냥 웃었다. 다니엘이 그런 그를 쳐다보다 쳇, 하면서 말했다.


 “아이고, 우리가 벌써 이렇게 됐네요”


 할아버지인지 할머니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의자를 건드리며 말하자 (만약 자신이 의자에 기댓으면 분명 의자는 넘어졌으리라) 지성이 풋, 하며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좋아 자신도 웃었다. 



댄성파는잡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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