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완전 삐졌다. 나랑 말도 안한다.


".................."


차라리 아예 모르는체 하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얼굴로 나만 쳐다본다.


"................"


토요일, 태형이 나에게 키스했을 때 너무 놀라서 발부터 나갔다. 아니, 그럼 힘이 딸리는데 어떡해?! 그런데 때린곳이 태형이 XX였다. 태형은 뒹굴뒹굴 구르고, 나는 너무 당황해서 딸꾹질까지 막 나왔다. 그래서 그 길로 뛰쳐나왔다. 나도 내가 냉정하다고 생각하는데, 얼마나 당황했는데?! 어?! 심장은 쿵덕쿵덕 뛰고, 주말 내내 폐인같이 보냈다. 심지어 잠깐 낮잠 잤는데 김태형이 꿈에 나타났다. 나는 우아악, 하며 잠에서 깼다. 아무튼 그 뒤로 연락 하나 없다가, 월요일 학교에서부터 이러고 있다. 차라리 이참에 헤어질까, 싶다가도.


"..............."


태형이 곧 울것같은 얼굴로, 올망졸망한 눈빛으로 나만 쳐다본다. 으으, 불편해 미쳐버릴것 같아. 그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점심시간이 됐다. 태형은 삐졌는지 입술만 뾰루퉁한 얼굴로 문제집에 고개만 쳐박구 있다. 이 나쁜 자식. 난 머리아파 죽겠는데.


"야."

".........."

"야야야야야."

"............."

".........씹니?"


나는 어깨끝을 조심조심 손가락으로 건들다가, 날 쳐다도 안보고 꿋꿋히 문제집에 얼굴을 쳐박고 있는걸 보고 한숨을 팍팍 내쉬었다.


"태형아."

"........"

"...........야아..."

".............."

"야! 너 왜 울어?!"


갑자기 태형의 문제집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말했지? 너 울면 확 자퇴해버린다고!, 큰 소리 떵떵쳐도 눈물을 안 그친다. 말랑말랑한 볼에 눈물이 우수수 떨어진다. 으아앙, 나도 울고싶어졌다.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야! 보지말라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무거운 태형을 끙끙거리며 일으켜서 학교밖으로 끌고 나왔다.


"왜 울구 그래."

"......흐읍."

"울지마! 너가 애기야?! 뚝!"

"..............."


씨발. 계속 운다.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태형은 벽에 고개를 쳐박고 울었다. 


"나 너무 너무 서운해. 지민아. 흐윽."

"...모가. 모가 그렇게 서운해."


너무 서럽게 울길래 거기에 나도 동화돼서 태형의 어깨를 두드렸다. 태형이 어깨를 떨며 낑낑거렸다. 야, 얼굴 보여조바. 엉? 난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리는 태형의 팔뚝을 막 들어올려서 일부로 얼굴을 쳐다봤다. 태형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서럽게도 울었다. 태형이 두 주먹으로 눈가를 가렸다. 


"너가. 히끅. 너가 먼저 아무 생각 안드냐고 물어봐 놓구. 히끅."


얼마나 울었는지 태형은 애처럼 숨도 제대로 못쉬고 말했다. 난 머리가 핑핑 도는걸 느꼈다. 태형이 눈에선 계속 눈물이 퐁퐁 쏟아졌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입만 떡 벌리고 있었다.


"키스하니깐 발로 차구 도망가구. 히끅. 근데 연락도 안하구. 학교에서 아는체도 안하구."

"..........."

"너 진짜 나쁜 애야."

"............"

"흐윽. 이쁘면 다야?!"


태형이 소리쳤다. 그리고 또 꺼이꺼이 울었다. 아이들이 나와 태형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지나갔다. 지금 박지민한테 이쁘면 다냐고 소리지른거야? 헐, 난 당황해서 막 손사레를 쳤다. 아니, 우리 그런거 아니야. 아니라구. 태형은 내 옷깃만 잡고 울었다. 


"미안해. 이뻐서 미안해."

"............"

"하아. 나도 내가 이쁜건 아는데. 미안해. 아무튼."

"그런거 아니자나! 아니구.."

"어어...미안해..이뻐서.."


이상하게 쳐다보는 아이들때문에 일부로 태형을 꼭 끌어안고 아무말 하며 달랬다. 태형의 울음소리가 줄어들었다. 미안해, 이뻐서 미안해. 태형은 내 팔에 계속 눈물이고 콧물이고 다 쏟았다. 얼굴이 팅팅 부을때까지 태형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수업종이 땡땡 울렸다. 태형은 어쩔수 없이 내 품에서 빠져나왔다. 내 품이라지만, 나는 거의 태형에게 엉겨붙어있었다. 화풀어어어.. 내가 조용히 말하니깐 태형은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나랑 오늘 영화봐."


태형이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겨울왕국2."

"........."

"브루니 귀여워."


* * *


"너 요새 얼굴이 어둡다."

"씨발놈아, 말 걸지마. 넌 친구도 아니야."


태형을 한참 달래고 교실에 올라가는데 정국을 만났다. 정국은 복도에서 내 등을 찰싹 때리면서 말을 걸었다. 나는 욕을 쏟아내고 쿵쾅거리며 교실에 들어왔다. 


"왜, 섹스했냐?"

"씨발새끼야."

"따였니?"

정국이 귓가에 소름끼치는 말을 속닥거리면서 달아났다. 나는 막 정국을 잡아 팔뚝을 몇번 때리고 자리에 앉았다. 영화라, 영화.


"..............."


태형은 언제 울었는지, 내가 영화보자고 그만 울라고, 미안하다고 하니깐 옆에서 또 히히 웃는다. 미안해서 바나나 우유 사줬더니 또 좋다고 웃는다. 확 쥐어박으면 속이 시원할것 같은데, 또 때리면 울것 같아서 참았다. 태형은 내가 그렇게 가고 난뒤 잠 한숨 제대로 잔적이 없다고 말했다. 태형은 내 옆에서 입을 헤 벌리고, 국어 시간에 졸았다. 통통한 볼살이 교과서에 눌렸다. 졸린 눈이, 감겼다. 긴 속눈썹. 따가운 햇볕이 태형의 얼굴을 비췄다. 왜 나한테 키스했대. 나는 손으로 턱을 괴고 태형을 멍하니 쳐다봤다. 창가의 햇볕이 따가웠다. 


"............."


태형이 입술.


입술 밑에 점.


".........."


씨발. 멍하니 손가락으로 쓰다듬다 눈이 마주쳤다. 태형이 눈을 번쩍 떴다.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태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난 당황해서 교과서로 얼굴을 가렸다. 지민이 얼굴 빨개졌다. 태형이 속삭였다. 나는 겨우 참지 못하고 태형의 어깨를 퍽, 때렸다. 태형은 얻어맞고도 수업시간에 조용히 웃었다.


* * *


"이걸 꼭 봐야겠어?"


난 존나 못마땅했다. 남자 둘이 겨울왕국2를 본다. 이 시간에.심지어 어린 아기들 천지에 교복 차림의 남자 둘은 정말 튀었다. 심지어 태형은 내 손을 꼭 잡고 있다. 한손으론 팝콘을 들고, 아기처럼 웃었다. 심지어 커플석을 예약해서 뜨악하며, 경멸어린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태형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났다. 태형은 겨울왕국1보다 울었다고 해서, 날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안나 얼었을 때 엘사가 울어서 심장 녹인거 보고 하루종일 울었다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픽픽 웃었다. 태형은 이상한 방식으로 날 웃긴다. 영화가 시작되자 태형이 떨린다며 다리를 덜덜 떨었다. 나는 하품을 하며 겨울왕국을 봤다. 근데, 이거.


"....짐나..울어?"


존나 슬프다. 


"뭔 소리야. 존나 지루해서 하품한거거든?"


나는 눈가에 슬쩍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엘사가 엄마랑 노래를 부를 때 눈물을 줄줄 흘렸다. 태형이 당황해서 달래다가 나중엔 옆에서 킥킥거리며 웃었다. 짜증나. 태형은 계속 실실거렸다. 집중이 하나도 안됐다. 태형은 내가 너무 귀엽다며 계속 내 볼을 쓰다듬었다. 볼이 화끈거렸다. 


"씨발. 하나도 안 슬프거든?"


옆에서 눈물을 줄줄 쏟았으면서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틱틱 댔다. 지민아. 재밌었지? 태형이 물었다. 하나도 안재밌었어!, 난 그렇게 말하고 혼자서 영화시간을 더 찾아봤다. 나중에 혼자 또 보려구. 심장이 뜨끔했다. 심지어 네이버에서 브루니 사진을 찾아서 배경사진에 걸어놨다. 태형이 옆에서 계속 놀렸다. 흥. 나는 발을 쿵쾅거리며 영화관에서 나갔다. 태형은 계속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지민아. 더 놀래?"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야 돼. 엄마한테 혼나."

"힝. 헤어지기 시룬데."

".........."


태형이 애교를 부렸다. 내가 째려봐도 태형은 실실거렸다. 태형은 아무것도 모르는척 내 몸에 엉겨붙었다. 태형이 팔짱을 꼈다. 


"그럼 엄청 천천히 걸어야지."

"춥단 마랴."

"헤어지기 시러."


내가 춥다고 틱틱거리자, 태형이 끙차 하며 검은색 후드티를 벗었다. 태형의 앞머리가 삐죽 솟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태형의 앞머리를 정리해줬다. 태형이 웃으면서 옷을 입혀줬다. 너 입어, 춥자나. 태형이 괜찮다며 웃었다. 태형은 덜덜 떨며 내 손을 꼭 잡았다. 태형은 내 손을 놓으면 내가 길이라도 잃을거 같은지 손도 아주 꽉 잡는다. 태형이 내 머리에 후드모자를 씌워주고 리본도 묶어줬다.


"귀엽다. 지민이."

"......넌 안추어?"


10월의 가을은 밤이 되면 춥다. 입이 얼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자, 태형이 내 볼을 쭉 잡아당겼다.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

"............"

"남자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선 기꺼이 옷을 벗어줄 수 있는거래."

".............."


지는 덜덜 떨면서 남자다운척 하는게, 꽤 귀여워서 픽픽 웃었다. 태형은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왜 웃냐고 입술을 내밀었다. 


".........."


나는 뒤꿈치를 들어, 태형의 볼에 뽀뽀를 했다.


내가 하고도 놀라서 시발, 욕을 했다. 아, 시발. 요새 왜 이래. 정말  울것 같았다. 태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태형은 골목길에서 환하게 웃으며 날 껴안았다. 넌 안추어? 태형은 안춥다고 했다. 태형이 내 후드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 개자식아, 이거 안 빼? 태형은 못들은척 웃었다. 


".............."


태형은 두 눈을 꼭 감고 몇분간 키득거리며 날 끌어안았다. 난 복잡한 심경으로 태형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씨발. 진짜 왜 이래. 나 요새. 정국의 말이 흩어졌다.


왜, 섹스했냐?


씨발놈. 아오, 씨발새끼. 난 집에 가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허공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아, 씨발. 지민아. 진짜 정신차리자."


난 이불을 뒤집어 쓰고 혼자 속닥거렸다. 핸드폰은 계속 울렸다. 태형에게선 계속 카톡이 왔다.


[지민아 벌써 자?]

[지민아 벌써 보고시퍼]

[보고시퍼서 울것같아 ㅠ-ㅠ]


딱 태형다운 카톡이었다. 입꼬리가 올라갈것같아서 바로 정색했다. 진짜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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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존나 둘이서 붙어먹는 귀여운 청게... 내가 이런걸 쓸줄몰랐지 적응안가네.. 항상 댓글 감사드리구 금방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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