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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지의 수상한 집은 가장 앞쪽에 있는 앞 채가 일반적인 크기의 2개를 붙여 놓은 정도로 옆으로 길었다. 그래서 뒤쪽의 시선을 가리어 그 규모를 짐작하지 못하게 하였다. 사내를 따라가니 뒤로 작은 전각이 많이 지어져 있었다. 일반적인 거주지라기보다는 향교와 비슷한 배치로 보였다.

 

 

"집이 꽤 크군요... 집이라기보다는 학당 같습니다"


 

운영은 의아함을 숨기지 않고 물으며 남자에게 떠보았지만 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마침 주인께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영화당에 계시는 바람에 걸음을 좀 하셔야 합니다. 저쪽에 보이는 저 건물이니 거의 다 왔습니다."



발이 가벼운 그는 룡의 말을 오래 걷어왔다는 것으로 해석하였는지 말을 마치더니 걷는 속도를 올렸다.룡은 평소에도 그다지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 자신으로서는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의도와 다르게 거의 뛰다시피 쫓아가야 했다. 스쳐가는 건물들을 보니 안채가 깊숙하여 마치 미호의 주점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익숙한 느낌이 뭐더라.. 그렇다 무언가를 은밀히 해야 하는 것을 염두에 둔 그런 배치였다.'

 



영화당이라 불리는 곳은 당이라고 하기엔 창고와 같이 보였다. 작은 창문이 달린 방이 앞쪽에 마루에 비해 기형적으로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당을 들어서는 입구에서 감청색의 옷을 입은 운영의 등이 보였다. 그는 누군가와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듯하였다. 영화당은 경사가 있는 곳에 단까지 높여지어 룡이 있는 곳에서는 그 상대가 보이지 않았다.

 


 

운영은 룡의 집에 전갈을 보내 놓긴 했지만 그가 나타날 것이라고는 일말의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오직 답답했으면 자기도 이런가 싶었다. 그것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전쟁이야 그렇다 쳐도 지금의 왕이 보위에 오른 지도 10년에 가까워져 정국도 세상도 태평을 찾아가는 참이었다. 운영은 이제 한동안은 할 일이 없겠구나 싶었는데 사람의 삶이란 참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구나 한 사람의 욕을 채워주면 또 다른 이가 나타나 일을 꾸미다니. 하아...'

 



선적 늙은이가 던질 말이나 현재 들어온 정보를 종합해 볼 때. 분명 영의정은 왕을 바꾸려는 마음을 먹은 게 분명하였다. 그 절차가 평화롭지 않을 거라는 건 뻔한지라 운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 낮은 책상을 앞에 두고 오른손으로 고개를 괸 채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으로 사람 모양의 그림자가 져 고개를 들었다.


 


"아랏?!"

 



눈외에는 온통 검은색으로 둘러싼 사람이 공기 중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앞에 서있었다. 이 존재가 얼마나 기척이 없었는지 이 나라에서 꽤나 상급이라고 인정받는 살수들이 지키고 있는 전각임에도 그를 향한 경계가 운영이 방응을 보인 다음에서야 시작되었다.

 

 

잠시 후 운영은 앞에 선 이가 자신을 헤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께 닳고는 왼손을 위로 올려 주변의 경계를 물렸다. 그가 운영에게 손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었다면 이미 손이 나가고도 남았을 시간이 지난 후였다.

 


 

"뉘신데 연락도 없이 오셨는지?"

 


 

"....혼사를 거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이지만 운영의 손짓에도 경계를 풀지 않았던 이들은 미지의 수상한 인물의 입에서 혼사란 말이 나오자 제각기 반응을 하였다. 심지어 과묵함이 미덕인 그들에게서 희미하게 허참, 얼씨구 이런 감탄사가 들려왔다.

 

 

그들의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은 내려갔지만 주목하는 귀와 눈을 오히려 늘어나는 통에 운영은 관객에 둘러싸인 예인이 된 것 같았다.

 


 

'아 좀.. 신경 끄라고'

 


 

찾아온 손님을 앉아서 맞이하는 게 예의는 아니지만 지금 거절해 두지 않으면 상대도 단념하지 않을 성싶어 운영은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신체에서 내 보인 곳은 눈뿐이었지만 그렇기에 양안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 있어 눈빛으로 만으로 운영을 여러 번 칼로 찌르고도 남은 듯 형형하였다.

 

 

"그대는 누구신지?"

 

 

운영은 그를 보자마자 생각나는 이가 있어 속으로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호리호리한 체형의 검은색 옷을 입고 양 허리에는 장검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길이의 칼을 걸고 있었다. 이쪽 세계에서 검은색 옷을 착용하는 것은 꽤 일반적이지만 저 이상한 길이의 칼을 패용하는 이는 꽤 유명 인사였다.

 


 

'저 이상한 길이의 중도라면 단이라는 특급 살수가 아닌가?'

 


 살수에게 본명이 의미가 있겠느먀는 단이라 불리는 이가 있었다. 그를 보고 살아남은 자는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완벽한 살행이 어디 있겠는가. 그가 짧은? 칼을 가지고 다녀서라는 이도 있고, 그를 본 사람은 반드시 수명이 단명한다는 으스스한 해석도 있었다.

 

영의정쪽에서 이정도 급의 인물을 보내온걸 보니 혼사를 거절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슥삭할거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운영은 생각하였다. 그러나 자신도 어디가서 그리 빠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저는 소위 사람들이 단이라고 부르니 그렇게 통성명을 하는게 알기 쉬울겁니다."

 

 

그가 자신을 밝히자 옹기종기 모여들어 운영과 방문객을 구경하던 이들이 갑자기 경계심을 최고치로 끌어올리어 분위기는 삽시간에 흉흉해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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