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환청이나 착각이 정말로 아니었다. 진우가 황급히 컴퓨터 화면 앞으로 돌아오자, 정말로 100만 원을 쐈다는 알림이 떡하니 알림창에 떠 있었다. 그것도 다섯 번 연속으로.

 

[?]

[?]

[뭐임?]

[오백?]

[와 잭팟]

[진짜?]

 

채팅창에도 갑자기 들어온 거액의 후원에 놀란 사람들의 채팅이 쇄도했다. 물론 놀란 건 진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원 금액이 5천 원이라면 그냥 평소대로다. 5만 원이라면 저분이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구나 하고 기쁨의 춤을 출 수도 있다. 50만 원이라면 진짜 큰맘 먹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화면 앞에서 절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백만 원이라니. 그건 한 사람이 한순간에 후원할 수 있는 규모의 돈이 절대로 아니다. 고맙기 이전에 떨떠름하고 당황스러운 액수란 말이다.

 

“저기, 이, 이게 뭐예요? 이거 후원하신 분? 진심이에요?”

 

당황한 진우는 채팅창에서 후원자를 찾아 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상대는 돈만 쏘고 곧바로 채팅창에서 나가 버렸는지, 아이디 검색 기능을 돌려 봐도 현재 시청자 중에 없는 닉네임이라고만 나왔기 때문이다. 이게 뭐냐고, 이렇게 큰 돈을 갑자기 줘도 되는 거냐고, 추궁을 하고 싶어도 당사자가 채팅창에 없으면 뭐 방법이 없다.

 

[찐?]

[술마시고 후원한 거 아님?]

[엄빠 카드로 한 걸지도]

 

 채팅창에 떠다니는 불길한 가정에 진우는 사색이 되고 말았다. 왜 얼마 전에도 그런 뉴스가 있지 않았던가, 초등학생이 부모님 카드를 몰래 빌려서 좋아하는 인터넷 방송인에게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후원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아니, 꼭 어린애의 후원이 아니라도 만취한 사람이 술기운에 후원했다가 다음 날 기억에도 없는 결제액에 기겁하는 경우도 은근히 많다.


 물론 그런 건 환불 안 된다고 잡아떼도 크게 욕 먹지는 않지만 말이다. 방송인 입장에서야 상대가 남의 돈으로 후원했는지, 술 취해서 후원했는지 따져 가면서 후원을 받을 의무는 없다. 하지만 잘못하다가 그런 진상에게 휘말리기라도 하면 스트레스는 꽤 많이 받는다.

 

 저 후원을 보낸 사람도 나중에 환불해 달라고 덤비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자 진우는 급격히 불안해졌다. 일단은 쪽지로 ‘저기 혹시 후원 잘못 보내신 거 아니지요? 잘못 후원한 거라고 해도 환불은 안 됩니다.’ 같은 식으로 보내 놓았다.

 

 

“이 사람 말투가 꽤 정중한 게 취한 거 같지도 않은데... 아니지, 술에 취해도 말투가 멀쩡한 사람 많아요. 이것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워.”

[그럼 어쩔 거임?]

“어쩌긴 뭘 어째요, 지금 당장 제가 환불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은 받아 둬야죠. 진짜 선의로 보내 주신 걸지도 모르잖아. 만약 그런 거라면 진짜…. 정말로 감사하다는 말밖에 안 나오고요. 고맙습니다.”

 

진우는 당사자가 보고 있지도 않을 채팅창에 일단 고개를 꾸벅하며 인사를 했다. 지금이야 당사자가 못 보더라도 나중에 다시보기 기능을 이용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노릇이니, 감사 인사를 해 둬서 나쁠 건 없다.

 

저 사람이 진짜 맨정신으로, 자기 행위에 책임질 수 있는 상태에서 후원해 준 거라면 그만큼 고마운 일도 없다. 진우를 그만큼 응원하고, 진우가 어려운 처지에 처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이 아니던가. 그 마음이 진심이라면 진우 또한 내심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화이팅님께서 5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 오백만원좌는 아니지만 나도 오만 원은 있음]

[초절정탄산수님께서 5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 모금타임임? 나도 불우이웃돕기 해야지]

“화이팅님 무러 5만 원! 5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오백만원좌는 또 뭐예요. 그리고 초절정탄산수님…. 누가 불우이웃이야, 누가. 아무튼 5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게다가, 오백만원좌(?)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다른 사람들 또한 줄지어서 후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건 확실히 좋은 일이었다. 한 사람이 거금의 후원을 하는 것도 좋지만, 채팅창 내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후원을 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어, 너무 무리해서 후원해주시고 그럴 것까지는 없어요! 빚도 지금 당장 막 갚아야 하는 게 아니라서 부담이 엄청난 수준까지는 아니니까…. 아무튼 밥 다 먹었으니까 게임이나 좀 할게요, 게임. 얼마 전에 어느 시청자분께서 선물해 주신 게임이 하나 있는데….”

[또 똥겜임?]

[똥겜타임]

[아 벌써 냄새나 밥먹을라 그랬는데]

[달달하다 반찬 필요없다 똥겜방송에다 밥 싹싹 비벼 먹어야지]

“선물해 주신 분 무안하게 무슨 똥겜이야, 똥겜은! 야, 이번엔 똥겜 아닐 수도 있거든? 게임 평가가 좀 복합적이라고 나와 있긴 하지만….”

[스캇겜님께서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 제가 선물한 건데 안 무안함 똥겜 맞음]

“님은 씨발 뭐가 문제예요? 분명 방송하면서 틈틈이 이상성욕자 밴 때린 거 같은데 왜 자꾸 생겨나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우는 크게 기분 나쁜 기색 없이 히죽거리며 게임을 켰다. 시청자들에게 선물받거나 본인이 찾아낸 이상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진우에게는 방송의 주 컨텐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소위 ‘피지컬’이 필요한 게임들은 타고난 동체실력과 순발력 덕분에 금방 익숙해져 버려서 솔직히 재미가 없었다. 물론 그런 걸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있긴 하지만, 그들 또한 진우가 센트릴이란 걸 알고 나면 ‘센트릴이 이런 게임 하는 건 치트 쓰는 거나 다름없다’ ‘TAS(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서 게임의 기록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일)랑 뭐가 다르냐’라며 김이 샌다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오히려 진우가 이상한 게임, 그러니까 너무 못 만들어져서 오히려 조작과 예측이 힘든 게임을 플레이하며 괴로워하는 순간이었다. 엉망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중간중간에 버그가 난입하거나 컨트롤의 일관성이 없다시피 해서 피지컬로는 커버가 안 되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마수도 가뿐하게 물리치는 센트릴이 고작 컴퓨터 속 도트 덩어리 때문에 진심으로 빡치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사람들은 종종 진우에게 이상한 게임을 추천하거나 선물해 주곤 했다. 진우 또한 그들이 선물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화를 내거나, 아니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실실 웃으며 개그 요소를 찾아내곤 했다.

 

“자, 그럼 오늘도 시청자 분께서 선물해 주신 게임을 해 보겠습니다. 오늘 할 게임은 다름 아닌 [dark ass]인데, 대충 뭘 따라 한 게임인진 알겠지만 어째 좀 더러운 내용일 것 같기도 하고…?”

 

진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새로운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게임을 하며 시청자들과 잡담을 나누는 동안에는 우울하고 찝찝한 일 따위 전부 잊어버릴 수 있었다. 마수 사냥을 하다가 친 대형 사고도, 그로 인해 진 빚도, 갑작스럽게 들어온 거액의 후원금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진우는 은근슬쩍 채팅방에 다시 등장한 ‘Anonymous_A’, 즉 익명 A라는 아이디의 존재를 눈치채지조차 못했다. 그 아이디는 더 이상 후원을 하지도, 채팅을 치지도 않은 채 그저 방송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

 

 

같은 시간, 진우의 집과는 한참 떨어진 어느 고층 빌딩 최상층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널찍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책상 앞에 앉은 사내는 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하게 빗어 넘기고, 셔츠 단추 또한 꼼꼼하게 잠근 모습은 단정해 보였으나 그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피로가 어려 있었다.

 

멀리서 보면 늦은 시간까지 정력적으로 일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표정의 심각함은 중요한 계약 건을 고민하기라도 하는 듯 진지했으며, 반질거리는 책상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툭툭 두드리는 모습은 일각을 다투는 일을 고민하는 듯 초조해 보였다.

 

그러나 조금 가까이 다가가 사내의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본다면, 대체 저 사내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고심하는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노트북 화면에는 그저 한 청년이 게임을 하며 화를 내거나 소리를 버럭버럭 띄우는 장면이 띄워져 있었을 뿐이니 말이다. 그건 아무리 진지하게 봐 주어도 유쾌하거나 어이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뿐, 심각하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사내가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았더라면 청년이 버그 때문에 특정 장소에 끼어서 짜증을 내는 소리가 사무실 바깥까지 흘러나갔을지도 모른다. ‘아니, 대체 이게 몇 번을 끼는 거냐고! 부숴! 그냥 벽 부수라니까! 주먹 한 방이면 부술 수 있잖아, 저 정도 두께의 벽은!’ 보통 사람에게는 현실성이 없지만 S급 센트릴에게는 지극히 당연할 사고 방식에 채팅창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얼굴에는 조금도 웃음기가 없었다. 얼마나 그 표정이 진지했냐면, 살짝 열린 사무실 문 너머에서 들어와 책상 옆까지 다가온 비서가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조심스럽게 질문할 정도였다.

 

“죄송합니다만, 대표님. 그…. 설마 도청 중이십니까?”

“불법적인 일은 아닙니다만. 본인이 설비를 갖춰 직접 송출하는 개인 방송을 감상하는 일을 도청이라고 하지는 않지요.”

“예? 아, 낮의 그분이시군요. 인터넷 방송인이라던….”

 

비서의 손에는 지금 화면에 나와 있는 방송인의 신상정보가 적힌 문서가 들려 있었다. 완전히 합법 그 자체인 노트북 화면과는 달리 문서의 내용을 얻는 과정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을 것이다.

 

사내는 심드렁하게 방송 화면을 끄고는 비서가 가져온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문서에는 한 사람의 기본적인 신상 명세부터 시작해서 가족 관계나 행적 등의 내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서진우, 20세. 인터넷 방송인. 4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발현한 신체강화계 S급 센트릴. 염력도 갖추고 있긴 하지만 D급 이하의 미약한 수준이다.

 

부친은 어린 자식의 약값을 감당하지 못하여 진작 야반도주했고, 모친은 빚에 허덕이며 자식을 키우다 중학교 3학년 때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방송을 시작한 건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 17세부터. 고등학교 진학 따위는 사치니 일단 일자리부터 알아본답시고 온갖 마수 처리업에 고개를 들이밀다가, 대부분의 S급 센트릴들이 그렇듯 고작 그것만으로는 목숨을 이어나가거나 빚을 갚지 못한다는 사실을 몇 개월 만에 깨달은 모양이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보통 저 나이대의 S급 센트릴들은 대부분 두 가지의 선택지를 마주한다. 첫째는 군인이나 용병 같은 합법적이고 위험한 직업, 둘째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더럽고 불법적인 직업. 그런데 이 센트릴은 아예 제3의 길을 선택했다. 무모한 건지 멍청한 건지 알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행히도 방송은 꽤 잘 되어서 수익이 제법 나오는 모양이지만, 아무리 방송으로 돈을 번대도 센트릴의 목숨 빚을 다 갚을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추가적인 빚이 쌓이는 것만 가까스로 모면할 뿐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복용했던 약으로 쌓인 빚은 조금도 탕감하지를 못한 듯했다.

 

그리하여 이 센트릴이 스무 살의 나이에 짊어진 빚은…. 그 금액을 흘끔 확인한 사내는 문서를 덮고 노트북을 챙기기 시작했다. 비서는 조금 착잡한 시선으로 사내의 눈치를 살폈다.

 

“그, 아무래도 변제 능력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만. 진심으로 이 센트릴에게서 차 값을 전부 받아내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피해를 본 금액만큼 돌려받겠다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기간을 정해 놓지도 않았고, 사채업자처럼 집에 빨간 딱지를 붙이거나 독촉을 할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그냥 고아도 아니고 S급 센트릴 아닙니까? 빚 못 갚는다고 뻗대기엔 너무 잘난 인종이지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정 못 갚겠다면 개인적인 일을 시킬 예정입니다. 나도 미각인 가이드이니만큼 센트릴 필요할 일이 종종 있을 테고, 그럴 때 빚을 일정량 탕감해 주는 조건으로 일을 시키면 그쪽도 좋고 나도 좋겠죠.”

 

계약서에 적어 놓은 특약은 일단 그걸 위한 거였다. 센트릴과 각인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미각인 가이드의 삶은 언제나 여러 위험과 번거로움이 따른다. 그 위험에 대응하는 데 가장 좋은 수단은 역시 센트릴이고, 방송 같은 알량한 수단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데다가 빚까지 진 어린 센트릴은 다루기가 꽤나 쉬운 편이다.

 

물론 상대가 힘으로 따지자면 인류 최강이라는 사실은 꽤 위험 부담이 될지도 모르지만, 현대 사회에서 오직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저 센트릴은 자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용병계나 뒷세계에 뛰어드는 대신 방송으로 돈을 벌기를 선택한 별종 아닌가? 그런 주제에 이제 와서 힘으로 뭘 해결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빚을 다 갚을 수 있단 희망만 주면 적당히 협조하려 들겠지.

 

“제가 시키기 전까지는 특별히 압박 주지 말고, 그냥 어디로 도망치지는 않나 감시만 착실히 해 주세요. 방송으로 얼굴이 팔린 만큼 감시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슬슬 퇴근해야겠군요. 늦은 시간까지 고생시켜서 미안합니다. 새 차 준비해서 대기시켜 주세요.”

 

사내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집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서류 가방에 노트북과 방금 받은 문서, 그리고 귀가해서 작업할 여러 서류들을 집어넣은 사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스무 살이란 말이지, 그 면상으로….”

 

어려도 너무 어리잖아. 착잡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사내는 잠시 후 핸드폰을 켰다. 평소에는 전화나 메일 목적이 아니면 거의 쓰지도 않는 스마트폰에는 낯선 방송 관련 앱이 깔려 있었다. 온라인 결제를 직접 하는 건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제 방법은 이제 알겠다. 다섯 번이나 해 보았으니 익숙해질 법도 했다.

 

카드 결제로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는 한도는 고작 100만 원. 명색이 ‘후원’이라면서 이렇게 하찮은 금액이라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개인 방송에서의 후원은 사내가 아는 후원과 꽤 다른 개념인 모양이지만, 하여튼 그리 편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좀스러웠다.

 

다섯 번의 결제로 또 다시 500만 캐시를 충전한 사내는, 익숙한 방송에 찾아 들어가 다시 후원을 보냈다. 이번에는 100만 캐시씩 다섯 번씩 나눠 보내는 대신 한꺼번에 보냈다.

 

[익명A님께서 후원하셨습니다. - 게임 재미있게 하시는 것 같아 보기 좋네요! 좋은 밤 되세요.]

 

방송 화면에 자신의 후원 문구가 떠오른 걸 확인한 사내는 앱을 끄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반응 따위는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고맙다는 말 따위를 듣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돈을 주는 사람에게라면 아무에게나 꺼낼 싸구려 인사일 거다. 게다가 빚을 갚으라고 윽박질러 놓고는 익명으로 돈을 뿌리고 고맙다는 인사말을 기대하다니, 그것도 그것대로 꼴이 우스운 일이었다.


 사내는 그대로 집무실을 나섰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한 문제를 고민하듯 심각해 보였지만, 적어도 후원을 보내기 전보다는 조금 더 개운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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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타지어랑 현대물 언어랑 호환이 안 돼요.

 현대물 넘나 어려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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