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그룹의 그녀, 시라사기 치사토 짱은 유명한 배우이자 동경하는 연예인, 그리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이기도 했요!


그리고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첫사랑이자 짝사랑 상대랍니다! 에헤헤...


밴드 미팅 때에 처음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어요! TV에서 보던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예쁜거 있죠? 저와 같은 나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여서, 뭘 먹고 자랐는지 궁금할 정도였어요!


처음 봤을 때 부터 그런 그녀와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꾸준히 노력하면서 그녀한테 다가가려고 애쓴 결과 이제는 어느정도 거리를 좁히고 치사토 짱, 하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녀는 그 이상은 해주지 않았어요. 서로 친하게 이름으로 부르고, 주말에 사적으로 만나서 같이 돌아다녀주거나, 집으로 초대하는 둥 전보다는 부쩍 가까워진 것을 느꼈습니다만, 그 이상의 관계는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답니다. 카스미 짱이랑 아리사 짱 처럼 친밀한 스킨십도, 이브 짱과 마야 짱 처럼 집데이트를 하는 것도 없는데다가 절대로 치사토 짱의 방 안으로 절 들여놓지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그렇지만 그건 욕심이라는 듯 그녀는 저와 정말로 철처하게 선을 그었어요. 마치 이대로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진다면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듯, 제가 조금이라도 달라붙으면 냉정하게 선을 긋곤 했지요. 우으..그럴 때 마다 비맞은 강아지처럼 시무룩 해진 채 그녀의 팔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면, 치사토 짱은 제 표정을 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한숨만을 내쉬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위로해주었답니다.


어쩐지 그녀의 호의를 이용하는 것 같아서 조금 기분이 그렇지만, 유일하게 이 시간만이 그녀한테 찰싹 달라붙어있어도 뭐라 한 소리 듣지 않고, 쓰다듬마저 받을 수 있는 때였기에 그녀의 집에 놀러갈 때면 언제나 풀죽은 척을 하면서 어깨에 머리를 기대곤 했어요. 그녀도 어느정도 제가 일부러 한다는걸 눈치챈 것 같았지만 착한 치사토 짱은 딱히 뭐라고 하지 않고 제 어리광을 모두 받아주었답니다.


그 날도 그런 날이였어요.


평소처럼 치사토 짱의 집에 놀러갔을 때의 일, 둘이 같이 실컷 수다를 떨고, 그녀가 잠깐 홍차를 내오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이었어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있어서 그런가? 조금 피로감을 느끼면서 기지개를 펴니까 어느새인가 제 옆에 치사토 짱이 기르는 강아지-레온 짱이 와서 뺨을 비비기 시작했답니다.


"아, 레온 짱."


"왕!"


집에 너무 자주 와서 그런걸까요? 제 냄새를 기억한듯 이름을 부르자 레온 짱이 반갑게 대답해주었어요. 아우, 귀엽기도 하지...레온 짱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꼬옥 껴안아주자 레온 짱이 혀로 제 뺨을 핥아주었답니다. 아하하, 레온 짱은 솔직하기도 하지요!


"부럽다아..."


치사토 짱이 오기 전의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활동량이 활발한 레온 짱에 맞춰서 그런걸까요? 조금 논 것 만으로도 지쳐서 그녀의 배에 얼굴을 파묻었어요. 보드라운 털이 마치 푹신푹신한 배게같았지요. 저도 모르게 꿈뻑 졸아버릴 것 같은 편안함이었답니다.


무겁지는 않은걸까요? 살며시 눈치를 보았지만 제 무게는 끄떡없다는 듯, 레온 짱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답니다. 그걸 보면서 살며시 손을 뻗었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요.


"레온 짱은 부럽다, 치사토 짱이랑 실컷 스킨십 하고, 매일 꽁냥거릴거 아니야. 나도 한 번 쯤 치사토 짱의 방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차라리 하루라도 좋으니까 레온 짱이 되고싶은데, 그런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하면서 결국 저도 모르게 쏟아져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답니다.


감기 직전, 어째서인지 머리속에서 왕! 하고 자그만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


"...짱."


조심스럽게 절 부르는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답니다. 그러고보니 치사토 짱의 집에 왔었지요, 깜빡 존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그대로 눈을 뜨자 몇 번이고 와서 익숙한 그녀의 방에 시야에 들어왔어요.


"아야 짱."


"왕!"


으응, 일어났어...눈을 비비적거리면서 곧장 대답해주었지만 대답대신 이상하게 강아지 짖는 소리가 난게 아니겠어요? 당황한 제가 주변을 한바탕 둘러본 다음,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어요.


"왕! 왕!"


"어머, 레온도 깬거니? 조금만 기다리렴, 아야 짱이 레온을 밴 채 잠들었거든."

레온? 난 아야인데? 당황한것도 잠시, 이윽고 등이 가벼워진걸 느꼈답니다. 제가 고개를 돌리자 세상에, 거기에는 치사토 짱의 품에 안겨있는 제가 있는게 아니겠어요?


"아야 짱도 참, 많이 피곤했던걸까?"


"왕! 왕왕! 왕!!"


당연히 당황한 제가 놀라서 몇 번이고 외쳤지만 그 때 마다 강아지 소리밖에 나지 않았어요. 그러자 그녀가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니 이따가 놀아준다고, 우선 저를 방에다가 옮겨놓는다고 하는게 아니겠어요? 무슨 말인지 잠시동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옆을 쳐다본 전신거울을 보자 그제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답니다.


거울에 비친건, 제가 방금 전 까지 밴 채 자고있던 레온이였어요.


앞발을 들어올리자 거울 속의 레온이 앞발을 들어올렸어요.


꼬리를 흔들자, 거울 속의 레온 역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답니다.


나 설마 레온이 된거야...?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혓바닥을 살며시 내밀었답니다. 개의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가득 차 있는게 느껴졌어요. 자기 전에 제가 레온 짱이었으면 치사토 짱한테 스킨십을 받을 수 있어서 부럽다고, 하루만이라도 레온 짱이 됬으면 좋겠다고 빌긴 했는데 설마 진짜로 일어날 줄이야!


"레온?"


제가 거울만 쳐다보면서 가만히 서있어서 그런걸까요? 치사토 짱이 조심스럽게 저를 불렀어요. 그제서야 현실로 되돌아온 제가 왕! 하고 울부짖으면서 그녀의 뒤를 쫄랑쫄랑 따라갔답니다.


레온이 된거야 당황스럽긴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합법적으로 그녀의 방을 볼 수도 있는데다가 치사토 짱이 절 방으로 데려간다고 자연스럽게 껴안은 상태, 어차피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도 모르는데 잠시만 즐겨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거에요!


"장하네 레온."


처음으로 네 발로 걷는거였지만 레온 짱의 몸이여서 그런걸까요? 몸이 기억해서인지 걷는데는 그다지 지장이 없었답니다. 처음으로 보는 치사토 짱의 방, 설렘에 가득차서 꼬리를 계속해서 흔들고 있자니 치사토 짱이 제 머리를 쓰다듬으주면서 칭찬을 해주었어요.


갑작스러운 쓰다듬에 기분이 좋아진 제가 왕왕거리면서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자, 후후 웃더니 품에 안겨있는 저를 꼬옥 껴안아주었답니다. 안아줬어! 치사토 짱이 날 안아줬어! 그 광경에 제가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던 차였어요.


"홍차에 수면제를 탈려고 했는데, 레온이 재워줘서 손을 좀 덜었네."


그리고 다음 순간 들린 말에, 꼬리를 흔드는걸 멈췄답니다.


"와...왕?"


당황한게 목소리로도 티가 났는지, 짖는 소리가 자그만해지는게 느껴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곧장 방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다음 순간 보인 광경에, 말문이 막히는게 느껴졌답니다.


방 안에 놓인건 온통 제 사진, 사진, 사진...방 어디를 둘러봐도 제 사진만이 가득했어요. 정상적으로 찍은 사진부터 누가봐도 도촬로 찍은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진까지,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황하는 저를 뒤로 한 채, 치사토 짱이 저를-잠들어있는 제 몸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더니, 그대로 수갑을 꺼내들었답니다.


"아아, 내 천사. 아야 짱...처음 봤을 때 부터 쭈욱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낮고,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목에 수갑을 채운 그녀가 혀로 입술을 살며시 핥더니 그대로 제 뺨에 입을 맞췄답니다.


"이제는 어디로 못가. 쭈욱, 쭈욱 함께야 아야 짱. 후후, 우후후후...레온도, 아야 짱이 집에 쭈욱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지?"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가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면서 꼬리를 추욱 내리고 있자 절 쳐다보면서 곧장 질문해왔답니다. 와, 왕. 더듬으면서 대답하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면서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어서-


갑작스럽게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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