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sm, 체벌, 스팽킹 등의 요소가 포함된 소설입니다.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4. 


11월 17일.

일찌감치 조숙했던 이성빈은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 아니었다. 연습생 생활을 하며 숙소에서 지내게 되자 그 덤덤함은 더욱 커져 이성빈에게 생일이란 아침 일찍 연습실로 출근해 가장 늦게 숙소로 돌아가는 보통의 하루와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성빈은 열일곱 생일날 재원에게 불려가 월말평가를 받고, 눈물 쏙 빠지게 혼나고도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당황한 것은 재원이었다.

'성빈이 어제 생일이었다는데, 적당히 하지 그랬냐. 오늘 레슨에서도 계속 절뚝이더라.'

사옥에서 우연히 만난 안무 트레이너의 말을 듣고 강재원은 답지 않게 후회를 했다.

이 미련한 게 진짜.


스케줄로 가득 차 도저히 짬을 낼 수가 없어 재원은 어쩔 수 없이 새벽에 성빈을 불러냈다. 분명 한 시에 온다고 했는데 도대체 언제부터 나와서 기다린 건지 둥근 볼이 빨갰다. 의도치 않게 화난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언제부터 나와 있던 거야.”

“얼마 안 됐어요. 진짜예요.”

“잠깐 타. 몸만 조금 녹이자.”


겨울로 넘어가는 밤공기가 차가운데 이성빈은 얇은 긴팔티 차림이었다. 재원이 성빈을 차에 태웠다. 차 안은 바깥보다 공기가 훨씬 훈훈했다. 재원이 저를 부른 이유를 알지 못한 성빈이 앞 좌석에 타고도 계속 눈치를 봤다. 이런 식의 부름은 처음이었다.


“혼내려고 부른 건 아니고.”

“…….”

“...어제 생일이었다며.”

“아, 네...”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미리 알았으면 그 날 맛있는 거라도 사 먹이는 건데. 당분간은 시간이 전혀 안 나네.”

“바쁘실 텐데…….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날 해주신 말씀이 많이 도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생일에 맞아 놓고. 예쁘게도 말하네.”

“진심입니다.”

“이건 선물.”


재원이 뒷좌석으로 손을 뻗어 봉투를 하나 집어 들었다. 봉투 안 흰색 박스에 적힌 글자는 맥북 프로였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성빈의 눈이 동그래졌다.


“선배님, 이건 너무 비싸서…….”

“지금 내가 돈 없을까봐 걱정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요.”

“필요 없으면 그냥 다른 사람 주든가 해. 내년 생일에는 같이 밥 먹자. 들어가봐.”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재원의 차가 떠나고도 성빈은 한참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보통의 날이 특별해진 순간이었다.

열여덟 생일에는 정말로 재원과 밥을 먹었다. 먹어본 소고기 중 가장 비싼 것이었다. 선물로는 한정판이라는 운동화를 받았다. 성빈은 신발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평소에 신기에는 디자인이 조금 화려하지 않나 생각하긴 했지만 재원이 준 것이라 열심히 신었다.

재원이 성빈의 생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다른 보통의 날과 다르지 않았던 생일은 의미를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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