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요즘 따라 야근이 잦은 아저씨가, 바로 전날 며칠 만에 정시퇴근을 하고 평소처럼 저를 데리러 카페에 왔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아저씨의 스케줄로 이렇다 할 데이트를 잘 하지 못해 신경이 쓰였던 걸까, 한강이라도 갈까 하고 묻던 아저씨의 질문에 제법 설레는 기분을 느끼며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으응...."

"일어나봐요, 아저씨."



항상 듬직한 모습만 보여줬었는데. 아닌 척 하면서도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아저씨에 속상했었는데. 제가 걱정할까 싶어 연신 괜찮다고 하는 말을 그냥 넘기면 안되는 거였는데. 늘 그렇듯 아저씨의 품에 안겨 단잠을 자던 와중에 끼친 열감에 저절로 번쩍 눈이 뜨이고서야 후회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협탁 위에 놓인 시계를 확인하니 8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이쯤 되면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 여태껏 제 옆에 누워있는 것도 이상한데, 제가 부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나른한 눈을 깜빡이며 입을 맞춰야하는데. 



"아... 몇시지, 지금."

"8시 다 돼가요."

"....늦었다."

"늦은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평화롭던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응급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우리 아저씨가 아프다. 




-




아저씨의 품에 안겨 애처럼 울고 나서는 제법 홀가분해졌다. 오만하게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았다고 자신했던 스스로의 과오를 받아들이고, '아, 나는 엄마가 보고 싶었구나. 그래서 슬펐구나.' 하고... 그냥 인정했다. 나락으로 빠질 새가 없이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는 아저씨의 위로로 얻어낸 나름의 결과물이었다. 항상 나만 바라보는 사슴 같은 제법 커다란 눈이라던가,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적이 없던 고백을 건네는 입술이라던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을 때 귀엽게 찡그려지는 콧망울이라던가. 뛰어난 외모를 십분 활용한 아저씨의 애정을 잘 받아먹으며 하루가 다르게 마음을 겹겹이 쌓으며 단단해져 가는 중이었다. 그랬는데.



"나, 회사...."

"열이 이렇게 나는데 무슨 회사에요. 딱 가만히 누워있어요."



이렇게 아파서 맥도 못추리는 아저씨라니. 제가 아팠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아저씨의 마음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을 건네면서 제 성질을 건드리고 노련하게 달래줘야하는데. 힘만 더럽게 세서는 나를 폭 껴안고 덩칫값도 못하는 대형견처럼 굴어야하는데.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밭은 숨을 내쉬는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잘 잠겨있던 수도꼭지가 저절로 개방될 것 같았다. 급한대로 물수건이라도 올려줘야겠다 싶어 수건을 적셔왔더니, 언제 일어난 건지 애매하게 침대에 기대 앉아 통화를 하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설마...



"좀 늦게 일어났어요. 아니요. 괜찮으니까 오세요. 네. 30분 뒤에-"

"여보세요."

"뭐 하는 거야..."



이 아저씨가 정말. 대화의 맥락이 민준이 형과 통화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강력하게 심어주어, 맥없이 말을 내뱉고 있는 아저씨의 휴대폰을 가로챘다. 이 몸으로 무슨 회사를 가겠다고. 속상한 마음에 답지 않게 제 음성이 조금 높여져 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여보세요, 민준이 형. 저 시현인데요."

- 어, 시현아. 제하 어디 아파?

"아, 잠깐만요. 제가 지금 잘 안 들려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혹시나 제가 보청기를 끼러 간 사이 아저씨가 통화할세라, 소중한 보물마냥 아저씨의 휴대폰을 가슴에 껴안고 얼른 제 방으로 총총 달려가서 잽싸게 보청기를 장착했다. 이젠 제법 능숙해진 손길로 빠르게 보청기를 끼워 넣고 곧바로 귀에 휴대폰을 갖다붙인 채 아저씨의 방으로 향했다.



"형."

- 어, 말해.

"아저씨 오늘 회사 못 나갈 것 같아요. 열도 많이 나는 것 같고."

-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아니라고 잡아떼는 목소리부터 겔겔거리던데, 무슨.

"그러게요... 그러니까 오늘 안 오셔도 돼요."

- 흠, 알았어. 많이 심한 것 같으면 연락하고. 병원 데려가야 하니까.

"네, 알겠어요."



뭐 하는 거냐는 눈빛으로 힘없이 바라보는 아저씨에 잠깐 시선을 주었다가 낑낑대며 산만한 덩치를 바르게 눕혔다. 땀 때문에 척 달라붙은 머리칼을 넘겨주고 이마에 손을 얹기도 전에 훅 끼치는 열감에 절로 눈썹이 내려앉았다. 속상해... 그런 제 표정을 읽은 듯 애써 미소를 지은 아저씨가 제 볼을 감싸 쥐더니 엄지손가락으로 눈가를 살살 어루만졌다. 익숙한 손길에 눈꺼풀이 느릿하게 감았다가 뜨였다. 아저씨 손은 언제나 따뜻했는데. 뜨거웠다, 그것도 엄청. 



"안 되겠어.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겠어요. 민준이 형한테-"

"이런 걸로 무슨 병원이야. 됐어."

"그래도, 으앗-"



힘없다는 거 취소. 그대로 제 허리를 낚아채 훅 잡아당긴 아저씨가 저를 꼭 껴안고는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제 품을 파고드는 아저씨의 숨결이 간질거렸다. 천천히 손을 올려 아저씨가 항상 제게 해주듯 등허리께를 조심조심 토닥거렸다. 제 손길에 피식 웃은 아저씨가 나름의 어리광을 부리듯 제 품을 파고들었다. 밭은 숨을 내쉬는 숨결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웃음이 나와요, 지금?"

"너 안고 있으니까 살겠는걸 어떡해."

"....아픈 거 맞네."



서툰 손길로 토닥이던 손을 올려 아저씨의 새까만 머리칼을 살살 매만졌다. 잠이 오는지 점점 느릿해지는 말투에 짧게나마 꼬박꼬박 대답해주면서 간지러울 만큼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이대로 잠에 들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에 들었는지 고르게 내쉬는 숨소리가 목을 간지럽혔다. 지나칠 만큼 조심스럽게 고개를 살짝 빼서 살펴본 아저씨의 얼굴은, 열감이 있어 조금 불긋했지만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한참을 바라보다 열이 올라 바짝 마른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미동도 없이 감은 눈을 따라 그림자가 진 속눈썹도 괜히 잘생겨 보여 멍하니 쳐다보다, 이럴 때가 아니지 싶어 조심스레 침실을 나섰다. 아픈 연인을 위해 소매를 벗어부치는 모양새가 비장하기 짝이 없었다.




-




"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봬요. 네."



수능준비를 하듯, 엄중한 분위기를 잡고 꼼꼼하게 메모를 하며 아주머니와의 통화를 마쳤다. 아픈 사람한텐 죽이지. 죽을 끓여본 경험이 없어 대충 끓이려다 도움을 청하는 게 낫겠다싶어 아주머니께 전화를 했다. 오늘 하루 정돈 제가 챙겨주고 싶어 내일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출근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토시 하나 빠짐없이 메모한 덕에 빼곡히 채워진 포스트잇을 냉장고에 턱 붙이고 본격적인 요리에 돌입했다. 그냥 흰죽을 먹이려니 너무 밍밍할 것 같아 집에 있는 야채를 활용해서 야채죽을 만들 요량이었다. 아저씨는 나와는 달리 편식하지 않으니까 상관없겠지? 야채 칸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야채들을 꺼내서 꼼꼼하게 씻고 손놀림에 속도를 붙였다. 비상약이 어디있는지 몰라 얼른 만들어놓고 약국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야채죽은 손쉽게 완성할 수 있었다. 아저씨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간을 봤을 때의 결과로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매고 있던 앞치마를 휙 벗어 원래 있던 자리에 두고 바쁘게 제 방으로 총총 뛰어가려던 찰나였다. 호주머니에 쑤셔 넣고 있던 휴대폰이 웅웅대며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이, 바쁜데. 누구인가 싶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가 발신인을 확인하고 얼른 반가운 표정을 장착했다. 민준이 형이었다.



"네, 형."

- 어, 시현아. 제하 좀 어때.

"지금 방에서 자고 있어요. 방금 죽 다 만들었는데, 약이 어디있는지 모르겠어서 약국가려던 참이에요."

- 그럴 거 없어. 문 좀 열어 봐.

"문이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얼른 달려가 인터폰을 확인했다. 검은색 비닐봉투를 얼굴 옆에 붙이고 흔들고 있는 민준이 형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어쩐 일이에요?"

"약 주려고. 제하 집에 비상약 같은 거 안 키우거든."

"아... 감사해요. 아, 잠시 들어오실래요?"



제 손에 비닐봉투를 쥐여준 민준이 형이 고개를 저어 보이며 몸을 물렸다.



"제하 저 녀석,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자기 구역 침범하는 거 안좋아해. 아마 이 집에 들어온 타인은 네가 처음일 걸? 타인이라는 말도 이제하가 들으면 한 소리하겠지만."

"아...."

"아무튼 수고해. 회사에 제하가 없어서 내가 바쁘거든."

"아, 얼른 가보세요. 감사합니다."

"그래. 뭐 필요하면 연락하고."



반갑게 인사한 민준이 형이 떠나고 가만히 현관에 서 있었다. 무슨 이 아저씨는 아파서 누워있는 와중에도 감동을 주고... 처음 들인 타인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듣기 좋은 건지. 좋아한다고 고백한 이후라면 몰라도, 아무 사이도 아닌 편의점 알바생이었던 저를 간호하게 위해 집에 들였던 게 얼마나 드문 경우인지 잘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아저씨에게 특별했던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깨닫지 못해 미숙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아저씨는 항상 저로 꽉 차 있던 사람이었다. 




-




봉지에서 약을 꺼내 정리하고 식사를 준비했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아니라고 하더니 많이 피곤했던 모양인지, 머리 위에 물수건을 얌전히 올려둔 아저씨는 꿈나라를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다. 아무리 잠이 중요해도 약을 먹이고 재우는 게 낫겠다싶어 조용히 침실로 들어갔다. 암막커튼을 야무지게 쳐둔 방은, 지금이 낮인지 한밤중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로 깜깜했다. 방 안의 불을 켜지 않고 조심히 다가가 협탁 스탠드만 은은하게 켜두었다. 밭은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는 미간이 살짝 구부러져있었다. 많이 아프구나, 우리 아저씨. 깨우는 게 미안해도 어쩔 수 없었다. 미지근하게 식은 물수건을 걷어내고 이마부터 볼까지 살살 쓸었다. 부드럽게 눈가를 어루만지며 깨우는 목소리가 제법 나긋했다.



"아저씨."

"으음...."

"잠시만 일어나봐요."



채 온전히 뜨지 못한 눈을 느리게 깜빡거리던 아저씨가 제게로 시선을 옮겼다. 정신이 점점 차려지는 듯 건조하게 내려가 있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게 꽤 귀여웠다. 저도 따라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죽 끓였어요."

"진짜...?"

"응. 먹고 약 먹어요. 그러고 다시 자요."

"응..."



제 말이라면 죽는시늉도 하는 착한 아저씨는 군말없이 몸을 일으켰다. 땀에 젖어 들러붙은 옷을 떼어주고 이리저리 사방으로 붕 뜬 머리도 다듬어주니, 흐흥- 하고 웃은 아저씨가 입을 맞추려는 것처럼 가까이 다가왔다. 익숙하게 눈을 감고 기다리니 가볍게 닿아야 할 촉감이 느껴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떴다.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손으로 입을 가린 아저씨가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왜 그러지.



"왜 그래요?"

"안돼."

"응?"

"감기 옮아."

"아-"



감기 옮을 까봐 뽀뽀를 못해서 속상한 거구나, 우리 아저씨. 식은땀을 제법 흘려 뽀얀 와중에 두 볼만 붉게 물들인 얼굴로 이런 표정을 지으면, 나도 귀엽다고 말해도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듬직하고 멋진 애인이고 싶은 우리 아저씨의 자존심을 지켜줘야지, 아무렴.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뒤로하고 잔뜩 심통이 난 아저씨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살며시 다가갔다. 촉 하고 닿는 소리에 기겁을 하며 저를 밀어낸 아저씨가 노발대발 화를 냈다.



"너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아저씨가 간호해주면 되잖아요."

"아니, 그래도-"



쪽. 아까보다 좀 더 진한 소리를 나게 찹 붙었다 떨어지니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아저씨가 허- 하고 웃었다. 



"....왜요."

"...."

"...."

"윤시현."

"응?"



제법 비장한 표정을 지은 아저씨가 제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니, 아픈 사람 시선이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목구비를 훑어보며 제 귓불을 어루만지는 아저씨에 제가 아픈 것 마냥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왜 자꾸 만져대는 건지... 어깨를 움츠리며 손을 잡아 내리자 청개구리마냥 반댓손을 올려 또 다시 귀를 만지작대는 아저씨에 등줄기가 찌릿거렸다.



"왜 자꾸 만져요..."

"성감대잖아."

"아, 진짜!"

"그러니까 누가 나 꼬시래?"

"내가 언제 꼬셨다고 그래요!"

"뽀뽀했잖아."



헐. 그렇다면 아저씨는 365일 24시간 매분 매초마다 저를 꼬신 건가요, 하고 묻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를 따라 시선을 옮기는 아저씨를 애써 무시하고 일부러 더 씩씩하게 방을 나섰다. 죽 먹으러 나오라고 소리치는 것도 잊지 않고. 그러자 언제 온 건지 뒤에서 제 허리를 휘어감은 아저씨가 제 귓가에 촉 하고 입 맞췄다. 그러고 한다는 말이...



"그러니까 나 꼬시지 마. 잡아먹어버린다."



인간에게도 효과음이 난다면 아마 제 얼굴 주위로, '펑.' 하는 사운드가 요란하게 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태연하게 식탁으로 다가가 네가 차렸냐고 감탄을 내뱉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맛있다고 신나게 죽을 먹는 아저씨에게 우다다 달려가 촵 소리가 나게 등을 때렸다.



"아! 아파! 나 환자거든?"

"아저씨 환자 아니거든요? 무슨 환자가 못 하는 말이 없어."

"내가 뭐. 뭐!"



아저씨랑 같이 사니 나까지 애가 된 건가. 정신연령 7세 수준도 아까운 티키타가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그 뒤로 죽을 먹고 얌전히 약을 먹는 아저씨에게 안마를 빙자한 폭력을 행사하며 화끈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썼고, 아저씨는 아픈 와중에 쉬지 않고 짓궂은 멘트를 날리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었다. 가끔 성질도 내면서. 제법 평화롭게까지 느껴지는 일상이 나쁘지 않았다. 아마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




"시현아."

"우응..."

"아침이야."

"응...?"



제 오른쪽 귀에 입술을 척 갖다붙이고 속삭이는 아저씨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알바가 10시부터 시작이라 평소 같으면 아침 일찍 나서는 아저씨가 조용히 집을 나섰겠지만, 어제 하루 종일 열을 달고 있었던 아저씨의 상태를 제 눈으로 꼭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무조건 깨우라고 몇번이나 당부했었다. 아무리 손바닥 위에 저를 올려놓고 놀린다 해도 제 말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아저씨는 착실하게 저를 깨웠고, 눈을 뜨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이마로 손을 가져간 채 체온을 확인하는 제 모습은 아주 진지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체온으로 돌아온 걸 직접 피부로 느꼈음에도, 하루종일 그 답지 않게 파리한 모습을 보아서인지 걱정되는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목은? 어지럽지는 않아요? 열은 없는데- "

"하나씩 물어봐."



두 눈을 잔뜩 휘고 네 볼을 어루만지는 손길도 따뜻하고, 애정을 덕지덕지 묻힌 목소리도 나긋하고. 말끔하게 나아 편안한 미소를 띤 것 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하고 작게 말하는 제 목소리에 특유의 간드러진 웃음을 흘린 그가 제 뒤통수를 잡아당겨 촉 하고 입을 맞췄다. 낫기가 무섭게 들이대는 모습까지... 아주 완벽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회사가서 커피먹지 말고 따뜻한 차 마셔요. 알았죠?"

"알았어."

"..대충 대답하지 말구."

"너 어차피 민준이 한테 연락해서 확인할 거잖아."

"...."



어떻게 알았지.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아닌체를 하자 입꼬리을 잔뜩 올린 아저씨가 입술로 제 입술을 구해냈다. 일어난 김에 출근 준비나 도와야겠다 싶어 침대를 벗어나려하자 제 팔목을 확 잡아끈 아저씨가 순식간에 제 위로 올라탔다. 당황한 동공이 이리저리 요동치며 파닥대자 저를 꼭 껴안은 아저씨가 여기저기 도장을 찍었다. 밀어내야 하는데. 촉촉한 소리를 내며 얕게 붙었다 떨어지는 촉감이 너무 간지러워서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몸을 이리저리 뒤채며 소리 내 웃자 덩달아 입꼬리를 올린 아저씨가 천천히 다가왔다. 아주 조금 남은 이성으로 아저씨의 어깨를 탁 잡아서 막자, 제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속삭이는 아저씨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치사하게, 귀를 노리다니.



"나 다 나았다니까."

"알았으니까 좀..."

"다 나았으니까 어제 못한 거 마저 해야지."



왜 결론이 이렇게 되는 거지. 제 위에 올라타 야릇하게 지어 보이는 미소는 또 왜 이렇게 섹시한 건지. 저절로 꿀꺽 넘어가는 침을 삼키며 단단한 어깨를 팡팡 내리쳤다. 정말 완벽하게 나은 건지 꿈쩍도 하지 않던 힘만 더럽게 센 아저씨가 그대로 제 입술을 집어삼켰다. 빈틈없이 맞물린 입술을 따라 뜨끈한 숨이 연신 흘러들어왔다. 그래, 내가 아저씨를 힘으로 이길리가 없지. 저절로 나른해지게 만드는 입맞춤에 힘을 빼고 익숙하게 아저씨의 목에 팔을 감았다. 제 턱선을 잡고 고개를 엇갈리는 아저씨를 따라 호흡을 맞추며 말캉한 감촉을 기민하게 느꼈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침실의 열기로 하여금 완벽한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홀로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