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은 멍한 얼굴로 작업책상에 앉아 깨작하다 작게 한숨쉬고 무심히 책상 한켠 떨궈진 핸드폰을 힐깃 본다. 울리지 않는 고요한 핸드폰 액정은 새까만 화면이다. 태형은 팔을 쭉 뻗어 핸드폰을 잡았다. 좌측 버튼을 누르니 까맸던 액정화면에 별이 반짝한다. 겨울곰 곤쥬님 김태형의 별. 완쟈님 전정국이 반짝반짝 웃고 있다. 



To be 단밤

단밤편지×완쟈님 19

w.절대정국


 반짝하는, 핸드폰 액정 속 완쟈님은 기다림에 속 끓는 곤쥬님과 달리 너무나 환히 해맑게 웃고 있다. 그 해맑은 예쁜 얼굴을 옅게 미소 머금은 얼굴로 태형은 뚫어지게 내려보다 작게 한숨을 쉰다. 시간이...이리도 더디게도 갈수 있구날...새삼 느낀다. 태형은 핸드폰 속 시간을 보며 다시금 한숨을 쉰다. 마음이 무겁다.


 정국이 함께 살자 제의하고 태형이 그 제의를 수락하고 딱 3일째다. 함께 살자하고 곤쥬님이 완쟈님을 못본지 벌써 3일째. 연락이 깜깜하다... 그렇게나 자주 했던 까톡 한줄 없다. 퇴약볕 쨍쨍한 사막 한가운데서 3일을 물없이 기다리고 있는 수도자의 심정으로 태형은 정국을 기다리고 있다. 그나마 이렇게 일상을 버티며 기다릴수 있는 건 3일전 정국의 말때문이다.



  "형. 태형아.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너는...그냥 좋.아.만 하는거야. 우리 같이 사는거. 우리 함께인거..."

  "... ..."

  "형, 너는 좋아만 해줌 돼. 다른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응? 알았지? 허튼...아니, 다른 걱정일랑. 생각이랑 아주 쪼금도 하지 말고. 응? 태형아..."

  "... ..."

  "나 믿지...?"


 응...


 그 간절한 물음에 김태형은 응이랬다. 응...이란 말외 달리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족에 동거선포를 하겠다는 정국을 태형은 말릴수도 섣불리 다른 말을 해줄수도 없었다. 김태형은 바램은 사랑하는 완쟈님 전정국과 오래토록 함께지만. 현실은 김태형의 바램을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할거란걸 그는 누구보다 잘안다. 김태형은 아마도 전정국 없이 지낸 3일, 물없는 사막 한가운데 선 것같은 심정을 자주 갖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아플거다. 타는 속. 메이는 목. 행여 울일이 잦음 나올 눈물도 메마를려나...? 김태형은 울본데 울일에 눈물이 메마른다니 그건 왠지 나쁘지 않네...하며 태형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렇게 웃기라도 하자. 

  삶에 울 일만. 아플 일만 있는게 아니야...


 겨울곰 곤쥬님의 봄 완쟈님은 지금 둘이 함께 할 봄을 위해 힘들 일을 하고 있다...


  우리, 함께 웃기 위해...



 기다려 줘야지. 기다려 야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이리 기다리는거 외에...김태형이 전정국을 위해 할 수있는 일이 무어가 있을까...? 나 믿지란 물음에 응을 대꾸한건 정국에게뿐만 아닌 자신에게, 김태형이 전정국을 믿는단 확신을 되새김하고 단도리 하는 거였다. 그를 믿어야 해. 그를 믿어야 너도 버티고 너도 사니까... 마음 한구석 여직 쭈구려 있던 겁쟁이 겨울곰이 조용히 다가와 그랬다.


  그의 손을 잡은 용기를 다써버려서 이젠 그의 손을 놓을 힘도 없잖아. 믿어. 버텨. 그리고, 기다려. 


  시리도록 추운 겨울을 겪어야 봄이 따뜻한 걸 알아.

  그러니까...기다려. 기쁘게.



 그러다 깜빡 잠들었다. 


  

  "...으응..."

 손길이 다정해서 눈뜨기 싫었다. 눈을 떠버리면 이 손길을 놓칠 것같아 차마 뜰수 없었다. 


  "...형. 태형아."

  "...정국아..."


 눈을 반드시 떠야할 목소리에 눈이 떠졌다. 소파에 쭈그려 잠든 태형의 얼굴을 내려보며 정국이 미소 지으며 그의 머릴 쓰다듬고 있었다. 머릴 쓰담하는 다정한 손을 꼭 잡았다. 손에 평소 알던 온기가 없어 태형의 얼굴이 굳었다. 굳어진 얼굴을 보고 정국이 당황해 물었다.


  "...왜 그래?"
  "...손이..."

  "...응?"

  "손이 차갑다..."

  "... ..."

  "니 손이 왜 차갑지? 꿈...인가? 나 너 꿈...꾸나?"

  "... ..."

  "너 보고 싶어서..."

  "... ..."

  "나 너 꿈 꾸나? 정국아...?"

  "...하...진짜...미치겠다. 형."


 살짝 흐려지는 낯으로 저를 올려보는 태형을 정국은 꼬옥 끌어 안았다. 잡은 손은 꿈인가 싶게 차가운데 비몽사몽 잠결인 태형을 끌어안은 몸은 기억처럼 따뜻했다. 태형을 꼭 끌어안고 정국은 포슬하니 컬진 머리에 입술을 부빗했다. 보들한 머리카락으로 입술을 쪽쪽 거리는 정국의 허릴 꼭 끌어안고 태형은 제 몸이 뉘어진 소파 한켠을 내주었다. 좁고 낡은 소파가 두사람으로 가득차 무게에 푹 눌러앉았다. 끌어안은 태형의 몸을 제 위로 올려 안고 정국은 태형의 뺨을 잡았다. 어디~~~


  "우리 태형이. 못본 그간 어땠나 보자..."

  "... ..."

  "오..."

  "...어때?"


 정국의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가 미소를 가득 머금고 태형을 빤히 마주 보았다. 장난 가득한 눈으로 태형을 보고 보고 보더니 정국은 픽 웃으며 태형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했다. 급붙었다 급떨어지는 빨간 입술을 태형이 아쉽게 응시한다. 정국은 소리내 웃으며 말했다.


  "더 이뻐졌다아."

  "그래서 좋아?"

  "뭐, 늘 예뻤으니까 특별히 뭐..."

  "... ..."

  "너무 좋네."


 그리고, 부비부비부비... 정국이 태형의 얼굴을 끌어안고 얼굴에 연신 쪽쪽 부비거렸다. 예쁜 입술이 뺨과 눈투덩이와 코와 목덜미를 쪽쪽이다 문질대길 반복한다. 그러기 한참이다 태형이 정국의 얼굴을 잡아들며 빨간 얼굴로 말했다.


  "아...조옴~~~!"

  "에... 튕기긴. 왜 그래~ 오랜만인데! 어, 정국이 삐짐! 설마 나만 너 보고 싶었던거? 나만 그런거? 와... 글고 보니 못본새 더 이뻐지고 말이야. 와...너무하네 그래~~ 지금이 넘 좋은건 나만 그런거? 와... 서럽다. 옴총. 꾹이 진짜~~ 삐졌떠... 화... 응?"

  "... ..."



 사실 조금도 삐짐따윈 없었다. 



 전정국이 김태형에게 이러는건 애정 어린 놀림. 장난. 본인이 이러면 태형이 부끄러워 하면서도 더 좋아라한단걸 아니까 더 그런다. 전정국이 유일하게 혀짧은 소릴 할수 있는 상대. 정국으로 하여금 그런 맘이 들게 만드는 사람은 겨울곰이, 곤쥬가, 태형이 유일하니까. 태형도 그걸 알텐데...


  "형."

  "...응?"

  "왜 암말이 없어?"

  "...그간 내가 연락 못해서 화난거? 형 혼자 있게 해서?"

  "... ..."


 태형은 금새 풀죽은 얼굴로 절 응시하는 정국에 작게 웃어 보었다. 그리고, 풀죽은 그의 얼굴을 끌어안고 속닥였다. 


  "화 안났어. 연락 안되었어도. 혼자였어도..."

  "... ..."

  "기다렸어. 기쁘게. 정국아..."

  "...태형아."

  "...내가 할수 있는 최고의 최선이 기쁘게 기다리는거...밖에 없단걸. 널 기다리면서 알겠더라... 내가 너 믿는댔잖아. 믿잖아. 정국아."

  "... ..."

  "...내게 돌아와줘서 좋아."

  "... ..."

  "내 단밤이 돌아왔어..."

  "... ..."

  "...이제, 달게 자겠다..."


 웅얼하는 낮은 목소리가 몹시 간질하다. 고막을 파고드는 태형의 목소리가 정국의 귀와 머리와 심장을 간질인다...


  "...나없는새 못잤어?"

  "...응. 자도 자는거 같지 않더라. 몸지치게 일함 생각없이 아무 꿈도 꾸지 않고 잘수 있을줄 알았는데. 아녔어. 나는 몹시 달게 자길 바랬나봐... 널 많이. 기쁘게 기다리면서도 내 꿈속에 네가 없을까 무서워서..."

  "... ..."

  "...완쟈야..."

  "...응."

  "...나 이제...계속 너랑 단밤이야?"

  "...응. "

  "나 정말...계속 너랑 단밤해도 돼?"


 정국에 재차 묻는 태형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 당장 끌어안은 얼굴을 마주보면 바보같이 울컥 할꺼같아 정국은 눈을 질끈 감고 태형의 입술에 입맞추며 말했다. 


  "응. 이제 계속 나랑 너. 단밤해."




 ...납득을 위한. 이해보단 인정을 바란. 시간으로 3일은 길고도 짧았다. 예상은 했지만 타인의 인정을 받기 보다 힘든건 혈육의 인정이었다. 

 아들! 정국이 니가...! 니가 정녕 가족에 이러고도...! 맘편히 살수 있을거라 생각하냐...?!!!!! 새파란 얼굴로 자신에 소리 지르는 부친에 정국은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가족...등안지고. 맘편히 살고 싶어서  그 형을...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등지면. 아버지. 난 살. 수. 조차 없을 꺼에여. 계속 살기 싫을 꺼에여..."


 충격에 주저 앉는 부친에 깊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집을 나왔다. 단 한번에...둘의 관계를 가족에 인정을 받을수 있을거라 기대치도 않았다. 가족. 내 아버지. 사랑하는 혈육인만큼 제 사랑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기에 알린거다. 숨김없이. 

  ...나는, 


  전정국의 사랑은 잘못 되지 않았다. 



 집을 나선 그뒤. 부친에게서 등돌려 나온 그 뒤가 이대로 끝이 아닌걸 정국은 안다. 그래. 아마 전정국이 계속 살고 싶어 김태형을 선택한 앞날은 사랑하는 가족의 인정이 되기까지 그에겐 한편으로 고독한 시간이 될것이다. 

 그래도,



  "...기쁘다."

  "응. 나도."

  "... ..."

  "기쁘다..."



 완쟈님의 고독은 곤쥬님 모르게 철저히 혼자만의 고독이어야 한다. 곤쥬님과의 기쁜...함께 오래할 단밤을 위해 완쟈는 기꺼이 혼자만의 고독을 택했으니까. 



   기꺼이. 

  그래...기꺼이. 

  나 기꺼이 괜찮아. 태형아.



  "어? 설마...벌써 자는거야? 형?"

  "... ..."

  "와...하하..."


 정국은 어느샌가 제 가슴위 머릴 붙이고 곤히 잠든 태형의 정수리에 입술 꾹 붙이며 눈을 감았다. 



  "잘자. 곤쥬님..."



  ...To be 단밤.

 



Fin or To be continued 

To be 단밤

단밤편지3×완쟈님 19

w.절대정국


새벽 올리려던걸 따흙. 날씨가 은근 쌀쌀합니다. 따뜻한 뭔가로 맛점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여. 빠빠이!


 





  



 






Only Absolute fiction🐰🐻 국뷔는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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