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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에 사는 자들에게, 다른 지형과 사막의 다른 점을 물었을 때 들려오는 가장 인상적인 대답 중 하나는, ‘사막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시간은 바위를 깎고 강줄기를 변화시킨다. 아무리 강한 바위가 있다 하더라도 시간은 물 한 방울을 이용해 부수어버린다. 아무리 굳센 땅이 거세게 변화에 저항한다 하여도, 그의 노력을 비웃듯 시간은 낙엽 하나를 떨어뜨려 예전과는 다른 곳으로 바꾸어버린다. 외로움을 아는 사막은 이런 폭력적인 성향의 시간이라는 친구를 받아들여버렸다. 그렇기에 사막은 바람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몸을 맡기었다. 그렇기에 사막의 모습은 아침에서 밤이 되면 똑같은 모습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뒤바뀌어버린다. 그렇기에 사막은 살아있는 것처럼 언제나 활력이 넘쳤고, 요동쳤다.

 이러한 사막의 생동감 넘치는 변화는 황혼녘의 전갈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재앙의 대상이기도 했다. 재의 냄새를 잔뜩 머금은 바람은 사구를 휘어감아 파도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파도는 모래 아래서 쉬고 있던 전갈을 지면 위로 드러나게 하였다. 전갈이 짜증을 내며 다음 안식처를 찾는 짧은 틈을, 사막을 걷던 여우가 가만 놓칠 리가 없었다. 여우는 날 때부터 터득한 훌륭한 사냥솜씨로 전갈을 덮쳐 순식간에 제압해버렸다. 어떻게 전갈을 가지고 놀까 궁리하던 여우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여우의 시선을 알 리 없는 비행사는 제트팩을 가동시켰고, 순식간에 희미하게 드러난 저녁별과 비슷한 크기가 될 정도로 높이 솟구쳤다. 그 상승으로, 끔찍한 소음과 함께 휘몰아친 모래의 돌풍은 여우를 덮쳤다. 얼굴이 모래로 엉망이 된 여우는, 그만 입에 물고 있던 전갈을 놓쳐버렸다. 여우는 털에 잔뜩 달라붙은 모래를 털기 위해 고개를 부르르르 떨고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방금 날아올라 하늘에 붙어버린, 다른 것들보다 조금 더 밝은 별을 바라보았다.

 여우의 눈에 거꾸로 올라간 별똥별로 보일만큼 순식간에 고도를 높인 파리하는 다급하게 외쳤다.

 “여기는 파라, 사령부, 사령부.”

 “여기는 라, 말하라.”

 “좌표 송신하라.”

파라는 ‘지금 당장’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을 참아내었다. 그런 그녀의 기분을 알고 있던 것처럼 사령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파리하의 전투복 모듈 액정에 신호를 보내왔다.

 “확인했다.”

 “라저. 행운을 빈다. 무사히 소대원을 구출하도록.”

 “라저.”

파리하는 좌표를 확인해 방향을 가늠했다. 파리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치를 잡은 뒤 최대 출력으로 제트팩을 가동했다. 파라는 마음이 조급했다. 보통 상황이라면 구조 요청은 무전 통신을 통해 전달했을 터이다. 그런데 온 것은 음성 통신이 아닌 텍스트 구조 메시지. 그렇다면 상황은 몇 가지로 추려진다. 부상이나 환경상의 문제, 혹은 장비 파손으로 통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무전조차 불가능한 위급 상황이거나…. 마음이 복잡한 파리하는 상황별 대처를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두려 했고, 그 때문에 사령부와 교신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 때문에 무전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을 때 파리하는 조금 놀랐다.

 “아, 그리고 하나 더….”

그 순간 파리하는 레이더망에 신호가 잡히는 것을 포착했다. 신호의 발신지는 파리하의 후방이었고, 급속도로 파리하를 추적하며 뒤쫒고 있었다. 파리하에게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녀가 좋지 않은 예상을 한 이유는, 이 추적신호에 경계음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즉, 뒤에서 쫒아오는 물체는 아군이었고, 파리하는 그 사실이 어쩌면 적군의 신호보다도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파리하가 느꼈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자네를 지원할 병력으로 메르시를 보냈다네. 아무래도 그곳에 부상자가 있다면 그녀가 있는 편이 더 좋겠지.”

파리하는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파리하는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파리하는 앙겔라가 따라올 수 있도록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짧은 시간이 지나자 발키리 슈트를 입은 채 비행하는 앙겔라의 모습이 보였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앙겔라의 모습에 파리하는 어이가 없어졌다. 화를 낼까 무시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파리하는 결국 쓴웃음을 짓기로 했다.

 “파리하, 화났어요?”

파리하는 대답하지 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사님, 당신은 정말…. 고집불통이에요.”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은 부하들을 구하고 싶은 거잖아요? 그렇다면 분명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에게 폐가 되지 않게 제 몸은 스스로 챙길게요.”

순간 파리하의 입 안에는 수백 가지가 넘는 말들이 맴돌았다. 파리하는 비난의 말, 매도의 말, 혼내는 말, 힐난의 말…. 고개를 돌리고는 파리하는 그런 말들을 모두 목구멍 안쪽으로 삼켜 넘겨버렸다. 파리하는 고개를 젓고는 대답하는 대신 손을 들어 귀를 가리켰다. 그리고 파리하는 무전 모듈을 가동시켰다.

 “여기는 파라. 메르시, 작전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소대원에 구출에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타겟과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하겠습니다. 특히 목표 지점은 위험 구역인….”

파리하는 긴 설명을 시작했고, 앙겔라 또한 웃음기 가득했던 얼굴을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경청하며 비행했다. 작전의 위험함과 긴박함을 전해들은 앙겔라는, 그제야 머리로 알고 있던 사실을 피부로 느낀다는 듯이 긴장감을 느꼈다. 무전하던 파리하는 살짝 앙겔라를 뒤돌아보았다. 앙겔라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힐끔 바라본 파리하는, 언제나 소대원들에게 그랬듯이 씩 웃었다. 마찬가지로, 항상 부하들에게 읊던 말을 앙겔라에게 전달했다.

 “훈련한 대로만 한다면 문제없을 겁니다.”


 네모난 적갈색 건물, 둥근 지붕을 가진 구조물, 자동차, 가로등, 송전탑…. 모두 다 인간이 살던 곳, 인간이 쓰던 도구, 인간을 위해 존재하던 것으로 가득한 인간의 도시는 오직 인간만이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한 때 강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지상을 수놓았을 열대의 도시는 곳곳이 무너져 내려 콘크리트의 피부 위로 강철의 갈비뼈를 앙상하게 드러내었다. 사람들의 소리로 활기찼을 거리는 거북할 정도로 고요하기만 했다.

 잊혀진 도시 카자이야는 아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더 이상 인간의 숨결이 닿지 않는다는 걸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도시가 아득히 멀어 보이는 곳부터 드리운 모래 안개 때문이었는데, 이 안개는 보행자의 시야를 대부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지독한 쇠 비린내마저 풍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 도시에 접근하려는 사람도 없었지만, 만약 있다 하여도 피 냄새를 연상시키는 짙은 쇠 비린내는 도시에 진입하려는 자들로 하여금 발걸음을 되돌리게 하였다. 실제로 이 안개는 녹이 슨 금속의 냄새뿐만 아니라 잔혹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피보라를 머금고 있었다.

 전쟁, 옴닉이라 불리는 기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과 한없이 닮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들은 인간의 잔인함마저 닮아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시 곳곳에 흩어진 인간의 사체와 유해의 모습은 끔찍했다. 어쩌면 도시에 거주하던 모든 인구가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곳저곳에 흩어진 인간이었던 일부분은 거리 전체에 즐비했다. 가로등에 두 손이 묶인 채 매달려있던 사체는 하반신이 반쯤 녹아내려 조금씩 내장 조각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앙겔라는 결국 이제껏 참아왔던 구토감을 해방시켰다.

 “우욱, 윽….”

그런 앙겔라를 내버려둔 채 파리하는 열상감지 투시경을 통해 사방을 주시하며 초조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파리하, 여기서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 거죠?”

파리하는 앙겔라를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긴장된 표정으로 걸었다.

 “구조 신호가 왔던 곳까지 약 3.5km정도 남았습니다.”

파리하의 말에 앙겔라는 울상을 지었다.

 “저런 광경을 3.5km를 더 봐야 한다구요? 왜 비행해서 착지하지 않는 거죠?”

파리하는 목소리를 낮추라는 듯이 손가락을 세워 입에 대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곳은 옴닉들이 점령한 도시입니다. 안개로 뒤덮였다 한들 상공에서 진입하면 발각되어 집중사격을 받기 십상입니다. 설사 무사히 착지한다 한들 옴닉들이 착지 위치로 몰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앙겔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말은…, 지금 우리들이 이 도시를 몰살시켰던 옴닉들의 한복판을 걷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이해가 빨라서 다행이군요.”

앙겔라는 부들부들 떨며 파리하의 등 쪽에 더욱더 달라붙었다. 파리하와 앙겔라는 숨을 죽이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며 조심히 움직였다. 앙겔라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한 때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이 솟았을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그 골격을 이루던 콘크리트도, 아름답게 빛났을 피부와 같은 유리창도 모두 무너져 내려 앙겔라의 발에 짓밟히고 있었다.

 “부드득-”

발밑에서 난 소리에 앙겔라는 화들짝 놀랐다. 앙겔라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으며 발 아래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부스러진 채 뒤섞인 콘크리트와 유리 조각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파리하는 앙겔라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짓했다. 파리하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르며 앙겔라는 숨이 막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걷던 앙겔라는 어느새 자신이 걷고 있는 공간이 비현실적으로 변화한다고 느껴졌다. 하늘은 진흙탕 물처럼 붉은 색이었고, 시야의 대부분은 모래안개 때문에 흐리고 어두웠다. 앙겔라는 긴장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지만, 그녀의 이성과는 정반대로 점점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구토를 일으킬 정도로 지독하던 시체들의 부패하는 냄새와 피 냄새들도 점점 무뎌져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런 초현실적인 곳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걷기 시작한 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체감이 잘 되지 않았다. 5분? 1시간? 어쩌면 이미 며칠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유일하게 앙겔라가 알던 현실과 닿아있는 존재는 앙겔라의 바로 눈앞에서 걷고 있는 파리하였다. 그녀는 앙겔라 자신과는 다르게 매우 초조하고 긴장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앙겔라는 자신의 감각이 멀어지는 느낌을 지우려는 듯이 고개를 털고는 파리하에게 무언가 말을 걸기로 했다.

 “파리하.”

 “네, 박사님.”

 “옴닉들이 점령한 도시라고 해서 저는 사방에 옴닉들이 가득할 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진 아닌가보군요?”

파리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확실히,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군요.”

파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리하는 손가락을 턱에 대고 잠시 위를 쳐다보았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파리하는 앙겔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카자이야는, 근현대에 감당할 수 없는 인구수의 증가로, 나일강 지류에 급격하게 발전되며 건설된 도시지요. 인간이 분명 많이 사는 도시지만, 특별히 군사적 요충지는 아닙니다. 제 추측입니다만, 인간들에게 원한을 갖고 있는 옴닉들이 습격할 만한 충분한 이유 있는 도시입니다만, 점령지로써 가치가 있는 곳이라 판단한 것은 아니겠지요.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곤 다른 전선으로 병력을 집중했을지도 모릅니다.”

파리하의 말을 들은 앙겔라는 슬픈 눈을 했다.

 “그렇군요…. 옴닉들의 원한…. 그 원한 때문에 여기 시체가 되어버린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했던 것이군요.”

 “네, 전쟁이니까요.”

파리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앙겔라는 숙연해진 채 침묵했다. 앙겔라는 지나오면서 봤던 시체들을 떠올렸다. 한때 아름다웠을 공원과 시가지의 모습. 그 위로 넝마조각처럼 널브러진 인간의 시체들. 반파된 옴닉들의 유해, 녹슨 금속들…. 앙겔라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앙겔라를 달래려는 듯, 파리하는 앙겔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래서 우리가 걷고 뛰고 날고 있는 것입니다, 치글러 박사님. 우리는 평화를 만들어낼 거예요.”

앙겔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앙겔라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파리하를 바라보았다. 파리하 역시 앙겔라를 푸근한 눈으로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파리하의 미소는 얼마 가지 못했다. 파리하는 무언가 흠칫 놀라더니 급하게 손으로 메르시의 정수리를 눌렀다. 영문도 모른 채 파리하에 의해 자세가 낮춰져 폐허의 잔해에 몸을 숨기게 된 앙겔라는 그제야 대로 저편에서부터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소리를 포착했다.

 “쿵- 쿵-….”

앙겔라는 침을 삼켰다. 파리하는 앙겔라의 옆에서 벽에 바짝 기대어 초조한 표정으로 소리를 듣고 있었다. 땅을 울리는 낮은 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와 동시에 멀리서는 들리지 않던, 기계가 내는 마찰음이 들렸다.

 “철컹-, 철컹-”

앙겔라와 파리하가 숨어있는 잔해까지 다가온 소리는 앙겔라를 한없이 공포에 젖어들게 하였다. 파리하는 이를 악물은 채 언제든지 앙겔라를 데리고 대처할 수 있도록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었고, 앙겔라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 주먹을 입에 넣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둘의 기분과는 무관하게 소리는 점점 커지다가, 그들이 엄폐하고 있는 잔해에서 한 발자국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다가왔다. 앙겔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앙겔라는 볼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낼 엄두도 못하였다.


 아주 긴 시간, -앙겔라는 그렇게 느꼈다- 끝도 없이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앙겔라는 자신이 입에 주먹을 넣고 눈을 질끈 감은,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그때쯤엔 앙겔라를 패닉 상태에 몰아넣었던 기계음은 저 멀리 지나간 후였다. 앙겔라는 자신의 머리에 손이 닿는 것을 느꼈다. 랩토라 전투복의 차가운 감촉에 덮인 그 손이 앙겔라에게는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파리하는 땀 때문에 들러붙은 앙겔라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이제 괜찮습니다, 박사님.”

그 말에 앙겔라는 한참 동안이나 잠수하다 나온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앙겔라는 참았던 숨을 터뜨렸다.

 “허억, 허억, 파리하, 방금 그건…?”

파리하 역시 안도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에서 힘을 뺐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파리하는 대답했다.

 “OR-14 이디나 보안 로봇이군요. 옛날 옴닉 사태 당시 나이지리아의 옴니움에서 생산되었던 기종입니다.”

앙겔라는 OR-14가 사라진 안개 너머를 바라보았다.

 “많이 강한가요?”

 “E53이나 E54 바스티온 등의 공격형 기체와는 다르게 설치형 배리어필드로 무장된 방어형 기체입니다. 무장은 오히려 다른 기체보다 덜 위협적입니다만, 만약 교전을 벌인다면 역시 소리를 듣고 이 구역의 옴닉들이 전부 다 몰려오겠지요.”

 파리하의 설명에 앙겔라는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파리하는 배낭에서 수통을 꺼내어 앙겔라에게 건네었다. 수통을 받아든 앙겔라는 자신의 입 안이 말라있다는 걸 깨닫지도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자신의 상태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앙겔라의 상태가 충분히 진정되었다고 판단한 후, 파리하는 앙겔라를 일으켜 세웠다. 마치 첫 임무에 동행한 신병을 교육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파리하는 헛웃음을 지었다. 파리하의 얼굴을 보고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앙겔라를 보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한 파리하는 폐허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또 다른 감시자가 있을까 경계하며 파라는 거리의 전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파리하는 앙겔라를 바라보았다.

 “곧 목표 지점입니다, 치글러박사님. 바로 앞에 큰 건물만 지나면 구조요청이 왔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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