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상으로

09

w. hiver







Ep #09 제자리걸음


그 날 그렇게 가볍게 넘어가는 게 아니었다. 무슨 말이든 했어야 했는데. 깊게 잠든 밍이를 다시 확인하고 방에서 나왔다. ‘엄마, 잠깐만요.’ 조용히 마무리 할 수 있는 통화인지 끝을 알 수 없어서 아예 마당으로. 밤바람을 맞으니 조금 정신이 들긴 하는데, 이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말도 없이 계속 전화기만 들고 있었다.





「엄마랑 길게 씨름하지 말자. 장소랑 시간 보내 놓을게.」

“엄마. 나... 형 때문이 아니라-”

「다섯 살이 알면 뭘 알겠나 싶어서 엄마도 고민했어.」

“......”

「밍이가 너희 셋이 같이 자니까 가족 맞냐고 묻더라.」

“......”

「...더 얘기하기 싫어. 엄마 힘들어, 왕아.」





가족. 엄마와 아빠가 없는 밍이에게 형과 나는 가족. 하, 좋은 아들은 되지 못해도 나쁜 아들이 되진 않아야 하는데 어머니를 힘들 게 하는 것이 이걸로 벌써 두 번째다. 많은 걸 가슴에 품고 그저 참으면서 살아야 하는 그녀에게 나는 아주 큰 짐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오늘은 내게도 밍이가, 형이, 어머니가 참 무겁다.


대답 하지 않는 내게 더 이상의 기회는 주지 않으시고 전화가 끊겼다. 참 매정하게도 끊으시네. 그리고 문자에 남겨진 시간과 장소. 마음이 약해지니 별 거 아닌 문자 하나에 혼이라도 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동안 마당을 정처 없이 걸어 다니며 한숨만 쉬었다. 당장 오늘 형에게 받았던, 들었던 모든 것들을 부정해야 하는데. 내게 해준 만큼 돌려주기도 전에 이렇게.. 머릿속이 전쟁이나 난 것처럼 산만하고 복잡하고. 나중에는 이런 내 처지에 짜증이 나서 화가 났다.





“아, 어떡해.”





-





난생 처음 금요일이 오는 게 싫었다.


그렇게도 오지 말라던 어머니와 약속한 금요일. 밤새 한 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마구 헝클이며 어떻게 하면 어머니도, 형도, 밍이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없다’ 방법도 답도 없어.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형이 방 안을 살피는데 이미 일어나 있는 나를 보며 싱긋- 웃는다. 아직 잠들어 있는 밍이를 보면서 조용히,





“일찍 일어났네?”

“...네.”





침대에 걸터앉으며 손으로 눈가를 살짝 만져본다. 부은 건지, 비비느라 살갗이 망가진 건지, 손이 닿으니 화끈거리는 느낌. 다정하게 살펴보는 눈길에 괜히 속상하다.





“잠 못 잔 거 같아. 피곤해 보여.”

“.......”

“왕아, 요새 무슨 일 있어?”

“......”

“며칠 째 계속 피곤해 보이네.”

“아니에요,”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응.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 밍이가 일어나더니 우리 사이로 와선 풀썩 엎드린다. 이래저래 목적 없는 속상함만 치고 올라와서 눈을 마구 비볐다. 내 손을 잡고 미간을 찌푸리며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웃기만. 그리고 한 손으론 잠이 덜 깬 밍이의 등을 토닥여 준다.





“공룡아빠....”

“우리 밍이 깼네. 일어날 거야?”





밍이를 안고 있는 형을 보니, 이렇게 망설이고 주저하기만 하면 안 될 것 같아. 어떻게든 해결 해야지.





“형.”

“응.”

“저.. 오늘 일이 있어서 그런데요.”

“일? 회사에?”

“....네. 그래서.. 밍이 좀 데리고 와 주실래요?”

“응, 그럴게. 일이 많나 보네.”

“아, 조금...”

“내가 데려올게. 걱정하지 마.”

“천천히 가셔도 돼요, 미리 전화해 둘게요.”





-





종일 시계를 보면서 초조하고 불안했다. 문자에 있던 주소는 출퇴근길에 많이 보던 빌딩. 심호흡인지 뭔지 모를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들어갔다. 언뜻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정신이 없으니 이젠 헛소리도 들리나 보다. 카페로 들어가 혼자 있는 여자분을 찾는데,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는 한 사람. 너무 거절하러 온 티가 날 까봐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인상이 좋은 조용한 사람. 낯을 가리는 나를 대신해 이런저런 걸 물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대체 어느 지점에서 말을 꺼내야 할까. 차분하지만, 웃으면서 애쓰는 것이 느껴져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야오왕, 정말 여기저기서 사고뭉치.


꽤 오랜 시간 앉아있었다. 머릿속에 가득 찬 세 사람이 아닌 타인의 말은 생각보다 편안했고, ‘저녁식사 같이 하실래요?’ 마지막 물음에, 이야기 하는 내내 정리하고 또 정리한 말들을 꺼내기로 마음 먹었다.





“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네?”

“밍이라고, 조카를 제가 키우고 있어요.”

“아, 네. 들었어요.”

“꼬맹이가 다섯 살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이 아직도 저를 아빠라고 부르진 않아요.”

“......”

“밍이 아빠로 살기로 하고 결심한 게 하나 있는데.”

“......”

“제가 선택한 인생을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기로 했거든요.”

“....아.”

“좋은 분께 이런 말씀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결혼은 아무래도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친해질 시간도 없이 거절 하는 내가 황당한지 조금 놀란 얼굴로 쳐다본다. 시간을 가지고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 이 시간에도 밍이와 함께 있을 형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죄송합니다.’ 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 시간에 맞춰서 집에 도착하고 싶었는데,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밝던 하늘이 깜깜해진 시간. 후련하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찝찝하고 막막한 상태. 거절했다는 말이 들어가자마자 전화 올 텐데, 그럼 또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에 끝이 없어.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시트에 기댄 채 들어가지 않았다. 피곤하고 엉망인 얼굴을 보면 형이 또 걱정할 것 같아서. 반갑게 인사해 주고 싶어서.


유치하지만, 스스로를 다독이고 응원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형, 저 왔어요.”

“...어, 왔어?”

“저녁 먹었어요?”

“늦는 거 같아서 우린 먹었어. 저녁은?”

“안 먹었는데, 배가 별로 안 고프네요.”

“....왕아, 일이 많았어?”

“아, 네.. 처리할 게 남아서요.”

“무슨 일이었는데?”

“...그냥, 그냥 평소랑 똑같은 야근이죠.”

“......”

“일도 많고, 오늘 좀 피곤하네. 저 씻고 나올게요.”





‘참, 형. 오늘 진짜 고마워요.’ 고개를 끄덕이며 ‘씻고 쉬어.’ 형 얼굴이 안 좋은 건 내 기분 탓인가. 내게서 몸을 돌리고 밍이에게 가는 형 뒷모습이 어쩐지 좀 낯설다. 사실대로 구구절절 말하자니 나 혼자 해도 되는 고민을 형에게까지 주는 것 같아 그러고 싶지 않고. 거짓말 하고 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속이 메스꺼운 것 같기도 하고.


난 혹여 어머니 전화가 올 까봐 계속 안절부절 못 하고 전화만 붙잡고 있었다. 두어 번 형이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뒤늦게 대답하고. ‘일이 있어서, 오늘은 나 먼저 올라갈게.’ 내 머리 쪽으로 오던 손이 허공에 멈췄다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형이 1층에 있을 때 전화라도 받아야하면 어떡하나 마음 졸였는데.


얼른 밍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누워서도 한참을 놀고 있는 꼬맹이 위로 이불을 덮어주며,





“밍아, 자야지.”

“삼촌 오늘 왜 공룡아빠가 밍이한테 왔어?”

“오늘 삼촌이 너무 바빠서 부탁했어.”

“삼촌! 내일도 바쁘면 안 돼?”

“왜?”

“오늘은 친구들이 가버려서..”

“친구들?”

“친구들한테 밍이 아빠 자랑하게!”





우리 밍이가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구나.

그리고 가족이라고 믿는 사람.

밍이를 재우고 나도 누웠는데, 기다리던 전화가 울린다.





“네.”

「야오왕. 너 정말.」

“엄마.”

「......」

“나 결혼하기 싫어. 진짜 싫어요.”

「......」

“...엄마가 생각하는 거 맞아.”

「......」

“그러니까 당분간은-”

「그 사람 집에서도 알아?」

“...네?”

「너 그 사람 발목 잡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 말문이 막혔다.


그 뒤로 어머니께서 많은 말을 하셨는데,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학력, 일, 외모, 다정하고 자상한 성격까지. 빠지지 않는 사람이란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누구든 저 사람과 결혼해서 살면 정말 행운이겠구나, 생각했던 적도 있다. 대놓고 내게 과분한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폄하하진 않았지만 나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긴 시간을 보내기에 적절하지 않은 사람이란 건, 속상하게도, 내가 제일 잘 안다.


‘왕아, 우리 나중에.. 나중에 누나랑 매형 만나면 수고했다는 인사 듣자.’ 형의 미래부터 누나와 매형까지. 왜 나는 없냐고 투정부리고 싶었는데, 어머니 안의 내 자리가 얼마나 큰지 아니까. 평소엔 모르는 것 투성인데 지금은 어째 죄다 아는 것뿐이네.


일에도 집중할 수 없고, 형과 밍이에게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해결되고 풀리는 것 없이 지독한 고민거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잠을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다 엉망진창. 무서운 현실을 가져다 고민 위로 얹으니 결론은 항상 형을 놓아줘야 한다- 로 끝이 났다. 더 형을 잘 알기 전에, 지금보다 형이 더 필요하기 전에. 우리 밍이도, 나도, 형을 더 많이..


좋아하기 전에.










인간이 참 간사해서. 형을 볼 때마다 말 해야지 결심했다가도 이 사람이 우리 곁에 없었던 순간이 자꾸 생각나고. 그렇게 생각에 잠기다 보면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쭉 사소한 것까지 모두 떠오르면서 말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아니, 일부러 놓친 건지도 모르겠다.


형과 이야기 하는 것이 힘들어서 피하다 보니 점점 어색해지고. 내 머릿속은 쉬는 시간 없이 굴러가느라 과부하가 걸려 터질 것만 같다.





“형, 저 들어갈게요. 밍아, 가자.”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네?”

“괜찮지?”





머리도 심장도 나란히 터져버릴 것 같다.

밍이를 방에 두고, 다시 거실로. 심각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형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았다.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

“....얼마 전에 봤던 여자분이랑 관련 있어?”

“네?”

“밍이 내가 데리러 갔던 날. 그 날 때문이야?”

“......”





이런 식으로 꺼내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는지 중요해? 누군데, 무슨 사이야?”

“......”

“야오왕.”





‘그 사람 발목 잡는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래, 그리고 나는 처음부터 내가 선택한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기로 했었고.





“우리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잖아요.”

“...진심이야?”

“......”

“그게 다야?”

“......”

“......”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정말 훨씬 힘들다.





“좋은 사람 같아요.”

“......”

“밍이에게도 엄마가 필요하고... 필요한 사람이에요.”

“......”

“그러니까 형,”

“아니, 밍이 말고 너.”

“......”

“..너는. 니 마음ㅇ-”

“나도 그 사람이 필요해요.”





눈을 마주칠 수 없어서 숙이고 있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금방 들켜버릴 것 같아서. 지금 제대로 끝내지 않으면 두 번은 못할 것 같아서.





“...알았어.”

“......”

“짐은... 천천히 정리할게.”

“......”

“미안해, 힘든 말 하게 해서.”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형은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야 들어왔다. 아무렇게나 저질러버린 말들은 수습하기엔 이미 많이 늦었고. 어줍잖게 사과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 날 이후로 밍이는 시도 때도 없이 형을 찾는데, 그때마다 갖은 핑계를 대며 달래는 것도 곤욕이라 몸도 마음도 한껏 지쳐버렸다.





“삼촌... 오늘도 공룡아빠 없어?”

“밍아, 공룡아빠 아니고. 공룡삼촌.”

“아니야... 아니야, 아빠야!”

“이제 삼촌이야, 그리고 공룡삼촌 바빠서 밍이 만나러 못 온다고 했지?”

“왜?”

“....하, 일이 엄청 엄-청 많대.”

“왜?”

“야오밍.”

“밍이가 공룡아빠 보고 싶다고 말했어? 밍이 보러 오라고 했어?”

“......”





목 안이 따끔따끔, 꼭 감기가 올 것처럼 아프다. 잠깐만, 며칠만 밍이가 열 다섯 살이었으면 좋겠어. 다행히 울지는 않는 밍이를 안고 침대에 누우며 천천히 설명했다. 죄다 밍이가 알아 듣지 못하게 어려운 말들만 골라서, 마지막에 바쁘다는 것만 또박또박 전달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근데, 밍아. 삼촌도....

아니다.





“우리 밍이 똑똑하니까, 삼촌이 하는 말 알지?”

“......”

“삼촌이 미안해.”





우리 밍이에게도, 다른.. 밍이에게도.

삼촌이 미안해.




-




오늘도, 형이 먼저 와있진 않을까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다. 왠지 허전하고 휑한 공기. 거실 불을 켜고 2층을 보니 깜깜하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최근엔 계속 닫혀 있었는데. ‘밍아, 얼른 손 씻고 밥 먹자.’ 욕실로 들어가는 밍이를 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 이유도 없이 너무 불안해서 다시 돌아서 내려가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비어버린 방.


새벽에 형이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드는 것이 며칠 새 습관이 되었는데. 오늘 새벽에도 조용히 닫히는 현관문에 나도 모르게 안심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기적이고 일방적이라도 미안하다고 할 걸. 미안하고 고마운 것뿐이라서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 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처 받은 얼굴도, 나를 외면하는 얼굴도 볼 자신이 없었고.


팽팽하게 가득 차있던 눈물샘을 누군가 쿡, 찔러 터뜨린 것처럼 울음이 터져 나왔다. 멍하니 방 앞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바보 같이 울고 있었다. 단순하게 슬픈 게 아닌데. 어딘가 뻥 뚫린 것처럼, 없으면 안 되는 것을 빼앗긴 것처럼. 상실감에 괴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삼촌!’ 나를 찾는 밍이 소리에, 얼른 얼굴을 닦고 형이 있었던 곳의 문을 닫았다.




“...하.”




당분간, 아니, 꽤 오랫동안.

열지 못 할 것 같다.




-




열흘이 넘도록 무겁게 축축 쳐지는 몸을 겨우 이끌고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진짜 집에 가서 밍이 챙겨주자마자 누워야지. 앞에 나와있는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밍이를 보는데, 꼬맹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나는 보지도 않는다. 아침에 형을 찾으며 칭얼거리는 걸 혼냈더니, 아직도 그거 때문에 삐쳐있는 건가.




“야오밍- 삼촌 왔는데.”

“......”

“응? 밍아, 왜 그래? 선생님,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밍이 어깨를 만지던 선생님이 한참을 망설이신다.




“저, 그게..”

“네.”

“저번에 참관수업에 같이 오셨던 분이요.”

“...네?”

“오전에 잠깐 다녀가셨는데, 그때부터 밍이가 밥도 안 먹고 종일 울더라고요.”

“......”

“달래서 물어도 말도 안 하고...”

“......”




시멘트 바닥에 밍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어디 멀리 가시는 것 같던데, 아버님은 모르시나요?”




형이 밍이를 보러 왔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머리가 하얗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정신 없이 인사를 하고 밍이를 차에 태웠다. ‘밍아... 공룡삼촌 왔었어?’ 입술을 야무지게 물어 닫고 묵묵부답.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 집에 들어가자마자 밍이를 세워두고 물었다.




“밍아, 공룡삼촌 왔었어?”

“......”

“야오밍. 혼날래? 대답해야지.”

“......”

“야오밍!”

“삼촌 미워! 공룡삼촌 얘기 하는 거 싫어하잖아!”

“너-”

“삼촌 때문이야!”




펑펑 눈물을 쏟으며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쪼그만 게 너무 서럽게 울어서... 나까지.




“공룡삼촌 비행기 타고 멀리 간대..”

“......”

“삼촌이 가라고 했어?”

“......”

“빨리 오라고 해! 공룡삼촌 데려와!”

“......”

“삼촌이 미안하다고 해, 가지 말라고 해.”




바닥에 앉아 떼를 쓰고 우는 밍이를 달래야 하는데. 놀란 걸 달래줘야 하는데. 숨이 가쁜 밍이를 안아서 등을 두드리는데 ‘공룡삼촌 보고 싶어-’ 안 그래도 어지럽던 머리가,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심하게 울린다. 고장이라도 난 건가. 보고 싶다는 밍이 말에 나도 모르게.




“삼촌은 공룡삼촌 안 사랑해?”

“......”

“밍이랑 삼촌 사랑한다고 했는데, 삼촌은 왜 안 사랑해?”




....나는,




“...밍아, 공룡삼촌 비행기 언제 탄다고 했어?”

“삼촌 미워!”

“삼촌이 가지 말라고 할게. 언제 간다고 했어?”




내일.

밍이를 두고 급히 전화를 찾았다. 신호음이 들리는 동안 제발, 제발 받아 달라고 기도했다.




「여보세요.」




어디로 가는 거냐고, 가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인사도 없이 가 버리면 어떡하냐고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려야 하는데. 


가지 말라고 붙잡으려 전화를 걸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보고 싶어요.

지금, 형이 너무 보고 싶어요.




「...왕아.」




원망이라곤 하나도 섞이지 않은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니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아껴주던 손도, 좋아한다는 마음도 다 내가 밀어냈는데. 탓하지 않고 따뜻하게 이름을 불러줘서. 


너무 그리워서.




“..형...”




겨우 꺼낸 한 마디.

울고 있는 걸 알면 안 되는데.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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