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 넘치고 모든 일이 분명한 K에게도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앵벌이. 라는 단어였다. 요즘은 그 수가 예전에 비해 현저히 감소하긴 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간혹 볼 수 있다. 다리가 있었을 허리 아래에는 바람빠진 반원의 타이어가 자리를 대신 하고 냄새나는 상체로는 이제는 사람들이 별로 사지 않는 판매용 껌과 돈을 담는 꾀죄죄하고 작은 소쿠리 하나를 올리고 우울한 찬송가를 틀어대는 스피커를 담은 더러운 바퀴달린 나무상자를 미는 사람들.

K가 어릴 때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로는, 조직폭력배들이 사람을 납치해서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고 했다. 다리에 피가 몰리지 않게 해서 다리를 잘라내면 고통이 덜하다는 잔인한 이야기를, 어젯밤 TV 쇼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듯이 하곤 했다. 그리고 벌이가 시원찮으면 폭력배들이 그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기 때문에 참 불쌍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저들에 관한 이야기는 무엇이 진실인지 K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K도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어릴 적 괴담을 늘어놓듯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와 망상이 버무려진 끝없이 잔혹한 이야기로 치부하고 싶을 뿐이었다.

다만, 저런 앵벌이들이 조직폭력배의 강압으로 구걸을 하고 있다면, K가 꾸깃꾸깃한 만원짜리 지폐 한장을 호기롭게 소쿠리에 올려놓더라도, 그 돈이 저들의 손에 쥐어질 일은 없는 것이다. 그 지점이 K의 고민의 시발점이었다. 앵벌이에게 돈을 주지 않고 지나치면 폭력배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는 없겠지만, 저 가련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고통이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고 앵벌이에게 적선을 하자니 그들 대신 폭력배들의 배만 불리고 오히려 사회의 악이 커지는 데 일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행동을 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눈 앞의 힘겨운 사람을 외면하는 행동은 냉혈한이나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저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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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 글쟁이를 꿈꿨던, 전업 글쟁이는 포기했지만, 글은 포기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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