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을 집어던져 놓고 아무렇지 않게 토스를 올린 카게야마.

그리고 타나카의 스파이크와 득점.


득점을 해도 그리 좋지 않음 흐름이었음.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원래 가장 무서운거임.




노야가 빡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임. 웬만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하거나 화를 낸다고 해도 정말 가볍게 스치듯이 넘어가는 쾌남이란 말임.


근데 난 아님.

하극상은 있을 수 없는 법. 아무리 둥가둥가 내 새끼 우리 새끼 이뽀염 해도 이런 버르장머리는 안되는 뱁이었음.


만약 노야가 그냥 넘어가더라도 나는 나중에 따로 너 옥상으로 따라와. 해서 조질 문제였음. 근데 노야도 이번 건 꽤 심기에 거슬린 모양이었음. 아무리 네가 귀엽고 예쁘고 천재고 잘나도 이 누나는 용서를 못하겠다 이 말이에요!!! 네가 납득 가능한 말을 한다고 해도 이번 것은 넘어갈 수가 없다!



"...아?"


재빠르게 어땠는지 회상 비디오를 돌렸음. 노야도 뭔가 걸리는 게 있는지 잠깐 생각을 하는 듯했음.


"그렇구나!"


납득 완-

생각해보니까 그 좁은 코트 안에서 화려하게 뒹굴면 뒤 라인에 애들이 나올 때 노야를 피해서 가야 되니까 한명분 이상의 타이밍 손실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군. 진로의 방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야. 카게야마. 너 그래도 말이 너무 짧은 거 아니냐고! 오해할 만 하게 말을 하면 어쩌자는 거냐고! 저 대화의 당사자가 노야라서 이렇게 잘 넘어간 거지 아마 나였다면... 일단 카게야마는 나한테...


"그래도 말투라는 게 있잖아." / "그것 말고 어떻게 말하는데요?"


타나카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음. 그래 맞아!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저거였다고!

쓰읍. 간만에 정신교육을 다시 해야겠는데?

도쿄에 갔다 온 것은 카게야마한테 좋은 기회와 경험이었을 테지만 뭔가 애를 좀 건드려버린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음. 어디 쓸데없는 벌레 새끼한테 물려서 역병이 들어버린 건가 싶어졌음. 평소 건방지고 붙임성 없는 건 알고 있지만 저 정도까지 독불장군은 아니었는데...



다시 시작된 연습 시합.

16 : 14 으로 우리가 2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었음.



츳키의 스파이크가 블록의 손을 맞고 아래로 떨어져 득점이 되었음.



근데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아니면 걸리는 것이 있는지 납득이 안된다는 표정이었음. 오늘 카게야마가 많이 모난 돌같이 구는데 묘하게 거슬리기 시작했음.



"뭐지?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우리 애긔."


역시 '착한 아이' 발언을 한 그 미지의 자식이 문제 인 거 같지? 응? 뭔가 우리 칵얌의 트리거를 깔짝거리게 만든 거 같지? 아니면 우리 스파이커들이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이 있단 것을 듣게 되어서 그런 건가? 속 시원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해주면 좋으련만 내가 탐지기도 아니고 이런 거 알아서 캐치해야되냐고. 참나!

해줄거지만.



"뭐야? 제대로 들어갔잖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봐."


츳키에게 까지 카게야마의 이상변화가 뻗친 모양이었음. 어그로 낌새를 알아채고 바로 도발을 했지만 카게야마는 입을 다물어버리는 선택을 했음. 역시 저렇게 까지 말을 안 하는 건 너무 이상한데?



"귀여운 후배들을 응원하러 왔습니다!" / "방해가 안 되게 위에서 견학하겠습니다!"



"뭐야, 너네 왜 왔냐?" / "내가 먼저 안내 받을 거라고!" / "내가 무거운 거 들었으니까 비키라고." / "난 여주보러 왔어!"



다테공3학년 애들이 갑자기 쳐들어와서는 응원을 하러 왔다며 스탠드 위로 올라갔음. 오랜만에 만나서 좀 반갑기도 해서 회포를 풀고 있는데


"어지간히 한가한가 보네. 여주 쟨 또 왜 저기 있는 거야?"


"진짜 너네 후배 개싸가지. 저걸 현역일 때 그냥 냅뒀어? 너네 진짜 보살이네."


"점수를 따면 흥을 돋우며 가는 거야!"


"후타쿠치...! 완전히 주장 다워졌구나...!"



"모니와는 아직도 순수하구나. 저 자식이 그럴 리가 없는데도 그럴 수 있다고 믿는 점이 말이야."


후타쿠치가 멀쩡한 말을 할리가 없잖음? 저 녀석 인성 다 부서진 거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인데.


"주심이 눈치 못 채게 기를 꺾으러 가는 거다! 연습에서 안 되는 건 실전에서도 안된다!"


"좋아! 후타쿠치! 망할 녀석!"




"거봐, 믿을 놈을 믿었어야지."


일단 다테공고는 후타쿠치가 주장이 된 것부터 말아먹은 거나 마찬가지임. 농사는 망했지만 뿌려놓은 씨앗이 좋으니 일단 크긴 클 거긴 해. 근데 그 작물이 멀쩡하냐 안 멀쩡하냐는... 글쎄, 장담을 못하겠네? 일단 지금은 망한 거 맞는 거 같음.




20 : 17


점수가 지지부진하게 올라가며 영 따라가질 못하고 있었음. 아마 새로이 갈고 닦은 기술들을 이번 연습 시합을 통해서 어느 정도 통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응하다 보니 원래의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아니긴 했음. 이건 지난 여름 합숙 때도 해왔던 거라 딱히 유감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아직은 이 정도네, 안 통하네 를 몸소 겪는 건 그렇게 또 좋은 기분이 아니긴 했음.



후타쿠치의 백어택 때문에 점수를 내어주게 되었음.


"한 번 더 뛰어 블로킹. 방금 건 두 번 뛸 수 있었잖아."



"음. 칵얌. 좀 예민한 정도가 아닌 거 같은데? 초조해 하는 건가...?"


연습시합이긴한데... 코치한테 부탁을 드려서 잠깐이라도 칵얌을 빼와야 하나 싶어졌음. 아슬아슬한 곡예를 보는 기분에 여주도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음. 코치는 괜찮을 거라고 하는데... 쟤들 이러는 거 한두 번이 아니긴 하지만, 영 찝찝하단 말이야.


"왜 이리 안절부절못하실까? 왕께서 기분이 안 좋으십니까?"



"아앙?"




"오. 츳키도 개빡쳤다. 쟤도 성격 드럽지. 화날 수록 웃는 낯으로 맥인다니까."


연습시합에서 까지도 열정을 불태우며 주어진 시합에 지지 않으려는 욕구는 가지면 좋고,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칵얌이 뭔가 좀... 엇나간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음. 이 선배는 너를 그렇게 나약한 아이로 키우지 않았는데, 어디서 멘탈이 흔들린 거지?!


그래도 털그럭거리면서 시합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음.

전국으로 출전하게 된 미야기 대표인 우리를 앞서가고 있단 것에 다테공고의 벤치 쪽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며 좋아 보였음. 이러다간 진짜 이겨버리는 거 아냐?! ㅋㅋ 하는 게 안 봐도 비디오였음.

아사히에게 올라간 토스도 여러 번이었지만 시원하게 넘어가는 게 없었음. 뚫렸나 싶으면 너무 높게 들어가 라인을 넘어가기 일 수 였음.


"젠장! 미안! 토스는 좋았어!"


상태를 보아하니 역시 시험해보고 있는 게 있는 모양이었음. 카게야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당사자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음.


"그럼, 성공시켜 주세요!!"



"어?!"


"안 되겠는데, 역시?"



살얼음판이라고 느낀 코트 안이 결국 모난 부분을 맞고 와장창 무너져 내리고 있었음.


25 : 19 결국 1세트는 다테공에게 내어주고 말았음. 칵얌은 진 것보다 스파이커들이 자신의 토스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 것에 대해서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음.

평소 표정이 다채로운 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표정을 구긴 적은 처음 보는 거라 신선하기도 했음. 아직 1학년은 1학년이야. 그지? 미숙하고 어려. 기술과 실력이 아닌, 그 외의 부분이 말이야.



"저는! 좋은 토스를 올리고 있어요! 좀 더 성공시키라고요!"



봄고예선때 이후로 정신교육의 시간이 없긴 했지. 그땐 쟤보다 더 위태로운 애들이 많았으니까 야마구치라던지, 치카라던지... 그때부터 여전히 유지 중인 츳키라던지.



근데 자기가 소리쳐놓고 자기가 놀란다. 얼씨구. 아차 싶은 걸까 아님 하극상을 놀라는 걸까? 아님 둘 다?


"오랜만에 제왕님모드 아니야?"



"음. 역시 정신교육 확정."


카게야마는 융통성은 없어도 좋지 않은 흐름은 잘 넘기는 쪽이라고 판단을 했는데 또 그렇진 않은 모양이었음. 새로운 것들을 겪고 오고 다른 이야기들이 들려오니 우리 팀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분노... 아니 땡깡인가?

일단 츳키 너도 확정이야. 이 자식아. 애 속 좀 그만 긁어!!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제왕이 왜 문제야? 하지만 어차피 카게야마가 뭐라고 해도 납득이 안 가면 난 그 말 안 들어."


"난 내용이 어찌 됐든 말투가 짜증 나면, 안 들어." / "이하동문."


"나도. 납득하냐 안 하냐는 대화로 풀 수 있지만, 싸가지 없는 건 좀. 패버릴 것 같아서."


원래 자기가 어떻게 하는지는 객관적인 평가가 안되는거임. 그리고 여주는 내로남불이기도 했음.


"난 친절히 말해줬으면 좋겠어."


"그보다 왕은 보통 멋있잖아."


"앗! 근데 히나타. 그건 안돼. 카라스노 독재자는 나야. 칵얌 네가 왕 하면 쿠데타임."


"... ..."



"'스파이커가 때리기 쉬운 것 만큼 최고의 토스는 없다' 그건 분명 커뮤니케이션으로 찾아가는 것. 하지만 싸우지 않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 방금 칵얌이 한 건 땡깡이지만 말이지. 하고 싶은 것이나 말이 있으면 답답해하지 말고 그냥 이야길 해줬으면 좋겠네."


그런말을 한다면 우리 애들이 뭐야 그게 안 들을래 할 사람들도 아니고. 대체로 시키면 말을 잘 들어서 수행하려고 하는 편이기도 하고, 같이 조율하려고 하는 게 우리 팀의 좋은 점 중 하나 아니었냐고. 너도 그렇게 생각 안 하니?


아까 카게야마가 소리를 치면서 말을 잇지 못한 아사히가 다시 말문을 먼저 열었음.



"미안, 카게야마. 블로킹이랑 타이밍을 엇갈려서 때리는 걸 시험하고 있는데 다테공고 상대로는 잘 안되거든. 토스는 느낌 좋으니까 그대로 부탁해."

"앞으로도 블로킹에 많이 잡힐지 모르니 미리 사과해둘게. 미안!"



"나도 아슬아슬한 코스 노리는 거 그만두지 않을 거야! 뭐라 해도 상대가 귀중한 다테공고잖아. 열받아도 참아."


"상황 봐서요."





"뭐야. 자멸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더 지지고 볶아 보라고."


"아앙? 너는 너네 팀이나 신경 쓰라고. 우리 쪽 관심 가지지 말라고. 이번에도 이겨줄 테니까."


"하아?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겍! 아오네! 넌 누구 편이야!" / "... ..."



'우왓! 역시 굉장해! 후타쿠치상을 상대로...! 대담!'






2세트가 시작되었음.


"싸움인가요?" / "카게야마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됐다고 해도 그 반대는 어떠려나? 실력이 남다른 카게야마에게 다른 녀석들은 불만을 말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럴리가요. 코치.

여주는 지금 진행 중인 스코어 북을 보다가 자리에서 확 일어났음.



"칵얌! 너 이 자식! 중앙 공격 왜 안 해?! 쫄았냐? 쫄이냐! 쫄?! 중앙을 좀 더 쓰라고!"



"아, 네!"



"제대로 있네요. 불평하는 사람이..."


여주는 참지 않긔.

약간은 풀어진 분위기, 카게야마의 미간에 나 있던 내 천자가 사라지자 확실히 공에 집중하는 정도가 달라졌음. 스파이커도 시험한다, 계속할 거다 말을 했으니 자기도 안 그러란 법은 없지. 맞아. 하고 싶은 거 다해. 그러니까 연습 시합인 거 아니겠어?


그렇게 평소보단 조금 더 높게 띄워진 공.

그 공을 받은 당사자인 츳키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음 ㅋㅋㅋㅋㅋ 아 이런 건 좀 재밌어. 아까와 다름 없는 높이에서 뛰었으니 공이 닿을 리가 있나. 속으로 백타 카게야마욕을 하고 있을게 분명했음. 그렇게 우리 코트 위로 허무하게 공이 떨어졌음.


"어이, 안 맞춰 줄 거다."


"아? 그래? 딱히 상관없습니다만?"


그래도 기분이 이상한 것은 어쩔 수 없네. 아마 착한 아이 이야기를 듣고 칵얌도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자신이 우리 스타일에 맞춰 굳어진 토스가 잘못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을 것이고, 나름 속앓이를 했을 것임. 그럴 때 써먹으라고 있는 게 선배고, 코치고, 선생님인데 말이야. 왜 이야기를 안 하냐 말이지.

심지어 먼저 묻기 전에 그런 말 들었다고 이야기나 했겠어? 쟤가? 절대.


배구의 서브, 토스, 스파이크로 진행이 되는 것 처럼 스파이커와 세터 사이에서도 그런 핑퐁이 필요한데 우리 애들은 너무 서투르긴 하지. 이때까지 배구라는 팀 스포츠를 어떻게 이어왔냐 싶을 정도긴해. 애정으로 여기까지 밀어붙여 왔다니 카게야마는 인정하겠지만 츳키 쟨, 절대 제가요? 배구를? 그럴 리가요. 이럴게 분명하긴 함.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겠지만 츳키의 상태를 꼭 확인하겠지. 말은 제대로 안 하면서. 이상이 있으면 기민하게 알아채는 편이니까. 밉살스럽게 말을 했으면서도 아마 츳키에게 딱 맞는 공을 올려줄게 분명하겠지. 카게야마는 서투른 아이니까.



카게야마의 달라진 태도와 토스에 충분한 도움닫기를 위한 위치선정. 그리고 공이 떠오르는 타이밍에 맞춘 도움닫기. 지기 싫다는 생각도 깔려있겠지만 분명 츳키도 알고 있겠지. 카게야마가 자신에게 주는 공은 완벽한 위치의 완벽한 공이라는 것을.


까마귀라는 이름의 걸맞은 날아오름.




저 삐뚤어지고 서투른 두 명의 시너지는 가히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음. 단언할 수 있음.


아쉽게도 너무 높게 넘어가 라인을 넘어가 버렸지만 나쁘지 않은 스타트라고 볼 수 있음.

23 : 25

2세트도 결국 다테공에게 내어주고 말았음.


"뛰었네."


"츠키! 마음을 가라앉혀! 카게야마!! 츠키를 부채질하지 마!!" / "시끄러워. 야마구치."










가끔 히나타는 어떻게 저런 말을 해 줄 수 있는 아이일까 생각을 하곤 했음. 자신보다 잘한다는 선수에게 시기하고 질투할 법도 하지만 좋은 점만 보며 찬미해 줄 수 있는 그 예쁜 마음. 본받을게 많은 아이였음. 아마 히나타는 내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면 샥-붉어진 뺨으로 어찌할 바 모르겠지. 귀여운놈ㅋ


그리고 그런 히나타의 힐링 테라피를 직빵으로 받은 카게야마는?




남의 기분도 잘 모르고, 단어선택도 잘 못하지만 최고의 세터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카게야마.

"진짜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조교 하는 맛이 있긴 하지."


삐걱거리다 드디어 맞물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정신교육은 꼭 해야 할 것 같았음. 정말 아직도 내 손안에서 주물러져야 하다니 언제까지 나한테 의존하려는 건지 모르겠음. 우리가 졸업 후엔 어쩌려고 그러나 싶었지만 괜찮을 것 같았음.

꼭 사이좋은 우리 사이일 필요 있나? 이렇게 투덕거리다가도 다시 잘 맞물린다면 문제 없지. 서로에게 독설을 날릴 수 있는 악우정도야 한 두 명 정돈 있어야지. 안 그래? 너넨 부정하겠지만 누가 봐도 친구 사이야.



여전히 이어지는 연습 시합. 할 수 있는 만큼 굴릴 수 있는 연습 시합의 장점이지.

바람이 알맞게 불어 드디어 순풍 하기 시작하는 배 처럼 스무스하게 잘 굴러가는가 싶더니.


"선배, 때리는 게 엉성해졌어요. 지쳤다면 교체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건 분명 카게야마가 나름 신경 써 준 발언일 거야. 응응. 알아, 안다고. 그렇지만..."


"난 안 들어가, 멍청아!! 하지만 방금 힘만 믿고 때린 건 인정하지!!"




역시 말투 교정은 조금 필요한 것 같음.

우리팀이 아닌 상대팀에게 저런다면 문제없음. 근데 우리 팀에서 저렇게 죽창을 휘두르니까 그건 아니 되는 말이지.


"실전에서도 되도록 교체는 마이너스를 보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플러스 전략으로 쓰고 싶잖아?" / "그럼 공을 줄여가며 상태를 보죠."


"그런 거, 티 내지 말고 해주면 좋겠다만! 줄인다는 말을 듣고 잘 부탁한다고 말 못해!" / '티... 내지 말고...!'



"나한텐 말해줘. 난 '공이 줄었나?' 하고 직접 눈치채는 게 충격이니까."


"아사히. 너도 정신교육 방으로 따라와. 이 자식 아직도 그런 가녀린 생각을 하냐고."



"엑...? 나 지뢰 밟은 건가."


"어. 너 성가셔."



"3학년들은 굉장한 1학년이 들어와서 잘됐다고들 하지만 카게야마한테도 마찬가지네요." / "그러게."




레프트를 외친 카게야마의 토스가 올라갔으나 네트에 가까웠음. 아사히가 살려보려고 했는지 스파이크 모션의 각도가 미묘했는데 아쉽게도 블로킹의 손을 맞고 떨어졌음.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온 아사히 18번. '미안!'


"아사히상 사과할 일이 아니에요!"

"아? 미안."


타나카에게 혼이 나서 또 사과하고,


"방금 건, 제가 커버할 부분이었어요."

"아? 아니, 미안."


카게야마한테 또 사과함.


사과를 하지 말라면서 혼나는 모습은 제법 재미있는 광경이긴 했지만 짚을 건 정확하게 짚고 가야 하는 거 아니겠음?

"야! 카게야마! 방금 네 토스가 허접하였잖아! 똑바로 정정안 해?! 콱씨!"

"죄송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 카라스노 뭔가 부족한데?"


날렵하게 날아든 후타쿠치의 서브. 속으로 분명 우리 팀 까고 있을게 뻔했음. 어떻게 아냐고? 눈빛이 불손함. 무엄함. 불경스러움. 그런 기운이 그득한 서브여서 그런가 아사히가 올린 토스가 좀 짧았음.


높은줄도 모르고 치솟은 다테공고의 블로킹.

토스가 짧아서 그런지 히나타의 스파이크는 셧아웃을 당했음.



지들끼리 신나서 몸통 박치기를 하더니 저런. 역시 후타쿠치가 데미지를 입은 모양이었음. 꼬시다ㅋ




"그래도 왜 기분 좋아했는지는 이해가 돼서 문제네..."

다테공고의 주요 공격패턴은 서브로 무너뜨리고 블로킹으로 끝낸다. 완벽한 서브 앤드 블로킹. 자신들의 모토를 완벽하게 해냈으니 신나서 갈비뼈 박살 몸통 박치기를 할 만도 했음. 지금이야 후타쿠치 혼자 서브가 강력하지만 1년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 다른 큰 녀석들도 강력한 서브를 넣고 철벽으로 블로킹해버린다면 정말 끔찍할 정도로 무서울 것 같긴 했음.

역시 농사 망해라.



는 개뿔; 역시 아오네였음. 라인을 넘어가 득점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후타쿠치보다 더 강력한 서브인 것은 확실했음. 총알이 날아 꽂히는 줄 알았음.

내년에 진짜 박터지겠는데...?




이제 삐걱거리는 것도 다 했고, 말싸움도 다 했고, 누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다 알았겠다 더 질질 끌 필요가 있나요?


"히나타."


"뒤섞으란 말씀이시죠?"



히나타의 역활은 항상 비슷했음. 코트 안을 휘젓는 미끼가 되거나 아님 불시적인 공격을 할 것 같은 위암감을 주는 것. 그런데 그런 눈에 띄는 선수가 다른 스파이커들과 싱크로 공격으로 들어간다면 상대 팀에선 헷갈리지 않을 수가 있을까?

히나타가 먼저 뛰어나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패턴이었음.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숨기지 못해 튀어나왔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리드블록을 하는 블로커들이었음. 머리는 혼돈 그 자체여도 몸은 공을 잘 따라가고 있었음. 하지만 아사히의 완벽한 스트레이트.

4세트가 되어서야 드디어 25 : 23 으로 이겼음.



히나타가 뒤섞인다는 것에 자신이 먼저 말한다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었음.

냉정하게 말해서 가진 무기가 없는 히나타였기 때문에 주력으로 사용한 것이 빠른 속공, 즉 스피드였음. 그런데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다는 걸 안 이상 애착을 가지고 갈고닦아온 무기를 내려놓고 다른 것을 시도 한다는 것. 어찌 보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 오른손잡이보고 왼손으로 글씨를 쓰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런데 히나타는 그러기로 마음을 먹은 거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더 강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향상심이 높은 후배들이 있어서 게으른 나도 자꾸 딸려가게 되잖아. 그런 너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되잖아.



마지막까지 선택지의 하나로 남아있어라.

블로커가 우수한 상대에겐 아주 유용한 방법임.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 수록 어디로 갈지 모르게 될 확률이 높아지니까.




하지만 마이너스 템포의 속공을 안 쓴다는 말은 안 했다?

흐트러진 공의 위치와 뛰어가서 정확하게 핀포인트로 토스를 하는 귀신같은 기술은 카게야마밖에 할 수 없고, 그 토스를 믿고 냅다 뛰어오르는 것도 히나타밖에 할 수 없는 이 화려하고 공격적인 기술을 마냥 방치하긴 아깝잖아요 ㅋ 이게 전략인 거 아니겠음?


털그럭털그럭 각이 있는 바퀴지만 잘 굴러가는 듯했는데 츳키가 카게야마의 토스에 손을 대지도 못하고 흘려버렸음.



헐떡거리며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데 흘리는 땀의 양도 장난이 아니었음.


'선수의... 상태...'



8세트째.

18 : 16 우리가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었음.

코치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저인가요? 저인가요? 저로군요? 저로군요? 저로군요? 저로군요? 저로군요?


전투의지를 불사르고 있는 야마구치가 든든했지만 호명된 선수는 다른 친구였음. 코치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는 샤이한 또 다른 녀석. 키노시타였음.



긴장 된 표정이 지금의 복잡한 심경이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었음.

우리 쪽 애들은 광인 아니면 소심 둘 중 하나였음. 왜 중간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선수들 성향 비율이 희한하게 그랬음. 특히 소심한 아이들이 제일 웃긴 게 실력이 됨. 실력도 있고 연습량도 미친 듯이 함. 막상하면 잘해. 근데 자기에게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절대 나서고 싶지 않아 하는 게 문제였음.

우리 야마구치도 처음엔 그랬잖음? 지금은 갱생시켜서 대전사로 만들어냈지만 다른 녀석들도 손을 봐주지. 암암.




팀명인 학교를 걸고 라이벌이라고 명명하는 팀들도 있지만 각 학교마다 서로의 호승심을 불태우는 라이벌도 존재하기 마련이었음.

숙명의 라이벌은 세이죠이고, 인연의 라이벌이 네코마. 그리고 그 외 다른 학교에도 개인적인 호적수가 있음. 다테공고에선 아마 이런 삼각관계이지 않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그 상대가 전부 아오네였음. 블로킹 실력에선 다테공에선 따라갈 자가 없으니 그럴 법도 했음.

다테공고와 시합을 하게 되면 나는 아직도 그날의 일들이 자꾸 마음에 걸려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말을 걸게 되고 조금 더 신경 쓰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음. 우리 가녀린 아사히.


그리고 그런 내 마음과 노야는 같은 재질일 지도 모르겠음.

아사히의 회심의 스파이크는 아사히에게 뚫고 싶은 과제 같았던 아오네의 손을 맞고 튕겨 반대편 스탠드 위쪽까지 날아 올랐음.




트라우마는 이제 없는 거다. 아사히.






먹고싶은 맛이 있는데 아직 메뉴에 없다면 직접 조리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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