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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게는 평상시에 그나마 나가는 용건이라곤 간단하게 식사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 뿐이었다.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을 자주 갔었기에 알바생과도 인사를 하며 지낼 정도였다.

어느 때와 같이 편의점을 가기 위해 나오니, 요즘 날씨가 쌀쌀해져 츠게는 평상시에 입는 목폴라에 가디건을 걸치고 나갔다. 

편의점에 들어가니 금발머리 남자애가 매번 보던 알바생이랑 같이 있는 걸 봤다. 

누구인가 싶어서 계산할 때 누구냐고 물어보자 새로 들어올 알바생 교육하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알바생은 이 친구 자주 볼 거라며 인사하라며 금발머리 알바생에게 이 형은 글 쓰는 분인데, 여기에 자주 온다며 소개했다.

꾸벅- 하며 인사하니 금발머리 알바생이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나토라고 합니다. 앞으로 자주 봬요.”


츠게는 미나토를 보며 되게 젊은 애네…라는 생각을 하며 편의점을 나갔다.


그 이후에 편의점을 올 때면 미나토가 먼저 인사하고, 그러다 보니 츠게도 같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만나는 횟수가 늘고 나름 친해져서 계산할 때마다 간단하게 근황을 나누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미나토도 츠게도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돈 알게 되었고, 가끔씩 츠게는 고생하는 미나토에게 음료나 초콜릿 같은 간식들을 사다 주면서 챙겨주기도 했다.


미나토는 츠게가 올 때마다 웃으면서 맞이해줬고, 손님이 없을 땐 기억에 남았던 손님들을 이야기해주었다. 

편의점에 놀러오는 게 자연스러워진 츠게였다.


어느 날 신난 미나토가 자기가 되게 로맨틱한 손님을 봤다며 츠게에게 이야기했다. 

“아니, 손님 애인분께서 전화로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나 봐요~ 계산하고 나가는 데 나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웃으시는거예요~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요?”


미나토는 자기가 사랑한다고 들은 듯이 설레하면서 츠게에게 이야기했다.

츠게도 "그러게~ 근데 네가 들었어? 왜 이리 좋아해~" 하면서 미나토를 귀여워하며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미나토가 츠게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츠게씨, 그러고 보니 번호가 없는데 번호 주시면 안 돼요? 맨날 편의점 오시는 것도 귀찮으실 텐데… 제 이야기 들으시려면 전화하시면 되니까요~ 그리고 혹시 몰라요~ 책 쓰시는 거에도 도움이 될지?”

라며 웃으며 츠게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츠게는 그런 미나토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생각 해보니 그러네? 미나토도 번호 줘.”라고 말했다.


미나토는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있길래 츠게는 얘가 왜 이러지 싶었지만 이내 폰을 다시 돌려받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미나토는 츠게를 처음 봤을 때부터 저 사람이다 싶은 느낌이 왔었다. 계속해서 마주칠 때마다 약간은 부스스한 느낌으로 오는 것 마저도 귀여워 보였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말 이상형과 가까운 느낌의 사람이구나 하며 더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미나토는 어디서 주워들은 자신에게는 있지도 않던 설레는 이야기를 꺼내서 츠게의 번호를 따기 위해 밑밥을 깐 거였다. 스스로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하였고, 어떻게 꼬셔야 넘어갈까 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미나토는 츠게에게 카톡을 보내었다.


“츠게씨, 저예요! 미나토! 번호 저장했죠?“

“ 그… 혹시 형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이제 많이 친해진 거 같아서요.”

“ 그리고 저 방금도 되게 귀여운 손님 봤어요!”


미나토는 신나서 손님이 오지 않는 틈을 타 카톡을 보냈다.


츠게는 그런 미나토가 귀엽구나 생각하며 틈틈이 답장해 주었고, 미나토가 손님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설렘이나, 즐거움을 글로 옮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공유하는 설렘에서 자신도 함께 설레는 기분이 들었고, 미나토가 말해주는 이야기들과 이야기를 들려줄 때의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과 그 느낌들이 너무 좋다고 느꼈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당장 담고 싶을 정도였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 기뻐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계속 생각나서 결국 츠게는 미나토를 보기 위해 편의점을 자주 찾아가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 소재를 위해 찾아가는 거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자신에게 대며 행복한 미나토를 보기 위해 귀찮지만 발걸음을 옮겼다.


미나토도, 츠게도, 이 편의점이 사람이 별로 안 와서 다행이라고 안심하고 있었다.


평소에 오는 횟수보다 더 자주 오자 미나토는 츠게에게 기대하게 되고, 형도 나를 맘에 들어 하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에 미나토는 괜히 한 번 떠보려고도 했다.


그런 말로 떠보려 하면 츠게는 눈치 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라는 말을 하며 갸우뚱거리는 게 짜증 나면서도, 이런 모습까지 미치겠는 내가 웃기다… 하며 더 빠져드는 미나토였다.


미나토는 눈치 없이 행동하는 걸 보며 참다못해 츠게에게 카톡으로 이야기 했다.

“형, 저 일 끝나면 만나요. 집 앞에서 기다릴게요.”

라고 보내고 퇴근시간이 오길 기다렸다.


미나토는 나를 좋아하냐고 대놓고 물어봐야겠단 다짐을 했다.

이야기를 듣고 고백할지 말 지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한 미나토였다.


츠게는 그 카톡을 받고 나서 미나토가 할 말이 무엇일까 하며 미나토와 보냈던 시간들과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책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


문득 츠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미나토를 그렇게 자주 보러 갔지?라는 생각이다. 그 표정이 보고 싶어도 그렇지 왜 가는 횟수를 늘렸고, 일어나기 귀찮은 거까지 버티며 나갔지? 싶었다.


츠게는 로맨스 소설을 썼지만, 사실 사랑 따윈 잘 모르겠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남들이 생각하는 사랑과 설렘을 글로만 배웠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미나토를 챙겨주고, 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그냥 아끼고 귀여운 동생이니까- 라고 넘기며 지내왔었다. 그러나 미나토를 보며 심장이 뛰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 감정들이 커지며 "이게 진짜 단순한 감정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깨닫지 못하다 결국 이렇게까지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미나토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느끼게 된 것이다.

항상 여러 핑계를 대며 좋아한다는 감정을 미뤄왔던 걸지도 모른다.


물론 공유하는 이야기와 설렘이 좋았고, 실제로 책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 담기 위해서 그렇게 자주 갈 필요는 없었다. 이미 책 내용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고, 정말 책만 쓰고 싶었다면 따로 시간을 내서 미나토를 만나서 인터뷰를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런 몇 시간의 생각과 고민 끝에 결국 미나토가 자신에게 할 말 따위 생각하지 못하고, 미나토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머릿속에 오로지 미나토 생각 뿐이었다.


미나토를 생각하며 웃고 있었고, 설레하고 있었고, 볼이 빨개져선 만나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부터 눈은 어떻게 봐야지...까지 계속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짰다.


그 고민 끝에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헤어질 때 고백을 해버리자!라는 생각을 하며 미나토를 만날 준비를 했다.


나름 고백한다고 급하게 옷을 평소보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나왔다.

미나토는 츠게의 집 앞에서 크게 숨을 내뱉고 츠게에게 나오라고 하였다.


사석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라 둘 다 긴장한 상태로 츠게는 미나토에게 밥부터 먹자고 하며 근처 밥집으로 데려갔다.

밥을 먹으면서도 미나토는 잘 이야기할 수 있겠지라는 긴장감이 들었고, 츠게 또한 무슨 말부터 해야지 싶었다.

둘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일부러 그냥 알바할 때 어땠냐, 글은 잘 쓰고 있냐는 이야기만 하며 식당을 나왔다.


츠게는 미나토가 혹시 고민 이야기라도 할까 싶어서 여기서 못할 만한 말이면 자기네 집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미나토는 약간 흠칫했지만 고백할 거면 차라리 집이 낫지 않을까 싶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츠게는 말하고 나서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집에...?라는 부끄러움이 뒤늦게 몰려왔지만, 혹시 몰라 집을 치워둔 자신을 칭찬했다.


츠게는 미나토에게 편하게 있으라고, 녹차랑 커피 있는데 뭐가 좋냐고 물어보고, 미나토는 녹차가 좋다고 하며 소파에 앉았다. 말로만 듣던 우동이와 츠게가 작업하는 공간을 구경하며 어떤 모습으로 글을 쓸까 상상하며 있었다.

츠게가 녹차와 커피를 가져와 미나토 옆에 앉았다. 미나토는 츠게를 바라봤고, 츠게는 그래서 무슨 이야기냐고 얼른 말해보라고 말했다.

미나토는 다짐한 듯 츠게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 저 형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어요." 

라며 진지한 눈빛으로 츠게를 바라봤다. 

츠게는 볼이 빨개져선 "어, 어?!" 하며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돌렸다. 상상도 못했던 고백이었기에 큰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미나토를 힐끔 쳐다봤다.

미나토는 츠게의 반응을 보고 뭐지 싶었지만 그런 모습이 귀여워서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싫어하는 반응이 아니라 약간의 안심도 되었다.

츠게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고, 미나토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며 힐끔힐끔 쳐다보다 자세를 고쳐 잡았다.

미나토의 두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나토, 일단 고마워. 너도 나름대로 앓았을 텐데, 그걸 못 알아차렸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어. 나도 널 좋아하고 있는 걸 말이야."

미나토는 츠게의 말을 듣고 놀란 듯했지만, 츠게가 말을 하고 손을 놓자 다시 츠게의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형, 고마워요."

미나토는 츠게를 보며 웃었다. 이렇게 말을 해준 츠게에게 고맙기도 하고, 너무 귀여웠다. 뒤늦게 자기감정을 깨달은 츠게의 모습이 츠게 답다는 생각을 했다.

츠게는 그런 미나토의 모습에 다시 반해 자기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다.

".. 하고 싶다"

미나토는 그 말에 "할까요?"라고 하였고, 츠게는 자기가 한 말에 놀라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미나토는 그 모습에 빵 터져 계속 츠게를 보며 웃었고, 츠게는 부끄러워 도망치려고 했다.

미나토는 츠게를 붙잡아 앉혀, 얼굴을 잡고 입술에 쪽- 하며 뽀뽀를 하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형, 사랑해요. 형도 저 사랑하죠?"

츠게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좋아하게 된 그 순간들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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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오늘은 제가 사랑하는 미나츠게의 일주년이랍니다?

앞으로 영원히 사랑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꼭 내 앞에서 해주렴 응응! 즌투 나와라!

일주년 기념으로 오랫동안 꺼내서 쓰지 않았던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만난 금발 알바생이 연인이 되는 과정입니다... 굉장히 어울릴 거 같아서 적었어요.

둘이 행복하니 저도 좋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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