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본편 '가위바위보'를 읽으셔야 이해가 되기 때문에, 가위바위보를 반드시 읽은 후 '말하지 못했던 진심'의 정주행을 권해드립니다^^ (가위바위보 7편 이후의 내용과 연관)

- 참고로 말하지 못했던 진심은 '가위바위보' 시즌의 외전 제목이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은 아닙니다!





가위바위

- 말하지 못했던 진심(외전 02)




#JK



"저 이제는 형한테 귀여움받는 존재로만 머무르지 않을 거에요. 진지하게 형 옆에서 이렇게 쓰다듬어주고 싶어요. 매일 보고 싶고, 잊고 싶은데도 형밖에 안 떠올라서요. 저 진짜 형 좋아하나봐요. 그래서 오늘 고민하다가 형한테 고백하는 거에요. 좋아한다고."

"정국아...."

"뭐,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는 형이 선택하는 거니까. 뭐든 괜찮아요."


'그런데, 형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아직도 그 날만 생각하면 왜 그렇게 다리가 후덜덜 거리는 걸까. 콩닥콩닥 거리는 마음으로 형에게 귀여운 동생으로 옆에 있기보다, 남자로서 옆에 든든하게 지켜주고 싶다고 마음을 비췄던 나. 보고 싶고 형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했던 나에게 형은 그저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아주었다.  

그 이후 나는 지민이 형과의 알콩달콩한 관계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방학이 되었지만 형과 나는 둘이 짠 것처럼 학교에 머무르고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이곳저곳에서 데이트를 이어갈 수 있었다. 

남들 시선을 신경쓰는 형 성격에 보이는 곳에서 대놓고 사귀는 티를 내지는 못했지만, 아침에 등교하면서 돌아가더라도 아무도 없는 길로 손잡고 가기도 했었다. 저녁에는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꼭 형의 자취방 앞까지 데려다주면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었다. 



"형, 오늘도 고마워요. 이렇게 같이 손잡고 와줘서."

"뭐래, 정국아. 내가 더 좋은 걸. 내 남자친구가 이렇게 손 꼭 잡고 와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그렇죠? 형도 좋은 거죠!"

"그러게, 우리 귀여운 정국이 계속 보고 싶은데. 이렇게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쉬워."

"아쉬우면.... 같이 살면 안될까요? 형 계속 보고 싶은데....."



아쉽다는 표정을 끝내 짓는 내게 그는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 그만 아쉬워하라고 표시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 오늘 이 정도면 난 행복해. 형은 내가 어떻게 할 때 행복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나도 그에 발맞춰 응해주고 있었다. 지금 이 정도도 얼마나 행복한 걸까. 






2학기가 되어서 나는 결국 지민이 형을 설득했고, 결국 학교 기숙사 2인실 룸메이트로 들어오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다른 침대에서 자더라도 늘 눈을 뜨고 일어나면, 형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난 너무 행복했다. 

형이 피곤하다면서 먼저 잠이 들면 미친듯이 잠이 오더라도 그 얼굴을 지켜보고, 형이 일어나기 전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형의 곤히 자는 모습을 지켜봤다. 우리는 행복하게 2학기를 보낼 수 있었고, 둘 다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었다. 

따뜻한 품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 늘 잠시라도 헤어질 때면 더운 여름에도 선선한 가을에도 추운 겨울에도 늘 그를 안아주었다. 꽤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내 품에 안기는 형을 보면, 아르바이트에서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혹은 과에서 눈총을 받아도 괜찮았다. 

우리가 사귄지 벌써 6개월이 지나가지만, 아직 키스 이외에는 더 한 진도를 나간 적도 없었고 지금은 나갈 생각도 없었다. 형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고, 그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 해도 너무 행복했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처럼, 내 욕심은 끝이 없었다. 어느 순간 기숙사말고 자유로운 곳에서 형하고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저희 내년에는 나가서 살아요."

"정국아, 왜?"

"왜냐면...."



왜냐고 이유를 물어보는 데, 왜 내 얼굴이 그렇게 빨갛게 물들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낯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한 침대에서 누워서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말까지는 솔직히 입밖으로 내밀기에 부끄러웠다.



"기숙사에서는 보는 눈도 많고, 형하고 손잡고 다니고 싶고 안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형 괜히 눈치보고, 형이 해주는 맛있는 밥도 먹고 싶고.... "

"정국아, 진짜 그것 뿐이야? 요리야 형이 집에서 해와도 되는데."

"형..... 진짜."



와락, 나를 놀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형을 힘주어 안아버렸다. 어디에 도망가지 못하도록 내 옆에 묶어놓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지민이형.



"형하고 같은 침대에서 누워서 자고 싶은데.... 이런 말 해도 괜찮아요?"

"푸푸.... 하하하하하"



형은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방이 떠나가도록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고, 나는 괜히 이야기했다 싶어서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Oh my god. 신이시여, 왜 저에게 이런 창피함을 주셨나이까.... 민망해하는 내 얼굴을 보고 형은 두 손을 내 볼에 가져다 놓고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웃지마요, 진심이니까."

"꾹아~ 화난 거 아니지? 형도 너무 좋지. 꾸꾸, 그럼 우리 방 알아볼까?"

"진짜죠? 형, 장난아니죠?"

"장난이면.... 확 도망칠까?"

"형.... 도망...이요? 하기만 해봐 진짜!"



도망이라니, That's no no.  내 사전에 박지민의 곁은 이 전정국 하나 뿐인데, 다른 사람의 곁에 있는 박지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괜히 놀린 형에게 화가 나서 침대에 눕혀 입술박치기를 복수랍시고 열심히 했던 나였다.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행복했던 나와 형, 우리 둘.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처럼 행복했다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헤매고 있을까. 



- To be continued - 



P.S : 당분간 <말하지 못했던 진심>은 정국이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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