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성우팀(성우, 지훈, 관린)은 세 팀중에서 가장 고생하고 있었다.

처음에 길에 접어들어 뒤로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닫힐 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건 없었다.

그런데 곧 콸콸 물 흐르는 소리가 나더니 바닥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가운데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날만한 좁은 통로를 제외하고는 지대가 낮은 양 옆은 물이 너무 차올라서 걸을 수가 없었다. 가운데 통로도 성우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찼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 앞장서서 걷고 있는 성우의 말에 지훈이 바닥을 유심히 보니 이끼도 사방에 끼어 있었다.

"물에서 악취도 심한 걸 보면 지하수로 같은 덴가봐. 으악." 말을 하던 지훈이 이끼를 밟고 미끄러지는데 뒤에서 관린이 잡아줬다.

"와, 큰일날 뻔했다. 고마워, 관린아." 지훈이 고마움을 담아 관린을 향해 미소지었다.

사실 알고보면 성우보다 더 불쌍한 건 관린이었다. 지훈이 다니엘한테 성우의 마음을 알려줘서 성우는 강가에서 다니엘과 대화를 나눌 기회라도 있었지만, 그런 깊은 생각 못하는 다니엘은 지훈이한테 '누가 봐도 관린이가 너 좋다한다'는 간단한 말 한마디를 안했고 - 관린이와의 관계를 의심하긴 했지만 - 이상하게 자기 일에는 무관심한 지훈은 관린의 마음을 여전히 몰랐다. 그리고 납치되어 깔이네 어쩌네 얘기를 들은 뒤로는 의식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관린이를 피하게 되어서 둘이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히다규를 먹을 때 한두마디 나눈 정도가 다랄까?

걸리버 막내 가뿐히 업는 윙느님

뒤를 돌아 관린의 표정을 살핀 성우가 말을 다른데로 돌렸다.

"바닥이 좀 미끄럽고 냄새도 나긴 하지만 대신에 내가 주술 쓰기는 좋아."

성우의 말 돌리기는 성공적이었다. 지훈이 물에 대한 화제를 덥석 물었다.

"물만 깨끗하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쉿! 무슨 소리 안 들려?"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날카롭게 뜬 성우의 물음에 지훈이 귀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스스스스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뭐지?"

"윽!" 지훈이 옆에 있던 관린을 향해 물었지만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닌 관린의 외마디 비명이었다. 비명과 동시에 관린이 무언가에 빨려들어가듯이 옆의 물웅덩이로 풍덩 빠져서 사라졌다.

"관린아!!!!!!!!!!"

"뭐야? 물 속에 빠진 거야?"

"관린이 비명을 생각해보면 그냥 단순히 빠진 게 아닌 것 같아."

그 순간 관린이 기절한 상태로 다시 물 위로 솟구쳤다. 커다란 아나콘다 같은 게 긴 몸통을 이용해 관린의 몸과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성우는 안 그래도 좀 전에 '이 지하수로는 습해서 뱀이 살기 적합한 환경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관린아! 정신차려!!" 성우가 팔을 뻗어 관린이한테 향하는 지훈을 제지했다.

"일단은 저 괴물부터 처리하자! 무턱대고 다가갔다간 우리까지 당해."

고개를 끄덕인 지훈이 결계를 쳐서 성우를 돕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들 앞에 나타난 요괴는 츠치노코(土地鋸)라 불리는 이무기 요괴였다. 흩어진 아이들이 만난 요괴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요괴로 본래는 큰 구렁이 형태지만 오래 묵을 수록 용에 가까워진다. 그나마 이 츠치노코는 아직 뿔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용이 되려면 멀어보였다.

요괴를 향해 고드름 표창을 던진 성우가 동시에 수인을 맺었다. "주박(注泊)!"

평상시라면 요괴의 그림자를 향해 던질테지만 요괴가 아직 몸의 일부가 물 속에 있었기 때문에 성우는 고드름 표창을 요괴의 몸통에 직접 던졌다. 그리고 성우가 예상한대로 성우가 자랑하는 고드름 표창은 요괴의 단단한 비늘을 뚫지 못했다. 따라서 주박술도 꽝.

"제기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네. 지훈아, 여긴 네가 맡아줘야 할 것 같은데? 저 요괴도 속성이 물이어서 내 힘은 안 통해."

지훈이 바로 곤란한 표정을 했다. 결계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력이 봉인당한 지금, 아무리 영력증폭 구슬로 만든 펜던트를 착용하고 있다고 해도 간단한 보조/회복 주술 외에는 제대로 된 사용이 어려웠다.

지훈과 성우가 머뭇거리는 동안에 비늘을 긁고 지나간 표창에 화난 요괴가 잡고 있던 관린을 내팽겨치고 성우한테 달려들었다. 정신을 잃은 관린이 물 속으로 가라앉아 자취를 감췄고, 성우는 요괴한테 어깨를 물렸다. "윽... 지훈아 얼른 뭐라도 해봐!!"

성우가 자신의 상처부위에 활력(活力)을 외웠지만 맹수가 사납게 물어뜯은 상처를 치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성우에게 알았다는 눈빛으로 응수한 지훈을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성우형이 물이라서 안 먹힌다면 고드름 표창에 내 속성을 담아서 날려보자!'

영력 증폭 펜던트에 의지해서 끌어낸 소량의 영력을 모두 성우가 준 고드름 표창에 담아낸 지훈이 가장 기본 공격술을 표창과 함께 쏘아 보내기로 했다.

"정화(淨化)!" 평소보다 훨씬 옅고 작은 빛줄기가 천도선 끝에서 생성되었다.

동시에 지훈이 힘껏 고드름 표창을 요괴를 향해 던졌다. 물을 관장하는 성우가 아닌, 하늘을 관장하는 지훈의 힘에 반응한 고드름 표창은 자두빛 천도선의 영향을 받았는지 투명하던 색이 자두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효과가 있었다. 성우가 던졌을 때는 요괴의 비늘을 뚫지 못했지만 지훈이 던지자 표창이 비늘을 뚫고 요괴의 몸 안에 박혔다. 영력이 약해진 지훈이었기에 일격필살의 효과까지는 없었지만 고드름 표창과 정화를 한꺼번에 맞은 요괴는 괴로워하더니 물 속으로 도망쳤다.

"좋았어!" 지훈이 외쳤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성우는 그 사이 고통에 정신을 잃은 듯 보였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요괴는 이빨에 치명적인 맹독을 숨기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성우는 이미 상반신이 녹색으로 변한 상태였다. 관린이도 물에 잠긴지 1분은 지난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지훈의 마음이 급해졌다. 미친듯이 손을 놀려서 수인을 맺어 '해독(解毒)' 주문을 성우에게 시전한 지훈은 경과를 살펴보지도 않고 바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관린아, 제발 무사해라!'



-

헉! 120화 업로드하고 이거 쓰는데 그 동안에 하트가 10개가 넘다니 ㅠ-ㅠ 마이너 중에 마이너인 윙녤을 재밌게 봐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전 이 시간에 또 회사에서 이메일이 왔어요 ㅠㅠㅠㅠㅠㅠ 이 시간에 일 시키는 상사 ㅂㄷㅂㄷ... 현생은 엉망이지만 마스터키도 있고 오늘 다니엘이 런닝맨을 찍었다면서요? 컴백일인 11월 13일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팁시다!! 지하철 2호선에서 폰으로 소설 쓰는 사람 보이면 저 일지도 몰라요 ㅋㅋㅋㅋㅋ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SeraphiM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