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상상해 봤었다. 카게야마의 입술이 닿으면 어떤 기분일지. 히나타는 지금까지 키스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그저 다른 사람의 무용담이라든가, 이런저런 묘사를 보면서 상상할 뿐이었다. 어떤 사람은 키스를 하면 머릿속에서 종이 울린다고도 했고, 배가 뜨거워진다고도 했고, 별 느낌 없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느낌일까, 하며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쓸어 본 적도 있었다. 그 행동 자체가 부끄러워 조금 열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저 막연히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 아닐까 – 라고만 상상했을 뿐이었다.


  전부 틀렸고, 전부 맞았다. 그 모든 상상을 다 합친 동시에 그 모든 것보다 더 좋았다. 부드러운 온기. 카게야마의 입술. 타인의 점막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볍게 입술이 스쳤을 때, 히나타는, 조금 우습지만, 강아지풀로 얼굴을 간질였을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카게야마와 집에 가는 길, 강아지풀이 근처에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보송보송한 강아지 꼬리 같은 풀을 꺾어 서로 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 카게야마가 강아지풀로 얼굴을 간지럽혔을 때, 무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조금은 아쉬운 듯한. 조금 더, 하지만, 그러면 안 돼. 그치만, 지금은.


 조금은 거친 듯하고, 조금은 부드러운 듯한. 입술의 건조한 부분이 자신의 입술을 간질이는 것도, 살짝 벌려진 입술 안쪽 점막의 부드러운 점막도 기분 좋았다. 반쯤 감은 카게야마의 눈꺼풀이, 까맣게 돋은 속눈썹이, 너무 예뻐서, 그저, 히나타는, 더, 더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감은 손가락의 압력이 강해졌다. 히나타도 그에 맞춰, 정신없이, 카게야마의 머리와 목을 훑었다. 입술이 열려 혀와 혀가 얽혔다. 말캉하고 부드럽고 뜨겁고, 오돌토돌한. 소름이 끼쳤다. 소름이 끼쳐서, 아랫배 부분이 뜨거워졌다. 자극적이었다. 카게야마의 혀가 히나타의 입안을 헤집고 다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입천장이 그렇게 예민한 곳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 더 닿고 싶어 히나타도 혀를 얽었다. 카게야마의 숨결이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카게야마가 내뿜는 숨결마저 달콤해서, 히나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얼굴 방향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느낌이 전혀 달랐다. 히나타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손을 뻗어 기분 좋은 그것을 만졌다. 카게야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타고 내려가 목선을 쓰다듬는다. 카게야마가 살짝 몸을 떨었다. 그 손에 맞춰 카게야마의 손이 히나타의 머리를, 목 언저리를, 어깨를 만졌다. 누가 누구를 탐한다고 할 것도 없었다.


  입술이 떨어진 것을 아쉬워할 새도 없이, 카게야마의 입술이 히나타의 이마에 닿았다. 이마, 왼쪽 눈꺼풀, 오른쪽 눈꺼풀, 콧등 양 뺨, 히나타는 카게야마를 부여잡은 채 키스의 세례를 받으면서 생각했다, 죽을 정도로 행복하다는 건 이런 거구나, 하고. 카게야마도 이런 기분을 느끼면 좋을 텐데. 나도 해 주고 싶다, 는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카게야마의 입술이 히나타의 얼굴 가장자리로 미끄러졌다. 카게야마가 히나타의 귓바퀴를 가볍게 물었다. 히나타는 전율했다. 자신이 무슨 소리를 내는지도 모르는 채 몸을 뒤틀었다. 한참 귀를 간질이던 혀가 목으로, 어깨로, 가슴으로 내려갔다.



<히나타는 카게야마와 처음으로 했다 메챠쿠챠 했다>


  우리, 평소에도, 이렇, 아, 게 , 했냐,

  히나타는 카게야마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좋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좋아, 히나타, 좋아, 히나타, 히나타, 히나타.. 카게야마는 신음처럼 히나타의 이름만을 불렀다. 히나타, 히나타, 좋아, 좋아, 히나타, 멍청이, 좋아, 좋아, 히나타, 히나타, 멍청이, 아, 좋아, 좋아해, 아, 좋아, 좋아…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히나타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그의 목소리 자체가 쾌감이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만을 부르며 좋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잠깐.

잠깐만.

방금 내가 들은 거…?

히나타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카게야마…?


  히나타가 카게야마의 허리를 다리로 감싼 채 카게야마를 동그랗게 올려다 보았다. 조금은 겁먹은, 조금은 혼란스러운. 당황이 눈동자 가득 차 있었다. 카게야마는 상황을 파악했다. 제기랄, 실수했다.


   너… 언제부터…?


히나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카게야마는 차마 히나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얼굴을 돌렸다.

 

 ….카….카레 먹을 때…부터….


얼굴에 새빨갛게 열이 올랐다.

하지만 조금은 솔직해지고 싶었다. 카게야마는 히나타의 허벅지를 다시 부여잡으며 덧붙였다.


  그치만, 좋아, 이거 너무, … 이런 너도.

  히나타가 더 붉어질 것도 없던 얼굴을 확 붉혔다. 이렇게 된 이상 앞뒤 가릴 것이 없었다. 카게야마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이런 쾌감은, 아아.




***





 제아무리 코트 위의 제왕님이라도 무서운 것은 있다. 그 어떤 블록에도 굴하지 않는 까마귀에게도 무서운 것은 있다.


 뭐, 그래도 이제 그 둘이 정말로 무서워하던 것 중 하나는 사라진 모양이다.


다음 날, 카게야마가 집으로 가는 길을 기억하고 있었음에도, 둘은 손을 잡고 걸었으니까.



감상 먹고 사는 사람. 하이큐 야마구치 최애, 츠키야마 중심 야마구치 (TS 포함 헤테로 커플링 제외) 올커플링. 츠미시마가 타캐랑 엮이는 컾 완전히 못 봄. 이런저런 안경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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