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길드마스터 생존기 

ㄴㅡㄼㅣ




때는 바야흐로 하늘에는 천족들이 뛰놀고 지하 땅속에는 마족들이 들끓는 시기. 그 중간에 있는 인간계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길드를 창설했다.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위험하고 어려운 임무를 대신 해주며 보수를 받는다. 길드 창설 이후로 흉흉하던 세상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갔고 평화로워졌다.


 길드 창립 이래 지금껏 많은 능력자들이 배출되었다. 불을 다스리는 화이언! 대지를 다스리는 다이저! 위대한 소드마스터 김소드! 인간인데 드래곤 뺨치게 마력이 10서클을 웃도는 심마늬! 그 외 등등. 대단한 능력자들이 너무 많아 나열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리고 나! 최강의 길드 마스터! n-c-t의 창설자인 나 임여주는 오늘도 먼지만 날리는 nct지부에서 눈물만 흘리는 중이다. 길드마스터의 꿈은 이뤘는데 길드원이 없어요. 길드만 창설하면 탄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는데. 이게 머선 129. 유일한 길드원조차 내 말을 듣지 않는다. 길드 마스터의 위엄따윈 개나 줘버린 걸까….


“우리… 이렇게 일이 없어도 되는 걸까?”

“유명하지 않은데 어떻게 일이 들어오겠어.”


“그럼 신생 길드는 나가 죽으란 말이냐!”


내 절규에도 불구하고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대답해주는 사람은 재현. 우리 길드의 유일한 멤버다. (사실 여주한테 사기 당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옴)


“이대론 안 돼…. 우리 길드 창립 이래로 이렇게 파리 날리는 건 마스터로써 눈 뜨고 볼 수 없어.”

“나가서 일이라도 물어오게?”


“그럼! 내가 누구야! NCT 길드 마스터 아냐!”

“와~ 멋있다~”


영혼 없이 대답하는 재현을 살짝 째려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나가면 뭐든 생기겠지! 근데 길드 마스터가 직접 임무 찾는 거 가오상하는데.


“…재현은 나랑 같이 갈 생각 없지?”

“나는 모든 일에서 다 제외해주기로 약속하고 들어온 거잖아. 나 나간다?”


“안 되지… 하나 있는 소중한 인재를 잃을 수 없어….”

“다치면 치료 정도는 해줄 수 있어.”


그래 고맙다… 내 어거지로 들어온 멤버지만 이럴 땐 확 한 대 때리고 싶다.


“즈늠을 그능 큭…(저 놈을 그냥 콱…)”

“뭐라고? 나를 뭐?”


“아냐, 우리 길드원은 좀 쉬셔야지. 어우 일은 마스터가 직.접 물어올게! 쉬어!”

“그래. 여긴 나한테 맡기고 다녀와~”


킹받는다. 일 안 시킨다고 데려오긴 했다만, 진짜 아무것도 안 한다. 사기당한 기분. 억울하다.


재현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섰다. 언제봐도 평화로운 거리. 마음에 들어.


“아, 이렇게 평화로우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큰일이다. 세상이 평화를 찾은 것과 내가 아무 일도 없는 것. 뭐, 괴물도 없고 전쟁도 없으니 좋긴 하다만…


“그래도 여기서 길드 폐쇄를 할 수는 없잖아요…”


아직 피지도 않은 꽃. 우리 길드 n-c-t. 이대로 끝낼 순 없다. 임무가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될 일. 내 공이 크면 사람들이 우리 길드로 떼거지로 몰려오겠지?


누군가 말했지. 똥을 싸라. 유명해질 것이다. 그럼 똥을 싸지르러 가볼까…


여주 주위로 사악한 공기가 훑고 지나간다. 


“어우 뭐야. 웃풍드나? 돈 좀 더 주고 좋은 곳으로 계약할걸... 돈이 없는 나를 탓하자…”


그냥 길드지부가 낡은 거라 생각하는 여주였다.
















쉬운 퀘스트라도 받기 위해 의뢰소로 찾아갔지만 바로 퇴짜당했다.


아니 신설 길드는 일도 하지 말라는 건가? 마스터가 직접 의뢰 받으러 왔으면 없는 의뢰라도 만들어서 줘야지!!!!


“감안안도…”


두고 봐라 의뢰소. 나중에 우리 도움 필요하다고 말하기만 해봐….


하는 수 없이 직접 발로 뛸 수 밖에. 눈물을 머금고 마을을 어슬렁거렸다. 나 시방 한 마리의 하이에나여. 한놈이든 걸리기만 해봐라. 내가 다 해치워주지.


슬프게도 마을은 오늘따라 굉장히 조용하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다. 평소엔 굉장히 시끄럽더니… 왜 오늘은 이렇게 조용한 건지 모르겠네…. 걷다 보니 벌써 마을을 벗어나고 있다. 나 이러다가 그냥 산책만 하고 돌아가겠네….


“준아~! 준아 어디있니…!”


마을 외곽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내 모든 감이 알려준다. 저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의뢰다…! 확실하다…!


“준아…!”

“큼큼…”


내 헛기침소리에 애타게 준이를 찾던 여자분께서 뒤를돌아 나를 쳐다본다. 큼큼 낯선시선, 조금 부끄럽군요.


“무슨, 일이신지…”

“제가, 그 큼큼, 길드마스터인데 도움이 급해 보이시길래…”


길드마스터 가오 다 죽었다. 어떤 길드마스터가 직접 발로 뛰어요…


하지만 내 말에 여성분의 눈빛이 바뀌더니 내 손을 붙잡는다. 앗, 이런 터치 당황스러운데…


“정말요? 저 좀 도와주세요…! 사례는 제가 넉넉히 해드릴게요…!”

“큼큼…사례, 크흠! 알겠습니다. 그럼 그 준이라는 애만 찾으면 되는 건가요?”


“네! 저희 준이 좀 찾아주세요… 우리 준이가 아직 아기라…”


아기? 그럼 한 다섯살에서 열 살인가? 아기가 왜 집을 나갔을까 모르겠다. 물론 나는 할 일이 생겨서 기쁘지만…!


“마을엔 안 보이는 게 아마 숲에 들어간 것 같아요… 무서워하면 어떡하죠… 어흑.”

“어휴, 울지 마세요. 제가 꼭 찾아오겠습니다!”


어머니께서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이신다. 휴 내가 꼭 찾아와야겠구만.





호언장담을 하고 숲에 들어와 보니 약간 막막하다. 아니 조금 많이 막막함. 이 넓은 숲에서… 준이를 찾을 수 있을까? 급하게 숲으로 등을 떠밀길래 일단 들어오긴 했는데. 문제는 이 숲… 너무 방대하게 넓다. 몇시간 후면 해도 질 텐데.


;;; 괜히 찾아준다고 했나. 아니지… 준이 집에 보내줘야지… 그래야 우리 길드가 산다.


절대 길드 지켜.


“준아,~ 준아 어디있니...~ 엄마가 애타게 찾아요~~”


준아! 집에 가자! 엄마가 집에 오면 애플파이 해주신대!


어림도없지. 체감상 한 시간째 돌아다니고는 있는데 준이는 커녕 사람 머리칼 한올도 안 보인다.


“준악!!!!!!1 집에가작!!!!!!!”


준악 집에가자~ 준악 집에가즈ㅏ~~~


내 목소리가 넓은 숲속에 울린다. 내가 뭐 마법을 쓰는 것도 아니고 정령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무기도 못 다루는데… 어떻게 준이를 찾지?


후회막심. 다리 아프다… 


“아! 몰라!”


대충 기다리고 있으면 나오겠지. 걷다가 주저앉아서 숨을고르고 있으니 어느새 저 멀리 해가 지고 있다. 아니, 나 몇시간을 돌아다닌 거야? 이미 숲 깊은 곳으로 들어와서 나가기도 애매하다. 준아 나오기만 해봐라... 가만안둔다..


하필 맨몸으로 돌아다니느라 가져온 게 없다. 목마른데…


눈을 감고 집중해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물!”


그래 준이도 물 먹으러 계곡으로 오겠지. 나는 믿어. 준아… 오고 있니?


남은 힘을 짜내 계곡으로 달려갔다. 시원하게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먹으려고 가까이 가니 저 멀리 계곡 너머로 보이는 인영…


“…준이니?”


이미 해가 다 드러누운 상태라 주변은 어두컴컴하다. 실눈을 뜨고 집중을 해서 바라보면 보이는…


“물방울…?”


비가오나... 물방울이 왜 보이지? 내가 잘못봤나. 눈을 비비고 바라보면…


“엥, 정령?”


재현아… 나 정령본다… 혹시 나도 정령술사…?


“준이…?”

“…뭐야.”


정령 뒤에 보이는 남자의 모습.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잠시 주춤한다. 당황한 남자의 반응에 정령들이 적대적으로 변한다.


“…준이니?”

“…누구신데, 제 이름을.”


…아기가 아니야? 어머니… 아기라면서요… 우리 아기가 이렇게 장성한 애였나요…?


물방울처럼 보이는 정령들이 곧 있으면 물대포를 뿜어댈 것처럼 살의를 띄운다. 그래봤자 하급 정령이지만. 물 맞으면 춥거든요. 일단 찾았다는 거에 의의를 두자!


“준씨! 어머니께서 찾고 있어요! 집으로 돌아갑시다!”

“네…?”


대체 왜 다 큰 어른이 이 숲 깊은 곳까지 들어왔대! 나 증말 못살어! 다 커서 엄마 속이나 썩이고 말이야!


“갑쉬다! 준씨!”

“하… 됐어요. 알아서 갈게요. 그쪽은 먼저 가세요.”


정령을 데리고 뒤돌아 가려는 준씨. 안 돼…! 내 임무 완료가 눈앞에 있는데, 보낼 수 없다…!


“가지맛!”

“…이게 무슨.”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다리에 힘을 줬다. 으랏차!!!!!!!!!


순식간에 넓은 계곡을 뛰어넘은 여주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착지한다. 아, 나 좀 멋있는 듯. 오랜만에 운동하니까 다리가 저리는 것 같지만… 이 정도는 자고 일어나면 낫는다.


순식간에 저 멀리 계곡너머에서 발돋움 한 번으로 뛰어넘어온 여주에 인준의 입이 떡 벌어진다. 덩달아 옆에 있는 정령마저 굳어 멈췄다.


당사자는 뿌듯하게 웃으며 인준 앞으로 다가온다.


“준씨. 갑시다. 어머니 속 썩이면 큰일 나죠.”

“…아니, 괜, 됐어요. 저 알아서 간다니까요?”


“안 돼요. 준씨가 안 가면 제 임무가 끝나지 않는다고요.”


길드마스터인 내가 직접 발로 뛰어서 얻은 임무인데, 이렇게 실패할 수는 없다!


“준씨 손에 제 명성이 달렸어요.”

“하… 대체 왜 친근하게 계속 준이라고 부르는 겁니까?”


“준씨가 준씨죠.”

“…황인준입니다.”


엥 준이 아니었단 말여? 쩝… 처음 보는 애가 누구보다 친근하게 준이, 준이 하고 불렀으니 소름 돋았겠구만.


“흠, 그럼 인준씨. 돌아갑시다.”

“안 가요.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세요.”


“아니 왜! 밤도 늦었는데! 위험하게!”

“…그쪽이 더 위험한 것 같은데. 숲에 무슨 몬스터가 나올 줄 알고 여자 혼자…”


“그럼 인준씨랑 같이 나가면 되겠군요.”

“하… 안 나간다니까.”


인준은 말이 통하지 않는 여주에 그냥 말을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하는 수 없이 정령을 내세워 공격을 하려 한다.


“오… 정령을 다루시는군요. 멋진 능력입니다.”

“더 다가오지 마세요. 계속 따라오시면 공격합니다.”


여주의 얼굴이 억울함으로 물든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공격을 해…? 하루종일 님 찾느라 걸어 다녔는데 ㅠㅠ


“안의…”

“따라오면 진짜 공격해요.”


“억울한디…”

“엄마한텐 일 끝나고 간다고 전해주세요.”


“아니, 무슨 일… 같이하면 금방 끝나고…”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간 여주 앞으로 정령의 공격이 쏟아진다. 이거 무서워서 ㅠ 뭔 말을 하겠나


“아잇...! 차가워!”

“더 따라오면 다음엔 그쪽한테 공격할 거에요.”


쉬익쉬익… 발걸음을 돌려 사라지는 인준씨를 바라보다 주먹을 꽉 쥐었다. 누가… 그냥 보내준대…? 눈앞에서 퇴짜 당하는 느낌 꽤 더럽군. 오랜만에 승부욕을 자극하네…?


“절대 못보내지…”


내가 잠시 멈춘 이유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뻐근한 목을 잠깐 돌려주고 주변에 떨어진 돌 하나를 주워 조준했다. 그리고 발사. 아, 물론 인준씨 귀 옆으로 안전하게 던졌다.


쩌적-


“인준씨, 우리 싸게싸게 갑시다.”

“…!”


인준을 지나쳐 바로 앞 나무에 꽂힌 돌멩이. 였던것. 쩌적하고 갈라진 나무에 인준의 몸이 굳는다. 저…저걸 내 머리에 던진 거야…? (아님. 옆으로 조준해서 던진거임)


“엥, 많이 놀랐어요?”

“미…미쳤어요…?”


에구 많이 놀라셨나보네. 재현이도 처음에 많이 놀라던데. 쩝….


“저 한 발자국도 안 움직였어요?”

“하…!”


내 쪽으로 다시 뒤를 돈 인준씨의 표정이 창백하다. 어유, 날씨가 많이 춥나. 그러게 빨리 가자니깐.


“돌아갑, 아이구!”

“운디네… 공, 공격.”


무턱대고 쏟아지는 물줄기에 빠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하마터면 물벼락 맞을뻔했다.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아 왜 안가는건데엑!!!!!”


여주의 고함소리.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숲 전체를 울린다. 새들이 놀라 날아갈 지경. 그 소리에 마구잡이로 공격을 퍼붓던 정령의 움직임이 뚝 멈춘다. 엥, 멈췄네.


“아오, 증말… 기절시켜서라도 데려가야 하나.”

“아… 뭐야, 운디네! 공격해!”


인준의 명령에도 운디네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며 공격할 생각을 못한다. 제 명령을 듣지 않는 운디네에 당황한 인준의 곁으로 여주가 다가온다.


“인준아, 가자.”


인준의 손목을 턱- 잡고는 제가 왔던 길로 이끈다. 인준이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손목을 잡은 여주의 손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 언제 봤다고 반말….


“내가 증말, 무력은 안 쓰려고 했는데.”

“이, 것 좀 놔요!”


“놓으면 갈거잖아용. 또 나한테 공격하면 어떡행.”

“안해요...! 안 한다고!”


뭐, 도망치면 다시 잡으면 되니까. 여주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인준의 손목을 놔준다. 힘 조절을 얼마나 잘했는지 손목엔 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다. 와… 죽어도 안 풀리던데 대체 이 사람은 뭐야…. 인준이 경악한다.


“도망가면 혼나요. 나 진짜 달리기 빨라. 거짓말 아냐.”


지금껏 본 전적이라면 인준보다 빠를 게 분명하다. 그 넓은 계곡도 점프 한 번에 성공했는데. 달리기라고 느릴까. 인준이 포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부터 제 운디네들은 여주를 공격할 생각도 안 하고 인준의 뒤에 숨어있기 바쁘다. 애들아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럼 저랑 같이 돌아가실 건가요!”

“…예, 가요… 갑시다…”


넋이 나간 것 같기도 하는 인준의 모습. 벌써 지친 모습이다. 아니, 아까 나랑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아! 여주가 뿌듯한 얼굴로 먼저 앞장선다. 착실하게 제 뒤를 따라오는 인준이다.


하지만 여주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흠.”

“…왜요, 또 무슨 일인데.”


“그게… 말입니다?”

“…?”


여주가 뒤를 돌아 인준을 보고 멋쩍게 웃는다.


“제가… 길치…랍니다?”

“…하.”


제가 길치라는걸 생각해낸 여주였다.


인준이 골때린다는 듯 제 이마를 탁- 친다.


달은 어느새 그들의 머리 위를 환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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