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존감을 술로 높이는 중이다. 4천 원짜리 수입 맥주가 비싸서 카스에 처음만 말아먹던 어느 날, 문득 이러다 난 죽을 때까지 비싼 술 한 번 못 사먹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술의 단가 레벨을 높이기 시작했다. 1,900원 짜리 소주 대신 25,000원 짜리 스파클링 와인을 사먹고. 나이 서른에 25,000원짜리 와인에 만족하기 자존심 상해 63,000원짜리 사케까지 손을 댔다. 그러면서 나의 술 취향을 조금씩 알아 가게 되었다.

 나는 소맥보다 와인을 좋아했고, 와인보단 과실주가 입에 맞았다. 그리고 과실주보단 위스키가 나았고, 위스키보단 사케가 끌렸다. 그중에서도 우미유즈 사케를 즐겨 마셔, 벌써 올해에만 다섯 병을 먹어치웠다.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며, 자존감을 채워가는 데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위스키는 배우들이나 부자들만 마시는 거라 생각했던 내가 요즘엔 돈만 모이면 조니워커와 잭다니엘을 사들이고 있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사먹은 한라산이 최고의 술이라 믿었던 내가 조니워커와 우미유즈를 즐긴다. 얼마나 장족의 발전인가. 그러니 모두들 각자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싫으면 말고.... 어쩔 수 없지 뭐.



* 나의 단골 바틀샵은 "found"이다. (인스타 아이디 : found.gangneung)사장님은 나와 동년배이신 것 같은데 혹시나 나보다 어리시다면 빠르게 사과드리고.. 정말 친절하고 다정한 분이시니 강릉 여행 오시거나 현지인 분들은 한 번쯤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한옥으로 된 매장이라 인스타 감성 오진다. (가격은 솔직히 도매가가 아닌 이상 바틀샵에서 사면 인터넷보다 비싸긴 한데, 터무니없이 비싼 편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다른 샵들보다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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