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9일 브런치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팀들의 공통점은, 그룹 특유의 색을 발굴해내기보다는 지금의 많은 팀들이 보여준 것들을 모아 재조합해 안정적인 작업물을 발표한다는 것이다. 아이즈원 역시 그러한 경우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아이즈원은 곡을 '듣는 행위'를 중시하며 좋은 앨범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감각적이고 아기자기한 신스 사운드와 트랩 비트 같은 트렌디한 요소에 오리엔탈적인 스트링 사운드를 넣거나, 멤버들의 보컬을 강조한 코러스와 훅 등 아이즈원은 기본에 집중한다.

[HEART*IZ] 역시 이러한 기조를 유지한 앨범이다. 혼다 히토미와 야부키 나코의 청량감 있는 보컬로 시작해 멤버들의 음색을 어느 정도 통일감 있게 믹싱 하면서도 각자의 색이 드러나도록 한 인트로 곡인 '해바라기'는 멤버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한 팀으로서 활동하는 팀의 정체성을 완성된 곡의 형태로 재현한다. '비올레타'는 전작인 '라비앙로즈'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딥 하우스의 사운드와 리듬감을 결합해 이전보다 꽉 찬 구성과 들을 거리를 제공한다. 톤에 통일감을 주면서도 색을 달리하는 보컬 믹싱 역시 꾸준히 이어진다. 몽환적이고 깊은 신스 사운드와 빠른 리듬감의 연속 가운데 코러스를 하나의 독특한 소스로 쓰는 'Highlight', 멤버들의 청아하고 시원시원한 보컬과 키치한 사운드 소스의 조합이 인상적인 'Airplane' 등의 완성도 높은 수록곡들에서도 역시 유기적인 보컬 믹싱이 눈에 띈다. 역동적이고 규모 있으면서도 조형적인 형태감을 유지하는 안무에서 역시 아이즈원 특유의 유기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각자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형태감을 안정적이고 균형 있게 유지하는 이 에디튜드는 아이오아이나 워너원 같은 이전 그룹들이 강한 캐릭터성을 정면으로 보여주던 것과는 다르다. 아이즈원은 캐릭터성과 팀으로서의 정체성, 캐릭터성과 팀 정체성을 나타내는 음악적인 표현, 음악 작품 자체로서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 모두에 집중한다.

그룹에게 이입하기 쉬운 서사와 적절한 아트워크 안에 음악적인 짜임새가 갖춰진 곡들이 더해지면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자신들만의 서사를 만들고자 하는 많은 그룹들 안에서 아이즈원은 그런 프로듀싱의 가장 모범을 보이고 있다. [COLOR*IZ]와 마찬가지로, [HEART*IZ]는 앨범 자체만으로도 아이즈원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려는 시도의 결실이다. 팀 자체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보다 대중성과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전략이 더 안정적이라고 여겨지는 걸그룹 씬에서 음악적으로 좋은 피지컬 앨범을 만드는 그룹은 흔치 않고, 또 그중에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고 좋은 결과물을 거두는 데 성공하는 팀은 더욱 많지 않다. 활동기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그러니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간이 정해진 만큼- 아이즈원의 이러한 행보는 더욱 눈에 띄고 또 진취적이다. 아이즈원이 앞으로의 활동 기간 동안 우리에게 무엇을 더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기조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지금까지의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 그룹들 중 가장 인상적이고 선명한 발자취를 남기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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