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비를 피하다


그리니치의 시간은 허락하는데

낮과의 투쟁에서 밀려난 어둠이

고작 당신 눈가 밑으로 쓸쓸히 드리운다

 

길 잃은 두 손 모아 처마 지붕을 그렸고

옷가지를 적시며 걸음을 재촉한다

 

부실한 숲속 숨겨진 당신의 노란 보조개는 수줍어하는데

눈가 밑 초라한 어둠은 아직도 빗물에 적셔질 뿐

 

점점 더 세찬 비가 내리는 밀라노의 낮이다

 

한 때는 어둠만은 당신 편이라 믿었거늘

새하얀 비와 마주한 헝클어진 머리칼은

그저 본연의 짙음을 잃어가며 신음할 뿐이다

 

그중에 빗물은 새하얀 물방울이 되어

투명한 당신을 새하얗게 물들이겠지만

 

어쩌면 빗물은 새까만 물방울이 되어

투명한 당신을 투명하다 놀리기나 할 테지

Idea Ba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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