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아침에 출근할 때부터 꽤나 소스럽더니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회사 메신저에 알람이 가득했다. 덕분에 막내인 내가 이곳 저곳 돌아다닐 일이 많아졌고 이 놈의 회사는 더럽게 커서 문제였다. 겨우 숨 쉴 틈을 만들었더니 이번엔 부장님이 또 부른다.




"이봐, 별이씨."


"네, 부장님. 어제 잘 들어가셨습니까?"


"아니, 지금 하... 자네가 영수증 지갑에다가 끼워놨어?"


"아니요, 계산하고 일하는 직원이 끼워넣은 것 같습니다."


"내가 그거로 마누라한테 얼마나...! 하, 정말 답답하네. 이런 건 좀 알아서 눈치있게 해야하는 거 아니야?"


"아... 네."


"대답은 잘 해, 대답은. 아휴! 됐고, 커피나 사와!"


"별이씨, 내 것도."


"나도! 어제랑 똑같은 거로 부탁해~"




법인카드를 받고 회사를 나가니 겨우 숨이 트였다. 잔소리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새버리는 게 가장 나았다. 한두 번 듣는 잔소리도 아니고 굳이 열심히 머리에 새겨 둘 필요도 없었다. 항상 가던 카페는 여전히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고 이번에도 어제 갔던 곳으로 가게 되었다.




딸랑-




"안녕하세, 어! 손님~"




아, 맞다. 여기 정휘인씨가 알바하는 곳이었지. 주문대로 가니 정휘인씨가 반가운 사람 맞이하듯 밝게 웃으며 저를 쳐다봤다.




"굿모닝입니다, 손님!"


"아... 네."


"오늘도 많이 시키시나요?"


"아,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




쭉 말하는 동안 정휘인씨는 카운터 화면을 두들겼고 카드를 넘겨받는 동시에 결재가 완료되었다는 말을 꺼냈다. 




"아, 우리 매장에 도장모으는 게 있는데 드릴까요?"


"어... 네. 주세요."


"저번꺼랑 합해서 16개 해드릴게요. 오, 벌써 1장 꽉 채웠다! 이건 혼자 와서 사먹을 때 써요. 괜히 아깝게 회사사람 주지 말구."




다 채운 쿠폰과 하나 찍혀있는 쿠폰, 총 2장의 쿠폰을 건내받았다. 조금만 기다리리라는 말을 건낸 정휘인씨는 커피를 만들러 카운터를 벗어났다. 저도 테이크아웃 받는 곳 근처 의자에 앉아 커피를 기다렸다. 카페는 한가했고 다행히 정휘인씨가 커피를 만드는 데에 방해받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왜 이렇게 많이 시키는거냐 궁시렁댈 수 있을 정휘인씨의 뒷통수를 보며 오늘 할 작업들을 머릿속에 그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 확정이다.




"8잔 테이크아웃 시키신 문별이 손님, 커피 나왔습니다!"




카페에 앉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어제처럼 저와 정휘인씨에게로 쏠렸다. 이런 시선들이 불편하기만했다. 빨리 받고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정휘인씨가 말을 걸었다.




"오늘도 빈 속?"


"네? 아... 네."


"직장인들은 정말 대단하네요. 전 빈 속에 커피는 못하겠더라구요."


"뭐... 학생때도 그렇게 먹어서 괜찮아요."


"점심은 꼭 챙겨먹구요."


"아... 네. 그럴게요."




안녕히가세요! 나가는 문을 여니 뒤에서 들리는 정휘인씨의 목소리가 또랑또랑 들렸다. 회사로 들어와 정휘인씨가 타준 커피를 나눠주고 오늘 아침부터 있었던 일로 인한 회의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금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다들 바빠도 점심시간은 챙기는지 밖으로 나가고 오늘도 저 혼자 남았다.




"배가... 아직 할 일이 많긴 한데."




쌓여있는 업무량에 움직이기 힘들 것 같지만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홀로 있는 것이 익숙하기는 하다만 오늘은 그래도 배를 조 채우러 나가야겠다.










오늘도 갑작스레 터진 일을 겨우 잠재워놨더니 벌써 해가 지는 시간이 되었다. 결국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일찍 가고싶어 집에서 하기로 한 후 회사를 나왔다. 대중교통을 타고 자신의 동네로 와 거리를 걸으며 오늘 할 일을 어떻게 할 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익숙한 길에 저 멀리 편의점이 보였다. 천천히 걸어가 유리창을 슬쩍 보니 정휘인씨가 카운터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정휘인씨가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자 반갑듯이 웃으며 크게 손인사를 했다. 얼떨결에 같이 손인사를 했더니 뭔가 들어가야 할 것 같아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퇴근하는거에요?"


"네. 퇴근하는 길이에요."


"점심은 안먹었죠? 그쵸?"


"아, 아뇨. 근처 편의점에서 에너지바랑 이것저것 사먹었어요."


"정말요?"


"네, 그럼요."


"그럼 저녁은요?"


"저녁은 아직..."


"그럼 이참에 편의점 왔으니까 사먹어요. 빨리 고르고 와요, 언능."


"네? 에?"




정휘인씨의 재촉에 얼떨결에 발걸음을 옮겨 카운터를 벗어나 음식 매대로 향했다. 쓰읍, 뭐 먹지. 작은 고민도 잠시 샌드위치 코너에서 아무거나 골라 정휘인씨에게 가져왔다.




"이거, 얼마에요?"


"음, 3000원이요."


"이거 주세요."




계산을 하고 샌드위치를 건내받아 어제 앉던 테이블에 앉았다. 오랜만에 먹는 편의점 샌드위치는 예쩐 학창시절 먹었던 편의점 샌드위치보다 더 맛있었다. 기술이 많이 발전한건가. 샌드위치를 먹으며 갖겅ㅂ할 게 생각나 그냥 여기서 하는 게 어떨까 싶어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뭐해요?"


"오늘 못했던 일 하고 있어요."


"보통 일들이 이렇게 많아요?"


"네. 항상 야근하는데 오늘은 손을 아무것도 못대서요."


"왜요?"




지루했는지 정휘인씨가 기웃거리며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는 저의 곁을 서성거렸다.




"오늘 SNS에서 가장 핫했던 주제가 뭔지 알아요?"


"네, 알죠. 이번에 엄청 크게 열애설 터졌잖아요."


"맞아요. 그것 때문에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못했어요."


"엥, 그게 왜요?"


"어... 제 명함 못보셨어요?"


"손님 명함이라면 저기 있는데..."




정휘인씨가 카운터로 가 자기 점퍼를 뒤적이더니 지갑 속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왔다. 어? 여기는...




"손님 일하는 곳이 노을 엔터테인먼트였어요?"


"네. 몰랐어요?"


"번호만 저장하고 자세히 못봤죠."




국내 배우 소속사로 유명한 제 회사의 로고를 이제야 발견했는지 명함을 신기하게 보는 정휘인씨였다. 아, 이렇게 생겼구나. 명함을 넘겨보던 정휘인씨는 저에게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새워줬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듣는 칭찬에 기분은 좋았다.














이 작품은 약 2500~3500자 정도로 천천히 흘러가는 소설입니다.

전개가 많이 느리더라도 천천히 맞춰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보고싶은 이야기나 소설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에 써주세요!

마마무 팬픽러 이지입니다.

이지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