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세계관

-석진(그리핀도르),윤기(슬리데린...아마도),남준(래번클로),호석(후플푸프),지민(슬리데린),태형(슬리데린),정국(그리핀도르)

-기존의 해리포터 세계관대로 쓰려고는 했으나 아마 다를지도.

-그리고 연재할지 안할지도 모르겠는 애매한 소설

-일단 질렀는데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소설.

-그래도 쓴게 아까우니 일단을 올려보자 소설.







Stupid Wizard 멍청이 마법사

w.히이








1학년 신입생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후플푸프인 호석은 제 또래와 선배들 사이에서 반이 배정되는 신입생들을 바라보았다. 마법모자의 결정에 정해지는 것을 보며 작년 이맘 때 자신도 모자의 결정을 받기 위해 무리 속에서 긴장을 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며 후플푸프로 결정된 신입생을 박수와 환호로 맞이한다.


올해는 어떤 신입생들이 들어왔을까 하는 선배들의 기대와 흥미 가득한 얼굴. 그리고 처음으로 후배가 생기는 2학년들의 눈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호석은 살짝 내려앉은 안경을 바로 올려 쓴 채 후플푸프 외의 다른 기숙사로 배정이 될 1학년들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야, 호석아.”

“응?”

“저기 쟤 좀 봐.”

“누구?”

“저기 쟤, 은색 머리.”



은색 머리? 바로 옆줄에 있는 래번클로 쪽에서 또래인 남준이 제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정말로 신입생 무리들 중에 은색 머리를 한 소년이 눈에 들어온다. 뒤통수만 보여서 간간히 움직이는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하여 잘 보이지 않으나 가끔 보이는 옆모습과 함께 코가 오뚝해 보이는 것이 분명 잘생겼을지도 모른다고 호석은 장담했다.



“쟤 슬리데린일걸?”

“네가 어떻게 알아?”

“소문이 확실하다면 맞을 거야.”

“무슨 소문?”

“멀린(Merlin)집안에 입양된 동양인.”

“아! 쟤가 걔야?”

“아마도? 이틀 전에 신문에 실린 얼굴이랑 비슷해 보이긴 했어.”



신문 안 읽는데. 호석은 남준의 말에 은색 머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조금 전부터 멀린의 이야기가 간간히 나오면서 수근 거린 이유가 아마 저 은색 머리를 한 신입생 때문인 모양이다.


3개월 전의 일이었다. 현재 대 마법사라고 불리 우는 마법사들의 영향을 끼치게 한, 최강의 마법사라고 불리 운 멀린의 집안에서 동양인을 입양했다는 기사가 세간에 알려져 큰 관심사를 얻었다. 그의 이름을 딴 ‘멀린 훈장’이라는 이름이 있을 정도로 최강 마법사라 불린 그는 슬리데린 출신이었고, 그의 집안이 대대로 슬리데린 출신이었다.


그러나 요 몇 백년간 멀린 집안의 피가 옅어져 있어 세간의 관심이 많이 사라져 있었으나 동양인을 입양했다는 소식에 다시 한 번 멀린 가문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세간에 알려진 정보로는 현재 가문의 가주가 동양인 여자와 바람을 펴서 낳은 아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한 마디로 사생아. 첩의 자식이었다. 현 안주인이 아이를 셋이나 낳았음에도 여자아이들이었고, 심지어 건강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는 불임을 판정을 받게 되면서 가주가 가정부로 일을 하고 있는 동양인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게 되어 태어났다는 다소 부끄러운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으나 대체로 사생아가 있는 집안이 드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멀린의 가문에서 동양인의 사생아가 있다는 것은 꽤 주목을 받을 만 한 것이었다. 최강의 마법사 집안의 가문이라는 프라이드가 있는 만큼 순수 혈통만을 고집했고, 고지식한 면이 강해서 동양인 인종 차별도 꽤 심한 편으로 유명한 집안이었다. 그런 집안에서 동양인 첩을 둔 것과 그 동양인이 혼혈이라는 것. 그리고 사생아의 경우 첩의 아이로만 취급할 뿐 같은 집안사람으로 들이지 않음에도 입양을 한 것으로 인해 친 아이로 인정을 한 셈이었다. 그렇게 한 동안 뜨거운 감자로 화제에 오른 주인공이 오늘 호그와트에 입학을 한다.



“김태형.”



교수님이 다음 사람의 이름을 부르자 순식간에 회장이 침묵을 유지한다. 뭐..뭐지? 호석이 어리둥절해 하자 남준이 호석의 귓가에 ‘멀린 가문에 입양된 애 이름이야.’라고 속삭인다. 아아, 그렇구나. 은색의 머리카락을 한 아이가 단상위에 올라 의자에 앉는다. 정면으로 보인 소년의 얼굴을 본 호석은 속으로 우와, 하고 작게 감탄했다.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잘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외모 하나는 인정. 교수님이 들고 있는 모자를 태형의 머리 위로 씌우자 모자가 으음- 하고 고민을 하듯 중얼거린다.



“슬리데린인가, 아니면…”



뭐야. 모자가 망설이는데? 뭐라는 거야? 호석이 남준에게 속삭이자 남준이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인다. 꿍얼꿍얼 궁시렁 거리는 모자의 말이 이상하게도 뚜렷하게 들리지 않는다. 교수님들도 똑같이 느낀 듯 몸이 저절로 모자가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으나 잘 들리지 않는 듯 미간에 주름을 그린다. 바로 슬리데린으로 결정이 날 줄 알았으나 의외의 상황에 모두들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5분이라는 시간이 되어간다. 이례적으로 몇 년 만에 드물게 나타난다는 모자걸이(Hatstall)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체 슬리데린과 어떤 기숙사에 고민을 하고 있는 건가.



“흐음, 그렇다면, 슬리데린!”



짝짝짝, 4분 37초 만에 기숙사가 정해지고, 슬리데린 쪽에서 박수와 함께 약간의 환호가 들려온다. 태형의 머리위에 씌어진 마법모자가 벗겨진다. 의자에서 일어난 태형이 고개를 들어 앞을 향하고 호석과 시선을 마주한다. 두근, 호석의 어깨가 작게 움칠하며 마른침을 삼키자 태형이 곧 시선을 외면하고서 슬리데린 기숙사 쪽으로 향한다. 그런 태형을 보며 호석이 기분 탓이었나 싶어 태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긴 멀리 떨어져 있는데 나랑 눈이 마주친 거라고 하기엔 오버한 거겠지. 그나저나 뭐랄까. 그냥 두근거린 기분이 괜히 부끄럽게 느껴져 홍조를 살짝 띠운다.






*

“야 들었냐? 김태형 O.W.L 10개나 받았대.”



표준 마법사 시험(Ordinary Wizarding Level) 결과 발표가 나온 듯 모든 기숙사의 5학년들이 웃거나 울고 있었다. 그리고 단연 제일 화제로 떠오른 것은 김태형이었다. 12과목들 중에서 10개를 받은 것으로 5학년 전체 성적 1등이었다. 게다가 매년 치러지는 O.W.L은 10개 이상 받는 사람이 드문 편이기는 하나, 호석의 경우엔 동급생인 남준이 작년 시험에서 11개를 받아 전체 성적 1등으로 화제가 되었었다.



“어떻게 하면 10개나 받을까?”

“네 앞에 있는 친구는 11개 받았다.”

“놀랍네.”

“감정이 없는데?”



감정 없이 감탄하는 호석에게 남준이 어이가 없는 얼굴이 되어 바라보곤 이내 피식 하고 웃어넘긴다.



“이제 여름방학이네.”

“그리고 9월이면 우린 7학년이네.”

“마지막 1년은 어떻게 보낼지는 생각해 봤어?”

“나? 음- 아니,”

“졸업하면 뭘 할지 아직 결정 못한 거냐?”

“결정은 했지.”

“뭐야, 언제 결정했어?”

“3일 전.”



남준이 흥미 가득한 얼굴로 호석을 바라본다. 공부에 재능이 없다며 징징 거리면서도 O.W.L 8개를 받은 호석이 노력한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성적을 받아 놓고서 정작 하려는 것을 정하지 못해 7학년이 되면 N.E.W.T시험도 칠지 안칠지 모르겠다고 까지 말했었다. 당연 남준은 오러를 목표를 하고 있긴 하나 모혐을 위해 N.E.W.T시험을 치룰 생각이라 목표가 없는 호석이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한 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호비랑 꽃집이나 차리려고.”

“뭐?”

“아니면 같이 애완견 샵이나 차릴까 싶기도 하고.”



호석이 제 애완견 다람쥐인 호비를 떠올리며 입을 열자 남준이 황당한 얼굴을 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납득한 얼굴이 된다. 호석이 성격상 무서운 상황이나 보는 것을 싫어하고, 겁쟁이에 잘 놀라기는 하지만 순수한 부분이나 가끔 나이에 맞지 않을 정도로 순진해서 좋은 놀림감이 될 정도로 착한 성격의 전형적인 후플푸프의 학생이었다. 요 몇 년간 눈에 띨 정도로 활약하는 후플푸프의 학생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으나 사회에 공헌을 하는 마법사는 여전히 후플푸프의 학생이 많기 때문에 어쩌면 호석이 선택한 방향이 선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Perfects. 뱃지는 받았어?”

“응. 9월부터 착용하면 되는 거지? 너는 Head Boy뱃지 받았고?”

“그래.”

“우와, 나는 반장이라니까 실감 안 나는데 넌 학생회장이라는게 실감 나냐?”

“나야 뭐 5학년 때부터 반장 해왔으니까.”



다음 새 학기 학생회장으로 선출된 남준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읽고 있던 책을 집어 들고 일어선다. 여유가 묻어나 있는 남준이를 보며 호석은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같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은 좋아하지만 반장이라는 직위까지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제가 후플푸프 7학년 반장으로 뽑혔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후플푸프의 경우 보통 5학년 때 뽑힌 반장이 학생회장이 되지 않는 이상 7학년 까지 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생각도 못한 것이었다. 올해 6학년 때까지 반장으로서 착실히 해준 동기가 슬리데린과의 퀴디치 경기에서 크게 다친 덕에 몸이 불편해져 7학년 반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 같다고 교장선생님께 말씀드려 호석이 뽑힌 것이다.



“곤란한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뭐, 네가 보이는 면 뒤로는 사리분별은 확실히 하는 애니까. 슬리데린 동기들은 몰라도 그리핀도르나 래번클로 동기들도 다 아는 사실이고. 너라면 잘 할 거야. 게다가 후플푸프 후배들도 너 잘 따르잖냐.”

“짜식, 고맙다? 좀 부끄럽게 들리긴 하다만,”

“아, 그렇지.”

“왜?”

“다음 슬리데린 6학년 반장 김태형이란다.”



분명 올해 슬리데린 5학년 반장은 김태형이었다. 6학년이 돼서도 반장이라니, 역시 대단하네.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왜 그것을 제게 알려주는 것인지 몰라 호석이 조금 당황한 얼굴이 되어 남준에게 입을 연다.



“그걸 굳이 나한테 이야기하는 건 뭔데?”

“그냥 궁금해 할 것 같아서?”

“그럼 다른 기숙사 애들이랑 다른 학년들도 알려줘야 될 거 아니야.”

“9월 기차에 모여서 인사하게 될 테니까 상관없지 않아? 별로 바뀐 멤버도 없고.”



아니 이자식이 뭐라는 거야? 호석이 어이가 없는 얼굴이 되어 남준을 바라보고 남준이 그런 호석을 뒤로 하고 래번클로 기숙사로 향하며 얼른 집으로 갈 준비나 하자. 라고 외친다. 그런 남준의 뒷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꿍한 마음으로 후플푸프의 기숙사로 향한 호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입구에서 헬가 후플푸프의 리듬에 맞춰 두드리는 통을 잘 못 두드려 침입자로 오해받아 식초를 끼얹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여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6학년 마지막을 식초 범벅으로 마무리 하게 되다니. 최악이다. 그러나 호석은 굴하지 않고 이런 걸 머글들 사이에서는 액땜이라 한다고 집에 가는 기차에 올라타면서 열을 올렸다.







“형! 오랜만이에요!! 6학년 마지막 날에 식초 세례받았다면서요?”

“어쭈 전정국. 새 학기 첫날부터 네 스스로 죽음을 알리는 거냐?”



9와 4분의 3번 승강장에서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타난 정국이 놀리듯 반갑게 인사를 해 온 것에 호석이 정국의 목에 팔을 둘러 헤드락을 건다. 어라?



“뭐야. 너 잠깐, 키 컸냐?!”

“아, 역시? 저 많이 컸어요?”

“헐, 우리 꾸기꾸기가 쩡구기가 됬어.”

“무슨 차이죠?”



정국이 어이가 없는 얼굴이 되어 보이더니 이내 웃으며 호석의 뒤에 서서는 허리를 끌어안은 채 좌우로 몸을 흔들흔들. 호석이 정국의 움직임에 맞춰 제 허리를 감싼 정국의 팔을 잡는다. 저보다 아직 작지만 어깨가 꽤 높아 금방이라도 제 키를 따라 잡을 듯한 정국의 키와 몸집에 호석이 괜히 뿌듯한 기분이 되어 웃는다.


올해 5학년이 되는 정국의 기숙사는 그리핀도르였다. 호석 본인은 잘 자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슬리데린을 제외한 기숙사의 후배들 사이에서는 인기인이였다. 후플푸프 학생들이 대부분 착해서 친하게 지내기 쉽지만 특히나 호석은 옆에 있으면 편하고 재미까지 있었다. 게다가 오는 사람 안 가리고 잘 응해주고 잘 챙겨주기까지 하니 후배들이 가장 친해지고 싶은 선배로 꼽히고 있었다.



“형 7학년 반장된 거 축하해요. 나중에 학교에 가서 뱃지 단 모습 찍고 싶어요.”

“그래, 같이 사진 찍자.”

“헤헷, 학교 게시판에 형사진 게시해 둘 거에요.”



2학년 때 부터 기자부에 들어간 정국이었으나 작년,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수색꾼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퀴디치 선수 후보로 명단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그리핀도르라고 하기엔 후플푸프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낯가림이 심한데다 얌전하고 크게 눈에 튈 행동도 안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1학년 비행 수업에서 잠깐의 존재감을 드러내긴 했으나 그 때 뿐이었고, 정국은 단순히 사진 찍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었다. 그런 정국이 퀴디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당시 1학년 때부터 학교생활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낯가림이 심한 정국을 5학년이었던 같은 그리핀도르의 석진이 돌봐준 영향으로, 당시 석진은 퀴디치에서 그리핀도르의 수색꾼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석진이 졸업을 앞둔 해인 7학년 때 슬리데린과의 경기에서 꽤 큰 부상을 당한 탓에 더 이상 퀴디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면서 내부에서도 꽤 선수교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선수를 선발하게 되었고, 석진의 뒤를 이을 수색꾼이 되고자 평소 얌전하기만 하던 정국이 비행 실력을 뽐내며 후보에 들었다. 누구보다 재빠르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비행실력으로 수색꾼으로 뽑힌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 그 다음해 퀴디치 우승은 그리핀도르로, 졸업을 한 석진이 정국이가 그리핀도르의 수색꾼으로 활약을 해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고 울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정국의 활약이 대단했기 때문에 이제는 전교생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마치 낯가림이 심해 얌전하기만 했던 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해진 정국을 보며 호석은 역시 마법모자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아, 형 오늘 반장들이 있는 칸에서 타겠네요?”

“응.”

“와- 슬리데린 반장들도 있을 거 아니야? 특히 김태형.”

“예끼! 너보다 한 살 많은 선배한테 반말하는 거 아니야.”

“쳇, 그 자식 때문에 석진이 형이 퀴디치 그만 둔거 생각하면 열 받아서 그렇죠.”



원래 퀴디치 경기가 얌전하다기 보단 큰 부상이 따르는 경기이니 매년 부상으로 그만 두는 선수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태형이 3학년 때부터 슬리데린의 수색꾼이 되면서 화제가 되었고, 매년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과의 경기가 제일 뜨거운 관심을 받는 만큼 석진과 태형의 대결이 더욱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 석진이 7학년 마지막 대회에서 태형과의 몸싸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석진이 기절을 하여 정신을 잃어 도중에 힘없이 낙하를 하는 일이 생겨 큰 부상을 당해 혹시 부정행위가 이뤄진 것은 아니냐는 말들이 나와 논란이 되었으나 조사해본 바 부정행위는 없었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럼에도 그리핀도르 기숙사 내에서는 분명 슬리데린 쪽에서 수를 쓴 것이라며 분해했다.


정국과 헤어지고 호석은 흠흠, 헛기침을 하며 마른침을 삼키곤 기차의 제일 앞 칸으로 향했다. 우와, 뭔데 이렇게 떨리냐. 어차피 늘 보던 학생들이 있을테고 학생회장인 남준이 있을 터였다. 제길, 호비 데리고 올걸. 짐칸에 맡겨버린 것을 후회하며 앞 칸의 문을 열자 머리 위에서 툭하고 무언가 떨어지며 호석이 아픔에 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쿠당탕, 조금 요란스럽다 싶을 정도로 넘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푸하하하- 야 잡종이 걸렸는데?”



호석이 넘어진 탓에 엉덩이에서부터 느껴지는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머리에 무언가 맞아 느껴지는 아픔에 한 손을 들어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돌려 맞은 무언가를 확인하자 바닥에 나무로 만들어 진 듯 한 장난감이 눈에 들어온다. 이 미친놈들. 물론 문이 조금 열려있었으니 무언가 있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한 제 탓도 있다. 호석이 고개를 들어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니 붉은색 머리를 한 태형과 시선이 마주치고, 그런 태형과 주위로 보이는 슬리데린의 반장들이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제게 잡종이라 한 녀석은 7학년 남자 반장인 리키이다. 저 자식들. 호석이 부끄러움에 목에서부터 화끈해지는 열기를 느끼며 얼른 태형과 마주한 시선을 거두고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자 어쩔 줄 모르겠는 듯 곤란해 하는 래번클로의 몇몇의 반장들과 후플푸프의 5,6학년 반장들. 그리고 같은 7학년 여자 반장인 케이의 얼굴. 그리고 짜증과 분노가 섞인 그리핀도르 7학년의 반장들이 슬리데린 반장들을 노려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야, 무슨 소란이야.”

“아 남준아.”



그 뒤로 나타난 남준과 함께 다른 반장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호석이 당황스런 얼굴이 되어선 아무것도 아니라며 재빨리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다. 그런 호석의 입술이 ㅅ이 되어 불쾌해 있는 얼굴을 확인한 남준이 비웃고 있는 슬리데린의 반장들과 바닥에 구르고 있는 장난감을 확인하고 저절로 미간에 주름을 그린다.



“진짜 멍청하네.”



래번클로의 반장들이 비어있는 자리에 착석하자 뒤 쪽에서 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 인지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각에 호석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남준이 허리를 숙여 장난감을 손에 쥐고서 태형의 앞에 서 장난감을 내민다.



“김태형. 반장이라면 반장답게 장난도 정도껏 쳐.”

“제 거 아닌데요. 그리고 제가 시작한 장난도 아닌데.”

“그리고 네가 멍청하다고 말할 만큼 호석이 만만한 애 아니야. 그리고 너 보다 한 학년 위고.”

“내 말 무시하시네? 학생회장이면 무시해도 돼요?”

“한 번만 더 이런 장난 쳤다간 내가 점수 깎을 거야.”



남준이 태형의 허벅지 위로 장난감을 던지듯 주고서 앞으로 향한다. 태형이 어이가 없는 듯 하, 하고 허탈한 웃음을 짧게 흘리며 제 무릎에 떨어진 장난감을 제 옆에 앉아있는 7학년 반장인 리키에게 거칠게 넘긴다. 기차가 뿌연 수증기를 뿜어내며 역에서 출발하고, 남준이 반장들에게 올 한해의 일정을 설명한다.







신입생들이 마법모자의 선택을 받게 될 연회장은 올해도 태형에게 시선 집중이 되어있었다. 올해는 눈에 튈 정도로 붉은 색의 머리로 염색을 한 태형은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작년 새 학기 때는 푸른 하늘색으로 염색을 해 온 것에 모든 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금색으로 바뀌긴 했지만 화려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어서 어디에 있든 태형은 금방 눈에 튀었다.



“형, 호석이 형.”

“응?”

“들었어요. 기차 안에서 슬리데린 반장들이 형 놀렸다면서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금방 소문이 퍼질 수가 있어? 옆줄에 앉아있는 그리핀도르 쪽에서 정국이 제게 말을 걸어왔다. 당연 정국의 주변에 앉아있던 그리핀도르의 학생들 또한 저를 보는 시선에 호석이 당황한다. 하긴 그 녀석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이미 연회장에 들어설 때부터 슬리데린 쪽에서 저를 비웃는 것을 보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제 어깨를 토닥이는 후플푸프 아이들에게까지 위로를 받은 참이었다.



“별거 아니야. 쟤들이 장난치는게 어디 한 두 번이냐.”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잡종이라고 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열 받잖아요. 리키가 그랬다면서요? 그 새끼는 왜 형만 보면 괴롭힌대?”

“리키는 나랑 동갑이니까 말조심해. 그리고 아직 신입생들 기숙사 아직 안 정해졌잖아. 조용히 하자.”

“게다가 김태형은…”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정국이 말을 하려다 만 것을 보며 호석의 시선이 다시 앞으로 향한다. 아니 앞을 보려고 했다. 그리핀도르를 사이로 둔 슬리데린 쪽 붉은 머리를 한 태형과 시선을 마주한다. 그리곤 호석이 먼저 시선을 외면하고서 제대로 앞을 바라본다. 기분 탓. 그래 기분 탓 일거다.


언제부터 였는지 모른다. 어쩌면 은색 머리를 했던 태형이 입학했을 당시 부터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태형이 입학 전부터 화제에 오른 만큼 입학 한 후로도 모든 이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딱히 튀는 행동을 하지 않음에도 같은 슬리데린 사이에서도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외모도 아직 1차 성장을 시작한 참임에도 훤칠했으니 기숙사에 상관없이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당연 인기도 많았다. 지금도 인기가 많지만.


그래서 일까 어디서든 튀는 태형에게 남녀 상관없이 시선이 가다보니 호석 또한 태형이 나타났다 싶으면 저절로 시선이 가고, 그럴 때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태형과 시선이 꼭 부딪혔다. 물론 먼저 피해 버리는 것은 호석 쪽이지만, 게다가 태형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돌린 시선에 태형과 시선을 여러 번 마주한 적도 있으니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그것이 6년간 몇 번이고 지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서로 말을 섞어본 적이 있느냐 물으면… 그렇다 할 대화는 나눈 적은 없다. 그러나 저를 향해 멍청이라고 대놓고 놀린 것은 오늘 처음 들은 말이라 솔직한 말로 가슴 한 구석이 울렁거릴 정도로 기분이 나쁘고 심장이 조일 듯 아팠다. 마치 태형이 누군가와 사귀는 모습을 볼 때 마다 가슴에 비수가 꽂이는 감각을 느끼는 감정처럼 꼭 닮아서 호석은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기숙사가 배정되고 연회가 시작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호석이 제 근처에 앉아있는 1학년 학생들을 둥개둥개 하며 어울린다. 긴장과 어색함에 물든 후플푸프의 새로운 1학년 학생들이 그런 호석을 보며 눈을 반짝이거나 호석의 재간에 웃으며 언제 긴장했냐는 듯 편히 식사를 하면서 주변의 선배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옆줄에 앉아있는 래번클로와 그리핀도르의 1학년들의 시선 또한 그런 호석에게 자연스레 향하게 되면서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뀐다. 간간히 슬리데린의 1학년들이 호석을 향해 시선을 던지기는 했으나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음식을 먹는데 집중했다.



“야, 호석아. 너 때문이 래번클로 신입생들 어떻게 해줘야 될지 모르겠다.”

“뭐? 왜 그게 나 때문이냐? 김남준 웃겨.”

“래번클로만 그런 줄 아냐? 그리핀도르는 어떻고?”

“하하하하,”



슬리데린을 제외한 기숙사에서 웃음이 핀다. 매년 연회 시간만 되면 호석이 덕에 이런 어색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다보니 이제는 남준이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물론 이런 일도 올해가 마지막 일 것이다. 졸업을 하게 되면 호석 또한 이 학교에 없을 테니 말이다.



“야 정호석! 밥 먹는 중이니까 조용히 좀 하지? 아니면 잡종이라서 예의는 똥으로 싸버린 거냐?”



침묵. 슬리데린 쪽에서 들려온 외침에 회장 안이 순식간에 침묵으로 물든다. 그리고 모두 어이가 없는 표정과 함께 불쾌해진 얼굴로 바뀌고 호석의 입술이 다시 ㅅ으로 바뀌며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정국이 울컥하여 입을 연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고귀 하길래 말투가 그렇게 더러운 거냐?”

“하, 뭐? 야 전정국. 너 지금 선배한테 뭐라고 한 거냐. 작년 퀴디치에서 좀 유명해졌다고 지금 기어오르는 거냐?”

“그래, 왜! 불만있냐?!”

“자, 모두들 조용! 지금 싸운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에게 -5점. 그리고 먼저 시비를 건 슬리데린은 -3점 추가.”



맥고나걸 교수가 상당히 불쾌한 얼굴과 말투로 점수를 감점하자 그제 서야 상황이 진정된다. 그러나 이미 분위기가 바뀐 연회장은 끝이 날 때까지 잔잔한 분위기에서 마무리가 되었다.







연회가 끝난 그 다음 날, 정국이 누군가에게 맞아 입가가 터치고 한 쪽 얼굴 광대뼈 쪽에 멍이 든 얼굴을 하고 첫 수업에 지각을 했다는 소식이 전교생 사이로 퍼졌다. 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슬리데린 녀석들이 정국이 기숙사에서 나오는 시간에 맞춰 집단으로 폭행을 했다는 말이 슬리데린에서 이미 퍼져있었으니 말이다. 걱정이 된 호석이 정국을 찾았으나 정국은 정말로 괜찮다는 듯 오히려 집단으로 폭행한 슬리데린을 비웃었다. 겁쟁이라서 집단으로 한명을 괴롭힌 것이라면서.



“우리 정국이가 많이 변했다. 그치 호비야?”



수업을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꽃이 정원이 자리한 잔디밭으로 휴식 겸 호석이 반장이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모두들 자유롭게 뒹굴 거리며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호석은 친구들이 만들어준 꽃 화관을 머리에 쓰고서 제 애완동물인 다람쥐 호비에게 도토리를 주며 말을 건다. 그리핀도르지만 석진과 친했던 호석이었던 지라 자연스레 정국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1학년 때의 정국의 모습과 5학년이 된 정국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상당히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나쁘게 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호석은 다행인건가 싶다가도 조금 걱정이 들었다. 바른길로 성장해줘야 될 텐데.



“어? 호비야! 어디가?!”



한창 도토리를 입안에 넣어 우물거리던 호비가 갑자기 호석의 품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달려가는 호비에게 호석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 쫓는다. 뭐야 무슨 일인데? 친구들이 의아한 얼굴이 되어 보는 시선에 호석이 괜찮으니 신경쓰지마! 라고 외치곤 호비가 들어간 숲속으로 들어선다.



“호비야!”



호석이 호비를 부르며 들어선 숲속 안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드니 햇빛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높게 자란 나무들과 뻗은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 어쩌지? 호석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린다. 무서운데. 호비도 무서운 것은 싫어하는 편이니 분명 몸을 웅크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었다. 그래도 숲 깊숙이 들어온 것은 아닐터였다. 바로 근처에 호수가 보이니까. 바스락바스락, 수풀 한 곳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호비인가? 호석이 몸을 완전히 숙여 땅을 기어 수풀을 사이를 헤친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움직임을 완전히 멈춘 것을 느낀 호석이 조심스레 소리가 멈춘 곳으로 향한다. 아… 어떻게 잡지? 무슨 마법을 써야 호비에게 상처가 없으려나. 호석이 난감해하고 있을 쯤이었다. 호비의 신음소리가 들려와 놀란 마음에 수풀사이에서 몸을 일으키며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들려 하자 무언가와 부딪혀 철푸덕 넘어진다. 으아-



“어? 안 아픈데?”



뭐지? 호석이 의아해하며 땅을 짚고 상체를 일으키자 제 시야에 땅이 아닌 사람의 몸이 시야에 들어오고 고개를 완전히 드니 붉은 색이 시야를 가득 채우기도 전에 컬러렌즈라도 낀 것인지 그레이가 섞인 브라운 색의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한다.


두근두근, 멍해진 호석의 심장인지 가슴인지 모를 부근이 크게 뛰며 나대기 시작한다. 어… 그러니까… 사고 회로가 정지 된 듯 어쩔 줄 몰라 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이질 않는다.



“야, 태형이는 왜 없냐?”



흠칫,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타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호석이 태형의 위에서 떨어지려 몸을 얼른 일으키자 동시에 태형이 상체를 반쯤 일으켜 호석의 한 쪽 팔을 잡아 당겨 자신의 품 안으로 호석을 끌어안는다. 뭐..뭐야?



“저..저기, 야.”

“쉬이-”

“어?”

“조용히 해.”



제 머리위로 들려오는 태형의 낮은 음성이 간지럽다. 호석이 가만히 태형의 품에 안겨 입을 다문다. 쿵쿵, 이제는 두근거리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뛰는 감각이 심장이라는 것을 느끼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지민아, 태형이 언제 온 다냐?”

“몰라. 알아서 오겠지.”

“그나저나 저기 잔디정원에서 후플푸프애들 끼리 모여서 놀고 있더만.”

“정호석 반장 된 거 축하하고 있던데?”

“그래봤자 잡종인데 잘도 어울리네.”



분명 저를 향한 욕을 하고 있을 슬리데린의 무리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음에도 호석은 지금 제 상황에 어쩔 줄 몰라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아니 이게 대체… 왜 내가 김태형한테 안겨있지? 귓가로 제 심장이 크게 뛰는 소리가 들려오니 괜히 더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들리는 거 아니야? 들리면 어쩌지? 진정이 되지 않는다. 희미하게 맡아지는 페퍼민트의 체향에 이제는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하다.



“왜 이렇게 안 와?”

“그냥 먼저 가자. 알아서 오겠지. 아니면 그냥 안 오거나.”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같은 슬리데린으로 태형과 가장 친한 친구로 유명했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라 동양인 가문들 중에서는 꽤 권위가 있는 집안의 자제라는 것도 한 몫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집안 자체가 슬리데린에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했다. 가끔 래번클로나 그리핀도르가 있다고 하니 말이다.


무리들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동시에 제 멋대로 나대던 제 심장도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게 아니지. 호석이 그제야 상황 판단을 할 능력이 생긴 것인지 얼른 태형에게서 떨어진다. 그리고 그런 호석의 행동에 이번엔 다시 끌어안을 생각은 없었던 듯 태형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툭, 호석의 머리위로 화관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찍찍-”

“아, 호비야.”



언제부터인지 태형의 어깨위에 올라타 있던 호비가 호석의 품으로 달려와 가슴을 타고 올라 호석의 머리위에 안착한다. 호비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하던 호석이 눈앞의 태형과 시선을 마주한다. 어쩌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너 말이야.”

“…어?”

“아, 아니다. 선배지?”

“……”

“나 좋아하죠?”



…뭐라는 거야? 호석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 되어 태형을 바라보자 태형이 풋, 하고 비웃는 것인지 모를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진짜 멍청하네.”

“뭐?”

“그냥 좀 귀엽다고요.”

“……”



다음부턴 조심해요. 라며 끝까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태형이 툭툭,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호석에게서 멀어진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던 호석이 이내 화악- 목에서부터 얼굴까지 붉어져 버린다.



‘호석아. 너 말이야.’

‘응?’

‘김태형한테 관심 있지?’

‘뭐?’

‘솔직히 말해봐.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좋아하는 거 맞지?’



4학년 때 쯤이었나. 현 여자 반장인 케이에게서 뜬금없이 물어온 질문에 호석은 당황했다. 아무런 접점도 없는 태형에게 주위 아이들과 똑같이 관심을 가지는 정도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황당한 질문을 받는 것인지.



‘남준이한테 물으니까 너한테 직접 물으라잖아.’

‘무슨 소리야 대체.’

‘뭐야, 아니야?’

‘응.’

‘그래? 그럼 모두 착각하고 있는 건가?“



모두? 그 모두의 범위가 대체 어디까지인 건데? 호석이 너무 황당한 나머지 거기 까지는 묻지 못했다. 그리고 그 뒤로 제게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 그 때의 일을 떠올린 건가. 호석이 양 손을 들어 붉게 달아오른 제 얼굴을 붙잡는다. 미친 게 틀림없다. 정말로 멍청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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