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 없는 방랑자라고 떠난 당신은 자유로운 사색가인 척 턱을 괴곤 했지. 고작 어항 속 금붕어처럼 틀에 갇혀 입을 뻐끔거리는 게 당신 삶의 전부면서 말이야.


어항에 비친 여자의 얼굴을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동시에 동경(憧憬) 하지를 않나. 너무 멍청해, 당신은.


나는 립스틱으로 눈 코 입을 그려놓은 여자의 가죽을 벗기러 갈 거야

그 여자는 무엇을 가지고 있길래 당신 앞에서 내가 초라해져야만 했는지 궁금했거든.

혹시 그 여자의 꿈속에 들어가 본 적 없다면,

겁쟁이인 당신을 위해 내가 제대로 알려줄게. 그녀에 대하여.



[xx년 7월 2일


나는 수영 중이야.

.

.

정확히는 떠다니고 있지. 놀랍게도 여기는 물 밖에 없어.

물길을 거꾸로 따라가보니 동그란 것이 만져지는 게 눈알 같기도 하고. 터지기라도 할 것처럼 꽉 쥐어 잡아 샅샅이 훔쳐보는데 이 여자의 세포 하나하나가 꿈을 만들고 있어. 엄청 괴로운듯한 움직임으로 말이야. 보는 내가 더 괴롭기 시작해. 하나같이 동물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는 형체만 어른거리는 세계를 만들어내. 이내, 그들에게 끝없는 고통을 선사하지. 여자는 이곳의 신이야. 짐작이나 할 수 있겠어? 어떤 고통인지 말이야. 단언컨대 이 여자는 사이코가 분명해.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괴로운 것 마냥 스스로 목을 조르며 후욱. 후욱. 숨을 헐떡이는데 입은 웃고 있어. 여자가 괴로워해. 자신의 세포보다 더.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신을 좋아해. 상실의 슬픔을 즐기고 있으며 자신을 괴롭게 하는 모든 것을 사랑해.]



어쩌면, 이 여자를 더 훔쳐다 보다 간 나도 중독될 것 같아 도망쳤어. 고통은 천국을 갈망(渴望) 하게 하니까.


혹시 당신이 바라는 이념이 ‘그녀’라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당신이 갇혀 있는 곳은 어항이 아니라 변기 일지 몰라.

그 여자의 존재는 허황된 망상에 불과하거든.



그런데도 당신이 동경(憧憬) 하는 그녀를 계속 쫓겠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어.

당신은 가진 게 없는 나보다 초라하고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 여자가 되고 싶은 거잖아.



그러니, Jô. 

내 마음이 전해진다면 자살해.

그날이 온다면. 제발 죽어줘.

죽어서 

당신이 원하는 걸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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