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의 날. 이미 사방은 어둠에 잠겼고 눈덮인 새하얀 마을도 어둠 속에서 별빛에 의지한 채로 희미한 윤곽을 드러냈다. 리우루스 가문의 저택은 처음이었기에 지젤의 발걸음이 조금 느렸다. 그에 그녀를 안내하던 리우루스가 물었다.

 “신기한가?”

 리우루스가 물어볼 줄 몰랐던지 지젤이 조금 당황한 채로 대답을 해왔다.

 “아… 응.”

 지젤이 대답을 하면서도 시선은 창 밖을 향해 있었기에 리우루스의 시선도 따라서 창 밖을 향했다. 어둠에 잠긴 마을은 낮에는 그토록 새하얀 빛이었으면서 밤이 내리자 자신의 존재감을 감추듯 하늘의 별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그것이 퍽이나 웃겼던 리우루스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자 먼저 물었다.

 “뭘 그리 보고 있는 거지?”

 “그냥… 이상해서.”

 “뭐가?”

 “괴리감이 느껴져.”

 “…그야 처음으로 들인 곳이니 그럴 만하지.”

 그의 대답에 지젤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지나치게 익숙해.”

 “…가자.”

 

*


“오빠…?”

 생소한 단어가 지젤의 입에서 튀어나왔을 때 곁에 있던 리우루스가 움찔거렸다. 그의 자색 눈동자가 감격에 젖은 지젤의 적안을 보고는 약간은 떫은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지젤.”

 “…정말 오빠야?”

 지젤의 물음에 얼음만큼이나 차갑던 얼굴에 균열이 일었다. 그 말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미간을 찡그린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내가 분명 오빠라 부르지 말라고 했었을텐데.”

 그녀의 대답같은 타이름에 지젤의 적안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의구심이 완전히 걷힌 채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를 꽉 껴안은 채로 지젤의 울먹임이 들려왔다.

 “이튼, 내가 진짜 얼마나…”

 “…그래 그래.” 

 자신을 꽉 껴안고서 흐느끼는 지젤의 새카만 머리칼을 쓰다듬던 하이튼이 말을 이어나갔다.

 “…잘 견뎌줬어. 고마워.”

 “4년이야. 이튼, 내가 4년동안 얼마나… 널 보고싶어 했는지 알아?”

 지젤의 말에 하이튼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던 그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변명을 감히 할 엄두를 못 내었다. 자신도 그 기다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알기에.

 “…다시는 내 곁에서 떠나지마. 그렇게 처참하게 죽지마.”

 그렇게 말하는 지젤의 적안에는 어떠한 결의가 보였다. 마치 제 앞의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맹수와도 같은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보지 못한 하이튼이 여느 때처럼 또 예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계속 네 곁에 있을게. 대신…”

 하이튼이 말을 끝맺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지젤이 하이튼의 품에서 벗어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튼?!”

 그녀의 몽환적인 자안에는 늘 그렇듯이 자신이 알고 있는 하이튼의 꿰뚫는 듯한 시선이었고 웃음기 어린 입술 아래로는 붉은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지젤이 놀랄 틈도 주지 않은 채 하이튼이 입을 맞추어왔다. 그와 동시에 피의 비릿함이 입에서 맴돌더니 지젤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곧이어 지젤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젠 기억해낼 때가 됐어. 엘.”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글을 읽으면 새로운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좋아서 경험하고 싶은 세상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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