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회장님, 부회장님 도착하셨습니다."

"어, 그래. 들어오라 해."



 갑작스러운 회장님의 호출에 급하게 올라온 영준은 엘리베이터 문에 비치는 제 모습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잡았다. 비서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서며 넉살 좋게 웃어 보이려던 영준은 금방 얼굴이 구겨져 버렸다. 저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 있는 불청객 때문에 말이다.



'쟤는 사사건건 내 앞길을 막는 것 같단 말이지.'



 …거슬려­. 영준은 파티장 이후로 처음 마주한 준호가 달가울 리가 없었다. 자신이 약을 태워 넘긴 샴페인을 잘도 받아 마시는 것을 보고 통쾌해 죽는 줄 알았는데. 일이 제대로 틀어져 버렸다. 최 팀장은 이미 회사에서 퇴사 처리됐다고 하지를 않나, 연락도 안 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람 하나가 통째로 사라져버렸다. 영준은 그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는 급격하게 불안해졌다. 그냥 이준호 한 번 엿 먹이려던 것이 어째 일이 커져버린 느낌이었다.


 회장님이 전부 다 아신 건 아니겠지..? 하루 만에 제대로 판이 뒤집혀 버린 상황에 영준은 준호와의 조우도, 회장님의 호출도 모든 것이 신경 쓰였다. 소파에 앉는 그 짧은 시간에도 영준은 회장님의 표정을 살피느라 바빴다.






구미준호뎐_제 9장






"파티는 잘 마무리됐다지? 내가 주선 해놓고 참석도 못 하고 참··. 면목이 없어."

"아닙니다. 부회장님께서 잘 맡아서 하셨는걸요."

"우리 아들놈이 잘할까 걱정했는데 말이야.. 다시 봤어. 허허."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준은 저 여우 같은 놈이 언제 입을 나불거릴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통에 온몸이 경직되었다.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긴장감을 풀어보려고 하는 그때에,



"아, 참. 이 이사가 몸이 안 좋았다 들었는데… 그날 무슨 일 있었나?"



 불쑥 파티가 있었던 날을 물어오는 회장님 목소리에 당황하여 입에 머금은 물을 하마터면 뿜어낼 뻔했다. 또다시 약에 손댔다가는 호적에서 파버릴 것이라던 회장님의 우렁찬 호통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영준은 빠르게 떨려오는 손을 숨기지도 못하고 들고 있던 찻잔마저 달그락거렸다. 급하게 물을 넘기느라 기도로 잘못 넘어갈 뻔한 영준이 연신 기침을 콜록대었다.



"쿨럭, 아… 죄송합니다. 사레가 들려서."



 준호는 맞은편에 앉아 아까부터 꽤나 부산스러운 영준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파티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전부 얘기해버릴까 봐 그러는지 똥 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꼴이 우스웠다. 박 회장의 기분이 어떤지 연신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자신이 가만히 있기는 아쉬웠다. 준호가 슬며시 입을 여자 두 사람의 시선이 한데 집중되었다.



"그날, 샴페인에 누가 약을 태웠는지..."



 '약'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영준은 숨이 턱 막혀버렸다. 자켓 속에서는 식은땀이 등줄기를 따라 줄줄 흐르고 있었다. 불안함에 박 회장과 준호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영준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준호가 이어서 말을 하려 입을 떼자 긴장감에 침이 꼴깍 삼켜졌다.



"어지러워서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있어야지요."

"저... 그, 그게,"

"...알잖습니까, 저 술 약한 거. 별일 아니었습니다."

"하여간…. 이 이사 술 약한 거 알아줘야 해."



 내가 예전에도 술 한 잔 권했다가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허허- 호탕하게 웃는 회장님의 목소리에도 영준은 웃음기는커녕 그대로 입꼬리가 굳어버린 것 같았다. 회장님도 이준호가 술을 워낙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넘어갔지만, 영준의 경직된 표정은 여전히 풀릴 줄을 몰랐다. 후우-. 자신을 농락하는 준호의 모습에 분통이 터져 테이블 아래로 그러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준호를 노려봤으나 당사자는 여유롭게 웃음을 지으며 찻물을 마저 홀짝일 뿐이었다. 약이 올라 부글대는 영준을 보았지만 준호는 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순수한 눈빛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준호 저 자식이 진짜….



"요즘 사건 사고도 많고 해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보안에 가장 유의했는데 말이야.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지. 말 나온 김에 다들 건강 조심하고. 별 다른 게 있어서 부른 건 아니었어, 이제 그만 다들 일 봐. 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구먼."

"넵-."



 내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던 영준은 한시라도 빨리 숨통 막히는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발걸음을 빨리했다.



"...참, 혹시. 최 팀장은 왜 갑자기 퇴사 했습니까?"



 전략팀에 공석이 생겨버리니 걱정이 되어서 말이죠. 영준은 회장실 문을 나가려다 말고 들려오는 최 팀장 이야기에 다급히 몸을 돌렸다. 준호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안 그래도 사표만 놓고 갑자기 사라졌다 들었네. 그러고 보니 최 팀장이 영준이 너랑 대학 동기라 하지 않았나? 소식 들은 거 없고?"

"그,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태연한 척하려고 해도 불안함에 흔들리는 목소리는 감출 수가 없었다. 아오, 저 새끼가 진짜. 영준은 짜증이 올라와서인지 자꾸만 숨통이 조여왔다. 저거 일부러 나 엿 먹이는 거 맞지? 열이 뻗치는지 결국 목 끝까지 조여뒀던 넥타이를 잡아 내리고 말았다.



"전략 2팀 팀장이 공석이 돼버렸으니..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사람을 찾아보자고."

"예."



.

.

.



 오전에 회장실을 다녀오신 후로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이는 준호의 모습에 찬성은 의아해했다. 비품 정리를 위해 잠시 창고에 다녀왔더니 글쎄, 준호가 평소 신경도 쓰지 않던 화분에 물을 다 주고 있었다.



"이사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아니? 없는데?"



 없다는 것치고는 한껏 업 돼 보이는 준호의 목소리와 평소답지 않은 행동에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 이사님이 드시는 약이 있었던가..? 까먹고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아닐지 잠시 걱정을 해 본 찬성이었다. 창문에 붙어 서서 그의 행동을 한참이니 관찰하고 있자, 어느샌가 옆으로 민준이 다가왔다. 복도를 지나가려다 말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준호를 보고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댔다.



"어휴... 하찮은 인간 상대해 주는 게 저리 재밌으실까. 하여간 준호님도 악동 꼬마가 따로 없다니깐."



 김 팀장님은 이사님이 왜 저러시는지 알고 계신 듯했다. 아까부터 준호는 화분에 물을 주고서 이제는 본인 책상 정리까지 할 요량이었다. 한결 깔끔해진 주변 환경에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서랍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내 문 준호는 발까지 잔망스럽게 까딱였다.





 천년은 족히 살았다는 분이 어째 착한 일을 하고 보상으로 맛있는 사탕을 얻어먹는 4살배기 아기 같았다. 찬성은 지금 상황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민준이 얘기한 악동 꼬마가 지금 이사님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서류 작업을 위해 타이핑을 하다 말고 창문 너머로 초코바를 우물거리는 준호가 귀여워 찬성이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던 것은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여기 맞아? 흔적이 전혀 없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냄새가 이쪽으로 났어요. 지금까지 범행을 봤을 때 이 녀석은,"


 잠깐, 쉿-.

 준호의 제스처에 두 사람의 말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사라지자 금세 고요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빌딩 숲 사이로 날카로운 바람이 연신 위이잉- 소음을 만들어내며 부딪히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바람을 타고 애달픈 음성이 작게 들려왔다.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두려움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그 미세한 음성을 따라 까딱 움직이는 귀에 두 사람은 확신의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준호와 민준은 빠른 속도로 옥상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둠 속으로 뛰어가는 두 사람은 달빛을 받아 길게 뻗은 두 마리의 여우 그림자만이 잠깐 스칠 뿐이었다.








"크읍.. 사, 살려주세요..."



 소리에만 의존한 채 빠른 속도로 도착한 곳은 한적한 공터였다. 건장한 남성이 목이 졸린 채 허공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어느새 준호의 손에 들린 검 한 자루가 달빛을 받아 날카롭게 번쩍였다. 남성의 목을 조르고 있던 여우족의 손을 그대로 댕강- 베어버리자, 떨어져 나간 손목이 바닥에 퉁퉁 나뒹굴었다.

 인간을 잡아 올리고 있던 것이 사라지자 꽤나 높은 곳에서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힘없이 떨어지는 남자를 가뿐히 받아낸 민준은 미동이 없는 인간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다행히 별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고 기도가 막혀 잠깐 기절한 듯했다. 민준이 손바닥을 펼쳐 기운을 모으자 붉은빛이 일렁이다 그것이 인간의 입속으로 훅, 들어가 버렸다.

 흐억-! 갑작스레 뚫린 기도에 놀라 발작하듯이 깨어난 인간은 동공이 번쩍 뜨였다. 그 틈을 타 민준은 고개를 바로하고 자신과 두 눈을 맞추게 했다.



"네가 본 것, 모두 잊어라-."



 인간이 봐버려서는 안되는 여우의 기억을 모조리 지우기 위해 민준은 어느새 빨갛게 변해버린 눈으로 기억을 잊으라고 읊조렸다. 3초간 반짝이던 붉은 안광을 마주하던 인간은 홀린 듯이 민준을 바라보다 힘없이 풀썩 쓰러져 버렸다.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던 준호는 멱살을 쥔 손에 더욱 힘을 가하며 물었다.



"네놈은 어디서 왔지? 변종 여우는 모두 멸종된 것으로 아는데."

"너희들이 찾는 놈은 내가 아냐."

"...뭐?"

"진짜를 찾아봐."



 구미호 나으리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준호에게 붙잡힌 여우는 물음에 대한 답도 않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해댔다. 낄낄-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제 할 말만 다 하고는 순식간에 혀를 깨물어 버렸다. 준호가 손쓸 새도 없이 자결해버린 여우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 깜짝할 새에 검은 가루만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진짜를 찾으라고? 녀석의 멱살을 다부지게 잡고 있던 손에는 힘이 절로 빠졌다.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준호는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민준아, 그만 가자."

"뭘까요? 아까 그 녀석."

"글쎄…."

"그 녀석은 준호님을 아는 눈치였어요. 기분 나쁜 웃음소리는 또 뭐람.."

"변종 여우 같았어. 그것도 분신술을 할 줄 아는."

"분신술이요? 허어, 요괴가 따로 없네…."

"아무래도 민준이 너, 당분간 몸조심 하는 게 좋겠어."



 네네- 물론 준호님도 포함이시고요. 알겠죠? 가만 보면 자기 몸은 생각 안 하고 남 건강만 챙긴다니깐-. 예고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민준의 잔소리는 때때로 할멈보다도 더 무서울 때가 있었다. 왜냐하면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 알겠으니까 진정해. 제발.. 한껏 길어질 것 같은 민준의 잔소리가 시작되려 하자 준호가 후다닥 발걸음을 빨리했다. 아 진짜, 건성으로 듣지 말구요-!

 요란스럽게 투닥거리며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뒤로 그들을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저 구미호는 여우 한 마리와 항상 함께 다니는구나."



 며칠 전부터 찾아 헤맨 문제의 여우를 쫓아 공터까지 온 우영은 저 멀리 괴로움에 발버둥 치는 사람이 보였다. 꽤나 거리 차가 있음에도 허리 춤에 차고 있던 손도끼를 꺼내 들어 목을 조르는 상대를 향해 그대로 날리려던 찰나, 무언가 빠른 속도로 우영을 앞서 지나갔다. 순식간에 검이 반짝거리며 잘린 손목만이 바닥에 데구루루 떨어졌다. 그것을 보고 우영은 자신이 한발 늦었음을 알아차렸다.



'..저 사람은?'



 얼마 전 파티장에서 본 그 구미호였다. 자기 몸 하나 지키지 못하는 아둔한 여우. 멍청한 줄만 알았더니 순식간에 나타나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보니 아무런 이유 없이 구미호가 된 것은 아닌가 보다.

 하지만. 살생을 밥 먹듯이 했을 게 분명한 구미호가, 왜 사람이 아닌 같은 종족을 없애려 하는 것일까? 저 구미호는 볼 때마다 의문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저들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대로 부딪혀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아, 깜짝이야! 언제 오셨어요?"

"까꿍-. 나도 왔어 찬성씨!"



 막 샤워를 하고 나온 찬성은 어느새 거실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심장이 덜컹했다. 제발 기척 좀 내면서 다니세요 두 분…. 이제 제 집이 자신만의 집이 아닌 게 되어버렸음을 알아버린 찬성이었다.



"밤중에 웬일이세요?"

"아니, 준호님이 자꾸 찬성씨 집으로 가겠다잖아."

"야, 그걸,"

"그래서~ 나도 왔지! 나 집에 혼자 있는 거 싫어잉.."

"야, 야, 어딜 앵겨. 떨어져."



 민준이 우는소리를 내며 찬성의 어깨에 기대려 하자 준호가 훠이훠이- 몸에 닿기도 전에 민준의 머리를 반대쪽으로 밀어내 버렸다.

 …내가 동물에게 인기가 좋은 타입이었나? 양옆으로 여우 두 마리가 서로 자기 쪽으로 당기며 찬성을 이끄는 통에 왔다 갔다 골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주거니 받거니 한동안 팔랑거리던 찬성이 불쑥 일어나자 두 사람의 투닥거림이 그제서야 멈췄다.



"자자, 진정하시고. 두 분 다 저녁은 드셨어요?"

"아니.."

"나 배고파 찬성씨."

"요리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와아- 찬성씨 짱이다! 준호님, 우리 잘 온 것 같아요. 그쵸? 여기 맨날 와야겠어! 민준의 마지막 말이 내심 마음에 걸렸지만 퇴근 후 이제까지 밥도 못 먹고 밖에 있었다는 두 사람을 위해 찬성이 팔을 걷어붙였다. 뭐가 좋으려나.. 구미호는 생간을 좋아한다던데. 아쉬운 대로 육회라도 썰어 비빔면에 얹어줘야겠다 생각을 하며 요리를 뚝딱 만드는 찬성이었다.





"우와.. 찬성씨. 백종원 아저씨 제자야?"



 날계란까지 톡 올라간 비주얼에 민준은 호들갑을 떨어댔다. 어머, 이건 찍어야 해! 연신 찰칵찰칵 소리를 내어가며 먹을 생각은 않고 사진만 찍어대는 민준을 보며 웃던 준호는 슬쩍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찬성아, 잘 먹을게."



 애정이 담긴 준호의 담백한 한마디에 찬성은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이 맛에 애인 밥해주는구나.. 하고. 노른자를 풀어 고기와 면을 맛있게 먹어주는 두 사람을 보니 엄마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엄마 미소를 지으며 찬성이 그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것도 잠시, 많이 허기졌는지 금방 한 그릇씩 깔끔하게 클리어 해버렸다.



"저는 뒷정리 좀 할게요."



소파에 앉아 좀 쉬세요, 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두 사람이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늘 조용하던 찬성의 집인데 어째 이 둘만 왔다 하면 사운드가 빌 일이 없었다.



"야, 이거 재미없어 돌려."

"아 왜요-. 저 여배우 너무 이쁘지 않아요?"

"실물 봤는데, 별로였어."

"뭐야! 어디서요?"

"...파티장에서."

"그럼 찬성씨도 봤어? 저 배우. 예뻐?"

"아…, 네.. 뭐.."

"뭐야.. 나는 왜 안 데리고 갔어요..."



 다음부터는 나도 꼭 데려가요. 금세 시무룩해진 민준을 뒤로하고, 저 여자 예쁘냐는 물음에 찬성이 나름(?) 긍정적인 답을 한 것에 준호는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너나 많이 봐라-. 리모컨을 휙 던지고는 준호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설거지를 하던 찬성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조용해진 집안에 그 사이에 집에들 가셨나? 하고 둘러보니 민준은 벌써 소파에 드러누워 잠들어 있었다. 연신 혼자 시끄럽던 TV를 끄고 담요를 하나 덮어주고는 준호를 찾아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찬성의 침대에 누워있는 준호를 보다 부슬 해진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그때, 잠든 줄 알았던 준호가 눈도 뜨지 않고 뭐라 웅얼거렸다. 네에? 옹알이 같은 작은 소리에 찬성이 준호의 입술 가까이로 귀를 가져갔다.





"너... 그 배우랑 나랑 물에 빠지면 누구 구할 거야."

"네?"

"누구 먼저 구할 거냐고."

"아... 이사님."

"빨리.."

"아 진짜, 이준호."



 이 남자 어떡하지? 귀여워서?! 준호의 사랑스러운 질투를 듣고서 찬성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재간이 없었다. 결국 입 밖으로 푸하학 웃어버리니 그제서야 준호도 조금 부끄러운지 말하기 싫음 말아라-. 하고는 이불자락을 머리끝까지 올려버렸다.



"이불 좀 내려봐요."

"......"

"응? 준호야-."

"너 이제 말 막 깐다?"

"이제서야 얼굴 보여주네. 질투해쪄요? 우리 이사님?"

"야아…. 그런 거 아니야."



 저가 말하고도 좀 유치했다 싶은지 귀 끝이 붉게 달아오른 준호가 애써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었다. 저 그때 실물 보고 정말 깼잖아요. 국민 첫사랑은 무슨…. 준호의 마음을 풀어주려 더욱 오버해가며 말하는 찬성이었다.



"우리 이사님이 훨씬 청순 섹시지."

"그건 좀.."

"일로 와봐요."



 나 못 참겠어. 찬성이 그대로 준호의 입술을 와앙- 하고 삼켜버렸다. 오늘 밤은 하루 종일 이 귀여운 남자를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고 싶은 마음이 활활 타올랐다. 아아! 목이 깨물리면서 준호가 아픈 소리를 내는 것이 어째, 사람과 짐승이 뒤바뀐 듯한 모습이었다.




 




후엥... 내가 육회비빔면 먹고싶어서 넣어짜나여,,

찬성인 이제 빼박 여우 전용 요리사...


론니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