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나비들은 끊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주위를 살피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딱히 레이디버그를 노리는 것 같진 않았다. 나비들이 가득한 복도에서 살짝 벗어나기만 해도 나비들은 사라졌다. 그러나 나비들이 가는 방향에는 비상구가 있었고, 비상구 안에는 빠르게 도망칠 수 없는 환자들이 많았다. 적어도 그들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는 시간을 벌어야 했다. 레이디버그는 요요를 이용해 비상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 안에 있던 침대를 끌어당겼다. 침대들을 잔뜩 쌓아 비상구 입구를 막을 생각이었다. 요요를 돌리며 만들어낸 방어막으로 나비들을 막는 것은 이제 한계였다.

 레이디버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은 나비들은 침대 사이사이에 있는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억지로 몸을 우겨넣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한 번에 많은 나비들이 몰리다보니 좁은 틈 사이에 막혀버린 나비들도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비들의 시체들로 막히는 틈들이 늘어나 더 이상 새로운 나비들이 침대 사이를 오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나 그 전에 무사히 틈을 빠져나간 나비들이 있었다. 그 나비들을 잡지 않으면 비상구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했다. 레이디버그는 나비들은 물론 자신도 이용할 수 없게 된 비상구 대신 다른 층에 있는 비상구를 이용하기로 했다. 비상구 바로 옆 방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중력으로인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 요요를 옥상을 향해 던졌다. 옥상에 있는 난간을 휘감은 요요 줄을 잡아당긴 후 그 반동을 이용해 윗층에 있는 방 창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예상했던 대로 이 층에는 나비들이 없었다. 다만 아래층에 비해 시야가 맑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지만 그 이유를 신경쓰고 있을 틈이 없었다. 빠르게 비상구 앞으로 달려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검은 그림자가 레이디버그를 덮쳤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 그림자를 피하지도 못하고 다만 두 팔을 모아 얼굴 앞으로 가로막았다. 빠르게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물체들을 보기 위한 시야 확보였다. 분명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봤음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검은 급류 속에 있는 듯한 풍경이 보였으나 여전히 고통은 물론 촉감 하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두 팔을 내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레이디버그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버린 검은 나비들은 그대로 병원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레이디버그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방금 있었던 현상을 되새겨보았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장면이었다. 멍하니 손바닥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리며 주먹을 쥐었다. 이 사실을 동료에게 알려야만 했다.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온 레이디버그는 마유라와 아이가 있던 방 안으로 뛰어들어오며 다급하게 외쳤다.

 “마유라!! 그 녀석이에요! 블레어가 나타난 거라고요!!”

 방 안에는 침대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마유라 한 사람뿐이었다.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아이를 찾기 위해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마유라가 손으로 훑고 있는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잿더미가 있었다. 고운 재들은 마유라의 작은 손짓에도 쉽게 흩날렸다. 잿가루가 바람을 타고 공기 중에 떠다니기 시작하자 시야가 흐려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레이디버그는 이 방 안의 시야가 위층에서의 시야와 같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파리의 영웅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유라.”

 시민을 구하지 못했다며 우울해하고 있을 마유라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싶었으나 마땅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뒷목을 긁적이고 있자 마유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손 안에서 아이의 잿가루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일이 블레어의 짓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죠?”

 레이디버그를 향해 돌아본 마유라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진지한 표정이었다.

 “…미래에서 봤어요. 그때는 검은 눈이긴 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만 영향을 주고 영웅들의 몸은 그대로 통과해버리는 것이 똑같아요.”

 마유라는 자신의 몸을 뚫고 지나간 검은 나비를 떠올렸다. 확실히 그 검은 나비는 몸을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조차 주지 않았다.

 “걱정말아요, 마유라. 제 힘을 사용하면 사람들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전에 호크모스를 처리해야 해요. 검은 나비들을 일일이 잡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더 빠를거예요.”

 마유라는 자신의 손 안에 있던 잿가루들을 모두 바람에 날려보냈다. 레이디버그의 말이 맞았다. 더 많은 희생자들이 생기기 전에 호크모스를 잡아야만 했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곰인형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아이가 곰인형을 바로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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