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들어선 우리는 유자와 함께 병원에 들렀다.

나와 동거인이 살고있던 집에는 (무척 귀여운)고양이(나중에 자세히 등장)가 한분 계신지라 유자에게 어떤 기생충이나 질병이 있을 줄 모르는 상황에서 유자를 바로 집에 데리고 들어가기에는 너무 큰 위험이 따른다고 판단, 집에 가기 전 우선 병원에 가는 것으로 코스를 정했다.

 

오후 3시가 좀 안되었을 무렵의 공휴일이라 그런가 병원에는 대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 30분 정도 흘렀을까,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기다림이 끝나고 우리는 진료실로 들어섰다.


우선 유기견인 시골강아지 유자를 막 데리고 오는길이라고 밝힌 후, 기본적인 검진을 부탁드렸다.

유자를 이리저리 만지던 수의사 선생님은 "전반적으로 건강한데... 어!! 여기 진드기가 있네요!!!" 하시며 갑자기 유자의 귀를 젖히며 작은 철제 도구를 꺼내 유자 귀에서 검은 콩 같은 진드기를 하나 뽑아냈다.

그러자 유자가 무척 크게 "끼기기깅!" 하고 소리를 냈고, 유자의 귀에 주둥이를 콱 박고 있던 작은 거미 같은 진드기가 뽑혀져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손가락으로 진드기를 터뜨려 버리셨다... 빨간 피가 팍 하고 튀어나왔다...)

한 마리가 끝이 아니었다. 수의사선생님은 유자몸을 뒤져 진드기를 두세마리 정도를 더 찾아 뽑아냈다.(그때마다 유자는 "나죽네!!!" 하며 "끼기기기기깅!!!!" 하고 난리를 쳤다. 이때부터 엄살 강아지였다)

진드기 제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옆에서 이걸 지켜보던 동거인의 얼굴은 새파래졌다. 평소 벌레에 대한 공포가 심한 동거인은 본인이 진드기가 막 붙어있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차를 탔다는 사실에 경악하여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보호자는 패닉하고 강아지는 온갖 엄살을 다 부리는 소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졌지만 수의사 선생님 침착하게 목 뒤에 진드기 제거약을 바르시곤 "시골에 사는 개들은 흔히 진드기가 있어요. 12시간 있다가 목욕 시키시고, 따로 격리해두세요. 이 진드기가 강아지한텐 괜찮은데 사람한테는 치명적일 수 있어요" 라며 진드기에 대해 주의를 주셨다.

진드기 사태가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우리는 드디어 정신을 좀 차렸다. 아기 강아지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던 우리는 수의사 선생님께 이런 저런 질문을 한 후 병원을 나섰다. 


드디어 서울 집으로 입성한 유자는 12시간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유자는 세상에서 가장 긴 12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평소 잘 모르다가 글을 쓰다보니 세상을 참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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