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불편하군."


토르는 셔츠 단추를 채우며 불편한 기색을 툭툭 내비추었다. 손가락 하나면 금세 입혀지는 아스가르드 옷과는 달라, 토르는 매일 아침 입어야 하는 옷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 옷의 구성품도 너무 많았다. 와이셔츠, 바지, 베스트, 넥타이, 자켓, 양말, 구두, 헹커치프까지…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구성품은 제각기 모양도, 활용도도, 그 색도 달랐다. 미드가르드의 옷은 구김 없이 입기 위해서는 다림질도 고사해야했다.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또 단추는 왜 이리 많은 것인지 아침마다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을 참아야했다. 두껍고 커다란 토르의 손에 비해 미스가르드의 단추는 너무 작았다.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야.”


토르는 이렇게 매일 아침 불평불만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미스가르드에서 지내기 위해 길러온 머리까지 짧게 잘랐다. 이제는 누가 봐도 그는 ‘인간’이었다.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커피를 즐겨 마시며, 늘 화가 나있는 뉴요커였다. 


“형, 왼쪽 팔 단추…잠기지 않았어.”


로키가 신문에 눈을 고정하고 무관심하게 말했다. 로키는 어느새 말끔하게 차려 입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초록빛과 파란빛이 섞여있는 실크 넥타이에 짙은 감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토르는 내심 로키가 얄미웠다. 로키는 구태여 귀찮게 옷을 입고 벗을 필요도 없었다. 원하는 옷을 생각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덧붙이자면 로키는 다림질을 할 필요도 없었다.


"제기랄!!!"


로키가 말한 왼쪽 소매의 단추를 반쯤 잠궜을 때 토르는 드디어 폭발했다. 황소처럼 씩씩대며 금방이라도 옷을 찢어버릴 기세였다. 로키는 그제서야 읽었던 신문을 곱게 접어 커피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능청스럽게 웃었다.


"괜한 옷에게 화를 내면 쓰나."


로키는 차분히 토르의 소매 단추를 끼워주었다. 로키는 이러한 일들이 익숙했다. 형제가 미드가르드에 온 후로 토르가 부쩍 신경질적으로 변했기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소한 일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토르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애같아 마냥 재밌었다. 옷 소매를 다 잡아주니 다른 곳에 시선이 간다. 삐뚤어진 넥타이. 다림질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흐느적거리는 와이셔츠. 엉망진창으로 접힌 헹커치프. 넥타이 핀은 어디로 빼먹은 건지. '역시 손이 많이 가는군' 로키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여기에 내려온지도 넉달이나 지났어. 익숙해질 법도 하잖아. 매번 이렇게 손이 가면 나도 곤란해진다고."


로키의 투정아닌 투정이었다. 토르는 얌전한 강아지처럼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듣는 둥 마는 둥.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이제는 가지런한 이를 들어내며 웃고 있었다. 사실은 이러했다. 확실히 미드가르드의 옷이 짜증스럽고 귀찮았지만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옷을 입고 벗는 일 쯤은 바보가 아니고서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토르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왠지 얌전해지고 의젓해진 로키를 보는 일이 좋았고, 확실히 더 친밀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다음에 일어날 상황이 좋았다. '이럴바에는 보타이를 하는 게 났겠어' 로키는 토르의 넥타이를 풀어 다시 메어주고 있었다. 토르는 웃으며 로키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궁시렁거리느라 벌어진 입을 향해 입술을 들이밀었다. 로키는 재빨리 토르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오늘도 지각하면 안돼."


로키가 단호하게 말했다. 토르는 입에서 로키의 손을 떼어냈다. 슬쩍 웃으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로키의 머리, 목선, 어깨 그리고 허리를 찬찬히 쓸어내렸다. 토르의 손이 다급해졌다. 자신의 단추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했던 손이 빠른 속도로 로키의 상의를 벗겨내렸다. 로키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입으로 넘어오는 토르의 숨을 그대로 받아내었다. 조급한 토르의 혀 앞에선 당최 거부할 방법이 없었다. 쪽-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떨어진 입술은 귀, 목덜미, 가슴으로 향했다. 


"읏-"

 

가슴켠 어느 부분에 입술이 닿자 신음이 터져나왔다. 토르는 '흐음?' 하고 웃더니 집요하게 한 곳을 괴롭혔다.  로키의 두다리가 땅에서 떨어졌다. 로키의 다리 사이에 토르의 배가 닿았다. 로키는 팔을 토르의 목에 둘렀다. 그리고 한없이 진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토르는 로키를 안은 채 커피테이블로 향했다. 잠시 로키를 내려놓고 로키의 바지 버클을 풀어해졌다. 전라가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와이셔츠는 벗기지 않았다. 토르는 오히려 완전히 벗기는 것보다 풀어헤치는 편이 더 야하다고 생각했다. 로키는 악취미라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벗을 생각이 없었다.  불쑥 솟아있는 로키의 그것을 보며 토르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다시 로키에게 입을 맞추고 솟아있는 그것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입으로 넘어오는 숨에 듣기 좋은 신음이 붙었다. 토르는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입을 떼었다. 커피 테이블 위로 로키가 완전히 누웠다. 

 

"다리를 더 벌려줘야 겠는걸."

 

오늘도 속이고, 속아주는 아주 평화로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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