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젤라떼리아(젤라또 가게)는 어디일까. 오픈 초에 정점을 찍었던 모 매장도 생각이 나고, 코로나 때문에 재오픈이 미뤄지고 있는 모 매장도 생각이 나고(엇그제 재오픈 공지가 올라왔다.), 현재 누구나 인정하는 모 매장도 생각이 난다. 하지만 소르베에 한해서는 앞의 곳들이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매장이 있다. 그곳이 바로 방배동의 델 젤라떼리아이다.

젤라또에는 우유가 들어가고 우유를 베이스 삼아 다양한 재료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소르베는 과즙이 주재료로 우유나 크림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맛이 제한적이다. 이런 소르베를 어떻게 얼마나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약간 우회해서 생각해보면 비슷하게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음료를 특별하게 만들어서 히트한 매장이 있는데, 그곳이 종로구 도렴동의 홀드미 커피이다.(전주에 ‘안아줘’라는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홀드미 커피는 과일쥬스가 유명한데, 마셔보면 정말 생생한 과일의 맛과 향이 쥬스에서 느껴진다. 커피에 빗대자면 스페셜티 과일쥬스라고나 할까. 홀드미 커피의 SNS 계정에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서 과일쥬스를 만드는지가 자주 올라오곤 한다.

델 젤라떼리아의 소르베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를 자세히 알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맛을 보면 평범하게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당도가 높은 원재료를 사용하는 메뉴는 그 맛을 원재료보다도 더 임팩트있게 끌어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하이퍼 리얼리즘 소르베라고나 할까.

작년 델 젤라떼리아에서 처음 먹어본 소르베는 추희(가을 자두)였다. 추희 소르베를 입에 떠넣는 순간, 너무나 생생한 자두 맛과 강한 당도가 어우러지는 강렬함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었다. ‘너무 단 건가? 아니 이 정도는 달아야 이런 임팩트가 나오는 거지’ 생각을 했고.

다음에 먹어본 것은 홍시와 유자였는데, 맛으로는 둘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임팩트는 유자가 더 강렬했다. 홍시는 정말 질 좋은 홍시를 먹는 느낌이었는데, 홍시 자체가 얼려서 먹기도 하는 과일이라 경험해본 범위의 것을 많이 벗어나지는 않은 느낌이라고 할까.(라고 해도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유자는 우리가 자주 먹는 식재료기는 해도 그렇게까지 강렬하게 맛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오븐에서 유자 껍질을 구우면서 살짝 눌은 것 같은 맛이 나기는 했는데, 장점이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올해는 딸기와 대저토마토, 패션 프룻을 맛봤는데, 딸기는 여느 매장의 딸기 소르베보다 진하고 강한 맛이 나기는 했지만, 그동안 맛본 강렬한 소르베들에 비하면 감동은 좀 덜한 느낌이었다. 대저토마토는 (델 젤라떼리아 소르베의 기준에서) 아쉬웠다. 스테비아 토마토였다면 가게의 장점을 좀 더 잘 살린 맛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패션 프룻은 정말 패션 프룻의 맛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게 델 젤라떼리아의 맛이지. 먹고 나서 입으로 올라오는 패션 프룻 향이 마스크 속을 계속해서 향기롭게 떠돌았고, 덕분에 즐겁게 발걸음을 옮겼다.

Taste & Expa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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