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문


 함께 있으면 안 돼요? 한참 만에 나온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마주한 시선이 어지럽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머리꼭대기 너머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한껏 내려갔다가, 또 어깨부근에서 한 바퀴 크게 흔들리다가... 그럼에도 꼭 눈을 마주보았다. 몇 번을 흔들려도 돌아오는 지점은 한결같았다. 토니는 그것이 참 소년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네가 영원히 회귀를 반복할거라는 확신은 없다. 토니는 입술을 감쳐물었다. 뻣뻣해진 살갗이 잇새로 파고들었다. 토니,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풍랑에 흔들린다. 다물린 입매가 단단해진다. 토니, 토니... 속삭이는 목소리가 온통 귓바퀴를 타고 흘러내렸다.


 우리는 이제 서로가 없던 때로 돌아갈 수 없잖아요.


 함께 있어요. 제발, 계속, 둘이서... 토니는 소년의 목소리를 곱씹다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함께, 계속. 바닥으로 떨어지던 손은 이내 허리께를 맴돌았다. 가시가 일어난 손끝이 입술을 매만지고, 얼굴 위로 지는 그림자와, 눈꺼풀 위로 닿는 젖은 입술. 안 돼, 혀 위를 맴돌던 단어는 다시 목 너머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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