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화책을 재미있게 봤으므로 애니화 소식을 듣고 개봉만 계속 기다렸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영상보다는 글이나 그림으로 상상의 여지를 주는 편을 더 좋아하는 데다 성우에도 큰 관심이 없으므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


혼자 영화 보는 걸 좋아하고, 내용이나 수위 때문에 절대적으로 혼자 보러 갈 생각이었으나(...) 어쩌다 보니 임다일 작가님과 같이 보러 갔다. 타인과 같이 영화 본 게 꽤 오랜만인데 생각보다 즐거웠다.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한 자리 띄어서 앉은 덕분인 듯. 참, 상영관에 아무도 없었다! 둘이서 상영관 전세 내고 보고 왔다! 엉엉 어째서야...


아래는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남기는 후기.



1. 쿠가와 카게야마 얘기가 어떻게 들어가나 했더니 이렇게 뭉뚱그려질 줄이야(...) 극초반부터 '원작 안 본 사람은 이걸 어떻게 이해하겠냐!'를 외쳤다.


2. 번역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좀 있었다. 대표적인 게 '나는 나를 방관자로 두었다.'를 '나는 나를 방관했다.'로 번역한 부분. 그건 의미가 전혀 다르잖아? 물론 영상물 번역은 일반적인 텍스트 번역과는 많이 다르다고 알고 있지만(영상 쪽이 훨씬 의역을 많이 한다.) 그래도 아무래도 원작=다른 버전의 번역본이 있다 보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더라.


3.  도메키... 음... 그래... 음....... 내 취향은 아닌 목소리&연기였다.


4. 미스미상 너무 아저씨에서 할아버지로 넘어가는 깐족중년 느낌(...)의 목소리라서 조금 실망. 그리고 류자키도...ㅠㅠ


5. 근데 사실 야시로 성우가 너무 연기를 잘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때문에 다른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묻힐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 안에 존재하는 그림으로서의 캐릭터+그 위에 덧입힌 성우의 목소리로 구분되어서 다가왔다면, 야시로는 정말이지 본인이 연기하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살아 숨쉬는 야시로의 느낌.


6. 그거 외에도 음악이 좀 뜬금없다고 해야 하나 붕 떠 있다고 해야 하나(...) 여기서 이런 피아노 반주요...? 싶은 부분이 꽤 있었다.


7. 씬이 좀 많았다. 아 원작에서 다 본 건데도 씬 정말 계속 나오네 그만 좀 밝혀라 야시로(...) 싶었다. 이게 혼자 본 거면 상관없는데 옆에 임다일 작가님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원작에서도 도메키가 첫 경험 얘기하면서 야시로 내려다보다가 설 뻔한 장면을 좋아하는데 애니에서도 거기가 제일 좋았음. 그리고 영화관 씬도 엄청 좋아하는데 애니에서는 도메키 심리가 잘 표현되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다.


8. 엔딩이... 뭐 생각해 보면 모든 얘기를 다 담을 수는 없으니 거기서 끊고 다음 편을 기약하는 게 제일 자연스럽고 사실 나도 보러 가기 전에 음 그쯤 끊으려나?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엥? 원작 안 본 사람은??? 하게 되더라.


9. 원작이 워낙 등장인물 많음, 정보량 많음, 에피소드 많음인데 그걸 욕심껏 애니에 다 담아내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어수선하고 뚝뚝 끊기고 정보&등장인물 제공량은 포화 상태고... 원작 안 읽은 사람이 즐겁게 보기 힘든 애니임은 분명하다. 이게 참... 원작을 다른 매체로 바꿀 때는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할 텐데.


1)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이해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게끔 새로운 매체용으로 각색한다. (이 경우 달라진 내용과 구성과 전개 때문에 원작 팬들이 실망할 수 있다.)

2)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여 원작의 내용과 구성을 최대한 반영한다. (이 경우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극장판은 누가 봐도 2번이었다... 근데 이 정도 수위와 이 내용의 BL 애니를 원작 안 본 사람들이 얼마나 볼까 생각하면 그게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10. 결론. 애니를 보고 싶으면 원작 2권까지 반드시 읽고 갈 것. 그리고 내 최애는 야시로이므로 다른 게 아무리 별로라도 상관없다 야시로가 예뻤으니 만족했다^^



+) 이거 쓰는 걸 깜빡했네.


개인적인 이유로 폭행 장면을 잘 못 보는데 쿠가나 야시로가 사람 때리고 걷어차고 하는 장면에서 속이 좀 안 좋았다. 소설이나 만화책으로 접하는 폭력은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폭력의 수위가 그다지 높지는 않은 편이고 구체적이지도 않은데 아무래도 실제로 움직이고 소리가 들리고 해서 힘들었던 듯. 영상물에서의 폭력에 민감한 사람은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완결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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