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루 x 주인
[너는 집사고 나는 주인]
그저 하나마루를 고백으로 혼내주려는 이상한 글
심심해서 쓰던 게 굴러다녀서 첨삭해보다가 포기하고 그냥 올려서
오타나 이상한 부분이 좀 많을 수도 있어요 ㅇ>-<
낙서...? 같은 걸 글로는 어떻게 말하나요? 조각글? 그치만 더이상 조각이 아닌데...
조각 조각 따따따
적폐 캐해 주의 (하나마루 카드스나 추억을 다 본 게 아니라서 캐붕이 있을수도...파파고로 번역한 하나마루만 봐서 말투가 어떤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8ㅂ8;;)
"헤에- 주인님, 오늘도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이 하나마루님이 오늘 더 잘생겼나?"
"....뭐래."
주인은 순간 그렇네라고 대답할 뻔한 걸 겨우 참아낸 자신이 대견했다.
이 악마집사는 자각이 없는 게 아니다. 그냥 자신을 연애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 것이다.
시작은 평범했다. 여느날처럼 주인은 하나마루의 얄미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테디를 놀리느라 잔뜩 구겨진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자면, 하우레스보다는 아니지만....
확실히, 미남이야.
하루는 의뢰를 받아 동쪽대지 끝 쪽의 골목 술집으로 잠입을 하게 되었다.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술집으로 유명한 터라 주인은 살짝 기대가 되기도 했다. 베리언은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고 여성을 능숙히 상대해야 되는 임무인만큼 주인과 동행할 멤버로 경험이 많은 연장자들과 얼굴이 반반한 집사들을 위주로 고민하는 듯 했다.
"하우레스 군은 능숙하게 대처하진 못해도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아 말만 잘 하신다면 괜찮을 것 같군요."
"음.... 저기 베리언, 조금 이르긴 한데 하나마루는 어떨까?? 동쪽대지 출신이기도 하고….별관조 연장자기도 하고.... 잘...생겼지?"
말을 너무 많이 했나. 고민하는 주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베리언은 상냥한 웃음을 지었다.
"과연, 짐작이지만 하나마루씨도 자신만의 경험이 있으실 테니까요. 후보로서는 생각해보긴 했는데 잠입으로는 첫 동행이라.... 주인님이 잘 이끌어주신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군요."
내가 왜 그렇게 말했지? 주인은 웃는 베리언의 얼굴이 조금 사악해 보였다.
잘 이끈다라.... 하나마루는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절대 아닌데도, 그걸 베리언이 모를 리가 없는데도 주인은 순순히 그러겠다고 대답하곤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주인은 루카스, 하우레스, 페네스, 하나마루 네 사람과 함께 목표 지점으로 향하게 되었다. 주인은 아무래도 홍일점이기에 집사들과 시간을 두고 들어가기로 했다. 물론, 위험을 대비해 루카스가 미리 술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주인은 숨을 가다듬고 나머지 집사들에게 눈짓을 주고는 화려한 장식이 달린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의 바로 뒷 편 테이블에 루카스가 앉아있었다. 주인은 루카스를 흘긋 보고는 거리를 조금 두고 바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시켰다. 주인이 술을 시키고 바텐더와 얘기하는 사이 나머지 집사들이 들어와 루카스와 합류했다. 악마집사들이 다가오는 여성 직원들을 상대하며 이것저것 캐묻는 사이, 주인은 달콤한 술을 들이켰다. '내 역할은 뭐지.... 그냥 주인이라서 따라온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술을 홀짝이고는 집사들 쪽을 바라보았다.
"아하하-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주인은 물어봐야 할 사건에 대해 물어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모여든 여성 손님과 히히덕거리는 하나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잠입한 주제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멍청한 짓인 건 알았지만 주인은 괘씸함에 잔에 있던 술을 모두 들이켜버리고 바텐더에게 '한 잔 더!'를 외쳤다. 집사들의 집요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인은 새로 건네진 칵테일에 꽂혀있는 머들러를 저어댔다.
왜 심술이 나는 걸까. 내가 그들의 주인이라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특별하게 대해주는 것 같아서?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구나.... 자신이 싫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에 주인은 머리를 비우기 위해 눈을 꾹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몇 자리 건너 새로운 손님이 들어섰다. 귀족처럼 차려입은 여자가 익숙하듯 주문을 하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루카스는 기회를 틈타 자신에게 말을 걸던 직원에게 잠시-하곤 여자에게 다가와 옆 자리에서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루카스는 이것저것 질문하는 사이 슬쩍 눈을 돌려 주인을 살펴보았다. 취하신 건가, 아직 두 잔 째 이신데 후후. 이 손님은 주인님에게 맡길 걸 그랬나.... 루카스의 시선은 여자의 질문에 의해 금방 다시 거둬졌다.
각 집사들은 몇 명의 손님들과 직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 후 슬슬 시간이 늦어지기 전에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주인은 혼자 술을 잔뜩 홀짝이다 건너편 테이블에서 다가온 남성에게 이 동네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 취기에 발음이 평소보다 조금 어눌한 상태였다. 매일 주인을 보고 듣는 집사들만이 눈치를 챈 듯했지만.
"제가 중앙대지에서도 엄청 번화가인 지역에서 막 옮겨 와서요, 이 쪽에 대해 아직 잘 몰라요."
"무척 안전한 동네에요, 며칠 살아봤으면 아시겠지만 혼자 사는 여성분들도 굉장히 많고. 이번 천사습격 사건이 걱정된다고 하셨죠?"
"네에.... 그렇지만 역시 여성들만 노리는 천사라니요. 사람이 한 짓이 아닐지…그런 건 듣도 보도 못했어요."
"하하- 저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다 혼자 사는 여성분들이었대요. 혼자 이사오신 거면 그 쪽도 혼자 사시겠군요?"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텐데요."
주인은 중요한 정보를 얻은 느낌에 슬슬 이 쓸모없는 대화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남자는 슬쩍 웃으며 주인의 반지가 끼워진 검지에 자신의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약지는 아직 비워져있는 걸 보니까 말이에요-"
"네?"
불쾌함을 드러내며 주인은 외투를 챙기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 하고 뒤를 돌아서자마자 머리를 부딪혀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나마루가 주인을 보지 않은 채 평소와는 다른 얼굴로 서있었다.
"저기 - 이 여성 분, 불쾌하시다는데. 그 손은 좀 놓는 게 좋지 않겠어?"
주인은 당황하며 자신의 손이 붙잡혀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눈치챘다. 언제 잡힌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정말로 위험할 뻔 한 거 아닌가? 오소소 소름이 돋자 주인은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손을 탁-하고 뿌리치자 남자가 순순히 손을 놓아주었다.
"당신도 똑같잖아? 각자 갈 길 가자고."
"아아, 곤란하네. 약혼자가 아무리 싫어도 반지는 약지에 끼고 다니셔야지요, 여보."
멍청한 눈으로 하나마루를 바라보자 그가 높이 든 손가락에 자신과 똑같은 반지가 반짝였다. 뒤에 말도 안되는 애칭을 강조하는 모습에 기가 차기까지 했다.
어.. 어떻게? 원래 한 쌍인 반지인건가? 하나마루도 내가 사는 세계에서... 말도 안되지.
조금 머리를 비우고 생각하니 베리언의 의미심장한 웃음이 떠올랐다. 분명 그의 계획일테지. 눈을 가늘게 뜨고 살짝 웃는 하나마루의 얼굴을 보자 취한 얼굴이 더 벌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보다 급한 건 지금 이 상황이라 금방 눈을 거두고는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결혼은 안 했지만, 약혼자는 있어서요. 그럼-"
주인은 날카롭게 남자를 째려보고 휙 뒤돌아 하나마루한테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는 꽉 깨문채로.
"갑시다. 여.보."
하나마루는 만족한 듯이 남자를 한 번 쳐다보고는 주인의 어깨에 팔을 둘러 누가봐도 다정한 모습으로 가게를 나섰다. 차가운 밤바람이 뺨을 감싸자 술기운이 조금 가시는 듯 했다.
어느 정도 걷다가 집사들이 합류하기로 결정한 지점에 거의 도착했을 때 쯤 주인은 하나마루를 슬쩍 쳐다봤다.
"하나마루, 팔..."
"아, 미안 미안~ 내 마음대로 주인님을 독차지할 기회라 조금 들떴네~ 주인님, 조금 설렜을지도?"
킥킥 웃는 하나마루를 보는 주인은 금방이라도 평소처럼 투덜대며 뭐래-나 어이없는 장난에 코웃음이라도 쳐야하는 타이밍이었다.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
왜 얼굴은 붉어지고 난리지? 장난칠 타이밍을 놓친 주인은 하나마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급하게 눈을 돌렸다.
아... 나 어떡하지?
그 이후에는 어색했는지 일부러 더 크게 웃는 하나마루와 조금 더 걸어서 다른 집사들을 무사히 만나 평소대로 임무를 마무리 지었다.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저택에 돌아온 주인은 수고했다며 활짝 웃는 베리언의 얼굴을 보고는 울상을 지었다. 베리언, 나 어떡해.
그리고는 다시 지금.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나 얘 좋아하나봐- 하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버린 주인은 하나마루가 아무리 짜증나는 말을 해도 반짝 반짝 빛나는 얼굴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아저씨 같은 농담을 해도, 유한이의 차가운 말에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에도 주인의 심장은 고장이 난 것처럼 마구 두근거렸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하나마루, 우리 얘기 좀 해."
"어라라~ 주인님이 나랑 단 둘이 얘기를 하자니,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자신을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 하나마루였다.
그래, 오히려 잘됐어. 주인은 오히려 이런 부분을 인정하면 하나마루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려나 생각했다.
"어이, 어이 주인님~ 그런 말은 집사를 설레게 한다구?"
"그래? 설렜어? 그러라고 말한거야."
하나마루는 키득키득 웃더니 특유의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교회의 아이들에게 하듯 톤을 높이고 말끝을 늘려 말했다.
"주인님~ 아무리 제가 집사여도 이런 아저씨를 놀리면 못 쓴답니다아."
오히려 자신이 당하는 듯한 느낌에 주인은 골머리를 앓았다. 그냥...그냥 던져버릴까? 진지하게 하지 않으면 놀린다고 하고, 분위기를 타자니 단 둘이 남겨질 타이밍이 되면 자신을 피하는 느낌이었다. 문득 주인은 커뮤니티에서 봤던 일명 고백공격을 떠올렸다. 피할 틈도 없게 고백으로 공격하기. 하나마루는 집사를 그만두지 못 할 테니 어떻게든 던지고 보면, 거절 당하던 받아주던 뭐라도 진행되지 않을까?
그래, 그러자.
그런 이상한 결심을 하곤 주인은 비장한 얼굴로 자신의 담당 집사를 불러냈다.
"하...하나마루, 있잖아-"
"주인님~ 그렇게 얼굴이 빨개져서는 뭐 -"
"좋아해!!!!!!"
"...그 -"
"내, 내가 연인 상대로 아니 그러니까, 네가 이성적으로 좋다는 뜻이야."
혹시라도 그래, 나도 주인님 좋아해 ~ 라는 뻔한 말을 할까봐 속사포로 뒷말을 붙여냈다. 잠시였지만 동그래진 하나마루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성...성공인가? 일단 당황은 시켰지만 정적만이 감도는 3초가 3년처럼 길었다. 주인은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살짝 눈치를 살폈다.
다시 원래대로의 하나마루였다.
"아, 그래? 그렇구나... 흐음~"
"하하...."
"...나도 주인님이 좋지만~"
"으, 응!!"
"집사로서 곤란해지면 앞으로 주인님 얼굴도 못보고 더 슬퍼지겠지? 주인님도, 그치?"
"으...응??"
의외로 경험있는 어른의 조언같은 말에 벙찐 사이 하나마루는 다시 능글맞게 웃으며 주인의 외투를 벗겨냈다.
"자자~그럼, 페네스를 불러올테니까 목욕하고 자기 전에 필요하면 다시 불러줘. 좋은 밤, 주인님~"
뭐?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주인은 페네스가 들어와 목욕시중을 들어줄때까지 멍한 얼굴로 하나마루가 서 있던 자리를 허망하게 바라봤다.
몇 번인가 다시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이런저런 애매한 말을 늘어놓거나 똑바로 말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저 집사랑 주인은 이럴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이야- 뭐 이런 느낌의 대사를 하고 싶은 건가? 아아 - 괴로워. 좋으면 그냥 좋은 거지 집사는 뭐, 사랑도 못해? 접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주인은 며칠을 끙끙 앓아대며 고뇌했다.
그 생각의 끝은 거절이었다. 내 마음을 받을 생각이 없는거야, 저 집사는 자기보다 어린 애를 냉정하게 거절하는 나쁜 역할을 자처하고 싶지 않은거야. 그래, 나 없이 잘 살아보라지. 주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거절을 당해도 자신은 괜찮을 거라는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삐죽 -하고 뾰족한 모양으로 눈에 띄게 하나마루를 피하기 시작했다.
며칠 간 비뚤어진 마음으로 저택에 가지 않았다. 의뢰가 있다는 날에만 들러 일을 수행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최대한 반지를 끼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집사들이 보고싶어졌을 뿐이지만.
"주인님, 최근에 너무 바쁘시네요. 일을 너무 열심히 하시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베리언이나 나크, 하우레스까지 종종 들르는 주인과 마주칠 때마다 걱정의 말을 건넸다.
"어이, 어이, 주인님....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문제의 담당집사마저 진지한 말투로 저택을 떠나기 전 주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의 얼굴을 보자 심술이 났다. 이렇게 얼굴을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데 미처 담당을 바꿔달라고 하진 못했다. 아직 그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에.
반지를 빼기 전 바람이나 좀 쐬자며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저택 문을 나서는 주인의 뒤를 하나마루가 급하게 쫓았다.
밤공기는 의외로 쌀쌀했다.
금방 날이 추워지네... 귀뚜라미 소리가 가득한 호수 주변을 걷다가 팔을 슥슥 문질렀다. 하나마루는 말없이 주인의 곁에 붙어 걸어주었다. 간혹 앞에 돌이 있거나 길이 너무 어두울 때 조심하라거나 살짝 잡아주려는 제스처를 취하거나 했다.
결국 주인이 가장 먼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아...미안해. 네가 눈치볼 게 아닌데. 내가 너무 심술부리는 것 같네."
"...주인님."
주인은 호숫가 옆에 난 커다란 바위에 툭 하고 앉아버렸다. 하나마루는 차갑다며 호들갑을 피우고는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다시 손수건 위에 앉은 주인은 이런 친절에도 왠지 눈물이 나버렸다. 나쁜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라는 생각에 억울하고 서러웠다.
"우...흑....차라리 차갑게 거절하란 말야..."
갑자기 훌쩍이는 주인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하나마루는 굳어있다 얼른 옆에 붙어 등을 토닥여 주었다.
"미안...미안해, 주인님."
"나는 주인이고, 너는 집사라서 안된다는 거지!!! 그럼 내가 주인을 안하면 되는거야?? 흐아앙...."
왠지 어른스럽게 굴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 터진 울음은 그칠 줄 모르고 며칠간의 설움이 폭발해버렸다. 더더욱 어린 모습만을 보여버렸다는 생각에 후회도 했지만 그냥 지금은 하나마루를 괴롭히고 싶었다. 하나마루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주인의 어깨에 덮어주고는 등을 토닥였다. 주인은 확-하고 하나마루의 품에 안겨 얼굴을 부볐다.
"미워.... 집사니까 얼른 위로해줘....”
자신의 말도 안되는 고집에 몸을 밀어낼 거라고 생각했던 하나마루가 가만히 안아주자 주인은 더 혼란스럽고 억울했다.
"나도...나도 어른인데...이씨...."
오히려 어른답지 않게 화도 나고 눈물도 났다. 어차피 받아주지도 않을거면서. 그런데도 이 외투는 벗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그를 곁에 두고 싶었다.
"아저씨. 멍청이. 늙은이. 폭탄머리."
"그래, 그래. 우리 귀여운 주인님."
"그런 설레는 말도 하지마. 넌 진짜로 나쁜 집사야. 최악의 집사."
자신의 말에 바보같이 아하하- 웃는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눈물이 왈칵 나왔다. 나는 왜, 이 상황에도 네가 밉지가 않을까. 주인은 울고 집사는 웃는 이 이상한 광경이 어이없었다.
"주인님, 내가 만약에 정말 싫어져도 날 떠나지 말아줘. 이젠 난 영원히 이곳의 악마집사인걸."
"...나는 그런 악마집사들의 주인이니까?"
"응, 나의 주인님."
주륵- 또 눈물이 흐르자 하나마루가 조금 머뭇거리다가 따뜻한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주인은 어쩐지 자신보다 그의 눈이 더 아파보였다. 답답한 건 자신의 쪽인데도...
"주인님이 싫어도 당신은 영원히 내 주인님이야...그러니까-"
하나마루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품으로 떨어진 주인의 손을 살짝 만지작거렸다. 언젠가는 주인도 하나마루의 나이를 넘어서게 되겠지, 그래도 그는 영원히 36살이니 주인님이 더 나이가 많아지는 걸까? 그때는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게 될까?
"그 이상의 관계를 정의내린다면 나는, 더 좋은 모습으로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아서... 이대로가 더 좋은 것 같아."
"...."
"마음대로 판단해서 미안. 그래도 정말 좋아해, 내겐 이제 주인님밖에 없어. "
언젠간 헤어지게 될 날을 생각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헤어진다면 나는 슬플 것 같다, 그래서 그냥 계속 친구로 지내고 싶다- 따위의 말로 거절을 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그런 말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더 무겁고, 가슴이 울리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주인의 눈에서 눈물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내가 만약 다른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면?"
"그렇게 해서 주인님이 행복하다면~"
"내가 평생 결혼도 안하고 연애도 안하면??"
"...그렇게 해서 주인님이 행복하다면~"
"치..."
그게 뭐야.... 가까이서 보는 하나마루의 얼굴은 더 따뜻하고 다정했다.
그렇지만 집사는 주인이랑 이런 짓 안하는데. 주인은 뾰족하게 튀어나오려는 마음을 다시 접어 넣었다.
나도 사실은 네가 내 옆에만 있으면 괜찮아.
"그럼 하나마루, 나에게 영원히 충성을 맹세할거야?"
"응, 목숨을 바쳐서."
"하하, 유한이 같은 소리를 하네."
"악마집사에게는 인간의 영원이 그렇게 길지는 않대서~ 나 베리언씨보다 오래 살까봐~ "
또, 또 농담. 주인이 입을 삐죽 내밀고 살짝 하나마루의 팔을 꼬집었다. 아이고~ 집사 죽네~ 같은 엄살을 부리는 하나마루를 보고 그래, 이런 날이 계속되어도 나쁘지 않을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아쉽지만... 나도, 네가 행복하다면. 주인은 조금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그러면 나를 울렸으니까, 철없는 소리 한 번만 더 할게. 소원 하나 들어주라, 뭐든지."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주인은 어깨를 으쓱하는 하나마루를 샐쭉하니 쳐다봤다.
"이번 한 번 만 입 맞춰줘."
덜그럭. 하나마루가 땀을 뻘뻘 흘려댔다. 주인이 좋아하는 그 얄미운 눈동자를 굴려댔다. 하나마루는 주인이 다시 장난스럽게 웃기 시작해서 안심이 됐지만 오히려 자신보다 더 악마같은 모습에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기껏 고백을 피하고 이런 장황한 말을 한 의미가 있나, 주인의 눈을 빤히 쳐다봐도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이번 한 번이라니 우선은 들어주기로 했다. 하나마루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마지막 키스가 언제였더라.... 하나마루는 뭔가 큰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괜찮아, 이건 철 없고 어린시절의 내가 저질러버린 실수인걸로 하자."
몸보다 훨씬 큰 외투 때문인지 온통 자신의 체취로 덮인 작은 주인님이 가까이 다가와 입을 맞췄다. 쪽- 쪽- 하는 소리가 나고 굳어있는 하나마루를 슬쩍 본 주인은 푸스스 웃음을 터뜨렸다. 이 남자, 그런 어른스러운 말이고 뭐고, 사실은 그냥 연애가 무서운걸까? 사실은 첫키스인걸까? 나중에 자기가 한 말을 무르겠다고 하면... 받아줘야지. 주인의 웃음소리를 듣고 하나마루는 항의하러 입을 열었다. 주인은 얼른 다시 입을 맞붙여 소리를 막았다. 쵹- 하나마루의 눈이 번쩍 뜨였다. 뽀뽀로 끝날 줄 알았던 입맞춤이 길어지는 신호였다. 하- 하고 잠시 얼굴이 떨어지고 하나마루의 눈빛이 처음으로 크게 흔들렸다.
"응? 오늘 하루만."
세 번째 비극은 없다, 자신이 지켜낼테니까. 하나마루는 악마집사가 되면서 각오했다. 후회할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겠다고. 주인과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질 수록 자신의 삶에 미련만 많아질 게 뻔했다. 집을 비우지 말걸, 도망가지 말걸, 아니 애초에 사랑하지 말걸.
자신에게는 이미 과분해진 인생,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만 많아질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면... 큰일이 나지는 않을거야.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주인의 손에 이끌려 하나마루는 다시 눈을 감고 입을 맞췄다. 손을 올려 작은 머리를 받치고 자신의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는 혀를 받아냈다. 한참 동안 서로의 혀가 얽히고, 온기를 느끼고, 숨을 섞었다. 잡을 수 없었던 손을 잡고 아주 소중한 것을 만지는 것처럼 손가락을 문질렀다. 마침내 둘이 거친 숨을 밭으며 떨어졌을 때 주인은 다시 활짝 웃었다.
"집에 돌아가자, 하나마루."
하나마루는 싱글벙글 돌아가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주인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았다. 큰일났네... 하나마루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금방 주인의 속도를 따라잡으러 걸음을 재촉했다.
뭐 그래,
언제까지나
나는 집사고
당신은 그런 나의 사랑스러운 주인.
일단은… 그거면 되겠지.
[너는 집사고 나는 주인]
end
이게 뭔 글일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하아..
그냥 자신이 엄청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하나마루를 놀리는 철없는 주인님이 보고싶었을 뿐인데도
구구절절 구구절절~
어른들은 바보야~ 어른이란 뭘까.....
하나마루 카드스도 다 못 보고 그래서... 제 적폐 캐해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뭔가 주인님과 쌍방이어도 깊어지기 전에는 밀어낼 것만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아저씨는 최악이에
(사실 좋아
마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