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 - 첫사랑 Sondia | Piano.ver






* 세계관 설명 *


스테이지 : 만화 속 세상, 만화 작가가 그린대로 움직이고 말할 수 있음.


섀도우 : 만화 바깥세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나 스테이지가 시작되면 만화 속 역할을 수행하러 사라짐. (작가가 그리지 않은 부분)


자아 : 섀도우에서 캐릭터가 아닌 본인의 자아를 찾아 스테이지 일도, 섀도우에서 있었던 일도 다 기억함. 자아를 찾기 전 인물들은 껍데기만 있는 ai 정도로 생각하면 됨.


만화책에서 미리 앞으로 스테이지에서 일어날 일을 알 수 있으며 만화가 완결이 나면 장소, 장면이 붕괴되면서 사라짐.






제일 먼저 자아를 찾는 건 요섭이어야 함. 주목을 받지도 않고 그저 주인공들을 위해서만 움직임. 그렇지만 섀도우에선 나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음. 자아를 찾은 사람이 없어서 좀 외로웠지만 그래도 괜찮았음. 도서관에 있는 만화책 보면서 앞에 내용 다 알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재밌기도 했고.


그다음 자아를 찾는 건 두준. 눈 감았다 뜨면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있고 가끔은 자기가 생각하지 않았던 말들이 입에서 튀어 나오고, 뜬금없이 하고 싶지 않은 행동들을 의지와 상관없이 함. 그러다 어느 순간 또 갑자기 자유로워지고.

친구들은 다 기계처럼 움직이고 자기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해서 혼란스러움. 그런 두준을 지켜보던 요섭. 서브 남주인 두준에게 다가가서 만화책을 건네며 인사함.



"안녕, 두준아."


"어? 너! 너, 그⋯."



요섭은 엑스트라라서 두준의 기억 속엔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나고 이름은 기억에 없었음. 요섭은 씁쓸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함. "요섭이야. 양요섭." 이름을 알려주자 "아, 미안." 하며 멋쩍게 웃는 두준.

요섭이 건네는 만화책을 받아들고 이게 뭐냐는 눈으로 요섭을 쳐다보고, 만화책을 펼쳐보니까 자신과 닮은 사람이 그려져 있고 뒤엔 아직 그려지지 않은 빈 페이지만 가득했음.



"여긴 만화 속 세상이야."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여긴 만화 속 세상이고, 우린 만화 속 인물."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만화 첫 페이지 등장인물을 보니까 서브 남주로 자기가 그려져 있었고 '윤두준' 이름 석자가 써져있었음.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등장인물을 구경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요섭은 찾아볼 수 없었음.



"아, 뭐야. 내가 고작 서브 남주야? 어⋯. 근데 넌 왜 없어?"


"난 엑스트라야."



"아⋯." 괜히 미안해진 두준이 뒷머리를 긁적이자 요섭은 웃으면서 "괜찮아. 엑스트라가 좋은 점이 얼마나 많은데. 섀도우도 많고, 자유로워." 함.

요섭은 처음 자아를 찾은 두준에게 섀도우가 뭔지, 스테이지가 뭔지 다 설명해줌. 처음엔 이 세상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지만 자아를 찾고 몇 번 스테이지를 겪었던 두준은 꽤 빠르게 수긍하고 요섭의 이야기를 흥미로워 함.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섀도우에서 요섭이 좋아하는 비밀 공간도 데려가고 밤낮없이 만남.

그러다 먼저 좋아하는 건 두준이어야 함. 요섭이랑 있다가 갑자기 스테이지로 넘어가면 얼른 스테이지가 끝나길 바라며 요섭한테 달려감.



"스테이지 싫다."


"왜? 재밌던데, 난. 오글거리고⋯. 너 축구하다가 여주한테 막⋯."


"아,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만화책을 넘기면서 킥킥 웃는 요섭을 보고 같이 웃어버리는 두준. 요섭의 반듯한 앞머리를 괜히 쓸어주다가 요섭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조용히 고백함.



"너랑 있다가 스테이지로 넘어 가버리면, 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스테이지를 섀도우에서 계속 기다려야 하잖아."


"⋯."


"어느 순간부터 스테이지에서도 네 생각만 해. 이 스테이지가 언제 끝나나, 넌 지금 뭐하나⋯ 하고. 정작 너한테 하고 싶은 말들을 김여주한테 하면서. 그래서 스테이지가 끝나자마자 너한테 달려와."



요섭은 놀라지도 않고 그저 웃으면서 두준의 머리를 쓰다듬어줌.



"좋아해, 요섭아."


"응."


"김여주가 아니라 너한테 하고 싶었어, 이 말."


"응."


"섀도우에서는, 나랑 주인공 해줘. 남주만 둘이야. 어때?"



"좋아. 좋아, 두준아."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도서관 구석에서 둘은 키스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음. 자기도 엑스트라였으면 좋았을 걸. 서브 남주여서 좋았는데, 자길 서브 남주 시킨 작가가 원망스러웠음.


둘은 섀도우에서 친구들이 있을 때도 손 잡고, 키스하고, 둘이 수업 중에 도망쳐 나와서 놀기도 함. 자아가 없으면 어차피 다들 기억하지 못하니까.

갑자기 요섭과 함께하는 스테이지가 시작되면 기계처럼 대사를 뱉고 끝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있는 요섭한테 가서 칭얼거림. "여주가 너였으면 좋았을 걸! 작가 비엘은 안 그리나?!" 괜히 발을 쿵쿵 구르기도 함.

아무리 스테이지라지만 당연히 다른 여자한테 다정하게 구는 걸 보면 기분이 좋진 않음. 두준의 말에 "아, 무슨 비엘이야." 하지만 말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짐.


그러다가 만화가 중반 쯤 왔을 때 기광이 자아를 찾아야 함. 자신의 마음에도 없는 말을 여주에게 하고 있었고, 자신과 있었던 일을 기억도 못하는 사람들. 기광은 혼자서 조금씩 이 세상을 깨우치다가 우연히 도서관에 가 자기가 그려진 만화를 봄. 만화를 보면서 이 세상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음.

두준이 스테이지 하러 간 사이 혼자 있던 요섭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던 기광을 발견함.



"어? 안녕, 기광아."


"⋯."


"아, 넌 내 이름 모르겠구나. 요섭이야, 난. 너랑 같은 반."


"엑스트라?"


"응. 엑스트라."



이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아나 보네. 책 맨 앞 등장인물 페이지에 없어서 지레짐작 한 것 뿐인데, 뭐가 좋은지 요섭은 웃으면서 기광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하며 계속 말을 걸었음. 기광은 그런 요섭이 조금 귀찮은 듯 했지만.



"너 말고, 자아? 찾은 사람 또 누구 있어."


"나 말고, 두준이."


"두준이? 윤두준?"


"응, 윤두준."



요섭은 두준의 이름을 말하며 괜히 조금 쑥스러워함. 기광은 그래도 말이 좀 통하는 사람이 있겠구나, 싶었음. 얼마 지나지 않고 두준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두준도 기광을 발견하게 됨.



"요섭, 어? 이기광? 왜 여기 있냐?"


"기광이도 자아 찾았나 봐."


"아, 진짜? 야, 여기서 보니까 반갑네."



두준은 킥킥거리며 한 번 웃으며 기광의 어깨를 한 번 짚고 요섭의 옆으로 감. 그 모습에 기광은 조금 의아했지만 곧 두준이 요섭에게 치대고 요섭이 받아주는 걸 보고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짐.

곧 기광은 스테이지로 불려가서 묻진 못했지만 종종 섀도우에서 둘이 뽀뽀하고 손 잡는 걸 보게 되는 기광. 기광은 서브 남주라는 놈이 뭐가 아쉬워서 엑스트라, 그것도 남자랑 붙어먹지? 싶음.


처음에 기광은 부정적인 마음으로 요섭을 지켜보게 됨. 요섭은 그런 기광에게 끊임없이 다가가고 이것저것 알려줌. 이 세상에 자아 있는 건 셋 뿐인데 너무 두준이랑만 있어서 못 챙겨주는 거 같아서.

기광은 그런 요섭이 점점 신경 쓰임. 눈에 안 보이면 찾게 되고, 두준이랑 있는 거 보면 괜히 배알 꼴리고. 이제는 자아를 먼저 찾은 게 두준이 아니라 나였으면, 나랑 사귀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도 들고. 마음을 애써 부정하기도 함. 그래서 괜히 더 삐딱하게 굴었음.



"네가 먼저 자아 찾았다고 뭐라도 되는 거 같아?"


"어?"


"서브 남주랑 붙어먹으면, 뭐 네가 여주라도 될 거 같냐고. 엑스트라 주제에."



요섭은 들고 있던 만화책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꾹 다물더니 이내 웃었음.



"맞아, 고작 엑스트라 주제에."


"어?"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엑스트라 주제에, 주인공한테 너무 오지랖 넓게 굴어서 미안."


"아,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그래도 나, 섀도우에선 나름 주인공이야. 남주 윤두준, 남주 양요섭. 음⋯. 서브 남주는 너 할래? 아, 상대는 나 말고... 네가 원하는 사람으로? 섀도우에선 주인공 한 번만 양보해주라."



괜한 질투심에 말이 삐뚤어지게 나간 기광. 요섭의 말 듣고 더 미안해져서 수습을 하려던 찰나에 스테이지가 되어버림. 주인공이다 보니 스테이지가 많았고 전개상 여주랑 잘 되어가는 장면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기광과 요섭이 마주치는 일은 점점 줄었음. 있어봤자 스테이지에서 학생들 무리 중 한 명, 혹은 섀도우에서 두준과 있는 요섭. 그 정도였음.



드디어 두준 혼자만의 스테이지가 진행 됐고, 기광은 급하게 요섭을 찾으러 다님. 역시나 요섭은 도서관 한 구석에 있었음. 그런데 도서관의 일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음. 요섭은 만화책을 보고 있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음.



"기광아. 결말이 얼마 남지 않았어."


"⋯."


"이 세계가 곧 무너진다는 뜻인가 봐. 오늘은 우리 반 삼등이가 사라졌더라. 흔적도 없이."



"나도 곧⋯." 요섭이 얼마 남지 않은 흰 페이지를 촤르륵 넘기며 씁쓸하게 웃었음. 기광이 요섭의 앞에 가서 눈을 맞추며 앉았음.



"섀도우에서 만나는 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기광아. 넌 주인공이니까."


"양요섭."


"응."


"네가 그랬지. 서브 남주는 나 하라고. 상대는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하라고."


"응. 그랬지."



"원래 서브 남주는 주인공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서브 남주인 거야."



기광 코 끝이 찡해지는 걸 꾹 참으려고 입술을 꾹 깨물었음. 요섭은 그런 기광을 담담하게 지켜봄.



"이번엔 서브 남주... 할게, 내가. 스테이지에선 주인공이니까 양보하는 거야."


"⋯."


"그러니까, 그러니까 다음엔."


"⋯응."


"스테이지에서 주인공 안 할 테니까, 나랑 섀도우에서 주인공 해. 윤두준 말고, 나랑 먼저 만나서."



요섭은 말없이 웃었음. 기광은 본능적으로 곧 스테이지로 불려갈 거라는 걸 알았고, 오늘 이 만남이 요섭과의 마지막이 될 거라는 걸 직감함. 기광은 요섭을 끌어안았음. "미안해, 미안해. 다음에 만나. 다음엔 꼭 나랑 먼저 만나자, 요섭아."

가만히 눈을 감고 안겨있던 요섭. 앞이 허전해지고, 기광이 스테이지로 넘어간 걸 느꼈지만 눈을 뜨지 않고 무릎을 세워 고개를 파묻음. 사실은 사라지는 게 너무 무서웠으니까.



"요섭아."



두준의 부름에 요섭은 고개를 들었음. 충혈된 눈으로 두준을 바라보는 요섭을 보며 두준은 애써 웃었고 요섭의 옆에 있는 만화책을 책꽂이에 꽂고 요섭의 옆에 앉아서 요섭을 안아줬음. 두준도 요섭이 곧 사라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둘은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았음. 슬퍼할 시간에 요섭과 웃는 얼굴로 있고 싶었으니까.


두준과 요섭은 똑같이 섀도우에서 데이트하고 수업을 빼먹고 놀았음. 두준이 스테이지 때문에 사라질 때면 둘만의 장소에 쪽지를 써서 나무에 걸어두기도 함. 엑스트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두준과의 추억이 깃들었던 곳들이 점점 사라졌음. 자기가 있던 곳들이 사라지니까 요섭은 본능적으로 오늘이 마지막임을 직감함.

스테이지가 끝나고 달려온 두준의 손을 잡고 요섭은 사라져가는 장소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렸음. 달려가는 두 사람의 뒤로 장소들이 담긴 장면들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함. 두준아, 두준아.



아직 사라지지 않은 둘만의 비밀장소에 도착했을 때, 두준은 울고 있었음. "시간이 없어, 두준아." 요섭은 두준의 눈물을 닦아줌.



"다음 만화에서, 내가 여자로 그려질 일은 없겠지?"


"⋯."


"여주, 남주로 만나면 계속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 작가 꿈에라도 가서 머리만 좀 길게 그려달라고 할까 봐."



두준의 눈물을 닦아주는 주제에 요섭도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웃으며 말함. 두준이 눈물을 닦아주는 요섭의 손을 꽉 잡음.



"기다릴게, 두준아."


"요섭아."


"이다음, 그것도 아니면 그다음 시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좋아해. 좋아해, 윤두준." 요섭이 두준에게 잡힌 손으로 두준의 눈을 가리고 까치발을 한 채로 두준의 입술에 입술을 부딪힘. 마지막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음. 부드럽게 닿은 요섭의 입술이 일순간 연기처럼 사라지고 두준의 눈을 덮었던 손도 사라짐. 두준은 눈을 뜨지 않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하염없이 울었음.






어하루 과몰입러입니다. 지나가(지마)세요...



@duyo_g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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