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오래전에 받은 리퀘인데..지금 올립니다.
  • 센과 치히로의 유바바 포지션 고죠 x 치히로 포지션 이타도리
  • 일단 최대한 비슷하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재미가 매우 없습니다.
  • 캐붕주의 급전개 주의
  • 가볍게 읽어주세요


 태양이 아직 주위를 밝게 비추는 어느 날, 여름을 맞이한 젊은 청춘들은 추억을 남기고자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계곡은!”


“그러게! 타쿠야의 아는 사람이 별장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야.”


“소노하라도, 한다도 너무 신난 거 아니야?”


“그러는 이타도리 너야 말로 가방이 제일 두둑한걸!”


 차 밖에서도 들릴 것 같은, 몸만 커진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차 안에 가득하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랜만에 만난 그들에게 이 순간은 너무나도 특별하였고 또한 소중했다. 청춘은 짧고 추억은 길게. 그게 그들의 모토였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어, 어라?”


 인생에서 제일 나오면 안 되는 말, Top3 안에 들어가는 ‘어라’가 여행 주동자인 타쿠야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나머지 아이들은 타쿠야를 바라보았고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 이타도리의 말에 스읍- 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말하였다.


“아니, 갑자기 여기서 우회전을 하라고 해서.”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갓길에 차를 멈춰 세우는 타쿠야의 손길에 따라 핸드폰의 지도앱을 보니, 육안으로도 보이는 주택가가 아닌 산책로 처럼 이어진 숲길로 길이 표시되고 있었다.


“고장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아. 나도 주소를 입력해 보니까 저기 숲길로 가라고 뜨는데.”


 머리를 긁적이는 타쿠야의 말에 소노하라가 자신이 찍은 길을 보여주며 부정했다. 초행길이라 잘 모르는 이방인들은 고개를 갸웃 거리기도, 어깨를 으쓱 올려보기도 하고 서로를 바라본다.


“지름길 알려주는 거 아니야? 아니면 내려오면 되는 거고.”


 한다의 말에 “그건 그렇지.”라고 이타도리와 소노하라 둘은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결국 운전은 타쿠야가 하기에 그의 결정을 기다렸고 타쿠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가 보지 뭐. 헤매는 것도 여행의 묘미니까!”


 기어를 당긴 타쿠야는 신나하며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 점점 높아지는 속도에 다들 하나같이 놀라고 있다. 그리고 곧 덜컹, 하고 차가 한번 붕 뜨더니 곧 엉덩이가 아플 정도로 덜컹거리기 시작한다.


“잠깐, 너무 빨라!”


“괜찮아, 어차피 외길이고 사람도 없는걸!”


“어, 야! 저기에 뭔가 있는데!”


“멈춰, 멈춰!”


이타도리의 공포가 섞인 비명이 차 안을 울리지만 이미 가속이 붙어버린 차를 순식간에 멈추는 것은 불가능 했고, 행운인지 불행인지 무언가 턱과 차가 부딪쳐 붕, 하고 차체가 떠버렸다.

 풀길을 헤치고 튀어나온 4명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이상하게 생긴 석상이었고, 그것과 부딪친다고 생각하여 눈을 감는 순간, 차는 동상의 앞에 떨어졌다.


“… 산거야? 산 거 맞지?”


“그래. 살았어 이타도리. 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엉덩이가 아파….”


 각각 울먹이던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너나 할 것 없이 한숨 돌리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토할 것 같아..”


“정신차려 한다! 내가 멀미약 챙겼었나!?”


“다행이다. 차는 멀쩡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시끌거리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이타도리는 동상을 바라보았다. 마치 달마 같기도 하고, 인자하게 웃는 얼굴 같기도 한 이 괴상한 동상은  묘하게 일행을 바라보는 듯 하였고 이타도리는 때 아닌 소름에 목 뒤를 손으로 쓸어내렸다.


“커다란 터널이네.”


“이런 곳에 건물이 있었나?”


“모르겠어. 지도도 작동을 안 하고 통화권 이탈이라고 뜨네.”


 어느샌가 주위에 몰려든 친구들 사이로 이타도리가 한 발자국 물러난다.


“우리 이제 돌아가자. 여기 뭔가 불길해.”


“갑자기? 딱히 저주 받은 터널이라던가,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니까. 사실 숨겨진 맛집이거나 그런 거 아니야? 가끔 스타별에도 올라오는 그런 류의 가게 있잖아!”


“오오, 그럴지도. 한번 가볼까? 배고프기도 하고.”


 이타도리의 경고에도 아이들은 호기심을 빛내었고, 곧 터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타도리는 사색이 되며 “가지 말자니까!”라고 외쳐보았지만 아이들은 더 깊숙히 들어가고 있었다.


“진짜, 기분 나쁘다고…!”


 몇 번이나 차와 터널을 훑어 보던 이타도리는 결국 친구들이 걱정되어 차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빠앙-


 거리가 멀어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터널로 들어간 이타도리는 곧, 이런 산중과 어울리지 않는 기차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 * *


“역이다.”


“역이네.”


 터널을 빠져나오자 그곳은 사실 이세계였다… 같은 일은 다행이 벌어지지 않았다. 터널 끝 빛이 보이자 그곳으로 뛰어나가니 그곳은 평범한 역이 있었다. 산중의 역이라니 상당히 이상했지만 그 오래된 듯 깔끔한 분위기는 보는 자로 하여금 신비로운 느낌을 받게 하였다.


“예쁘다~! 빈티지 느낌이야!”


 카메라를 들고 세라를 찍는 소노하라를 두고 이타도리는 주변을 둘러보다 철로가 놓인 곳으로 다가갔다.


“오래 되어 보이는데.”


 이타도리는 터널을 지날때 자신의 귓가에서 들린 기차의 경적소리를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약 터널 끝에 역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환청으로 들었다 해도 할 말이 없겠지만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른 채 기차소리를 들었다. 그냥 우연일까.

 이타도리는 불길하게 생긴 입구에서 보았던 석상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이제 충분히 구경했으니 돌아가자.”


“이타도리, 넌 왜 그렇게 초조하냐? 모처럼의 여행인데 좀 즐겨. 봐봐, 저기 이어진 길이 있잖아!”


 타쿠야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는 것 처럼 오래된 나무집과 돌로 만들어진 장식물들이 길게 자라난 풀에 파묻혀 있었다.


“킁, 뭔가 좋은 냄새가 나는데?”


 한다가 코를 실룩거리더니 입맛을 다신다. 마치 돼지 처럼 그 냄새의 근원을 따라가기 위해 초원을 향해 다가간 한다는 손짓하며 말하였다.


“저기 위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


“정말? 가보자!”


 안색이 환해진 친구들은 한다의 말에 물길을 넘어 푸른 초원으로 달려갔고, 이타도리는 그들을 등질 수 없었기에 결국 그들을 따라 개울을 건넜다.


* * *


 개울은 건너고,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은 풍경임에도 이상하리만큼 깨끗하게 정리된 길을 따라 올라가자 그곳은 마치 해외에 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였다.


“가게들이 잔뜩 있어!”


“뭔가 축제가 있는 건가!?”


 가게들이 널려 있고, 위를 보니 등을 단 줄들이 이집 저집으로 이어져 있다. 아직은 해가 떠 있어 불은 켜지지 않았지만, 미리 요리를 준비하는 듯 이곳 저곳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한다는 코를 기웃거리며 이 가게, 저 가게 둘러보다가 뻥 뚫린, 서서 먹는 가게 같은 곳으로 달려갔다.


“여기다!”


 한다의 부름에 따라 소노하라와 타쿠야가 다가갔고 먹음직 스러운 음식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며 접시를 꺼내었다.

 주인도 안 보이는데 혼자 돌아가는 거대한 솥뚜껑, 한번도 보지 못한 음식들. 그리고, 묘하게 감시받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 이타도리는 친구들의 옷을 잡아당기고 필사적으로 말리기 시작했다.


“돌아가자! 역시 여긴 이상해!”


“아까부터 왜그래 이타도리!”


“그러지 말고 너도 어서 먹어봐. 이 닭..닭고기 맞지? 어쨋든 이거 진짜 맛있어!”


“돈 걱정은 하지 말아도 돼~ 어차피 카드 가지고 왔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음식들을 마구 먹어치우기 시작한 아이들을 보고 이타도리는 뒷걸음질 쳤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리고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나오는 것은 먼지 뿐. 이타도리는 차에 핸드폰을 두고 내렸다는 걸 깨달았다.


“미치겠네…!”


 이타도리는 다시 그 축제거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풀을 헤치며 초원을 달려나갔다. 개울만 넘으면 곧 차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생각에 발밑을 잘 보지 못한 것인지 이타도리는 물이 차오른 것을 보지 못하고 발을 내딛었다.


첨벙-


“차가워!”


 종아리까지 찬 차가운 물의 감촉. 이타도리가 화들짝 놀라 발을 빼내니 청바지가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어느샌가 개울은 깊을 정도로 물이 차올라 있었고 이타도리는 이 기이한 현상에 욕을 내뱉으며 친구들을 떠올리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갔다.


“얘, 얘들아…?”


 하지만 다시 돌아온 이타도리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친구들의 옷을 입은 돼지 3마리였다. 그 돼지들은 짐승처럼 음식을 탐했고, 점점 노을지며 어두워지며 등이 밝혀지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가게의 주인이 눈에 들어왔다.


[… …!]


 무어라 호통치며 채찍을 휘두르는 검은 그림자. 돼지들은 허무하게 채찍에 맞아 쓰러졌고, 이타도리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듯, 그 가게보다 더 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도망치는 듯 다다른 정상에는 붉은 다리 넘어 아주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주 커다란 성 같기도 하였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는 것 같은 여관 같기도 하였다. 


“어떡, 어떡하지….”


 앞도 뒤도 전부 막혀버렸다. 돌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고, 친구들도 전부 이상하게 변해버렸다. 핸드폰도 없기에 도움을 부를 수도 없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킁, 킁… 뭐지, 맛있는 냄새가 난다! 아주 맛있는…!]


“?!”


 그림자가 꾸물거린다. 이타도리를 향해 천천히 기어오는 듯 나타난다. 이타도리도 알고 있었다. 도망가야 한다. 도망가야 했다. 하지만 풀려버린 다리힘에 이타도리는 주저 앉았고 눈을 꾹 감았다.


“야, 거기 너!”


 모든걸  포기하고 있던 그 순간, 이타도리를 끌어당기는 온기가 있었다. 80kg의 근육질 덩어리인 이타도리를 순식간에 끌어당기는 것은, 검은색 기모노를 걸친 어느 뾰족 머리의 소년이었다.


“너 인간이지?! 인간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어, 어?! 그건…”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도망치자!”


 흑발의 소년은 대답을 들을 시간도 없다는 듯, 이타도리의 손을 잡고 다리가 아닌 초원쪽으로 달려갔다. 그 순간에도 해는 지고 있었고 검은 그림자들은 더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여긴 너 같은 인간이 올 곳이 아니야. 어서 돌아가!”


“나도 돌아가고 싶어! 근데, 여기는…!”


 초원에 도착해 개울이 있던 자리에 다시 돌아가자 그곳에는 이제는 개울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강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이타도리의 손을 잡은 소년이 “젠장…”하고 욕을 내뱉는다. 그리고 저 강 넘어 그림자 괴물들처럼 배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이리와.” 


 소년은 이타도리의 손을 잡아 당겼고 풀숲에 몸을 숨겼다. 배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그동안 걸어다녔던 길에서 멈추었다. 배는 기다렸다는 듯 다리를 내주었고 배에서 내리는 것은 기괴한 모습을 한 괴물들. 이타도리는 혹여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자신의 입을 막았다. 소년은 천천히 이타도리를 뒤로 이끌었다. 그리고 달리고 달렸다.


* * *


 흑발의 소년과 이타도리가 멈춘 곳은 누군가의 정원이었다. 이타도리는 숨을 고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 아까 그건 뭐야? 여긴 도대체 뭐고!”


“조용히 해! 설명해 줄테니까. 일단 그 분들은 신이야.”


“신…?”


 이타도리는 그들을 떠올리며 기겁하다. 아무리 봐도 신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해하려면 먼저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겠지. 여긴, 신들의 세계야. 그렇다고 고위 차원은 아니고, 휴향지라고 해야할까.”


“휴향지?”


“그래. 네가 본 거대한 건물. 거긴 목욕탕 겸 여관이고, 800만 신들이 주 고객이지. 너 같은 살아 있는 인간은 즉시 위험해 지는 곳이라고!”


“으윽… 미안해.”


 이타도리는 소년이 가하는 압력에 꼬리를 내린 개처럼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흑발의 소년은 곧 자신의 호통이 심했다는 걸 알았는지 머슥해 하며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고 커다란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내일 해가 밝으면, 얼른 돌아가. 네가 있기에 이곳은 너무 위험해. 특히 그 신에게 들키면….”


 소년은 한껏 가라앉은 눈으로 침음하며 말 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타도리는 충분히 그 위험성을 감지할 수 있었고 아무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는 순간, 멀리서 들리는 돼지 소리에 친구들을 떠올렸다.


“잠깐. 난 돌아갈 수 없어!”


“뭐? 너 죽고 싶은 거냐!?”


“아니야! 친구들이, 친구들이 큰일이 났어! 친구들이 돼지로…!”


“돼지라고?”


 소년의 한숨이 한층 더 깊어졌다. 그리고 이타도리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그 인간들 여기 음식을 먹었어?”


“어, 어….”


“… 그래, 그렇단 말이지.”


 소년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이타도리도 엉거주춤하며 일어나려고 하자 소년은 손을 들어보이며 제지하였다.


“넌 여기 있어. 내가 방법을 찾아볼테니까.”


“나도, 도와줄게! 역시 그 음식들은 먹으면 안 되는 거였지!? 거기에는 내 잘못도 있으니까, 나도…!”


“안 돼. 넌 여기 있어. 그 신에게 걸리면 너무 복잡해 지니까.”


“그 신이라니….”


 소년은 말이 없었다. 대신 검은 날개를 펼쳐 펄럭 날아올랐다.


“절대로 나오지 마라, 이타도리.”


“…어? 잠깐, 너 어떻게 내 이름을!”


 대답을 듣기 전, 후시구로는 저 멀리 날아갔다. 이타도리는 그를 잡을 수 없었고 홀로 덩그러니 남았다.


* * *


 해는 언제 뜰까. 지금은 도대체 몇 시지. 이타도리는 후시구로와 헤어진 그 자리에 덩그러니 앉아 다리를 모으고 있었다. 아직 하늘은 어두웠고, 언제 다른 신이나 괴물들에게 들킬지 몰라 가슴 한켠으로는 안절부절하다.

 정말로 해가 뜨는 게 맞을까. 친구들은 돌아올 수 있을까. 자신이 어떻게든 친구들을 말렸더라면, 이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타도리는 고작 몇 시간 전에 일어났던 일을 후회하며 다리를 부여잡았다.


“배고프다.”


 배꼽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이런 상황에도 배가 울린다니,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먹을 걸 찾으러 갈 수는 없다. 그 소년과 약속했으니까. 이대로, 숨 죽이고 있어야만…


“어, 어라?”


 발끝을 까닥이던 이타도리는 문득, 자신의 발끝 넘어로 배경이 비춰보이는 것 같은 착각을 받았다.

 아니,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발끝이, 서서히 투명해지고 있었다. 마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처럼. 이타도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뭐야! 내 몸이…!”


 몸의 가장자리부터 점점 몸이 투명해지고 있다. 발도, 손도, 몸도 투명해져간다. 이대로 죽는 걸까. 이대로, 존재 하나 남기지 못하고 죽는 걸까.

 이타도리는 눈물이 차올랐다. 도대체, 어떠한 죄를 저질렀기에 친구들과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야 했던 걸까. 신이 사는 곳에 들어왔다는 것이 이렇게나 큰 죄였을까. 이타도리의 투명해진 손가락은 흘러넘치는 눈물을 닦지 못했다.


“여기에 길 잃은 사람이 있네.”


 처음 듣는 목소리, 하지만 사람을 홀릴 것 같은 미성. 이타도리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눈동자였다. 푸른 하늘을 굳혀 만든 것 같은, 살아 움직이는 하늘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가 곱게 접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 누구…”


“나? 메구미에게서 이야기 못 들었어?”


“메구미…?”


“네가 만난 아이 있잖아. 흑발에 사납게 생긴.”


 이타도리는 곧 그 까마귀 소년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타도리에게 다가갔고, 마주섰다.

 커다란 키. 이타도리가 고개를 올려 봐야 할 정도로 그 남자는 키가 매우 컸다. 남자는 이타도리를 관찰하는 듯 바라보더니 씩 웃었다.


“사라지는 중이구나. 불쌍하게도.”


“윽…!”


“그래, 신도 아니고, 하물며 음식도 먹지 못하였으니 그렇겠지. 천벌인거야. 그냥 받아들여.”


 이타도리는 심각한데도 그 남자는 여유롭게 비웃기나 한다. 이타도리는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무시하고, 깔보는 듯한 말투. 이 세계가 신이 사는 세계라면, 이 사람도 신이겠지. 이타도리는 그 무례를 알고서도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 뭔가 방법이 있지! 날 사라지지 않게 하는 방법!”


 멱살이 잡힌 남자는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 피식,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곧 죽을 놈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는 듯 남자는 무례를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타도리를 골리는 듯 장난스럽게 말한다.


“왜 그래, 살고 싶어?”


“당연하지! 살고 싶어! 난, 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 친구들도 구해야 하고!”


“친구?”


“그래! 내, 내 잘못이야. 내가 그 녀석들을 더 적극적으로 말렸으면 돼지가 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이타도리의 목소리가, 멱살을 잡은 힘이 점점 풀려간다. 옷깃에서 완전히 떨어진 이타도리의 손은 이미 완전히 투명해졌고 이타도리는 주저앉았다.


“내 잘못이야….”


 남자는 그런 이타도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흥미로운 듯 피식 웃었다.


“그렇게 후회되고, 살고 싶으면 방법이 있는데.”


 이타도리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흥미를 끌은 남자는 피식피식 웃으며 이타도리를 잡아 일으켰고 몸을 바싹 붙이며 말하였다.


“괜찮으니까 눈 감고, 입 열어.”


“… 그러면서 내 입에 음식을 먹여서 돼지로 만들 셈이야?”


“아니라니까. 분위기 깨지 말고 얼른.”


 이타도리는 미심쩍은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지만, 살며시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방법이 없다면, 뭘 해도 상관이 없다는 자포자기식 행동이었다.


“…!?”


 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바로 물컹거리는 따뜻한 무언가였다. 그것은 마치 뱀의 혀처럼 길었기에, 이타도리의 혀를 빨아올리고 감싸며 입 안을 탐색하는 듯 입 안을 훑었다. 

 이타도리가 놀라 그 남자의 가슴을 밀어내고  쳐보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곧 입안에 작은 구슬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은 굴러들어와 이타도리의 혀를 지나, 알약처럼 이타도리의 목구멍에 떨어졌다.


“케헥, 켁!”


 남자의 힘이 풀리는 순간, 이타도리는 기다렸다는 듯 그 남자를 밀쳐내며 목을 잡고 기침을 했다. 이상한 뭔가가 입 안을 넘어가 몸 안에 정착했다. 몸 안이 차가워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 


“당신, 나에게 뭘 먹인 거야!”


“당신이 아니야. 나도 고죠라는 이름이 있다고.”


“그래서, 뭘 먹인 건데!”


“내 구슬.”


 고죠가 아까까지 질척하게 섞이던 혀를 꺼내 보이며 웃어보였다. 그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그 혀는,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그리고 뱀처럼 끝이 갈라져 있었다.


“내 독이 담긴 구슬이지.”


“도, 독!?”


 이타도리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다. 고죠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였다.


“그래도 몸은 돌아왔잖아?”


 확실히, 고죠의 말 대로 이타도리는 곧장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사라지고 있던 몸이 거짓말인듯 다시 돌아와 있었다. 정말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즉 지금 몸에 독구슬이 들어와 있다, 이 말인가? 이타도리는 절망한 듯 다리를 휘청였고 고죠는 그런 이타도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말하였다.


“인생은 가는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나는 네 ‘목숨’을 살려주었으니, 이제 넌 나에게 뭘 해줄래?”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고죠는 오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 특유의 과장되고, 보는 사람을 약오르게 하는 행동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받을 수 있는 게 없다면, 그 구슬을 터뜨려서 죽여버릴 수 밖에 없나-”


“윽…! 시키는 일 전부 할테니까 그러지는 마!”


 혼자서 흑흑 대며 흐늘거리던 고죠는 순간 몸짓을 멈추었다. 그리고 기괴하게 몸을 꺾으며 이타도리를 바라보았다.


“그 말, 정말로 지킬 수 있겠어?”


“어, 뭐?”


 대답을 듣는 일은 없었다. 대신 순식간에 배경이 바뀌었다. 어둡고, 축축하던 물가에서 중동 부자의 집 처럼 황금과 화려한 카펫, 뜨겁게 타오르는 난로가 있는 방에 이타도리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여긴 팔백만의 신들 중에서도, 내 허락을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는 여관의 제일 꼭대기.”


고죠가 커다란 책상을 둘러싸는 듯 천천히 걸어가 커다란 의자에 앉았다. 그저 사무 의자에 앉은 것 뿐인데도, 왕좌에 앉은 것 같은 위엄이었다.


‘여관이라면…’


“네가 봤던 그 목욕탕 맞아. 거기의 주인이 나거든.”


 이타도리는 숨을 삼켰다. 후시구로가 2번이나 경고한 그 신이, 설마 이 신일 줄이야. 이타도리는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억지로 삼키며 고죠를 바라보았다.


“넌 말했어. 뭐든지 하겠다고. 그렇지?”


“그, 그건….”


“아니라고 잡아 뗄 수 없을 거야. 거짓말을 하는 순간 구슬을 터뜨려 버릴테니까.”


 고죠는 다리를 꼬았다. 바깥에서는 장난기 넘치는 그저 단순한 사람 처럼 보였지만, 자신의 자리를 찾은 그는 완전히 신으로 보였다.

 침을 삼키던 이타도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고 고죠는 씩 웃으며 손가락을 휘둘렀다.


“우왓!”


 그러자 마법처럼 종이와 펜이 떠올라 이타도리의 앞에서 멈추어 섰고 이타도리는 펜과 종이를 잡았다. 종이의 맨 윗부분에는 『계약서』라고 적혀 있었다. 이타도리가 고죠를 바라보자 고죠는 웃으며 이타도리에게 말하였다.


“뭐든지 한다며? 우리 목욕탕은 인력이 많이 필요하거든.”


“… 알겠어. 하지만,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어.”


“뭔데?”


“내 친구들을 풀어줘.”


 고죠는 잠깐 고민 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간사하게 눈을 또륵또륵 굴리는 듯 하다가도 이타도리에게 고정되었다. 세로로 갈라진 눈동자가 이타도리의 눈에 비친다. 마치 최상위 포식자를 앞에 둔 동물처럼 몸이 덜덜 떨렸다.


“좋아. 친구들도 바로 보내줄게. 대신 내 쪽에서도 조건을 추가하겠어.”


 펜이 종이 위를 굴러간다. 종이는 스스로 자신의 길이를 늘렸고 부드럽게 써내려가던 글씨는 곧 멈추었다. 이타도리는 글씨를 다시한번 찬찬히 훑어 보았다.


“… 평생, 고죠에게 복종한다?”


“네 친구들은 정말 무례했어. 감히 손님들의, 그러니까 신의 음식을 훔쳐먹다니. 그걸 풀어준다는 건 나에게 얼마나 큰 손해인 줄 알아?”


“… ….”


 이타도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고죠는 이타도리의 반응을 살폈다. 만났을때도 친구를 구한다느니 뭐라니 지껄이긴 잘만 지껄었다. 하지만 상황을 되짚으면 이타도리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타도리는 그들을 말렸고, 말을 듣지 않은 것은 그들이었다. 자업자득. 그들의 벌은 그들에게 합당하게 내려진 것이었다.

 고죠는 알고 있었다. 인간이란 것은 그리 상냥하지 못해, 자신의 불이익이 되는 부분을 가차없이 쳐버린다. 그런 광경만 수없이 봐왔기에 고죠는 단언할 수 있었다. 


‘거절할거야.’


“알겠어요.”


“그럴 줄 알았… 잠깐, 뭐?”


 고죠가 놀란 듯 이타도리를 바라본다. 이타도리의 눈은 진지했다.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정말로, 인간인 주제에 평생 여기에서 썩을 셈인가. 고죠는 감탄에 웃음까지 흘러나왔다.


“너 정말로 미쳐있구나. 조금이라도 배려가 없어. 메구미가 널 살리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 그건.”


 펜이 이타도리의 손가락을 찌른다. 마치 얼른 싸인하라는 듯. 이타도리는 펜을 잡고 서명란이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다. 이타도리 유지(虎杖 悠仁). 계약서는 곧장 고죠에게 날아갔고 고죠는 계약서를 받아들고는 이름을 훑었다.


“호랑이라. 좋은 이름이네. 너랑 딱 어울리는 이름이야.”


 글자가 떠오른다. 이타도리 유지의 호랑이 호(虎) 자만 빼고 전부 떠오른다. 그리고 그걸 고죠가 붙잡아 입에 넣고 삼켰다. 이타도리가 구슬을 먹은 듯이.

 고죠는 입맛을 다시며 이타도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무슨 일을 시킬까…”


 톡톡,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이타도리는 긴장된다는 듯 뻣뻣하게 서 있었고 고죠는 가볍게 침음하더니 손가락을 까딱인다.


“으악!”


 마치 처음 만났을 때의 복수라는 듯 이타도리의 멱살이 잡혀 고죠에게 끌려간다. 고죠의 너른 품에 폭 안긴 이타도리는 고죠를 올려다 보았고 고죠는 귓가에 속삭인다.


“널 여관에 내놓자니 손님이 잡아먹을지 모르고. 그렇다고 목욕탕에 두면 얼씨구나 싶어 우리 직원들이 끓여먹어버릴테고. 널 어떻게 해야할까.”


“저기, 부담스러운데…!”


“널 전속 내 시중으로 할래.”


“시, 시중?”


“수다도 같이 떨어주고, 과자도 만들어 주고, 날 씻겨주고, 재워주고. 그리고 겸사겸사 내 성욕도 같이…”


“계약 해지 가능할까요.”


고죠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어질때마다 이타도리의 얼굴색이 급격하게 달라진다.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이타도리이게 고죠는 단호하게 말한다.


“안 돼.”






이타른 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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