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입니다.

*아포칼립스 기반. 커플링 변동이 있을 예정입니다.

*연재 주기는 자유입니다.



 완전한 상실이 아닌 어정쩡한 상실은 오히려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든다는 점을, 후시미는 사에구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고열이 끊기기 직전에 애틋한 목소리를 내었던 것이 누구인가. 또한 제 이름을 애닳게 불렀던 이는 또 누구였나. 둘 다 지금 저와 시선을 나누고 있는 인물이었다. 사에구사의 입이 열리자마자 뱉어진 말은 물기 하나 없는 건조함 그 자체였다. 차라리 그가 저를 보고 당신이 누구냐고 물었다면 더 기뻤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홀가분한 잔인함은 주어지지 않았다. 당신이 대체 왜 여기에? 의문보다는 혐오에 더 가까운 의중임을 알아챘다. 후시미는 그의 얼굴을 내려보기만 했다. 직후엔, 한 숟갈이라도 먹일 작정으로 만들어두었던 죽을 가져오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왜 여기에 있냐는 말에는 대답할 이유가 없었다. 왜, 당신이냐는 말은 대답할 가치조차 없었다. 당신은 잊었지만 우리는 연인 사이니까요, 하고 말을 한다면 사에구사의 반응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을 테니 답을 않는 게 서로를 위한 행동이었다. 누워나 있으시죠. 냉랭한 말에 걸맞는 냉담함이 제 입에서 나오는 게 웃기기만 하다. 연인이 일어난 것을 막상 기뻐하지 못하는 제가 지독하다고도 동시에 여긴다. 어디 그 뿐이랴. 또 한편으로는 씁쓸함과 닮은 껄끄러운 기쁨이 들어차는 것을. 적어도 그가 가졌던 기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자신이었다는 증명과도 같았다. 물론 그것을 좋아할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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