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했지. 하루가 멀다 하고 새 떡밥이 떨어졌거든. 오바 좀 보태서 여기 일산 일대가 발칵 뒤집어질 정도였으니 얼마나 대단했겠어. 아니, 생각해 봐. 그 유명한 탈마루 고등학교 얼천(얼굴천재) 박윙크랑 탈씨구 고등학교 얼천 딥다크의 조합이라니 말이 돼? 비주얼만으로이미 유명인사였던 둘이야. 둘 중에 한 명이라도 학원가에 떴다 하면 난리도 난리가 아닌데, 그날은 둘이 동시에 학원가에 출몰했다니까? 많고 많은 학원가 맛집 중에 하필, 테이블도 다섯 개 밖에 없는 떡볶이 집에서 둘이 마주친 거야. 와, 그때 밖에서 지켜보던 우리는 (나도 역사적인 그날 거기 있었어.) 어떤 일이 터질까 어찌나 조마조마했던지. 그때부터였지. 떡밥의 전설이 시작된 게. (아련)

 

 

 



 

#떡밥의 전설#

 

 

 

 

 

 

일산 일대 중고딩들에게는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짜장면이 좋냐 짬뽕이 좋냐 수준의 아주 심오한 선택의 기로가 있었는데 바로 박윙크파냐 딥다크파냐 하는 거였어. 새 친구를 사귀기 전에 취향 파악을 위해 가본적으로 그것부터 물어봤으니까. 넌 박윙크파냐 딥다크파냐. 그 자존심 걸린 싸움에 승자는 없었어. 둘의 인기가 정말 비등비등했거든.

 

 

솔직히 같은 남자가 봐도 그 둘 외모는 정말 미친 수준이었지. 우선 박윙크. 걔는 (사실 나보다 한 살 형이지만) 그냥 잘생쁨의 정석이야. 내가 실제로 본 건 그날 떡볶이 집에서가 처음이었는데 와 진짜 뒤에서 후광이 비치더라니까. 눈은 왕방울 만한데 얼굴이 하얗고 입술이 빨개. 이목구비가 꼭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선이 화려하고 뭐랄까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와 사람 맞나? 그냥 넋놓고 보게 되는 거. 보면 말문이 막혀. 감탄만 계속 하게 되고. 좀 무서울 정도로 완벽한 외모여서 신이 빚은 최고의 작품같았어.

 

 

응? 그래서 내가 박윙크파냐고? 아니 굳이 택하자면 난 딥다크파야.

 

 

딥다크로 말할 것 같으면 박윙크처럼 외모가 헉 할 정도로 임팩트 있는 건 아닌데 왜 묘한 매력 있잖아. 일단 얼굴이 거짓말 안 하고 내 주먹만 한데 몸은 여리여리 길쭉길쭉해서 꼭 투디 캐릭터가 걸어 다니는 것 같아. 만화 속에서 튀어나와 걸어 다니는 종이인형? 근데 여기서 킬링파트는 딥다크 캐릭터야. 낯을 엄청 가리거든? 약간 수줍어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딥다크 친구들은 정말 공주 모시듯이 귀여워하고 챙기더라고. 이쯤 되면 딥다크가 아니라 배애기라니까? 그렇게 예쁜 얼굴을 하고서는 나대는 법이 없고 조곤조곤 귀여운 짓만 하니까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 응 나도 그게 마음에 들더라고.

 

 

여하튼 그날은 우연히 딥다크를 학원가에서 만난 거야. 아니, 박윙크말고 내가 만났다고. 학원 수업을 받고 나오는데 아니 글쎄 우리 학원상담실에 딥다크가 있는 거 아니겠어???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어. 원래 얼천인 건 알았는데 진짜… 촌스러운 표현이긴 하지만 눈동자에 별이 반짝이더라구. 나 진짜 심장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했어. 옆에 학생들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우리 학원에 등록했다는 거야.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제 같은 학원에서 매주 얼굴 보는 거야?

 

 

딥은 (딥다크 너무 길다. 딥으로 줄여서 말할게) 상담을 마치고 나와서 어머니로 추정되는 분과 몇 마디 나누더니 어머니는 먼저 가시고 혼자 학원 로비에 앉더라고. 주변에 학생들은 저마다 휴대폰으로 이 소식을 여기저기 알리느라 바빴어. <야, 우리 학원에 지금 딥 떴다.> 이렇게. 난 잔뜩 낯설어 경계하는 딥 보느라 혼이 빠져서 그럴 정신 없었어. 나 친구해줄 수 있는데. 당장 옆에 가서 챙겨주고 싶은 걸 참느라혼났어. 조금 이따가 수업을 마친 딥 친구들이 나와서 딥을 데려가더군. 밥을 먹으러 가는 것 같았어. 나는 홀린 듯이 따라갔지. 뭔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어.

 

 

아니, 떡볶이라니. 딥다크, 흑염룡이 별명인 애가 떡볶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나는 가게 앞에 멈춰 그 작은 머리통을 성스럽게 지켜보고 있었어. 가끔 볼이 터져라 떡볶이를 오물오물 씹어대는 옆얼굴은 진짜 씹덕 포인트였지.

 

 

얼마나 지났을까. 저쪽 길 끝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나는 거야. 뭐지? 고개를 돌려보니 엄청난 조명판을 달고 누가 걸어오더라구. 아니, 방송국에서 쓰는 진짜 조명판 말고... 무슨 형광등 백 개를 거기에만 왕창 달아놓은 것처럼 번쩍이는데 무슨 영화라도 보는 줄. 정말 사람이 아니므니다였어. 윙이었거든. (박윙크도 너무 길어. 나 힘드니까 윙이라고 줄이자.) 처음 영접한 윙의 실물에 나는 얼이 빠졌어. 욕이 다 나오더라고. 와 ㅁㅊ 외모....

 

 

"뭔데 사람이 이렇게 많아?"

 

 

윙 무리 중 한 명이 떡볶이 집 앞에 진 친 딥덕후들을 발견하고 가게 안을 살폈어. (아니 나도 어느새 그 대열에 합류됐더라고.) 콩알딱지 딥은 열심히 떡볶이 먹느라 정신 없었지. 하지만 뒷모습만 봐도 딥이잖아? 그런 비현실적인 머리 크기는 딥말고 없으니까. 알아본 그 녀석이 윙에게 신나서 말하더라고.

 

 

"쟤 딥다크 걘데?"

 

 

윙이 관심을 갖더라. 하긴 말로만 들었지 둘이 실제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윙은 어떤 성격이냐면, 자기 유명세를 즐기는 타입이었어. 본투비 아이돌 같은 느낌? 내가 들은 바로는 윙이 보기에는 저렇게 반짝이고 이쁘게 생겼지만 본래 성격은 개쩌는 까탈왕 싸이코 초예민 마초남이라더라구. 자기가 누군가와 1,2위를 다퉈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성격에 맞지도 않는 "내 마음속에 저어장" 같은 애교나 뜬금없이 손가락을 닭발 모양으로 모으고 "꾸꾸까까" 정체불명소리를 내는, 아주 욕심 많은 무서운 놈이라 하던데. 물론 다 카더라라 어디까지가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떡볶이 집 앞에서 재밌는 사냥감이라도 발견한 듯 눈을 빛내는 윙을 보니 그 소문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이더라. 경쟁심으로 활활 타오른 표정이었거든. 딥다크 네가 내 라이벌이라고? 진짜 존잘 외모란 게 뭔지 내가 친히 보여주지. 자, 어디 내 얼굴을 한 번 감상해 봐. 아, 물론 소리 내서 저렇게 말했다는 건 아니고 내가 상상한 거니까 오해는 말아줘.

 

 

여하튼 윙 무리가 떡볶이 집으로 들어갔어. 밖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SNS에 신나게 이 첫 떡밥을 퍼다 날랐지. <머박! 지금 박윙크랑 딥다크랑 떡볶이 집에서 만남!!!!!!!> <미친 미모 실화???> <둘이 모임???? 원래 친한사이???> <여기 떡볶이집 영구 박제. 앞으로 여기만 온다.>

 

 

딥 무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윙 무리를 보고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깜짝 놀라 떡볶이를 먹다 말고 멍하니 입을 벌렸어. 딥은 등지고 앉아 있어서 상황 파악이 늦었는데 친구들이 죄다 멈춰서 자기 뒤쪽만 멀뚱히 쳐다보니까 그제야 고개를 돌려. 오뎅 국물을 사발 채 들고 마시면서. 그리고 윙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동그란 눈을 위로 서너번 꿈뻑. 오뎅 국물 속에 들었던 당면이 자꾸 안 끊어지는지 결국 호로로록 찰진 소리를 내며 그 작은 입으로 쏙! 집어 넣는데...아니 대체 쟤 별명이 왜 딥다크야?? 정말 이해가 안 되더라고.

 

 

윙은 등지고 서 있어서 표정이 안 보여. 그런데 뭔가 말은 하지 않고 가만히 딥을 보고 있는 것 같았어. 한참을 그렇게 보니까 딥도 민망한지 눈만 계속 꿈뻑꿈뻑이는데 밖에서 지켜보는 내가 다 긴장돼서 손에 땀이 나더라니까. 윙 무리 중 한 명이 결국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 그제야 윙과 나머지 무리들이 따라 앉더라. 딥 무리들도 다시 아무렇지않은 듯 떡볶이를 먹었고. 아니 그 찰나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이미 일산 일대 중고딩들의 SNS에는 전쟁의 서막이 올랐어. 어떤 전쟁이냐고? 그게 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난 진짜 맞짱이라도 뜨는 줄 알았거든? 근데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안 봤나 봐. SNS에는 이런 글들이 쏟아졌어. <둘이 사귄다 반박 안 받음> <첫눈에 반했네> <원래 사귀고 있었는데 사랑싸움 한 각 아님?? 딥다크 새침한 표정 모임??> <딥다크 바람 피다 박윙크한테 걸린 현장> <얘드라 너무 대놓고 그러지 마…비밀 연애 해야지…> 남자끼리 그런 류로 엮어가는데 뭔 일인가 싶었지. 이른 바 박윙크와 딥다크의 사랑 전쟁 막이 올랐어. 참나 그런 게 어딨어. 남자랑 남자를 어떻게 그렇게 엮냐고.

 

 

여하튼! 내가 아까 말했지? 딥이 우리 학원에 등록을 했다고. 아니 근데 또 우리 반으로 온 거야. 내가 지각해서 쭈뼛쭈뼛 젤 뒷자리에 앉았는데 학원 선생님이 "자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같이 수업 듣게 된 배진영..." 하는 순간 나 너무 놀라서 진짜 벌떡 일어났잖아. 근데 얘가 내 바로 옆에 앉아 있었던 거야. 갑자기 일어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더라구.

 

 

"배진영 소개하는데 이대휘 너가 왜 일어나. 정신 안 차리지? 앉아라."

"네..."

 

 

마음을 가다듬고 옆을 힐끔 봤더니 딥이 조그만 입을 부리마냥 오므리면서 그 큰 눈으로 나를 스윽 쳐다보더라구. 아까 나의 전광석화 같은 반응에 좀 놀란 듯 해. 하긴 내가 자기 이름 부를 때 그렇게 벌떡 일어났으니까. 너무 쪽팔리더라. 사실 내가 그날 학원에서 얘를 본 이후로 쫌 관심이 생겼거든. 아니 아니 정말 순수하게 친해지고 싶다 이런걸루. 근데 그거 들킨 것 같아서 막 맘이 두근두근거려써. ㅠㅠ

 

 

"아..안녕? 난 이대휘"

 

 

딥은 대답 대신 웃었어. ^^ 이런 웃음은 아니고 그냥 얼굴은 무표정인데 가까이에 있는 나만 알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게 입꼬리를 당겨서 아주아주 살짝. 낯가리는 거야. 이게 뭐라고 귀엽더라고. 얘도 내가 맘에 안 드는 건 아닌가 봐.

 

 

한국 토박이지만 내가 또 성격은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말이나 행동은 거침 없거든. 낯을 가리는 딥이랑은 쉽게 친해졌지. 자연스럽게 딥 무리에도 꼈어. 딥 친구들 중에서 딥이랑 같은 반에서 수업 듣는 건 나 혼자 뿐이라 나머지 친구들은 묘하게 나를 경계하더군. 나는 막 동네방네 소문 내고 다니고 싶었어. 나 그 유명한 일산 비주얼 2위 딥다크랑 친구 먹었다!! 그것도 절친!!! (만쉐!!!!)

 

 

하지만 그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았지. 왜냐면 윙이 우리 학원에 들어왔거든. 그날은 정말 충격이었어. 아니 윙이 왜 학원을? 딥 무리 피셜 윙은 이제껏 학원에 다닌 적이 없대. 학원가에 가끔 놀러 오는 것도 그나마 친구들 만나러 온 거라 했거든. 아예 연예계 쪽으로 나간다고 학업보다는 오디션을 준비한다더라구. 그런데 뜬금없이 학원에 등록한다니 웃기잖아? 이유야 어찌됐든 SNS에는 이렇게 퍼졌지, <박윙크가 딥다크한테 첫눈에 반함. 빼박> <직진남 박윙크 오빠 당신의 사랑을 응원해요!> <둘이 벌써 잤다> (<- 아니, 이건 심하잖아!!!!) 다들 뭐하는 건지. 멀쩡한 남자 둘을 이상하게 만들어. 물론 가까이에서 딥이랑 지내게 된 나도 가끔 얘한테 설렌 적은 있긴 해. 아니 진짜 인소남이잖아. 인터넷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남자주인공 비주얼. 근데 윙이 뭐가 모자라서? 윙이 연예계 준비한다고 하면 말 끝난 거 아님? 그냥 현실 사람이 아니라니까? 일산에 이쁘다 하는 누나들도 다 윙한테 줄을 선대. 맘만 먹으면 누구나 사귈 수 있는데 뭐하러 같은 남자한테 들이대겠어?

 

 

그런데 말이야.

 

 

그날도 여느 날처럼 딥이랑 놀면서 (거의 내가 괴롭히는 수준이었지만)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 근데 갑자기 밖에서 꺅꺅대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뭐지? 하는데 앞문이 열리고 윙이 들어와. 이렇게 가까이서, 밝은 데서 보는 건 처음인데 윙 얼굴만 둥둥 떠 있는거 같았어. 왜냐고? 이목구비가 너무 뚜렷해서, 특히 왕방울 눈을 보는데 진짜 헉 하고 숨이 멈추더라.

 

 

“대바악…”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어. 윙이 우리 교실에 왜 왔겠어, 딥 때문이겠지. 놀라서 휙 딥을 쳐다봤는데. 알지? 딥은 늘 같은 표정이야. ‘-’ 이거. 이렇게 말하면 이해 됨? 그냥 동그란 눈으로 입술 오므리고 쳐다보는 거. 윙은 성큼성큼 딥한테 다가와. 그리고 다짜고짜 한 마디 하는 거야.

 

 

“너 왜 내 연락 씹어.”

 

 

응? 소문처럼 윙이랑 딥이랑 원래 아는 사이였어? 딥은 그런 말 없었는데? 나는 다시 딥을 쳐다봤지만 ‘-‘ 이 표정에서 더 이상 알아낼 거는 없어서 그냥 윙을 보는 게 낫겠다 싶었어. 윙은 끝이 살짝 올라간 예쁜 눈을 내리깔고 있었어. 제법 어깨도 넓네. 그런데 저 형광 노란색 옷은 뭐지… 여하튼 딥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성질 급한 윙은 앞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어. 이 비현실 비주얼들 사이에서 있으려니 이미 내 정신 따위는 가출한 지 오래였어.

 

 

“너 휴대폰 줘 봐.”

 

 

그러면서 딥 앞에 손을 내미는 윙이야. 딥은 몇 번 더 눈을 껌뻑이며 그 손을 보다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순순히 건넸어. 윙은 휙 낚아채고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누르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찌릿 딥을 쳐다 봐. 나 긴장돼서 토 나오는 줄 알았어. 침도 못 삼키겠더라고. 딥아 너는 대체 왜 연락을 안 받아서…

 

 

“나 왜 저장 안 했어?”

“아...누군지 몰라서요…”

 

 

응? 아니,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잖아. 존잘러 둘의 대화에 낄 수는 없으니 궁예를 좀 해봤어. 그러니까, 윙은 딥한테 연락을 했는데 딥은 모르는 번호로 온 연락이라 대답을 안했다. 그래서 윙이 화가 나서, 여기까지 온 거고. 아니...애초에 연락할 때 자기가 윙이라고 밝히면 되는 문제를…

 

 

그러거나 말거나 윙은 다시 휴대폰을 손으로 꾹꾹 눌러. 자기 번호 저장하는 거겠지 뭐. 그리고는 볼 일 다 봤다고 휴대폰을 딥한테 돌려주고는 쌩 나가는 거야. 문을 여는데 밖에 딥덕후, 윙덕후들이 저마다 휴대폰을 들고 부들부들떨며 윙을 쳐다보고 있어. 그들의 흥분한 표정을 보고 나는 직감했지. SNS 또 난리나겠네.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당시 교실 안에 있던 우리 반 애들 빼고 아무도 몰랐지만 그냥 분위기로 상황을 이리저리 상상해서 퍼나르더라고. <박윙크 딥다크 보고 싶어서 교실까지 쫓아감> <백퍼 딥다크가 바람 폈다. 박윙크랑 냉전 중.> <둘이 벌써 잤다.> (<- 이쯤 되면 이 멘트는 맨날 등장하나 봐.) 그런데 너 왜 연락 씹냐는 윙의 멘트를 들었다면 아마 SNS는 더더욱 난리였겠지. 솔직히 나도 좀 수상했거든. 나중에 딥한테 물어보니까 연락처를 준 적도 없다는데, 누구한테 물어서 알아냈나 보더라고. 아니 그렇게까지 해서 겨우 보낸 문자도 왕 유치야. 내가 문자 보여달라고 졸라서 겨우 봤는데.

 

 

-야

-너 뭐해

-야

-씹냐

-야

 

 

그래. ‘야’만 수도 없이 보냈더라고. 이쯤 되면 개쩌는 까탈왕 싸이코 초예민 마초남이라는 윙의 소문 중에서 싸이코는 확실히 맞는 거 같아. 그리고 화면 위를 보는데 보낸 사람 이름이 ‘머싰는지후니형♥♥♥’이야. ‘멋있는’도 아니고 ‘머싰는’으로 해놓고 뒤에 하트를 세 개나 붙였어. 저 소문에 ‘좀 모자란 자뻑남’을 추가하면 될 것 같아. 윙의 실상에 감탄하면서 별로 읽을 것도 없는 메시지 창을 계속 보고 있는데 갑자기 뉴 메시지가 뜬 거야.

 

 

-야

 

 

성격이 참 한결같아. 하마터면 뉴 메시지가 아닌 줄 알았지 뭐야. 딥한테 휴대폰을 줬더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한참 고민하더라고. 그러다가 한 마디 보내는데,

 

 

-네

 

 

얘도 참 만만치는 않아. 둘이 뭐 하는 거니 지금? 밀당이니? ‘네’ 한마디 보냈는데 바로 답장이 오더라. 아마 ‘야’ 보내고 휴대폰만 보고 있었나 봐.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와서 우리 둘 다 한동안 말이 없었어. 뭐라고 보냈냐고?

 

 

-너 옆에 걔 누구야

 

 

저기…나는 왜 물어보냐고. 옆에서 둘의 비주얼을 감상한 것밖에 없는데. 닥치고 가만히 있었는데. ㅠㅠ 딥도 나도 이 황당한 싸이코 윙 앞에서 할 말을 잃었어.

 

 

-친구요

 

 

딥이 답문을 보내는데 아 감동의 눈물이 흐르더라. 그래, 나는 딥의 친구야. 그 앞에 ‘제일 친한’ 이것도 붙여주면 좋으련만. 그때 마침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딥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어. 수업 중에도 휴대폰이 계속 부르르 울렸지만 딥은 꺼내지 않았지. 수업 시간에 절대 딴 짓을 하지 않는 모범생이었거든. (하지만 수업 태도는 성적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아. ^^)

 

 

윙과 딥이 같은 학원에 다닌 이후로 우리 학원은 로또라도 맞은 듯 수강생이 넘쳐났고 원장님의 입은 귀에 걸려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 불어나는 수강생처럼 SNS에는 온갖 루머가 하루에도 수백 개씩 생성됐지. 나도 너무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거든? (혹시나 딥 옆에 붙어있는 내 얘기도 나오지 않을까 해서) 윙과 딥의 눈빛 교환 하나를 나노 단위로 쪼개서 설명하는데 다들 심리학 박사라도 되는지 꽤 그럴 법한 이야기들을 쏟아 놓더라고. 근데 웃긴 게 그걸 보다 보니까 나도 어..진짠가? 이렇게 되는 거야. 아니, 가만히 생각해 봐. 윙은 왜 딥의 번호를 땄으며 연락 안 받는다고 화 내고 자기 이름에 하트를 붙이고 끈질기게 문자를 보내냐고. 그중에 제일 심한 건, 딥이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같이 가자고 한 사건이야. 진짜 이건 좀 어이없더라니까?

 

 

“지금 끝났어? 가자.”

 

 

주변에 학생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꿈에도 모르는 게 분명해. 다들 호모렌즈를 끼고 잔뜩 설레서 오늘의 떡밥을 주시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아주 기름을 붓는 격이지. 낯가리는 딥은 어떻겠어? 이 형이 왜 이러나 싶어. 그러면서 놀란눈을 하는데, 아, 놀란 표정은 이거야. ‘-‘ 암튼 묘하게 달라.

 

 

“어디를요?”

“너네 집.”

“저희 집 아세요?”

“몰라, 알려줘야 알지.”

“저가요?”

“아씨, 빨리 와. 저 수달은 놓고.”

 

 

ㅠㅠ 윙은 맨날 나 수달이라고 불러. 그래, 오징어라고 안 불러준 게 어디냐. 하지만 착한 우리 딥은 오히려 내 팔짱을 끼고 윙한테 말했어.

 

 

“얘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요.”

 

 

딥아, 근데 나 저 형 좀 무서워. 맨날 나 죽일 듯이 노려보거든. 뿐만이 아니야. 여기 안 보는척 하면서 눈이랑 귀 다 활짝 열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주변의 덕후들도 하나같이 나를 노려본다고. ㅠㅠ <눈치 없게 끼지 마라….> 덕분에 SNS에서 나도 유명스타 됐잖아. 딥다크가 나랑 바람 피워서 박윙크 자극한다고 말이야. 아니, 슈스 박윙크가 나한테 무슨 질투야. 말이 되냐고.

 

 

“그럼 쟤도 같이 가. 그럼 되지?”

 

 

아니요, 저는 안 가고 싶은데요. 제 의견은요?? ㅠㅠㅠㅠㅠ 악플은 따놓은 당상이었지, 뭐. 눈치 없는 딥은 잔뜩 긴장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한테 낀 팔짱을 풀지 않았어. 윙은 아무 말 없이 우리 옆에 따라 왔는데. 아니, 그게 더 이상해! 딥이 여자도 아니고 왜 다 큰 남자 둘이나 얘를 집에 데려다주냐고??? 여하튼 집 앞에 도착했고 딥은 호다닥 달려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뒤를 돌았어. 윙과 나는 같이 서서 그런 딥을 쳐다보는데 꼭 무슨 드라마 속 삼각관계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 오늘 데이트 어땠어? 너는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마음에 들었어? 자, 하나둘셋 하면 뽑아줘. 아, SNS를 너무 했나 봐.

 

 

“조심히 들어가세…”

“야.”

“네, 네?”

 

 

윙의 한 마디에 딥도 나도 놀라서 휙 윙을 쳐다봤어. 표정이 엄청 진지해. 불안감이 엄습했지. 이 분위기는…설마… 나 지금 끼면 안 되는 자리에 낀 것 같은데. 빼박 고백 타임 쏘스윗 눈빛이잖아. 아니야. 제발, 그러지 마. 나 가고 나서 하면 안 될까? 제발. 윙형!!!!!

 

 

“너 나랑 사귀자.”

 

 

ㅁㅊ…………. 

 


나는 떡밥의 전쟁 그 한가운데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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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트윗에서 그러시더군요.

윙딥은 내 첫사랑이었다고.

저도 그렇습니다ㅠ_ㅠ 윙딥은 제 첫사랑입니다

주걸, 페플..벌려놓은 것도 많은데 그냥 가볍게 한편 쓰고 싶었어요

물론 한편에 끝내는 건 실패했지만

2편으로 끝내겠다는 의지로 '상'을 붙였어요.

주걸, 페플도 얼른 업데이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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