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린다고 했는데.. 2일이 지나서야 올리네요. 음... 결재시 전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1, 2편을 보시고 온다면 훨씬 재밌을 지도 몰라요. 악한 것에 끌리는 인간의 심리를, 버림받을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빠져버리는 것을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드러났을지는 모르겠지만. 1편과 2편 링크걸겠습니다.


1편→ http://posty.pe/w44lw9

2편→ http://posty.pe/ktjhr5


이나는 도착하자마자 그 마을의 정령사를 긁어모았다. 정령사의 인명 조사라는 이유로. 그 중에서도 은둔해있는 물의 정령사가 없는지를 수소문했다. 정령사 중에서도 은둔한 자들은 인외와 보통 인연이 깊다. 인외 종족들은 대부분이 정령왕을 숭상하기 때문에 정령과 긴밀한 관계인데, 자신의 존재를 숨긴 정령사들과는 교류를 이어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루이제가 지원해준 수준급의 정령사들은 숨어있는 정령사를 찾기에 아주 유용했다. 일반 사람과는 다른 마나의 흐름을 찾는 것 쯤은 그들에게 숨쉬기보다 편한 일일테니. 이나는 왕실 측의 정령사들이 스스로 어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자신을 돕는다는 것이 우스웠다. 똑똑한 척을 전부 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힘을 잡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유쾌했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숨어있던 정령사가 잡혔다.


"당신을 사람들이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 다들 당신 앞에서는 설설 기겠지. 정조를 지킨다고 떠받들겠지. 하지만 뒤에서는 뭐라고 수군거리는지 아냐고!"


이나는 눈썹을 휙 들어 올렸다. 그리곤 화사하게 웃으며 제 수족들에게 턱짓했다. 뜨겁게 달궈진 인두가 그녀의 발등을 지졌다. 이미 몇 번이나 인두로 지져졌는지 온몸에 잡힌 물집이 군데군데 터져 있었다.


"그걸 몰랐다면, 이 자리에 없었겠지."

"아무리 인간이 더럽다지만, 당신은 최악이야! 어떻게 생명을 팔아넘겨? 판매하고 거래해? 신이 당신을 용서할 거 같아?"


신이라... 이나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녀는 정령사의 상처를 높은 굽으로 꾸욱꾸욱 눌러댔다. 그럴 때마다 정령사는 낮은 비명을 터트리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신이 있었다면, 나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겠지. 안 그래?"

"으아악, 아... 아흑."

"신이 있었다면, 당신을 구해줬어야지."


나긋하게 비난하는 투가 한 치의 틈도 없이 달큰했다.


"아쉽지만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할 시간도 없거든?"

"절대 말 안 해. 차, 차라리 날 죽여. 응?"


이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근래 들어 웃을 일이 많아진 것은 왜일까. 원래 서 있는 자리가 높을수록 웃을 일이 많아지는 건가? 그녀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넌 안 죽일 거야. 내가 왜 널 죽이겠니?"

"그럼..?"

"네가 돌보고 있는 아이들이 있던데..."


그녀가 제 손톱을 응시했다. 정령사를 고문하면서 손톱이 일그러진 것 같았다. 치장에 늘 최선의 공을 들이는 이나는 순식간에 기분이 불쾌해졌다. 그러나 이제껏 했던 모든 연기처럼 그녀의 기분이 나빠진 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사실, 불법이지만 사람도 취급하거든. 내가 어떻게 불리는지 안다면 내가 뭘 취급하는지도 알지?"


정령사가 비명을 지르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뭐 아쉽지만, 노예 정령사들이라니. 그것도 어린애들.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악마, 마녀, .... 당신을 사랑한 발로란트가 불쌍하군."

"사랑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불쌍한 법이지."


이나가 등을 돌렸다. 저 여자는 3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세이렌을 잡는 법을 털어놓을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도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이다. 자신을 지킬 수도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은 사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건, ...예상 외인데. 이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세이렌이라는 종족에 대한 정보들이 전부 각양각색 일만 했다. 아름다움이란 것을 작정하고 쏟아부어 만든 것처럼 세이렌, 아니 그는 아름다웠다. 세이렌은 물 밖과 안에서의 색이 달랐다. 전체적으로 투명한 느낌이 강했다. 백발에 가까운 은발이었으나 물 밖에 있을 다이아몬드처럼 여러 가지 색으로 빛났다. 옅은 분홍, 청록, 푸른색이 겹겹이 쌓인 머리카락과 검은색에 가까운 흑갈색 눈동자. 색 조합부터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외모 또한 훌륭했다. 전체적으로 뚜렷한 이목구비와 균형 잡힌 몸은 아름다웠으나 남성적이었다. 구릿빛 피부도 그에게 매우 잘 어울렸는데 본래 투과도가 낮은 구리빛과는 다르게 속이 비칠 것처럼 투명했다.


"해를 자주 본 건가? 그런데도 왜 이제껏 발견한 사람이 없담."


이나는 고개를 내려 그의 꼬리를 확인했다. 흑색 빛깔을 띠는 비늘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묘하게 붉은색 반사했다. 꼬리와 지느러미는 화려한 프릴처럼 물살에 따라 이리저리 흩날렸고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나풀거리는 꽃잎을 보는 듯한 환시를 느끼게 했다. 그때, 세이렌이 이나의 쪽으로 헤엄쳐왔다. 두꺼운 유리 너머로 세이렌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투명한 피부 사이 자리 잡은 흉과 문신이 보였다. 무언가에 물린 상처, 피부가 찢겼던 상처들은 그들이 바닷속 먹이사슬의 최강자, 최상위 포식자임을 보여줬다. 이나가 유리창 위로 손을 얹자 그가 보답하듯 제 손을 뻗었다. 굵직하고 긴 손가락과 날카로운 손톱, 투명한 물갈퀴는 그의 신비함을 더욱 부각했다.


"뭐라고 하는지 말해."

"당신도 세이렌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허?"

"인간이 그렇게 생길 수 있냐고, 하는데요."

"....... 사람이고, 세이렌이고, 조인족이고 왜 이 레파토리는 다르지가 않담."


입꼬리를 한껏 말아 올린 채 깔깔거리던 이나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었다.


"원래는 몇 마리였다고?"


그녀의 뒤에서 그림자들이 솟아나 대답을 대신했다.


"3마리입니다. 2마리는 어린아이라고 하더군요."

"하나가 낫네. 뭐.. 비싸기는 애가 제일 비싸지만."


이나가 정령사에게 턱짓했다.


"난 사람이라고 말해. 아, 아주 아주 악독한 사람인 것도 말해줄래? 내 소문들을 곁들여도 좋아."

"알겠습니다."


세이렌이 물 밖으로 나와 입을 뻐끔거렸다. 말소리나 뻐끔거리는 소리가 아닌 노래가 흘러나왔다. 낮지만 감미롭고 듣기 좋은 오페라와도 같은 음이.


"그리고 얘는 내 집무실로 옮겨. 세이렌을 잡았다는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알겠습니다."


멍청한 물고기를 어떻게 구워 삶아야 한담. 일단 쓰일 곳부터 알아야겠지. 원래라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야 하지만 이상할 만치 머리가 맑았다. 의심할 법도 했지만, 딱히 이나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금새 아파질 게 뻔했으니까. 그래도 어쩌면 관상용으로 둘만 한 것 같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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