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다이나믹 듀오 - 출석체크




어떻게 이런 여자친구가 생겼냐고요..? 후… 제가 그 걔랑 처음 만난 건. 새 학기가 되고 겨우 일주일이 지나가던 금요일이었어요. 교실은 아침부터 팽팽함 긴장감으로 가득했어요. 고등학교 마지막 학교생활이었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기였거든요. 


그날은 전학생이 온다는 이야기로 간만에 교실 분위기가 들떴어요. 


물론! 전 다른 애들과 다르게 들뜨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하며 평소처럼 자습했죠. 




아.. 예... (지 자랑이네)




전학생에 대해 갖가지 소문이 돌았어요. 이사장 직계가족이다.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 여러 명 맛탱이 가게 했다. 일 년 꿇었다 등. 그도 그럴 게 고삼 때 전학 오는 일이 흔하지는 않잖아요. 암튼 뭔가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했죠. 


하지만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들어온 전학생은 소문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어요. 아주 작고 귀엽게 생긴 여자아이였어요. 


아, 이름은 솜이에요. 이 솜. 이름처럼 부드러운 눈웃음이 매력적이었어요. 키는 한 160 될까 말까 했던 것 같고, 얼굴형도 동글동글한데 두상에 착 달라붙은 짧은 숏단발 때문에 완전 알사탕 같았어요.




아;; 예… (존나 티엠아이)




제 친구 중에 이동혁이라고 있어요. 근데 솜을 보고 첫눈에 반한 듯 넋이 나갔더라고요. 




이것이 바로 사랑일까..? 하아...





(한심)





솔직히 동혁이가 한심했어요. 수험생한테 연애감정은 사치 아닌가요? 페이스 조절하기 바쁜 시기에 사랑이라뇨. 당치도 않는 말이죠. 동혁이랑 전학생에 대해 귓속말 하다 흘끗 솜을 쳐다봤어요. 절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지 바로 눈이 마주친 거예요. 저는 놀라서 시선을 돌렸는데 걔는 저를 계속 쳐다봤어요.


뭐, 그런 시선은 당연하죠. 




저는 전교 1등 엘리트 존잘 김도영이잖아요. 이해해요.




…; (이젠 대답도 안 함)





아무튼 솜이 온 그날 종일 저희 반 분위기는 상층권에 계속 머물렀어요. 이동혁은 당장이라도 승천할 기세이더라고요. 동혁이는 솜 옆에 달라붙어서는 계속 노잼개그를 쳤어요.




솜~~ 너 혹시 별명 솜사탕 이런 거 아니었어? 풉. 킥.




(경멸)




그 유치한 말장난은 듣기만 해도 귀가 썩을 것 같이 경멸스러웠어요. 하지만 솜은 대단한 아이였어요. 그런 노잼 말장난에도 웃어주더라고요. 



“솜사탕? 별명 너무 귀엽다ㅎㅎ”




그치그치? 솜사탕이 영어로 코튼 캔디니까 앞으로 캔디라고 불러도 돼? (찡긋)




“응~ 그래~ 고마워 동혁아!”




예스...! 한 건 했다. (주먹 불끈) 




물론 동혁이를 한심하게 보긴 했지만 사실 조금 부러웠어요. 저도 솜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이동혁처럼 들뜨지 않았어요. 수험생에게 들뜬 마음은 최!악!이라고요. 저 좀 대단하지 않나요? 스스로 자제할 줄 아는 남자. 그게 바로 김.도.영. 지금까지 전교 1등을 유지한 비결이죠. 여러분, 적어두세요.




(무시)





뭐, 제 하루 일과는 항상 규칙적이었어요. 


6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8시에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학교에 도착해 아침 자습을 해요. 5시 30분까지 학교 수업을 하고 바로 학원으로 가죠. 학원은 학교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예요. 집에서는 버스로 30분~40분정도 걸려요. 학원 근처 한솥이나 서브웨이에서 저녁을 먹고 11시 30분까지 공부를 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죠. 매일 이 생활이 반복돼요.





(찌잉…) 힘들었겠다…




네? 아이참. 힘들긴요. 이 정도는 대한민국 수험생이라면 당연한 거 아닌가요?



; (정색)




저를 이끄는 원동력은 하루 일과를 하나도 미루지 않고 모두 제시간에 클리어하는 거였어요. 솜이 전학 온 첫 날은 평소보다 5분 늦게 종례가 끝났어요. 미친 듯이 뛰어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죠. 다행히 정류장에 다다르자 버스가 왔어요.




(끼익-)





히히 오늘도 세이브!




어느때와 같이 학원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학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기 전 큰길에서 내렸어요. 형이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고 시켰거든요. 형의 말은 무조건 잘 들어야 해요. 




제 돈 줄이거든요. (ㅎㅎ)






벌써 자정이 넘어간 시간 때문에 골목에는 사람이 없어서 굉장히 어둡고 무서웠어요. 그래서 사실 형과 통화하는 척하면서 골목을 걸어갔죠. 




어어~ 형아~~ 나 가고 있어~~~




집까지 바로 가는 지름길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동네에 소문난 구름공고 양아치 집단이 모여 있었어요. 만약 길에서 구름공고의 하늘색 교복을 봤다? 그럼 눈도 마주치지 말고 다른 길로 도망가세요. 털리기만 하면 다행이죠. 아마 동네를 뜰 때까지 평생 괴롭힐 거예요.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다른 길로 돌아가려던 찰나였어요. 어떤 겁대가리 상실한 학생이 그들에게 시비를 건거예요.



“어이. 비키지?”

“뭐냐? 이 꼬맹이는?”




쟤네는 여자라고 봐주는 거 없거든요. 여자애를 가운데에 두고 덩치가 산만 한 남자 7명이 뺑 두르고 있었어요. 진짜 제 인생에서 가장 심각한 고민이었을 거예요. 대학 원서 넣을 때 눈치싸움 하는 것보다 더 복잡했어요. 선뜻 나서기엔 너무 무서웠어요. 어차피 제가 도와줘도 별 도움이 안 되거든요. 그냥 두 번 털리는 거예요. 그렇다고 모른 척 지나가기엔 저 작은 여자아이에게 주위에 있는 놈들이 너무 위협적이었어요.



하아…





한숨을 쉬며 지갑을 꺼내 안을 열어봤어요. 방금 아이스크림을 사고 남은 2만 7천원이 제 전 재산이었어요. 제발 그 돈으로 해결되길 바랐어요. 나름 큰 결심을 하고 멋진 김도영 답게 딱! 나서려고 하던 때였어요.


 

근데 제 눈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진 지 아세요…?



말로만 듣던 7대 1 패싸움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둔탁한 주먹 소리가 오가며 갖가지 앓는 소리와 욕설이 섞여 정신없이 휘몰아쳤죠.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고요? 놀랍게도 싸움의 우두머리는 그 작은 여자애였거든요. 상황은 5분도 되지 않아 종료됐어요. 모래 먼지 사이로 공고놈들이 하나같이 앓는 소리를 내며 피떡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있었어요. 그리고 그들 가운데 비틀거림 없이 우뚝 서있는 여자애가 발끝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양아치 중 한 명을 툭툭 치며 말하더군요.




“아이씨. 여기서는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퉤. 

나한테 발린거 소문나면 어차피 니네가 쪽팔리니까 

서로 입 다물고 있자? 오키?”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어요. 그 양아치 무리는 우리 동네 최고 노답이자 골칫거리였거든요. 근데 그 무리를 단 한명이 조졌다는 게 믿어지세요? 처음엔 어두워서 잘 보이지 못했는데 가로등 바로 밑에 있느니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여자아이가 입은 갈색체크치마… 




갈색 체크 치마…?!?!?




이 동네 교복 중에 갈색 치마도 흔하지 않았지만, 특히 체크치마는 저희 상구고밖에 입지 않거든요. 저는 덜덜 떨며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어요. 그는 손을 툭툭 털며 고개를 돌렸어요...!



헉…?!?!?



저 동글동글한 얼굴형이며 동글동글한 눈! 그리고 확실하게 못 박아주듯 알사탕 같은 검은색 숏단발…! 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어요. 누군지 아시겠나요? 바로 오늘 전학 온 그 작고 귀여운 솜이었어요.


이름처럼 솜방망이만 휘두를 거라 생각했던 솜이. 실은 솜방망이가 아니라 불주먹이었다니… 그때 머릿속에 든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우선 이 자리를 튀자.



“야!!!!!”



저를 부르는 솜의 외침을 뒤로 하고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이 봉지에서 날아가는지도 모른 채 도망쳤어요. 아마 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분들도 그랬을 거예요. 그 살벌했던 싸움 현장을 목격했다면…


이무튼 저는 집으로 들어가고 바로 동혁이에게 카톡했어요. 어서 빨리 환상에 젖은 동혁이를 구해야했거든요.







동혁이가 못 믿는 건 당연했어요. 눈 앞에서 보고 왔지만 꿈을 꾼 것처럼 어안이 벙벙했으니까요. 


하지만 주말동안 다시 생활계획표대로 살아가느라 그날 일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어요.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그날이 제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이에요. 


평소처럼 학교에 일찍 가 책을 펴고 자습을 했어요. 아침 조회 10분 전, 솜이 앞문으로 들어왔어요. 아이들은 모두 그녀에게 밝게 인사했어요. 


솜의 존재로 지난 주보다 눈에 띄게 분위기가 밝아졌어요. 주위가 시끄러운 탓에 문제지에서 시선을 떼고 솜을 쳐다봤어요. 




앗…! (눈 마주침)




...;;; (애써 모른 척 눈 피하기)




솜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주말 동안 잊고 있던 모든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어요. 식은땀이 주르륵 등 뒤로 흘렸어요. 애써 모른 척 눈을 피했어요. 하지만 솜은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어요. 발걸음이 하나씩 옮겨질 때마다 제 심장은 미친 듯 뛰었어요. 쿵.쿵.쿵.쿵.




“도영아. 안녕?”




솜의 산뜻한 인사에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본 것처럼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어요. 저는 반응하지 않고 애써 시선을 피했어요. 제가 아무 반응을 하지 않자 짝꿍인 동혁이가 옆구리를 쿡쿡 찔렀어요.




야. 솜이가 인사하잖아.

(엊그제 도영의 말도안되는 카톡 때문에 기분 상함)



;;; (최대한 시선 피하기)




제 표정을 본 솜은 작게 웃었어요. 솜은 저에게 귓속말을 하려고 얼굴을 귀 가까이 댔어요. 그리고 좀 전과 전혀 다른 섬뜩한 목소리가 제 고막을 타고 들어왔어요.



“맞지? 그날 토낀 이쁜이.”



…???!!!! (다리 엄청 떠는 중 덜덜덜덜덜....) 



어디서 공사하냐??? 책상이 왜이렇게 흔들려




그 한마디만으로 제 몸은 드릴이 된 듯 연신 떨어댔어요. 솜은 누가 봐도 정말 사랑스럽게 눈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아무도 모를거예요. 그 표정은 곧 저를 죽인다는 암시였음을…





과연 제가 솜에게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다음 편에 공개됩니다..!!



하… 이 새끼. 또 지가 진행하려고 하네…






- Bonus Chapter -


솜이 쓸어버린 골목길. 바닥에 쓰러져 앓는 이들 사이로 생채기 하나 없이 반듯한 얼굴을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쓰러져 있는 그들을 발로 툭툭 치며 가볍게 혀를 찼다.


“쯧. 맨날 깝치고 다니더니.”


어두운 골목길 살짝 스친 가로등 불빛에 바닥에 무언가 반짝하고 빛을 반사한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반짝이는 물건을 주웠다. 조금 전 그들을 쥐어 팬 솜의 이름표였다. 솜이 떨어트린 이름표를 본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예쁜 미소를 지었다.


“이름까지 내 취향이야. 이 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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