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용 영화 이미지 문제시 삭제


*안투라지의 아리 설정을 많이 가지고 왔으며 몇몇 사건 설정도 차용하였습니다. 


엔터 사장이라하나 기획사 사장인데 심각한 일중독이라 휴대폰 끼고 살고, 은은한 혐성인 토니. 그것도 이 바닥에서 입에 걸레문 새끼가 많아서 교양있는 혐성 취급 정도.

그래도 시작은 매니저. 첨부터 붙어먹은건 아니지만 잉국에서 드라마 조연할 때 스카웃해온 알피의. 헐리웃 꼭대기까지 키워놓은건 아무도 이견 보태지 않고, 뒤치닥거리 다 해주다가 독립하겠다고 하는걸로 염병천병 떨다가 결국 사귀기 시작. 술 취해서 쌍방다툼으로 흑역사 몇 번 정립하고, 둘이 험악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쌈질 장면도 파파에 겁나 찍혔음.

근데 토니는 알피의 갖은 비아냥에도 나름대로 성당에 기부도 많이하고, 핸드폰 타닥거리다 눈총 받으면서도 일단 주말마다 앉아는 있음. 그런고로 바람은 안 핌. 알피는 아슬아슬하게 토니 마지노선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넘어감. 헤어지면 그만인데 몸정, 미운정, 오만정+ 소유욕이 있어서 늘 쫓겨났다가 화해떡 치고 이런식임. 토니는 비지니스 적으로 얽혀있는데다가, 연인을 떠나서 이쪽도 지새끼 같아서 놓기가 힘든 상태. 그나마 자기가 있어서 막나가지 않는다는 자기과신? 착각 이나 미련 아무튼.

와중에 새끼매니저가 데리고 온 애가 중박? 정도 터져서 보니까 잘 될 거 같아. 그래서 세트로 신경쓰면서 작품컨택도 멋대로 받고 까고 싸우다가 캡아가 딱 너네 하면서 설렁설렁 말하는데 스팁은 이미 자기가 하고 싶었던 작품까여서 기분이 말이 아님. 이런 대작이 들어오고 나서! 그 담에 하고 싶은거 다 해! 약쟁이 총쟁이만 아니면 다 시켜줄게! 하는데 개똥고집 부려서 계속 싸움. 시간은 촉박하고 노리는 사람은 많은데 환장하지. 히어로 무비에 대한 편견을 버려! 수트 디자인도 새로 나올거라니까? 그러다가 토니가 진지하게 대본도 봤고, 곧고 강직한 성품이 딱 너라니까?!?!?! 지금도 봐 이 대쪽같은 성질머리! 캡틴 아메리카는 매력적인 인물이고, 서사의 방향성도 차별화되는 지점도 분명히 있어. 이 후속편 시놉좀 봐!
보고 결정한 거고, 칭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전 저랑 다른 캐릭터를 연기...
(토니 환장)
아무튼 이쪽은 빡쳐서 얘기한건데 스팁은 내심 매번 돈돈돈 거리는 인간이 진지하게 자기 두고 생각했다니까 은근슬쩍 맴이 움직임. 사실 워낙 커진곳이라 신인중에서도 신경쓰는 몇 팀이 있으니까. 더 톱급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까 스티브는 새삼 머쓱하면서 하기야 그러니 여기서 기회를 잡아 이만큼 키웠겠지 싶음. 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진지하게 후속 계획까지 다 듣다가 알겠다고 하겠지. 예에쓰!!!!! 토니 오바육바 떨면서ㅋㅋ 당장에 뽀뽀날리고 엉덩이 쳐주고 바로 제작사 직통으로 서류준비하라고 제발 얘 맘바뀌기 전에! 해서 재촉해서 우여곡절 끝에 영화 찍는 걸 계기로 쪼금 더 스팁이 토니를 달리보는 계기가 됐겠지.

그러다가 어느날 스티브가 회사로 들어갔을 때 층 중앙부 투명한 회의실 안쪽에서 알피는 앉아서 선글라스 한쪽다리 입에 물고 토니 올려다보고 테이블에는 사고친거 때우려는 꽃다발, 그리고 한 손에 휴대폰 쥐고 귀에 핸즈프리 신경질 적으로 떼버리는 토니가 보였겠지. 사생활이라 재빨리 눈돌리고 걸어가려고 하는데, 그런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주드가 보이지. 스티브가 하이스쿨에서 연극부활동 할 때 포스터에 붙어있던 그 알피 엘킨스. 그가 걸어가서 어깨 몇 번, 손을 마주잡고 칭얼거리듯 흔들고 손등에 입맞추니 한숨과 함께 다소 지친 표정을 한 토니에게서 스티브는 눈을 떼지 못하지. 이제는 반쯤 안겨있는데, 창을 사이에 두고 토니가 스티브를 바라보며 미묘한 표정을 짓겠지.

스팁은 무례한 짓을 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리고 몸을 부자연스럽게 틀면서 낭패라고 느끼지. 호감을 느낄새도 없이 바싹붙는 두 사람에 불쾌하게 놀란 것에 대해.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 몹시 별로라고, 한편으론 둘 사이에 불화의 기미가 반갑다는 비열함이. 아주 이런 낭패가 없었지.


*




영화는 예정된 흥행에 성공했고, 스티브는 생각보다 더 핫가이로 급부상했음. 그리고 매니저랑 집 구하러 다니는데 토니가 한 번 들려보겠지. 파티나 이런 거 열어주려면 자기가 도와준다는 데 스티브는 당연히 거절하고 초대장에도 무관심함. 이제 휴식기 돌입하게 되니 마음에 드는 집터 구해서 직접 만들고, 운동하고 관리하면서 지낼 듯. 다른 것보다는 경호가 문제여서, 으리으리한 게 싫다면 적어도 부촌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에 순순히 말을 들었던 스팁임. 애초에 토니가 의아했던 건 작품활동 외에는
한적한 곳에서 자리 잡고 있다가 작품 활동할때만 고개 보일 것 같은 애가 회사에서 멀지 않은, 다소 시끌벅적한 동네에 그대로 눌러 앉았다는 거임. 어차피 돈이야 더 벌테고 집이야 이리저리 사두겠지만 지금만 봐도 저가 직접 만지고 하는 꼴을 봐서는 섣불리 움직일 것 같지 않아서 더.

하지만 이내 얼마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기도 함. 막 쏟아지기 시작한 별들은 원래 그러함. 신나게 놀다가 수수해지는 대배우들도 많지만 대게의 굴곡은 비슷해질만큼 눈이 돌아감. 자기가 직접 그럴듯한 모양새의 제국하나를 건설해서 더 잘 알겠지. 우스운건 이래도 자기는 동네 마을 이장 쯤 된다는 거임. 주제를 모르는 건 아닌데, 또 거품처럼 꺼지지 않으려면 속편하게 새파란 신인의 푸른 눈동자 따위를 생각하지 않아야 됨. 그래서 토니는 턱을 괴고 멍하니 끝나지 않는 밤을 내려다 보면서 알피를 생각함. 알피는 처음부터 그랬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난놈이고, 싹수가 노랬고, 자기가 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한. 덕분에 매니저 할 때는 욕도 더럽게 많이 먹었지만 진짜로 기분 상한 적을 많지 않았음. 괜찮아. 넌 내 눈을 멀게 하니까. 동경도 사랑의 한 형태였으니 토니는 처음부터 알피에게 홀딱 넘어가 있었음. 망한 영화도 있었고,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감독 바짓가랑이 붙들고 설득한 일, 놓친 영화가 더 아쉬웠던 일 다 고만고만하게 지나갔고 짝사랑의 열기에 시름시름 앓지도 않았었음. 쫑내자는 것도 아닌데 왜 자립하는 걸 가지고 이러냐. 그럼 나를 데리고 가라. 하다가 홧김에 입맞추고, 비틀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가 아오 미친... 하는 사이에 결국 쭐래쭐래 같이 쫓아온 알피랑 여기까지 온 거임. 처음에 저돌적으로 다가온 건 토니의 연인이었고, 사실 그런거야 이미 토니가 곁에서 많이 봐온 모습이라 색다르지도, 놀랍지도 않았음. 금방 질리는 성격에 일 어그러지게 하지 말고 길어야 일년 잡고 시작한 연애가 파토가 한 번 나고도 어영부영 여기까지 올 줄, 그때의 자신이 어찌 알았겠음.

사람으로서 매니저라면 알피 같은 존재가 한 명쯤 있음, 동경하는 스타를 맡게 되었을 때나 바닥에서 처음 맡았는데 상대가 좋았을 때나. 나름대로 철저한 비지니스 관계로 돌아가도 아직 구식 혹은 고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 바닥임. 토니도 떨쳐내야 한다는 생각은 하는데, 막상 보면 그 싸움조차 피곤해서 길게 끌고 싶지가 않음. 달래려고 하고 뿌리치고, 진지하다고 말하면 설득하고, 그러기에 둘 다 바쁘고 힘이 들지. 그리고 입을 뗄떼마다 정리되지 않았고 또 시작이구나. 하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지겨움. 토니는 피곤한 눈가를 가리며 다시 처리한 만큼 쌓여있는 검토사항을 봄.



토니는 알피의 곁에서 일어나서 샤워하고 녹즙을 갈아마시고 한 잔을 들어 부시시한 알피한테 내밈. 평소에는 먹지 않을 걸 알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버리기 일 쑤임.

- 몸 관리해야하는 건 당신이지 내가 아냐
- 매일 같이 술 퍼마시면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손 아파
- 윽, 이 고약한 걸 무슨 재주로 매일 마셔?
- 오래 살아야지. 그래야 하루라도 이 집에 더 붙어살 거 아니야 쫓겨나지 않고
- 난 괜찮아. 당신이 내 몫까지 살아주지 그래
- 허튼 소리하지 말고. 네가 오래오래 살아서 나 부자 만들어줘야지
- 부족해?
- 한없이
- 음. 이쪽은?

하고 토니의 허리를 잡아 앉히고 바지춤을 부드럽게 문지르는데 토니는 익숙한듯 아침부터 붙어먹을 기세로 혀를 섞다가 알피의 뒷머리를 살짝 힘주어 잡아 떼어냄.

- 성당가야 돼

아. 하며 짜증스럽게 뒤로 철푸덕떨어지는 알피를 보지 않고 토니가 의자에 잠깐 걸쳐놓은 상의로 다가감.

- 갈거야?

- 이미 늦은 거 아니야?

- 그래서 갈 거냐고

- 알면서 왜 물어봐?

- 말꼬리 잡지마

- 깨우지도 않아놓고 물어보니까 그렇지.

- 하... 싸우기 싫어서 그래.

- 알았어. 이리 와. 잘 다녀오라고 하면 되는 거지?

응. 하며 토니가 넥타이를 고치고 다시 알피에게 입술을 내미면 가벼운 입맞춤 끝에 집을 나설 수 있게 되겠지. 그러면 통유리로 지어올린 2층짜리 건물에서 토니가 나와서 아우디를 끌고 자기 풀을 지나 성당으로 향할거야. 주말도 없이 일하니까 마침 시놉건 확인했고 , 차기작품 관련해서 말해야겠다는 스티브한테 생각있으면 성당으로 오라는 문자를 남기겠지. 무슨 성당? 하고 의아했던 스티브지만 일단 토니가 말한 곳으로 같음 제법 큰 곳이고, 유명인사들도 많이 오는 곳이었음. 스티브는 몇명의 인사를 받아주고 신자가 아니라는 변명?도 하면서 토니를 찾았음. 생각해보니 토니가 몇 시에 오란 소리도 안했고, 사실 다른 사람이랑 통화중이었어서 정신이 없던거임 네가 왜? 오라고 해잖아? 이런 분위기에서 어영부영 같이 앉아서 듣는데 스티브가 보기에 기가 막힌거임. 이럴거면 왜 바득바득 앉아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소리는 안난다지만 옆사람들이 흘끔거리고 해서. 잠자코 무신론자로서 자리를 지키던 스티브가 잠시만하고 귀엣말 하더니 뭐야? 매너도 몰라? 하는 기막힌 소리를 하는 토니의 손에서 휴대폰을 들고 종료시켜버림. 가지고 있을까 하다가 또 그럴수는 없어서 토니한테 들려주니까 아주 기가막히다는 표정임. 그래서 다시 손에 쥘까 하다가 그냥 좀 있다가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말만 남기고 품에 넣어둠. 그리고 스티브는 따라서 같이 두손 모으고 기도하는 척 하면서 토니가 눈을 감고 손을 모은 모습을 훔쳐봄. 토니의 얼굴을 클로즈업 해주는 카메라는 없었으니까. 속눈썹이 길었구나 생각함.

물론 나오자마자 매니저는 어디다 두고 너 혼자 여기 왔냐, 작품에 대해서는 둘이 충분히 상의한 거냐. 감독은 뭐라고 하더냐. 잔소리 하는데 별로라는 느낌이 팍팍 들겠지. 워낙 주목 받는 배우니까 이 기회에 더 인지도 널리 알리고픈 토사장은 따로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있어서 떠보는 건데 물론 최종결정은 배우겠지만 ㅇㅇ 스티브는 같이 차타고 가면서 급 빡치지. 마음 같아서는 뻗대고 싶은데 토니가 아주 없는 소리 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마음의 추가 기울어진 덕인가 꿀발린 소리로 들어서 매니저랑 둘이서만 신난다 하는 분위기였음. 근데 이런, 스티브가 먼저 하고 싶다는 영화는 작품상 타고 주인공도 주연상 탔는데 대작이라던 영화는 대 망하고 말았음... 토니는 의문의 머쓱타드 행인데다가 찍은 고생은 어쩔거임.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해석하고 머리 싸맨것도 눈치보면서 봐왔는데 둘이 사람들 다 퇴근한 회사서 위스키 나눠 마시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토니일거고, 스티브는 괜찮겠다 하겠지.

스티브는 토니가 그러거나 말거나 의자에 기대서 잔위를 손가락을 살짝 긁으면서 생각에 잠겨있는 토니를 보면서 살짝 느슨하게 끌러놓은 넥타이로 시선이 가고, 종일 정신없이 에너지 넘치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닌 사람을 향해 안쓰러움과 섹시함을 동시에 느끼는 오묘한 기분이 들겠지. 정작 화가나거나 억울하거나 이런건 잘 못 느낄 정도로. 그리고 그날 이후로 토니가 제일 먼저 출근 하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맨 마지막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인 걸 알게 되는 스티브일거고.

혐성으로 유명한 건 사실인데다가, 일적으로는 좀 더 냉정하게 제안하는 편이라 톱급 스타들도 대립각이 서는 경우가 잘 없는데 (신인은 거의 반강제로 따르는 일이 많고) 스팁이 한 번씩 오지랖 넓다는 소리 들으면서 왔다가 끼어들어 중재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매니저도 급친해져서 종종 도움!도움 외치게 됨. 그런 거 받으면 정색하고 거절하는 편도 아닌데다가 사실 이러면 안된다 생각하고 혼자는 절대 안 가면서 부르는 핑계로 도와달라니까... 하며 망설이다가 가보는 거임.

평소에는 아 제발, 토사장 폭발 20분전...! 이런 연락 받다가 (매니저는 어색한 사이에서 동지애로 강제 측근된 느낌 낭낭한 샘으로) 간단한 깜짝파티 같은 거 할 건데 올 생각 있어? 라고 연락와서 스티브는 알겠다고 하고 뭘 줘야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선물이 될까 고민하겠지. 차라리 주고 싶은거라면 모를까 애매한 관계와 위치가 드러나서 오히려 살짝 울적해지지만 시간이 없어서. 결국 스티브는 토니에게 어울리는 와인색의 깔끔한 넥타이와 핀을 포장해서 팀원들 사이에 깜깜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서겠지. 그래서 기회는 이때다 뭉개지진 않아도 손가락으로 묻힌 케이크가 얼굴에 묻은 토니에게 다가가려는데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손길을 뒤에서 잡는 알피가 나타남. 생일 축하 꽃다발과 시계였음. 뭐야? 연락도 없이? 저녁에 보자며. 안하던 짓을 하네라는 느낌이 역력했지만 어쨌거나 토니는 스티브의 선물을 받지 못하고 함께 나섬. 알피는 거실에서 토니가 자주 스티브가 만나야 하는 감독들과 전화를 하는 거, 샘이라는 스티브의 매니저의 보고를 자주 듣는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지. 뭐 사실 이쯤이야 그때 그때 주목 받는 이들이라면 당연한 거겠지만 문을 열자 거실에서 토니가 옷도 벗지 않고 시상식을 넋놓고 보는 모습을 봤거든. 스티브가 마이크에 대고 토니. 라고 말할 때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가던 것도. 알피는 그냥 혹시 몰라서 라는 생각으로 온 거였고, 한발 물러서 있다가 스티브가 머뭇거리며 다가가는 걸 봤지. 그리고 보란듯이 토니를 가로챘고.

안 될 말이지. 잘 생겼고, 호감형이고, 재능도 충분하지만, 그 상대가 토니 스타크는 아니어야지. 알피는 차에 타기 전에 또 뭔데? 하고 불안한 눈동자로 그를 보는 연인을 조수석에 기대놓고 부드럽게 입 맞추겠지. 그러면 하던 말이라고는 다 잊어버리고 황홀하게 자신을 바라보던 토니가 있었어. 언제나.



*






그런데, 눈을 뜬 알피 앞에 마주선 얼굴은 이제 근심어렸을 뿐임. 애써 웃음을 반쯤 걸친, 깨지기 직전의. 호기롭게 입을 맞춤 알피의 기분이 와락 나빠졌음.좋게만 지내왔던 건 아니지만 오래 사귄 연인이 어떻게 매번 불같기만 해. 나쁘지 않았는데 꼭 나쁜 사람 만드는 이 표정은 뭐야. 왜 이래. 알피의 입꼬리가 내려오자 토니가 왜? 하며 물어왔음. 그것도 싫음. 어린애처럼 대하는 거 같아서. 당신도 바빴고, 나빴고, 나를 방치했고, 때로 못되게 굴었으면서.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나 오늘 착하게 냉장고 비우고 왔거든. 갑자기 '건강즙'이 올라와서 그래"


토니는 또 알피가 이상한 변덕을 부린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절레 흔들었음. 그래도 긴장이 풀렸는지 웃으며 열린 조수석의 문 안으로 얌전히 몸을 집어넣었고 알피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을 곱씹었음

'우린 원래 그래.' 알피는 단정했음. 달짝지근한 말보다는 비속어가 오가는 사이였고, 친절함 보다는 난폭함을 주고 받은 사이에서 넘어왔잖아. 그래서 알피가 토니에게 잘 대해주면 덮어놓고 바람피냐고 오해받았지. 그걸로 종종 싸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사실 대부분은 사실이었어. 드물게 뜨끔한 게 아닐 때는 한 짓은 생각도 안하고 빈정상해서 기껏 좋게 굴었는데 꼭 과거를 들쑤셔서 망쳐야 직성이 풀리냐고 개처럼 싸워댔지만.

알피는 운전석에 느리게 오르면서 점점 더 기분이 좋지 않아졌지. 단단하고 흔들림 없다고 생각한 관계가 갑자기 손으로 뭉개면 그대로 무너질 것 같은 생크림 케이크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야. 알피는 의아한 토니의 시선을 받으면서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지. 지금 껏 토니라고 유혹을 받지 않았을까. 내색하지 않았고, 몇 번의 위기도 있었지만 무사히 넘어 갔을 뿐. 이번에도 넘어갈거야.

알피는 토니에게 다른 무엇보다 시계를 선물하는 걸 좋아했음. 함께 했던 시간만큼, 그보다 더 많은 날들을 당신 곁에 있게 되기를.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자신이 채워준 새 손목 시계 위에 입을 맞추는 일을 좋아했음. 알몸이 된 연인의 손목 위에, 때로는 사업의 중요한 계약 직전에, 새롭게 둘이 차린 기획사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토니가 알피와 함께한 모든 굴곡의 순간에는 꼭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그가 준 새 시계가 있었지. 알피는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손목 위를 흘끔 바라봤지. 세계에서 몇 개 밖에 없다는 시계를 토니는 참 많이도 가지고 있었지. 알피는 가볍게 목걸이나 값나가는 반지를 사줄 지언정 토니의 손목 위 말고 당신과 이 밤이 지나고, 또 지나가도 같이 있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한 적 없었지. 문득 불안한 기색을 뜬 궁금증이 마음 속에 싹을 틔었지. 토니는 알고 있을까.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몰랐어' 라는 답이 돌아올까 액셀을 더 쎄게 밟을 뿐이었지.

토니는 물론 몰랐지. 알피가 말한 적이 없었으니까.시계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는 거.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는 인삿말 그거 말고, 알피가 다른 이들에게는 시계를 선물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토니는. 자유 연애라고 부르든 뭐든 그 부분에 대해서 포기한 거지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토니에게만 다른 선물을 주는 것이라도 배신은 배신이었으니까.

어쩔 때는 누군가 한 명쯤은 제게 와서, 알피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상상도 해봤어. 가슴은 찢어지겠지만 더 후련할 거라는 생각. 덜컥 아이를 가졌다고 찾아오는 거지. 그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 한 명쯤은 그래도 이상 할 게 없는데. 없더라. 정말 없더라였어. 한 번은 유전자 검사까지 갔지만 아니였지. 몇 번이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뿐 떠나지 못했지. 알피가 자신의 팔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손길에 가만히 기대고만 있었을 뿐. 이건 아니라고, 더이상은 버틸 수 없을 거 같다고. 어리석은 미련이고 단호하지 못한 마음가짐을 탓해봤지만 내일도 알피와 같은 침대에서 일어날 거였어.




"아까부터 뭐가 그리 급해?"

토니는 알피에게 내숭떨지 않지. 다른 연인사이라면 남들한테 빈정거리거나 모욕을 주는 언사를 할 때 피하기도 하려건만, 토니는 제 방에서 눈물을 보이고 나가는 뒷모습을 마주치고 들어오는 연인을 무심하게 보지. 그런 가차없는 꼭대기의 남자가 침대 위에서는 얼마나 온순한지. 빼지않고, 시키는대로 하고 얌전히 다리를 벌렸지.

알피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니야. 그는 토니는 욕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렇다고 믿었지.

알피가 환장하는 토니의 엉덩이며, 그보다 더 깊은 안쪽, 목을 뒤로 젖힐 때 얕게 흔들리는 긴 속눈썹, 가끔 부끄러움을 숨기는 밤색 눈동자와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반대 입장이었어도 당신은 제법 날리는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알피의 농담에 토니는 글쎄. 난 이제 이 업계가 토 나와.

"나보다 더 열심히시면서?"
"난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해"

1등 아니면 취급 안 하는 거 알잖아.

알피는 토니의 분주함. 이글거리는 눈 안쪽의 열망까지 사랑했어. 내처지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커리어를 쌓았고, 불이 꺼져있는 넓기만한 저택과, 온전히 한 시간을 바싹 붙어있지 못하는 시간을 견뎌냈지. 휴식기가 있는 알피와 달리 토니는 365일이 두배가 있어도 바쁠거였어. 같은 입장이었다면 과연 토니는 달랐을까. 한눈 팔 시간도 없는 거겠지. 화가 날 땐 냉소적이 되기도 했어.

하지만 알피는 본래 삐죽한 사람이었고, 토니는 바싹 몸을 웅크리고 있었어야 할 때 알피 대신 오물을 뒤집어쓰기를 자처했어. 벌벌 떨면서도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고소 협박을 어찌나 하고 다녔던지 자주 얽히는 법률에 관해서는 따로 돈 주고 사람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 일 거야. 알피는 태어나서 그런 헌신은 처음이었고, 정작 다른 의미로의 사랑에 빠진 건 그가 먼저였어. 그래, 그가 먼저였어.

둘은 알피가 예약해놓은 레스토랑에 가지 못했고, 시간에 맞춰 겨우 화려한 파티에 입장할 수 있었어. 들어가기 전까지는 누구하나 질새라 투덜거렸지만 인사를 나눌 때는 둘 다 능숙하게 끌어안고 낯선 사람과 볼을 맞댔지. 내일은 잠만 잘 거야. 토니는 속삭였지만 그럴 리가 없지.


*

"와 있었네?"

"초대장이 저한테도 왔던데요"

"오해마. 반갑지 않다는 게 아니야. 누가 왔는지 몰랐을 뿐이지"


뼈있는 말에 토니가 웃으면서 받아 쳐. 뉴욕의 마천루 위에서 하는 파티의 주인공치고 조금 피로한 얼굴이지. 아무래도 다른 날보다 술이 좀 들어간 거 같아. 흥청망청하는 꼴은 별로인데. 술잔을 놓으면 바로 덥썩 건네올테니 내려놓지도 못하고 토니가 테라스 난간에 기대서 아래를 내려봤어. 난간을 채운 유리는 투명하고, 취한 몸을 가누지 못하다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미끄러움이라 스티브는 저도 모르게 한 발 토니에게 다가갔지.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

그리고 가슴팍에 넣어두고 망설이던 상자를 꺼내들면서 한 발 더 나아가지.

"오, 기대하지 않았는데"

"저 거대한 선물 꾸러미에 쌓아두긴 싫어서요"

"그런 말 마. 누가 준건지는 다 기억해"

돌려줘야 하거든. 하는 토니의 대답에 스티브는 어이 없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젓고 토니는 맥없이 웃지. 아무래도 좀 취한 게 맞아. 토니는 샴페인 잔을 스티브에게 잠시 맞기고 풀어봐도 돼? 하며 작은 상자를 열었어. 짐작은 했지만 곱게 접힌 넥타이가 들어있었지. 좋은 브랜드에 질 좋은 원단이었지. 헐리웃 스타가 기획사 사장에게 줄법한 물건이 아닌것도 스티브 다워서 토니는 조금 웃었어

"이거 어쩌지. 난 갑갑한 거 싫어하는데"

"알아요. 그래도 필요하잖아"

"해줄래?"

스티브는 지나가는 이에게 마신 샴페인잔을 내려놓고 열린 토니의 단추를 차곡차곡 잠가줬지. 그리고 매끄럽게 감기는 타이를 조심스레 다듬어줬어. 어때. 잘 어울려?

"솔직히 이 옷에는 조금 색이 안 맞네요"

"주최자를 우습게 만들다니. 너무 한 걸"

"봐요. 풀어줄게요"

"됐어. 선물꾸러미에 올려두기는 싫다며?"

하고 휙 몸을 돌려 토니는 시끄러운 음악과 삼삼오오 어울려 있는 이들을 봤어. 그리고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자신의 애인도. 토니는 알피가 오늘 준 시계를 들여다 봤어. 지금쯤이면 알피가 취하고도 남지. 그래서 저렇게 주최자가 있는 파티에서 눈치도 안 보고 다른 여자랑 바싹 붙어있는 거겠지. 곧 입술을 부딪힐 기세였어.

스티브의 시선이 토니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어.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가서 말려야 하지 않아요?"  

알피가 타이밍 좋게 마주선 이와 눈빛을 교환하고 가볍게 입을 맞췄지.

"심각하게 생각하질 않아. 어린애라서 그래. 관심 좀 가져달라고 떼쓰는 거지."

토니는 이제 제법 그를 스크린을 덧대놓고 보는 기분이야.

"하지만 당신은 보여지는 것보다 진지한 사람이잖아요."

주인공은 당신. 조연은 나.

"그래. 사람은 다들 맞춰가는 거잖아"

"괜찮다는 말은 다른 사람한테나 하지 그래요?"

아무래도 취한 사람은 알피 뿐만이 아닌거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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