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아버지는 이안이에게 한래오에게 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어찌보면 무기력한 일이지만 어찌보면 이안이에겐 한래오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안아, 너 한래오 한테 가거라."

"네? 그 무슨?"

"실은 아버지, 래오한테 갔다왔다. 원래는 너 아이돌 하는거 반대하러 갔다. 그런데 그 친구... 의외로 큰인물 될 친구더라. 그 친구라면 널 크게 키워줄것 같더라."


실은 래오가 아버지의 약점을 잡았다는걸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그리 말하니 믿을 수밖에.


"아버지..."

"대신 큰 가수가 되어야 한다. 알았지?"

"아버지 저는!"


그러나 이안이는 원래 가수라던가 연예인이라던가 아이돌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그냥, 누나만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커져서 자신이 아이돌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난 그저 누나만 찾으면 되는 일인데! 아이돌 같은건 관심 밖이라고!'


그래도 이안이는 이왕 한번 저지른 일이니 해보기나 하자고 생각했다. 자신의 노래를 듣고 누나가 찾으러 온다면, 아니 누군가가 누나를 찾아 준다면 그 자체로도 다행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날 밤에 래오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이안 군? 나야, 한래오]

"네, 안녕하세요..."

[하던대로 래오형이라 불러도 돼. 늦은 시간에 전화한 이유는 바로 내일 부터 너 수속 밟으려고 하거든]

"수속이라뇨?"


궁금해 하는 이안이에게 래오가 차근차근 얘기해 줬다.


[널 아이돌로 만들려면 우선 널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야 하고, 네 소속사 배정도 해야 겠지? 내 회사겠지만. 그리고, 너 학교 말이다... 지금 너 어디 살지?]

"사당동이요"

[음, 곧 중학교 들어가지? 어디 배정 받았냐?]

"집 근처의 ○○ 중학교 입니다"

[아, 거기로군. 입학도 전에 전학보내서 미안하지만, 학교 문제도 논의해야 겠구나. 내일 할일이 많을거야. 오전에 내가 사람을 보낼거야. 10시 까지는 준비하도록]


래오의 말에 이안이는 뭔가가 굉장히 일사천리로 돌아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나 혹시... 그 집에 머슴살이 하러 가나?'


이거 혹시 아이돌이라 속이고 머슴살이 당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예전 드라마 보면 그런 경우도 서슴없이 했으니까. 그래서 이안이는 좀 두려웠다.


'아무래도 잘못된 선택을 한게 아닌가 싶은데...'


그날 밤, 이안이는 이진이를 불렀다.


"내가 아무래도 사고를 친것 같다. 이진아."

"무슨 사고를?"

"나 내일 한래오한테 간다."

"뭐?"


놀라는 이진이에게 이안이가 말했다.


"저번에 한번 다녀왔어. 누나 찾으려고... 그런데 한래오가 누나를 찾아주는 대신, 나보고 아이돌을 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보려고는 하는데, 실은 아버지도 한래오에게 찾아갔다고 하더라고. 나 못가게 하려고. 그런데 뭔가에 설득 당해서는 가라고 그러네?"

"오빠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다들 너무 무모해! 이러다 오빠까지 안돌아 와버리면 어떡해!"

"아냐, 오빠는 꼭 돌아올거야. 누나만 찾으면, 아이돌 같은건 그만둬 버릴거니까."


이안이는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서 그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러나 아주 먼 훗날...

세계적 대스타 [라이안]이 될거라는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으나!

그건 나중 일이었다.

어쨌든, 이안이는 그날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 이안이는 일찌감치 일어나 안절부절 못하는 손을 진정시키고서 아무일 없다는듯 집안일을 좀 한다음에 옷을 갈아입고 한래오가 보내는 사람을 기다렸다.

그리고 딱 10시 정각이 되자, 한래오가 보낸 운전기사가 벨을 눌렀다.


[라이안 군 안에 있죠? 한 사장님이 보내서 왔어요]


운전기사는 한래오를 사장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안이는 한래오가 그정도의 위치구나 싶어 새삼 놀라게 되었다.


"그럼 이진아. 오빠 다녀올께... 아버지, 저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이안아. 잘 다녀와."

"오빠, 힘들면 그냥 돌아와도 되니까 무사히만 돌아와. 알았지?"


이진이가 이안이를 붙잡으며 울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진이를 달래며 안으로 들여보낸다.


"이진아, 오빠 잘 다녀올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그래도!"


누나처럼 못돌아 올까봐 걱정이 된다는 말을 차마 할수 없었던 이진이였다.

이안이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떠나야 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이안이는 광활한 정글을 향해 길을 나섰다.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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