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 AU




똥차가고 벤츠 온다더니… 시발 다 개소리지 똥차가고 온 건 벤츠가 아니라 달구지였다. 시이이바아알


화평은 전남친 아니 이제 전전남친이 된 그 새끼와 방금 헤어진 저 새끼를 떠올리며 욕으로 주문을 외웠다. 이 정도면 제가 문제인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전전남친이었던 그 새낀 좀 어딘가 싸늘하긴 해도 그냥 무뚝뚝한 냉미남 뭐 그런 건줄 알았지. 진짜 사람이나 패고 다니는 미친놈 일 줄이야.

지나가다가 화평과 부딪혔던 사람을 -아니 사과도 하셨는데!- 거의 반쯤 죽여 놓아서 빨간줄 그은 그놈은  알고 보니 전과 12범의 사이코였다. 아 이제 13범인가. 아주 전과로 은하수를 놓는구나. 돈 많았던 그 전전남친. 돈으로만 플렉스 하는 줄 알았는데 존나 전과도 플렉스해버렸지 뭐야. 하하. 남친이 교도소행이라니. 어떻게 헤어질까 고민하고 있는 찰나 다행히도 교도소에서 제 짝을 만난 그 새끼가 먼저 떨어져 나가 주었다. 뭐 동물을 사랑하는 착하고 이쁜 사람을 만났대나. 교도소에서 뭔 개소린가 싶었지만 알아서 꺼져준다니 화평이 입장에서는 고마울 지경이었다.

이번에 이 새끼는 바람 피우다가 딱 걸렸다. 취향 한 번 일관성있는 새끼. 저와 어딘가 비슷하게 생긴 남자랑 손잡고 걸어 다니는 걸 들켰을 때 전남친은 당당하게 말했다. 화평아, 사실 난 폴리아모리스트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 방법이 있-. 화평은 다 듣지도 않고 냅다 주먹을 꽂았다. 뭔 아모리? 니 아가리를 때려달라고? 진짜 미친 새낀가. 그럼 사귀기 전에 쳐 말하시던가요. 그 자리에서 바로 한바탕한 화평은 지금 카페에서 얼음을 와그작 씹으며 화를 식히는 중이었다. 그 새끼 수집벽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되는데.

대체 내가 뭐에 꼬여서 그런 놈들이랑 사귄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다 화평은 깨달았다. 내 취향이 문제구나. 허허. 잘생기면 장땡이니. 취향 일관되기로는 화평일 이길 자가 없었다. 마르고 퇴폐미가 느껴지는 ‘잘생긴’ 남자. 빨간줄 동그라미 별표 백개. 얼빠인 화평에게 “얼굴 그거 다 소용읎어! 평생 얼굴 벗겨 먹고 살겨?”를 외치던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5년 전, 철없던 18세 고딩 윤화평은 “할아버지 난 잘생긴 얼굴만 봐도 배불러”라고 상큼하게 외쳤는데. 눈웃음도 콤보로. 하지만 연달은 똥차 폭격에, 화평은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 가 없구나 하며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내가 얼굴만 보고 연애하면 진짜 사람새끼 아니다. 진짜로.


ㅇㅇ 응 나 사람새끼 아님.


화평은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지 팔자는 지가 꼬는 거라고. 다짐한지 일주일이 채 안지났는데 등장한 이상형에 화평은 자신이 구제가 불가능한 얼빠라는 걸 깨달았다. 잘생겼네요. 잘생겼고요. 정말 잘생겼습니다. 인별그램 중독자 삼백이가 동네에 힙한 카페가 생겼으니 무조건 가야한다고 가서 사진찍어달라고 하루종일 괴롭혀 끌려온 거였는데. 이런게 바로 신이 정해준 운명인가. -아님-.

“주문하시겠어요?”

미친 목소리는 더 좋네.

“…….”

“손님?”

“네? 아, 레몬티랑 아이스아메리카노 주세요”

쥐어준 진동벨을 들고 얼이 빠진 상태로 화평이 자리로 돌아갔다.

“……? 윤화평 뭐해?”

계속 진동벨을 든 상태로 고장난 화평을 삼백이 흔들었다. 그제야 정신차린 화평이 냉큼 자리에 앉아 말했다.

“야 봤냐?”

“뭘?”

“저 카페 알바생. 사장인가? 암튼. 미친 존잘임”

화평이 발을 동동구르며 말했다. 화평의 호들갑에 삼백이 고개를 들어 카운터를 돌아봤다.

“얼빠 윤화평 또 시작이네.”

“으으 존나 내 스탈임.”

화평은 몸을 숙여 볼을 테이블에 붙이고 눈으로는 계속 카운터에 존잘남을 쫓았다.

-지이이이잉.

삼백이 진동벨에 손을 뻗자 화평이 벌떡 일어나 진동벨을 낚아챘다. 내가 갈거임!!! 그러던가 말던가 삼백은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샵 데일리패션. 샵 동네카페 샵 선팔시맞팔 샵…

“레몬티랑 아이스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음료 두 잔이 담긴 쟁반을 내미는 그의 팔뚝을 보며 화평은 속으로 깨춤을 췄다. 반쯤 걷어올린 소매 백점. 튀어나온 힘줄 이백점. 백점 만점에 삼백점 땅땅땅. 속으로 온갖 주접을 떨면서도 겉으로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눈웃음) 하며 음료를 받아 자리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이름표를 스캔한 화평이 속으로 말했다. ‘최윤? 이름도 내 스타일이네 응, 사백점~.’



그날 이후로 화평은 카페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새로 생긴 카페의 단골손님이 반갑지 않을리가 없는 카페사장 최윤은 하루가 멀다하고 오는 화평에게 서비스를 종종 챙겨줬다. 원래 수치심이라곤 탑재되지 않은 화평은 특유의 뻔대기질로 윤에게 친한 척을 해댔다.



“사장님은 혹시 폴리아모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폴리-, 그게 뭔데요?”

아싸. 일단 전남친류는 아니고 화평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아, 저도 몰라서 물어본거예요.”

하하 신경쓰지마세요. 주변에 누가 그렇다길래. 화평이 손을 내저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그리고 이번엔 전전남친을 떠올렸다. 하, 전과있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얼굴이 인성이라면 고민도 안하는데.  아니 것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이게 무슨 짓이람. 화평은 갑자기 혼자 매일 생쑈를 하고 있는 자신이 처량해졌다. 

“화평씨 무슨 고민 있으세요?”

“아니요.”

화평이 한숨을 푹쉬며 대답했다.

“에이, 고민있으신것 같은데…그러지말고 말해봐요. 제가 들어줄게요.”

다정하게 저를 쳐다보는 윤의 모습에 화평의 입이 저도 모르게 열렸다.

“뭘 도둑 맞았는데. 그 도둑이 눈치가 없어서 힘드네요.”

앞뒤가 안맞는 화평의 말에 윤이 어리둥절해 했다. 그 모습에 화평이 또 한 번 심장을 부여잡으며 ‘거봐 눈치 없다니까. 그래도 잘생겼으니까 괜찮아’ 하며 속으로 또 주접을 떨었다. 내 마음 훔친 도둑. 그 이름은 바로 최윤. 

“뭘 도둑맞으신 거면, 경찰에 신고는 하셨어요?”

진지하게 대답하는 윤 때문에 화평은 웃음이 터졌다.

“제 친한 친구가 경찰인데 이 지역 경찰서거든요. 한번 연락해볼까요? 절도도 담당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생판남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뭐야 친구가 경찰이야? 그럼 전과자는 아니겠네? 사실 애초에 이딴 걱정을 해야된다는게 어이없긴 했지만 전전남친도 전과자인 줄은 몰랐다 뭐. 조심해서 나쁠건 없으니까. 어쨌든 오케이 이것도 해결.

“아뇨, 진짜 뭘 도둑맞은게 아니예요. 농담이에요 농담.”

화평의 말에 윤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모르겠는지 눈을 도르륵 굴렸다. 눈치없고 진지한 것도 그냥 다 맘에 든다. 이 정도면 병이 아닐까.



오늘도 화평은 마태오커피로 출근했다.

“사장님은 커피가 왜 좋아요?”

“음…씁쓸한데 또 쓰기만 한게 아니라서?”

뭔 소린지는 모르겠다만 저 얼굴에서 나오는 말이니 화평은 다 있어보였다. 그렇구나. 끄덕끄덕. 화평이 빨대로 청포도에이드를 한 입 쭉 빨아들었다.

“화평씨는 커피 싫어하죠?”

윤의 물음에 화평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이거 호감도 마이너스 아니야? 사장님 커피 좋아하는 사람 좋아해요? 카페 사장이니 당연히 그렇겠지? 와씨 오늘부터 커피에 정 붙여봐?

“아니 맨날 저희 카페 오시면서 한 번도 커피주문은 안하시길래…커피 별로 안좋아하시는구나 해서요. 저 로스팅 되게 잘하는데…….”

미친. 세상사람들 방금 저 쑥스러워하는 표정 보셨나요? 대박적이었는데. 아니, 보지마 나만 볼거임. 훠이훠이 나만 볼거라니까?

“어…제가 쓴 걸 잘 못먹어서…….”

윤의 표정이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 그럼 다음에는 사장님이 로스팅 한걸로 먹어볼게요!”

“정말요?”

“그럼요. 명색이 마태오커피 단골인데, 싸장님 커피는 먹어봐야죠!”

화평이 오버스럽게 다짐하듯 말하자 윤이 하하 웃으며 대답했다.

“다음번 화평씨 커피는 제가 살게요. 매번 저희 카페 오시는 것도 감사하구. 화평씨는 커피초보니깐 달달한 것부터 시작해봅시다.”

“넵. 사장님만 따라가겠습니다.”

화평이 잘부탁한다는 듯 합장을 하며 귀염을 떨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다음번은 꽤 오래 걸렸다. 지난번에 학사경고를 맞은 화평은 이번 학기도 말아먹으면 아예 집에서 쫓겨날지도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자취가 쫑나고 집으로 끌려들어 가겠지…. 지옥의 통학, 거기에다가 부모님 잔소리까지.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화평은 이 꿀같은 자취생활을 지켜야 했다. 학기 말까지 내면 된다고 했던, 기한이 널널했던 레포트는 어느새 마감이 코앞까지 와서 화평을 괴롭혔다. 레포트에 팀플에 시험 준비까지. 화평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과거의 나 자신. 도대체 안 하고 뭐 했니…. 

뭐 하긴, 사장님 얼굴 보러 맨날 카페 놀러다녔지. 아 생각하니까 또 보고 싶다. 으어어, 살려줘.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화평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레포트 이제 겨우 반 한거니? 제발 아니라고 해줘……. 아니, 화평아 긍정적 마인드 모르니? 겨우 반이 아니라 벌써 반이나 했네! 엉? 반이나 한 거라고! 할 수 있다. 윤화평. 이겨내자 윤화평!

-까톡

화평이 속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는 와중에 노트북 하단에 PC톡 알림창이 떴다. 화평이 무기력하게 그 화면을 눌러 확인했다.

저희 팀플 한 번 만나야 되지 않을까요?


팀플 조장이네…. 아 귀찮은데. 대충 도서관 휴게실에서 보자고 채팅을 치다가 문득 벼락처럼 화평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학교 밑에 마태오커피 아세요? 거기 완전 분위기 좋은데 거기서 보실래요?

제가 요즘 과제가 너무 많아서 이렇게라도 바람 쐬고 싶어서 그래요 ㅠㅠㅠㅠ 제발여ㅠㅠㅠㅠㅠㅠ


혹시나 거절할세라 화평이 600타의 타자 속도를 자랑하며 빠르게 채팅을 보냈다. 하지만 묵묵부답의 팀원들. 아, 진짜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팀원 중에는 삼백이도 있었다. 팀원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너까지 그럴 수 있냐? 치사한 새끼.


제가 음료수 쏠게요

카톡을 보내기 무섭게 채팅창 여러개가 파바박 올라왔다.


네, 그럼 내일 5시에 마태오커피에서 봐요

알겠습니다

하, 시발. 너네 일 인당 4천원 이상으론 절대 안 사줄 거야. 아메리카노만 먹어 알았어?



다음날, 화평은 팀원들과 함께 마태오커피로 향했다. 멀리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윤의 모습에 화평은 감격의 눈물을 삼켰다. 미친 거의 2주 만인가. 더 멋있어졌네 우리 사장님. 커피를 내리던 윤과 눈이 마주치자 화평이 방정맞게 손을 흔들었다. 

-딸랑

화평이 반가워 죽겠다는 듯 온몸으로 티를 내며 자리를 잡았다. 이왕이면 카운터가 잘 보이는 자리로.

“뭐 드실 거예요?”

속으로는 싼 거! 제일 싼 거!를 외치며 예의상 화평이 팀원들에게 질문했다. 그 질문에 삼백이가 시선은 휴대폰에 집중한 채 가장 먼저 속사포로 대답했다. 

“나는 아이스 카라멜마끼아또에 시럽 추가 휘핑 추가.”

“저는 모카라떼.”

“어…, 저는 녹차 프라푸치노요.”

진짜 미친다. 하… 너넨 양심이라는게 있니? 게다가 왕삼백. 평소에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만 시켜먹는게. 지 돈 아니라 이거지?

“하.하. 아주 자알 알겠습니다.”

화평이 궁시렁대며 윤에게 향했다.


“엄청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무슨 일 있었어요?”

윤이 먼저 말을 걸었다.

“저 요즘 과제랑 시험 준비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요. 오늘도 팀플 회의 여기서 하자고 제가 안 우겼으면 못왔을걸요.”

화평이 잉잉 우는 소리를 내며 울상을 지었다.

“저 오늘은 사장님이 내리신 커피 먹어볼게요 진짜 오늘은 레포트 끝내야 되거든요. 카페인이 들어가면 좀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요. 메뉴는 사장님이 추천해주세요.”

팀원들의 음료 메뉴를 읊은 후 화평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려고 하자 윤이 제지했다.

“지난번에 화평씨 커피는 제가 사겠다고 했으니까 됐어요. 자리에 가 있으면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네? 네 잔이나 되는데 안 돼요. 오늘 말고 다음번에 사주세요. 오늘은 그냥 계산 할게요.”

화평이 손을 저었지만 윤이 완곡히 말했다. 화평은 돈이 굳어 좋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짜증이 났다. 아니 내꺼만 사달라고! 내꺼만! 저 화상들껀 왜 사주냐고. 

화평이 팀원들과 막 회의를 시작했을 때, 윤이 쟁반을 들고 걸어왔다. 유리잔이 네 잔이나 올려진 쟁반을 들고 오는 데도 위태롭지 않고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그 모습에 화평이 새삼 또 설렜다. 이 정도면 부정맥이 아닐까.

“이건 모카라떼, 녹차프라푸치노, 이건 카라멜마끼아또 시럽추가 휘핑추가 그리고 이건 화평 씨꺼.”

윤이 화평의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커피잔을 본 화평이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우와.”

커피잔에는 누가봐도 공들인 듯한 화려한 라떼아트가 그려져 있었다.

“일부러 우유거품 많이 넣고 연하게 만들었으니까 화평씨 먹기에도 괜찮을 거예요.”

윤이 눈을 휘어보이며 다정하게 말했다. 화평은 모르겠지만 윤이 화평에게 내온 커피는 애초에 메뉴에 존재하지 않는 커피였다. 오직 윤화평을 위해 만든 커피니까.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두 사람의 행동에 삼백이 눈을 굴렸다.

‘뭐야 윤화평. 앓는 소리 하더니 별로 걱정할 필요도 없겠구만.’

원래 눈치가 빠른 사람도 제 일이 되면 눈치를 말아먹는 법. 화평은 라떼에 그려진 하트를 보며 뭔가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았지만, 애써 고개를 저었다. 하트 좀 그려줬다고 오해하면 사장님은 하루에도 수십 명한테 오해받겠네. 정신 차려 윤화평!

처음 먹어 본 윤의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연하게 만들었다더니 화평이 싫어하는 커피 특유의 쌉싸르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유의 부드러움에 더해진 커피향은 매우 잘어울렸다. 입술에 묻은 우유거품을 화평이 쓱 핥아먹었다. 앞으로 사장님이 타준 커피만 마셔야지 대존맛.


회의가 끝나고 팀원들이 모두 떠났다. 화평은 윤에게 카페에서 레포트를 써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이 웃으며 당연히 된다고 대답했다. 사실 여기서 과제를 하면 집중이 전혀 안될 게 분명하지만 앞으로 또 한동안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그냥 오늘 하루는 버리자는 마음이었다. 집 가서 밤새자. 화평아 할 수 있지?

마태오커피의 카운터는 넓어서 한쪽은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바 형태의 테이블로 되어있었다. 화평은 그곳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서는 레포트를 작성하는 틈틈이 윤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었다. 저 얼굴을 보고 있으니 오히려 머리가 맑아져서 레포트가 술술 써지는 듯 했다. 한참을 집중하고 있는데 화평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많이 썼어요?”

화평이 대답을 하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이런, 세상에. 화평이 헙하고 숨을 멈췄다. 이거 너무 가까운 거 아니냐. 심장아 나대지 마.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윤의 얼굴에 화평의 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네? 네, 네!”

“좀 있다 카페 문 닫을 거라서 같이 퇴근해요, 우리.”

윤의 말에 시계를 보니 벌써 9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그래도 생각보다는 많이 썼네. 오늘 안에 끝나겠다. 화평이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오래 마태오커피에 놀러 왔는데. 마감시간에 윤과 함께 카페를 나선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조금 쌀쌀해서 청량한 밤길을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걷는 일은 꽤 낭만적인 일이었다. 화평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과제가 잘 써졌나 봐요. 기분이 좋아 보이네.”

“네? 아 헤헤 넹.”

기분이 좋아 저도 모르게 애교 섞인 말투가 흘러나왔다.

“요즘 많이 바빠요? 오늘도 되게 오랜만이었는데….”

윤의 말에 한껏 신이나있던 화평이 다시 기죽은 강아지 마냥 히잉하고 입을 삐죽였다.

“그죠? 요즘 시험기간인데 과제도 있어가지고, 진짜 정신없었어요.”

“그럼 또 한동안 못 와요?”

“네……. 이번주에도 못 올 것 같아요. 지난 시험 말아먹어서 이번에 꼭 만회해야되거든요.”

화평의 대답에 윤의 눈썹이 화평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잠깐동안 구겨졌다가 펴졌다.

“……, 어… 되게 별론데….”

“네?”

윤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 화평이 되물었다.

“못 봐서 아쉽다구요.”

윤의 대답에 화평의 심장이 또 쿵쿵거렸다. 아 진짜 뭐야 설레게…. 화평이 두 손으로 달아오른 제 귀를 감쌌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 화평 때문에 윤이 걸음을 멈추고 뒤돌았다. 달아오른 귀를 감싸고 서있는 화평을 보고 있자니 귀여워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윤이 본 화평은 정말 귀여운 사람이었다. 감정을 숨길 줄도 숨길 생각도 없는 순수한 사람. 저에게 관심 있는 티를 팍팍 내면서 뻔뻔하게 마구 들이댈 때는 언제고 정작 자신이 조금만 다가가도 화들짝 놀래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정도로 이러면 앞으로는 어떡하려고 그러지? 윤이 화평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자신의 귀를 쥐고 있는 화평의 한 손을 잡아 끌어내렸다. 화평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도 전에 윤이 화평의 손을 깍지 껴 잡았다.

“화평씨 되게 눈치 없는거 알아요?”

“……네?”

“다음주에 화평씨 시험 끝나면 우리 데이트 할래요?”

“네?”

화평은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제 귀에 들린 소리가 제대로 된 건지 아닌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그런 화평에게 확인해주듯 윤이 다시 말했다.

“우리 앞으로는 카페말고 밖에서도 만나요.”

제게 눈을 맞추고 진심을 전하는 윤을 보며 화평은 생각했다. 오늘부터 나는 얼빠가 아니라 최윤빠다. 화평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어쩌면 이번에야 말로 완벽한 이상형을 찾은게 아닐까?





개그물을 쓰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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