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다 지겨워 죽겠는데도 죽지 못해 기어이 붙잡게 되는 어플. 상반기 내내 번개 말고 썸 이상의 유의미한 만남을 이루지 못한 입장에, 뭘 더 성토하는 것마저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어쩌겠어. 이 시국에 썰 풀 주제가 어플뿐인데. 오늘의 주제, 웬만해선 그만해줬으면 하는 어플 속 발화 TOP 3 되시겠다. 

시작에 앞서,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발화는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선보이는 광기(…)가 아니다. 광기의 예: 낯선 상대에게 거절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쌍욕을 퍼붓거나, 사칭 계정을 만들어 상대를 음해하거나, 별 잡스러운 꼬투리를 빌미로 말싸움을 거는 짓 정도? 이런 행동은 임상적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마땅하기에, 더 나빠지기 전에 상담을 받으라는 것 말고는 해줄 말이 없다. 


3rd. 꼭 ?를 찍어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들

(13:39) 안녕하세요

(14:18) ?

심리 분석 

상대로부터 답이 오지 않으면 한없이 불안해진다. 나에게 답하지 않을 자유가 있듯, 상대에게도 답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이치를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상대가 ‘?’ 하나 담긴 쪽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는 것보다, 당장 솟구친 (거절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더 급하다. 상대가 정녕 나를 거절한 것이 맞는지 확인해야 속이 시원하다. 

문제 분석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쉬운 문제. ‘?’ 하나 담긴 쪽지는 노식이 보내도 짜증, 식이 보내도 짜증으로 귀결된다. 그 누가 덧붙여도 짜증만 솟구칠 ‘?’를, 잘 보여도 모자랄 상대에게 보내는 것 자체가 넌센스. 바빠서든,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있어서든, 어떤 이유에서든 답을 잠깐 미뤄둔 상대에게 ‘?’를 받는 순간, 늦게라도 답을 보내려던 마음이 싹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 

해결법 
  • 기다리기. 답이 오면 좋은 일, 답이 안 오면 다른 사람에게 또 말 걸면 된다. 
  • 얼마간 기다렸다 쪽지 하나 더 보내기. 상대에게 정 미련이 남는다면, ‘저녁 드셨어요?’ 정도의 중립적인 스몰토크 정도는 더 시도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고 ‘바빠요?’라고 답이 늦는 것을 은근히 타박하거나, ‘별로예요?’라는 본전도 못 찾을 말 보내지 말고. 


2nd. 상대에게 (스팸) 차단을 요구하는 친구들

(17:22) 안녕하세요! 173 69 27입니다. 별로시면 차단해주세요

심리 분석 
상대가 나를 거절하는지 안 하는지 확실히 확인하고 싶다. 날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내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마음이 편하다. 답을 받지 못한 상대가 내 대화 목록에 떡하니 자리한 것을 견딜 여력이 없다. 하지만, 내가 상대를 차단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다. 오랜만에 용기를 냈는데! 선쪽까지 보냈는데! 차단도 내가 해야 해? 상대가 날 알아봐주지 않았으니, 차단 정도는 상대가 하는 것이 맞겠다. 차단에 따르는 패널티(잭디/블루드는 차단 수에 제한이 있음, 틴더는 매치-언매치 데이터가 계정 활성도에 영향을 미침)를 내가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덤이다. 

문제 분석 

“[Web발신] 선#착$순 1명에게 173-69-27 게@이를 드립니다! 수신거부: (차단하기) 클릭”… 쪽지가 스팸 메시지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무시받기 딱 좋은 스팸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니,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수밖에. 노식이면 당연히 스팸 취급 받기 십상이겠고, 웬만큼 완식이 아닌 이상 달갑게 받아주긴 어려운 게 현실이리라. 
해결법
  • 인사만 건네기. 가장 쉽고 부담이 없다. ‘차단’ 같은 단어는 손가락에 올리지도 말 것. 
  • 내가 차단하기. 정 못 견디겠으면, 상대에게 선택권을 넘길 게 아니라 스스로 차단하면 된다. 


1st. My Face REALLY Matters, 얼굴 사진이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들

(22:46)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ㅎㅎ (22:49) 

(22: 50) 어디 사세요?

아 전 신림 삽니다 (22:51)

근데 얼굴 사진 있으세요? ㅎㅎ (22:51) 

(22: 52) 있어요

아 ㅎㅎ... 보여주실 수 있어요? (22:53)

(22: 53) 열었습니다

? (22:54)

안 보이는데요? (22:54

심리 분석 

내 얼굴이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알아? 난 상대의 얼굴을 보고 만나고 싶지만, 상대는 내 얼굴을 보지 않고도 날 만나주면 좋겠다. 사실, 내 얼굴에 별로 자신이 없다. 얼굴 사진을 열면 상대가 더 이상 쪽지를 보내지 않거나 차단해버리기 일쑤다. 먼저 보여줘봐야 좋을 일 없으니, 최대한 버텨볼 생각이다. 

문제 분석 

얼굴을 걸어둔 상대 입장에서는, 쪽지를 보내는 상대의 얼굴 또한 확인할 수 있어야 마음이 놓이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사적 정보를 담은 스몰토크를 나누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공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에서는 대처하기 가장 좆같은 두 가지 발화를 섞어뒀는데, 어떻게든 얼굴 사진을 보여주기 싫어서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상대의 말을 얼굴 사진의 유무를 묻는 것으로 곡해해버리는 영악함(어쩌면 순수한 멍청함일지도…)과,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사진을 열었다 닫는 바람에 확인할 겨를조차 없어 상대만 우스운 꼴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압권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그놈의 상판이 뭐 대단하다고 저러나, 싶어 화가 솟구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겨우겨우 확인한 상판의 모양새는 십중팔구 개좆일 터. 그대로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죄 없는 침대 매트리스만 먼지 나게 패는 것이 상대가 겪어야 할 악연의 진부한 결말이겠다. 
해결법
  • 노픽끼리 만나기. 얼굴 걸어놓은 사람들 화만 돋우지 말고, 초장부터 끼리끼리 놀길 추천한다. 
  • 곱게 사진 열어주기. 어느 정도 알려진 인플루언서들, 심지어 연예인들도 얼굴 보여달라면 보여주고 만나는 경우 더러 들어봤다. 너 그 정도 아니니까 지랄 말고 사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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