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면 내가 해줄 거 같나봐. 자기는?”


-정국아. 야보여를 거꾸로 읽으면 뭐라고 읽게?


”게읽 고라뭐 면으… 어느 세월에 이걸 다 거꾸로 읽어. 머리아파 여보”






빽빽히 채워지는 디엠창.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옆에서 지켜보던 정국의 동기는 그의 핸드폰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인스타 디엠이 저렇게 많이 올 수가 있는 일이야? 심지어 질문에 답을 다 해주다보니 해줬던 답변들에 질문창은 진작 사라진지 오래. 정국 덕분에 스토리 저장이 100개 밖에 안된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이다.



이 정도 인기면 그냥 연예인으로 데뷔하는게 어떻겠냐는 친구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는 정국. 인기가 하루 아침에 생긴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외모 덕에 이미 동네에서는 유명했다. 인기야 늘 정국 옆에 따라다니던 것이었고. SNS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그 외모가 동네를 넘어선 수준이 됐을 뿐.인기는 늘 피곤한 것이었기에 연예인까지의 욕심은 딱히 없었다.






”아니 진짜. 나는 네 기회가 너무 아깝다 아까워. 이미 스카웃 제의도 많이 왔고. 화양대 모델학과를 왔으면 스타 반열에 쉽게 오를 수 있는데... 그 기회가 왔을 때 덥썩 물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전정국아.. 선배라인 짱짱한 우리 과에서 인스타로만 썩어계시는 건 너무 아까운 거 아닙니까.”


”내가 말했잖아. 난 모델 하고 싶어서 온 건 아니라니까. 그냥 잘하는 거 찾아서 온 거 뿐이라고. 인스타는 뭐. 심심해서 하는 거고.”


”와. 재수없어..! 심심해서 하는 인스타가 팔로워가 이 숫자인게 말이 돼??“




정국이 화양대 모델학과를 선택한데는 말 그대로였다. 정말 잘 하는 거 였으니까. 

카메라 앞에서 떨지 않고. 옷 입혀주는대로 입고 또 걷고 사진만 찍히면 되는 건데. 타고난 피지컬에 외모는 이미 받쳐준 꼴이었고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태는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 바로 정국이었다.





솔직히 이 상황에 머리까지 좋으면 반칙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머리가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니 그다지 공부에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양대까지 들어왔다. 부모를 따라서 법조계를 가려나? 아님 친인척들이 한자리씩 하고 있는 의사? 선생님들이 모든 관심사를 쏟았을 때 정국이 고른 건 모델학과. 하고 싶은 걸 찾지도 못했고, 집안 자체도 무언가를 하라는 압박은 별로 없던 터라. 이왕 대학 가서 4년을 공부해야 한다면 배우고 싶은 것도 없고 그래도 잘 하는 걸 선택하는게 덜 지루하지 않을까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SNS를 시작한 건 딱히 관심받고 싶어서가 아닌. 말 그대로 소통하고 싶어서.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정국은 그다지 하고 싶은게 없었다. 모든 인생이 노력없이 쉽게 얻어졌던 터라 무언가를 갈망하지도, 애써본 적도 없었기에. 우연히 친구가 하고 있는 인스타를 옆에서 훔쳐보다가 무물 기능이란 거에 호기심이 생겨 시작하게 된 것 뿐. 영상을 찍어 올리는 건 정기적으로 컨텐츠를 제작해야하기에. 흥미가 없는 상황에서 귀찮을 거 같아 인스타를 선택한 것뿐.



하지만 인기 역시 쉽게 생겼다. 태어날 때부터 이 동네에서 유명하다 하지 않았는가. 공부도 잘하고 생긴 거도 사기 캐릭터 같은 정국이 인스타를 시작했다는데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다 가만히 있었을까.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같이 다니는 친구들은 꼭 무리지어 다니고, 심지어 말도 함부로 걸지 못하는 분위기들이어서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여자들도 SNS는 익명으로 다가설 수도 있었다. 또 대면이 아니니 더욱 쉽게 말을 걸 수 있는 쪽이라 팔로워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연예인 못지않은 셀럽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할까.





그리고 그 인기 대열에 한 몫을 단단히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정국의 성격이었다. 아닌 척 하면서 다 해주는 답변들. 심지어 자기야. 여보야. 같은 호칭을 불러달라는 질문에서도 일차원적으로 해주기보다는 밀당을 하면서 저렇게 답변을 해주니까. 



인기를 얻고 싶어서 노리고 한 대답같지도 않고. 그냥 정국 성격이 원래 저랬다. 폭스같은 기질이 있다고 해야하나. 



막 모든 이들에게 관심받고 싶어하는 성격은 아닌데. 또 그렇다해서 미움받고 싶어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오늘 하루 뭐했냐는 자신의 질문에 사람들이 오늘 하루는 이랬다. 요즘 이런 거로 고민이다. 힘들다에 관한 걸 같이 듣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자기도 얻어지는 생각같은게 있고. 그러다보면 느껴지는 것에 대한 고마움도 있으니까. 거부감없이 답변해주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답변을 해주다보니 2시간 공강도 지루함 없이 잘 흘러갔다. 이만 수업에 가보겠다면서 종료한 정국의 핸드폰 배터리는 어느새 꺼지기 일보직전. 익숙하다는 듯 보조배터리에 제 핸드폰을 충전을 시키며 과실에서 일어나는 정국. 


교양수업을 들으러 가는 정국의 모습은 친구가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정국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검은색 모자, 검정 상의, 검정 하의와 마스크로 꽁꽁 중무장이 되어 있다. 옆에 있는 친구의 모든 색을 흡수했다고 생각들 정도로 온통 검은색. 






”난 네 얼굴로 태어났다면 얼굴을 들어내고 다녔을 건데…“


다 들어낸 친구의 얼굴과는 달리 겨우 고개를 들면 눈만 보일 정도로 꽁꽁 싸맨 정국은 피식 웃으며 친구의 말에 대답했겠지.







”편한게 제일이야.”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지만 그걸 억지로 추구하지 않는게 23살 정국의 삶이었다. 









오랜만이죠..?

전폭스 시작합니다.

정구기 무물에 취해서...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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