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덕한지 일주만에 하는 것이 AU 연성이라니 병자에게는 답도 없다






  사형. 아침 먹어. 딩마오는 갓 튀겨 아직 김이 피어오르는 꽈배기와 콩국을 테이블 위에 차려놓으며 소파에 몸을 구긴 채 꿈쩍도 않는 궈더요우를 불렀다. 사형. 아침. 조금 커진 목소리에 궈더요우는 큰 눈을 꿈뻑이며 미간을 짜증스레 구긴다. 안 먹어. 돌아오는 대꾸에 딩마오는 픽하고 웃는다. 


  "언제는 아침 안사온다고 뭐라고 하더니 웬 변덕이야. 빨리 일어나서 먹어."


  말을 마치자 마자 국을 담은 그릇에 씌운 뚜껑을 벗기며 딩마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얼굴만 돌려 자신을 주시하는 궈더요우 앞으로 그릇을 밀었다. 궈더요우는 아까보다 뚜렷한 음색으로, 

아, 안 먹는다고. 나 죽었잖아. 

하고 

도로 눈을 감는다. 딩마오는 김이 가시기 시작한 제 몫의 콩국을 들어 훌훌 마셨다.



***



  시작은 소파 뒤였다. 딩마오는 최초로 그 순간을 마주했을때 숨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궈더요우는 소파 주변을 돌아다니며 제자리에서 폴짝거리거나 쭈그려 앉아 카펫위를 내려쳤다. 마괘의 소매자락이 펄럭이며 움직인다. 아니, 정정하자면, 내려치는 것 처럼 보였다.


  굳이 그 표현을 정정한 이유에는 폭이 큰 움직임에 뒤이어 날 소리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며, 또한 딩마오가 눈 앞의 것을 최대한 객관화 하기 위함도 있었으며, 또한, 또한. 딩마오는 바싹 말라오는 입안을 혀로 더듬었다. 입안은 너무 말라서 당장이라도 피맛이 날 것 같았다. 궈더요우는 잠시 소파에 앉았다가 중얼거린다. 이상하네. 그 소리에 딩마오는 가까스로 목을 움직여 궈더요우, 하고 불렀다. 그러나 궈더요우는 아주 짧은 시간동안 멈췄다가 다시 이상해, 하고는 일어나 금세 복도로 휘적휘적 걸어가다 사라졌다. 딩마오는 밤새 메스를 손안에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


  궈더요우의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소하신의 위명에 걸맞지 않게 물 속에서 죽은 탓이다. 용왕사의 문패 앞에 욕설이 휘갈겨질때 궈더요우는 하도 이를 꽉 다물어 한껏 당겨진 턱을 하고 몇번이고 걸레를 들어 벽의 낙서를 지웠다. 딩마오는 몇번이고 제 집으로 이사를 오라고 간곡히 청했으나 그의 사형은 번번히 고개를 저었다. 거절의 말은 다양해서 처음에는 내 집이 여긴데 거길 왜 가, 였으며 딩마오가 기억하는 마지막에서는 내가 가면 폐가 된다, 였다.


  비록 딩마오는 끝끝내 동의하지 못했으나 사람들은 그렇게나 받들어모시던 하신을 물귀신이라고 부르며 순식간에 낡아빠진 유산으로 진창에 처박았다. 그리고 미신이고 귀신인 자신이 상회의 회장과 같은 집에 살면 장사가 안된다며 궈더요우는 끝끝내 낡은 절에 머무르다가 어느새 죽었다는 부고와 함께 돌아왔다.


  무녀는 한참을 울다 매장 대신 화장을 한다고 했다. 강시라면 지긋지긋하다고 했어. 구잉은 다 쉰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묻어야 하는데, 그래야 할텐데. 하고 되뇌는 것에는 힘이 없었다. 그리고 궈더요우의 육신은 한나절을 타다가 하이허에 수장되었다. 샤오란란은 몇번이고 딩마오를 쳐다보았다. 딩마오는 그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곁을 지키다 몰래 뼛가루 한줌을 쥐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가루는 다음날 분갈이를 한 비파묘목의 화분에 섞여 들어갔다. 화분은 소파 옆 테이블에 놓였다. 궈더요우가 소파에 나타난 것은 그 날로 부터 일주일이 지난 뒤었다.


***    


  딩 회장. 이정도면 그만할때도 된거같은데. 궈더요우는 과장스럽게 한숨을 푹 내쉬고 머리를 긁적였다. 나타나고 사라지는 수번 동안 궈더요우는 딩마오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굴었다. 소리쳐 부르고 난리를 쳐도 하품을 하거나 눈을 감은채 소파에 앉아 있다가 그 서늘한 눈을 뜨고 벽지만 바라본 것이다. 그리하여 딩마오가 메스를 쥐고 제 목을 향해 겨누고 나서야 살아서도 다정하던 소하신은 눈을 맞춰주었다. 그만해, 딩마오. 그 한참만에 듣는, 자신을 향하여 오는 말에 딩마오는 메스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


  궈더요우가 머리를 긁적일때는 손톱이 촘촘히 땋아내린 머리채 사이를 헤치고 두피를 긁어내리는 마찰음이 들렸으나 딩마오는 이제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임을 안다. 궈더요우는 더더욱 큰 몸짓으로 휘적거리며 움직인다. 그 모든 것이 그저 시늉이라는 것을 모자란 사제에게 알려주듯이. 그러나 딩마오는 아마도 제 눈에만 보일 허상에게 말을 거는 것을 그치지 못한다. 알아. 사형.  눈 앞의 형상은 그 꼴을 뚫어져라 보더니 다시금 한숨을 내쉬고 만다.





쩜오 위주의 잡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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