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옥상에 올라가니, 작은 나무 평상과 낡은 라디오가 있었다. 나와 시우는 나란히 평상 위에 앉았다. 부슬부슬 흩어지는 여름 냄새가 났다. 침침하고도 투명한, 새벽의 향기가.

라디오를 틀자, 어릴 적 들었던 옛날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시우에게 담요를 덮어 주었다. 시우는 아무 말 없이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우리는 가만히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세상에 나와 시우, 단둘만 남은 것처럼. 넋을 놓고서, 그렇게 멍하니.

여전히 어두침침한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시우에게 물었다.

“시우는 어떤 이유로 바다에 오게 된 거야?”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곰돌이 인형을 품에 안은 시우가 몸을 바르르 떤다. 해안을 타고 미끄러지는 물결이 거품을 일으키듯이.

곁눈으로 시우의 얼굴을 흘끗 보았다. 시우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한강에서…뛰어내렸어. 강과 바다를 거슬러 여기에 오게 된 거 같아. ……자살할 생각이었어.”

떨리는 목소리. 목이 메는 듯이 침을 삼키는 작고 여린, 가냘픈 울림.

한숨을 길게 내쉬던 시우가 말을 이었다.

“나는 엄마의 인형이었어. 언제나 엄마를 위해 1등을 해야 했어. 늘 그랬어. 어릴 때부터 줄곧. 1등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거라고, 나보다 똑똑한 애들을 누르고 좋은 대학 좋은 과에 가서, 성공해야 한다고 엄마가 그랬으니까. 그래서 등수와 점수에 매달렸어.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밥 먹는 시간을 아껴서, 스트레스가 쌓여 병이 생겨도 난 그렇게 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앞만 보고 쉴 새 없이 달렸어.”

시우는 말을 잇지 못하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시우의 눈물이 뚝뚝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시우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나의 따뜻한 체온이 그에게 닿도록.

“난 엄마를 행복하게 하려고 그렇게 한 거였는데, 엄마는……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이 끔찍하게 무서웠어. 실망스럽다고, 아들을 잘못 키웠다고……”

시우가 내 허리에 손을 둘러 폭 안겼다.

“앞만 보고 달리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어. 내 인생은 어디에도 없었어. 그래서 자살한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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